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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경남 / 울산의 맛거리(맛집) 40선

by 언덕에서 2007. 1. 27.

 

 

경남 / 울산의 맛거리 (맛집) 40선

 

 

 

<1> 울산 고래고기

<2> 김해 불암 민물장어

<3> 울산 봉계 한우

<4> 하동 참게탕

<5> 통영 횟집거리

<6> 마산 복집거리
<7> 창원 북동시장 국밥골목

<8> 합천 민물고기 요리

<9> 진주 장어구이

<10> 밀양 재약산 흑염소촌

<11> 함양 안의갈비탕촌

<12> 거제 다대 어죽촌
<13> 양산 배내골 백숙집
<14> 진해 복요리
<15> 김해 흥동 먹거리촌

<16> 방어진 도루묵요리

<17> 마산 오동동 아구찜

<18> 사천 백합요리
<19> 창원 꽃게 식당 골목
<20> 통영 굴솥밥.멸치밥

<21> 김해 손칼국수

<22> 진해 곱창요리

<23> 거제 아귀 수육·찜

<24> 창녕 옥천계곡 송이버섯 요리
<25> 남해 갈치회

<26> 진주 비빔밥
<27> 통영 충무김밥
<28> 진해 찜요리

<29> 진영 갈비

<30> 밀양 무안 돼지국밥
<31> 통영 물메기 요리

<32> 마산 가포 장어구이

<33> 합천 삼가한우고기
<34> 양산 통도사 산채 비빔밥
<35> 김해 흥동·구산동 오리요리
<36> 거제 해물칼국수
<37> 함양 흑돼지고기 요리

<38> 밀양 부북 옻요리
<39>창원 도계횟집 골목
<40> 울산 무거동 곱창거리 - 끝 -

 

 

<1> 울산 고래고기

 

 

‘공업 도시’ 울산의 또 다른 상징은 ‘고래고기’다. 울주의 반구대 암각화에 고래가 새겨질 만큼 울산과 고래는 선사시대 때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울산이 고래회로 유명하게 된 것은 장생포에 우리나라 유일의 포경기지가 있었기 때문. 한때 50여 척이던 포경선은 지난 86년 포경 금지로 거의 자취를 감췄고 단 2척이 남아 전시용으로 수리가 한창이다. 포경 금지로 울산에서 볼 수 있는 고래고기는 대부분 그물에 걸려 올라온 것들이다.

 고래고기는 회, 수육, 불고기, 스테이크 등 요리법이 다양하다. 찍어 먹는 양념도 다르다. 이중 대표적인 것은 고래 수육. 몸통 부위를 푹 삶아 얇게 썬 수육은 얼핏 보아 돼지고기 수육과 비슷한데 멸치젓국에 찍어 먹는 담백하고 쫄깃한 맛은 천하 일미다. 살코기와 시원한 배를 채로 썬 데다 참기름과 다진 마늘 등의 양념을 버무린 고래 육회는 소고기 육회와 빛깔과 맛이 엇비슷하다. 갈빗살을 재료로 한 불고기와 스테이크는 부드러운 소고기 맛으로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고래 목살과 가슴살을 얼려 얇게 썬 ‘우네’는 초장에, 꼬리지느러미 부분을 소금에 절였다가 뜨거운 물에 데친 ‘오베기’는 간장에 찍어 먹는데 고래고기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요리다. 소금절인 오베기는 단무지처럼 수년을 보관했다가 먹기도 하는데 해가 지날수록 독특한 맛을 낸다. 고래가 포유류임을 가장 확실히 느끼게 해주는 요리는 ‘고래 찌개’다. 무와 머리를 다듬은 콩나물을 육수와 함께 넣어 얼큰하게 끓인 찌개 맛은 매운탕과 육개장을 합친 것처럼 절묘한 맛이다.

  포경이 금지되기 전만 해도 고래고기 전문음식점은 장생포항 주변 수십 곳이 모여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시내로 이전해 1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울산의 고래고기 전문점은 남구 달동 ‘참고래’와 맞은편 ‘고래고기 원조할매집’, 인근 삼산동 ‘천수고래’ ‘대왕고래’, 옥동 ‘왕고래’ ‘장생포 정통고래고기’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식당은 전통적인 맛과 요리법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깔끔한 현대식 시설을 갖춰 울산을 찾는 외지인 접대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고래고기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장생포항에는 현재 2~3곳이 남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중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왕고래’와 ‘원조할매집’은 옛 모습 그대로 자리하고 있는데 왕고래는 옥동 왕고래, 원조할매집은 달동 고래고기 원조할매집의 본점 격이다. 장생포 고래고기 횟집은 60~70년대 울산에 대한 향수를 못 잊는 토박이들이 즐겨 찾고 있다. 일본까지 입소문이 나 울산을 찾는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도 심심찮게 이어진다.

  대부분 사람은 고래고기와 돌고래고기를 혼동한다. 그러나 ‘웨일(whale)’로 불리는 고래와 ‘돌핀(dolphin)’으로 불리는 돌고래는 엄연히 구분된다. 고래와 돌고래는 맛도 차이가 큰데 고래는 꼬리 머리가슴 등 부위별로 12가지 별미를 낸다고 한다.

  고래고기의 지방은 콜레스테롤이 없는 불포화지방산으로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를 부드럽게 하는 약리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사촌 격인 돌고래는 빛깔이 거무스름하고 기름기가 많으며 날고기는 비린내가 난다. 익힌 고기도 비위가 약한 사람은 먹기 힘들 정도인데 흔히 일식집이나 횟집에서 소량이 나온다. 이 때문에 돌고래를 고래고기로 알고 먹은 사람들이 실망감을 얘기하는 것을 흔히 들을 수 있다.

 

 

<2> 김해 불암 민물장어

 

 

겨우내 떨어진 기력을 돋우는 강장식으로 민물장어구이를 빼놓을 수 없다. 장어요리 중 경남 김해시 불암동 불암 민물장어구이는 고들고들하면서도 담백하기가 그지없어 경남 중동부 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불암 장어구이 거리는 김해시 불암동 서낙동강 언저리에 있다. 부산에서는 구포대교~대저1동~평강교~강동농협~강동우체국을 지나 김해교를 건너면 된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강변 좌우로 즐비하게 늘어선 장어구이 집들이 팔 벌려 맛 따라 찾아온 길손을 반긴다. 동의보감에 ‘민물장어는 양기를 일으키는 음식으로 5가지 양념을 섞어서 구워 먹으면 보약’이라고 적었을 정도로 원기 회복에 그만이다. 종합영양제로 불리는 민물장어는 특히 비타민A가 쇠고기 등 육류의 3배나 함유돼 예부터 시력을 보호하는 ‘눈의 보약’으로 일컫는다.

  불암의 구이집 중 향옥정은 25년 전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대를 이어 민물장어구이의 참맛을 이끄는 터줏대감 격이다. 민물장어구이는 양념구이와 소금구이 2종류로 1.5마리가 1인분이다. 3인분이면 서너 명이 넉넉히 먹을 수 있다. 장어를 구울 때 3∼4차례 바르는 소스는 생강과 마늘을 찜솥에 넣고 2시간가량 곤 후 고추장과 진간장 꿀 한약재를 넣고 다시 7∼8시간 정도 고아 장어의 참맛을 한껏 더해준다. 장어구이에서 더 중요한 것은 굽는 방법이다. 이곳에서는 기름기를 없애기 위해 찜통에 넣고 반쯤 익힌 뒤 불 위에 석쇠를 얹고 다시 소스를 발라 완전히 구워낸다. 이렇게 구운 장어는 고들고들하면서도 담백해 입안 가득 장어 향이 돌고 아무리 먹어도 결코 질리는 일이 없다. 소금에 참기름을 바르고 구워 소스에 찍어 먹는 소금구이는 장어구이의 또 다른 맛이다. 양념 맛을 빼고 입안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민물장어의 고소한 맛을 한껏 즐기려면 소금구이가 제격이란다.

  장어구이와 함께 나오는 된장국과 나물 반찬도 별미다. 된장국은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구한 바지락과 연두부, 건새우를 넣고 끓인 것으로 ‘속 시원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부추, 시금치, 미나리 등 10여 가지의 나물은 보기만 입안 가득 군침이 돈다. 장어 머리와 뼈, 인삼, 생강 등을 넣고 4∼5시간 고아낸 장어 국물도 뺄 수 없는 맛거리다. 80㎏이나 되는 뼈와 머리를 넣고 밥공기로 40그릇가량 되도록 바짝 졸인 장엇국은 진국 중의 진국이다. 불암 장어구이 거리에서 쓰는 민물장어는 대부분 전라남북도의 양식 농가에서 공급받는다. 자연산도 없지 않으나 요즘은 구하기가 무척 힘들어 양식을 많이 쓰는 추세다.

  이곳에 민물장어구이 거리가 조성된 것은 90년대 초. 향옥정이 손님을 끌자 윤경장어구이, 옥천장어구이 등이 잇따라 들어서 오늘의 구이 거리가 형성됐다. 불암 장어구이 거리에는 현재 새부산, 국보장, 일송정, 먹보, 목화, 강나루, 경포장, 토박이장어구이 등 30여 곳이 성업 중이다. 구이를 즐긴 후 대동면으로 이어진 강변로를 따라가면 산기슭마다 피어오르는 진달래며 초록빛 도는 버드나무, 하얀 꽃잎을 휘날리는 벚꽃에 시원하게 펼쳐진 낙동강을 두루 구경할 수 있어 맛 거리의 운치를 더해준다.

 

 

<3> 울산 북구 봉계 한우

 

 

참숯 화덕에 왕소금을 뿌려 익힌 싱싱한 쇠고기 구이가 미식가들의 발길을 잡는 삼거리장터는 봉계 숯불 고기촌으로 불렸던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 한우마을이다. 울산~경주 35호 국도변에 옹기종기 모여 맛 거리를 이룬 이곳은 20여 년 전만 해도 울산 영천 경주 언양과 더불어 경남·북에서 손꼽히던 5대 우시장 중의 한 곳이었다. 장날이면 어미 소를 따라 나온 송아지 울음소리, 누렁소를 판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대폿집을 기웃거리던 농부의 한숨 소리로 종일 북적이던 우시장이었다.

  우시장이 사라진 이곳에 생고기 집이 들어서고 부산 경주 등지 미식가들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 83년께. 생고기 집 원조는 만복래식당을 운영하는 김하두씨가 허름한 초가에서 석쇠를 놓고 영업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처음엔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했지만, 경주와 언양을 잇는 35호 국도가 확장되고 고기 맛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외지인들이 몰려들었다. 지금은 20여 년 전의 우시장 풍경을 찾아볼 수 없고 봉계 터미널 앞에서 마을을 가로지르는 큰길과 골목 어귀까지 말끔히 신축한 생고기 집 52개소가 빼곡한 불고기 숯불단지로 번성했다. 울산시가 향토음식 단지로 지정한 이곳 생고기 집에 공급되는 한우는 이 지역 두서와 두동 등 2개면 500여 사육 농가에서 품종 보존을 위해 DNA 검사 등 우수한 혈통 우를 선별 교배한 한우로, 지난해 7월 특허청에 특허등록 됐다.

  이곳에서 소비하는 한우는 IMF 경제난과 광우병 파동 이전만 해도 한 달 200여 마리에 달했다. 그러나 솟값이 올라 소비가 위축되는 등의 여파로 외지 손님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싱싱한 생고기와 부위를 선별해 맛볼 수 있어 미식가들의 발길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봉계생고기는 섬유질이 없어 별미인 엉덩이 부위 함박살 육회는 깍두기(막찍기)와 채 육회로 나뉜다. 배를 채로 썰어 버무린 채 육회보다는 고추장과 마늘, 참기름 등을 버무린 깍두기 육회가 사르르 녹는 감칠맛이 있다. 송아지는 깊은 맛이 없고 늙은 소는 질기다는 것이다. 이곳의 고기는 마을에서 자체 신선육 보존회를 만들어 고기 질을 유지하고 있으며, 90% 이상이 생고기용인 소금구이로 팔려나간다.

  봉계 고깃집의 서비스라곤 석쇠 위에 고기를 얹고 굵은 왕소금을 척척 뿌리는 것이 고작이지만 조리법(?)이 투박해도 넘치는 인정에 단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숯불에 살짝 익혀 먹는 소금구이는 업소마다 직접 숙성시킨 소스와 파, 고춧가루, 참기름 등으로 만든 파 조리개를 곁들여 먹어야 제맛을 볼 수 있다. 조미료를 쓰지 않는 대신 아주 진하게 우려낸 멸칫국물에 쫄깃한 면을 넣은 국수는 육고기로 느끼해진 입맛을 개운하게 씻어준다. 고깃집 주인은 “봉계에서는 육즙이 촉촉한 고기맛을 유지하기 위해 석쇠 밑으로 연기를 빨아내는 현대식 후드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며 “도축후 7시간내의 고기만을 공급하고 고깃집 마다 숙성실 냉장고를 따로 두어 언제나 신선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봉계고기는 이곳 자체 수요에도 부족해 외부로 나갈 것이 없을 정도이다.

 

 

<4> 하동 참게탕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인 하동여행이 더욱 즐거운 것은 은어회와 별미인 참게탕, 메기탕을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동읍을 지나 화개면 소재지에 들어서면 참게탕 맛거리가 있다. 섬진강에서 잡힌 참게에 된장을 풀어 끓인 참게탕의 얼큰하고 개운한 맛에 반하지 않는 이가 없다. 참게는 맛과 향이 독특해 예로부터 임금에게 진상할 정도의 일품요리감으로 취급돼왔다.

참게탕 맛을 보려면 우선 하동포구 팔십리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 하동읍에서 국도 19호선을 타야 한다. 구례방면으로 20㎞를 가다보면 섬진강과 화개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쌍계사로 들어가는 삼거리에 화개장터가 나오는데 바로 여기가 참게탕 골목이다.

  20여곳의 참게탕 전문식당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우러나는 맛은 거의 비슷하다. 몇 곳을 꼽는다면 원조격인 태봉식당, 동백식당, 개화식당, 강변식당, 벚꽃식당 등 5~6곳을 들 수 있다. 이들 식당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자연산을 맛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음식점들은 옛날에는 섬진강이나 화개천에서 참게를 잡은 자연산 참게로 게탕을 끓여왔으나 요즘은 거의 양식한 참게로 맥을 이어오고 있다. 80년대 이후 섬진강과 화개천에서 골재를 채취하는 바람에 참게 서식처가 훼손됐고 축산폐수와 농약 등 환경오염으로 섬진강 참게 개체수가 격감해 갈수록 늘어나는 미식가들의 입맛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자연산 참게는 공급량이 절대 부족한데다 잡히기 바쁘게 서울 부산 등 대도시로 팔려나가 게장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양식 참게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손님이 주문하면 자연산 참게탕을 맛볼 수 있다. 참게탕은 3~4명이 먹을 수 있도록 참게 5~6마리에 메기 3~4마리를 넣어 끓인다. 참게는 수컷과 암컷의 맛이 다르다. 암컷이 속살 맛이나 우러나는 맛이 월등하다.

  이곳 식당 주인은 “친분이 있거나 단골손님에게는 암컷을 더 많이 넣어 요리를 해준다”고 귀띔했다. 그는 “재주있는 손님은 주인에게 부탁해 자연산 참게장도 맛보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계피가루를 넣고 소주를 한잔쯤 곁들이는 것도 비린 냄새를 싹 가시게 해 참게탕을 더욱 맛있게 먹는 요령이다. 뚝배기에 참게탕이 나오면 게다리와 몸통은 안주로 먹고 메기와 참게국물에 밥을 말아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참게는 봄이 되면 살이 통통하게 올라 요즘이 제철이다. 산란을 하기 위해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지역으로 이동하는 요즘이 진미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자연산 참게잡이는 하천 언저리에 통발을 놓아 포획하는 방법과 대에 지렁이를 꿰어 게구멍에 넣어 낚는 방법을 쓴다. 수수즙을 좋아하는 습성을 이용해 알갱이가 맺히기 시작한 수수를 물속에 매달아 잡기도 한다. 참게의 종류는 동남참게 애기참게 남방참게 등 4종류로 분류되는데 그중 맛이 가장 좋은 것은 동남참게로 알려져 있다. 참게는 야행성이라 밤에 이동하면서 먹이를 섭취하며 낮에는 돌밑이나 게굴, 수초 속에 숨어 지낸다.  화개장터 화개온천 쌍계사 칠불사 불일폭포 등 관광명소가 산재한 하동은 ‘뽕 따고 님도 보듯’ 참게탕 맛도 보고 관광도 즐길 수 있어 연인이나 가족 나들이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요즘 봄바람 산들산들한 화개골 야산에선 아낙들의 녹차잎 따기가 한창이다. 산뜻한 새차 맛도 볼 수 있어 맛따라 가는 여행이 더욱 즐거운 계절이다.

 

 

<5> 통영 횟집거리

 

 

통영항은 한려수도 해양관광의 중심지이자 싱싱한 수산물이 풍부해 볼거리와 먹거리가 어우러진 ‘동양의 나폴리’다. 통영항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치를 자랑하는 항 서편의 통영운하 주변. 육지와 섬(미륵도) 사이를 흐르는 운하의 좁은 수로를 중심으로 양편 해안에는 청정해역의 자연산 회를 부담없는 값에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횟집거리가 자리하고 있다.

  미륵도쪽에서는 아름다운 통영항 전경을 한눈에 즐길 수 있다. 이곳은 80년대 중반 도남관광지 등 미륵도 개발과 함께 형성되기 시작해 현재 20여곳의 횟집이 성업중이다. 마주한 도천동쪽은 4~5년전부터 형성됐는데 여기에도 20여곳이 깨끗한 시설을 갖추고 미수동 횟집거리와 손님끌기 경쟁을 하고 있다. 통영운하 주변 횟집의 인기 비결은 타지역에 비해 값싸고 싱싱한 자연산 회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수동쪽 중간에 위치한 굴다리횟집은 이곳에 횟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초창기 문을 열어 17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원조횟집’이다. 계절마다 제철의 자연산 회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소문이 나 단골손님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통영운하 동편 입구의 해원횟집은 일대에서 가장 전망 좋은 집으로 유명하다. 고급 레스토랑에 뒤지지 않는 인테리어와 일류호텔 수준의 상차림으로 젊은층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묵은 김치 회쌈이나 쑥갓에 버무린 멸치회는 이 집만의 특미다.   통영운하를 해저터널 또는 충무교를 통해 건너면 육지쪽 해안로에 위치한 도천동 횟집거리의 새부산횟집과 영생횟집 등은 최근 생겨나 미수동쪽 횟집들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회가 준비되는동안 손님들이 소줏잔을 기울일 수 있도록 20여가지가 넘는 각종 해산물 요리를 덤으로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서 맛있는 회를 즐기고 난 뒤 30여㎞의 미륵도 일주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것도 환상적이다.

  충무교나 새로 가설된 통영대교를 건너 미륵도 왼쪽으로 길따라 돌면 유람선터미널 앞의 음악분수광장, 충무마리나리조트, 충무관광호텔이 차례로 나오고 본격적인 섬 일주도로에 접어든다. 구불구불한 도로의 왼쪽 동백나무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는 한려수도의 진수를 보여준다. 미륵도 남단에 위치한 수산과학관(이달중 개관예정)과 달아공원은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곳으로 가볼만 한 명소다.

 

 

<6> 마산 복집거리

 

술꾼들이 즐겨찾는 음식이 유난히 많기 때문에 경남 마산은 주당들의 낙원이다. ‘가고파’의 시인 노산 이은상, 가곡 ‘선구자’의 석호 조두남 선생 등 마산출신의 예술인들은 마산어시장 선창가에서 복요리와 한잔 술로 인생과 예술을 논하곤 했다.

갯내음 물씬나는 마산의 맛으로는 화끈한 매운 맛이 일품인 ‘오동동 아구찜’을 비롯, 해물 찜요리의 본고장답게 ‘미더덕찜’과 ‘대구찜’ 등이 이름나 있다. 게다가 예부터 물이 좋은 술과 장의 도시였기에 각종 안주류가 발달했는데 자연히 속풀이 위주의 탕류가 발달했다. 특히 눈 내리는 겨울밤에 복냄비 요리와 복지느러미 술, 복어회 등은 겨울의 정취로서는 최고의 요리로 손꼽혔다.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서 “어이, 시원타!”를 연발하는 민족은 아마 우리 민족 밖에 없을 터이지만 이는 마산 사람들이 복국을 먹으면서 즐겨쓰는 감탄사이기도 했다. 요즘이야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이란 곳도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식당으로서 밤을 꼬박 새워 문을 여는 곳은 마산어시장(옛 구마산 선창가 주변) 복국집들이다.

  지금은 매립돼 운치가 많이 사라졌으나 선창이 있을 때만 해도 하루종일 뱃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새벽에는 경매로 흥청대 이곳을 찾는 이들은 밤낮의 구별이 없었으며 도심에서 가까워 지금도 이곳의 복집들은 밤새 영업하는 곳이 많은 것이다. 인근 오동동 술집들이 파하는 시간인 자정 이후에 속풀이겸 한잔 더 하려는 이들이 삼삼오오 찾아들면서 복국거리는 시끌벅적해진다. 미식가와 주당들이 즐겨 먹는 복어는 저칼로리 고단백질에 저지방과 각종 무기질 및 비타민을 함유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특히 예부터 수술 전후의 회복과 당뇨병 신장질환의 식이요법 식품으로 각광받았으며 갱년기 혈전장애와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복 어가 알코올 해독은 물론 콜레스테롤 감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학술적으로도 증명됐다.

  마산 오동동 어시장 일대 복국거리에는 남영, 오동, 덕성복집 등 27개소가 운집해 있다. 산호동 자유무역지역 정문 앞 일대에도 서귀포복집 등 8군데가 성업 중이나 남성식당 등 3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곳은 이 ‘어시장 복국거리’이다.  복요리의 종류는 복국 복매운탕 복튀김 복껍질무침 복수육 복불고기 복찜 복회 등이 있으며 일반복 졸복 까치복 등 재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복국은 복어를 실오라기만한 핏줄도 없이 말끔히 제거해 냄비에 물을 붓고 백반 조각을 넣어 끊인다. 백반 조각을 넣고 끊인 물에 복어를 넣어 한번 데친 후 백반물은 버리고 간장과 참기름을 치고 볶은 뒤 물을 붓고 다시 끊여 맨 마지막에 미나리를 넣고 잠깐 가열하다가 그릇에 담아내며 식초를 곁들여 먹는다. 복어살을 썰어 반죽에 튀겨주는 복튀김, 복어껍질에 미나리 등을 무쳐주는 복껍질무침과 복불고기 북수육 복찜 복회 등은 각각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다. 복어의 독이 인체의 나쁜 균을 해독하는 역할 때문인지 담석증 환자 등이 복어를 즐겨 먹는다. 복어 요리는 정확하고 얇게 다듬는 기술과 깨끗히 손질하는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7> 창원 북동시장 국밥골목

 

 

경남 창원시 북동시장은 삶과 애환이 담긴 재래시장으로서 예전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지만 5일장이면 찾아오는 ‘왁자한 풍경’은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상인이나 장을 보러온 손님들은 흥정을 벌이다 시장기가 들면 약속한 듯이 장터 한켠의 국밥집을 찾는다. 북동시장 국밥거리는 100년의 전통을 이어온 세월만큼 맛도 일품이다. 채소전과 어물전 뒤 좁은 골목에서는 아직도 10여곳이 맥을 이어오고 있다. 평소엔 쥐죽은 듯 조용하다가도 5일마다 서는 장날이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고 국밥집에서 새나오는 구수한 냄새가 온 장터에 진동한다. 이곳 시장통의 국밥집중 5곳은 쇠고기국밥집이고 나머지는 돼지국밥집이다. 북동시장의 소국밥은 인근 마산 김해까지 알려져 있을 정도로 유명한데 모두 25~40년의 짧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다. 60~70대 노인들은 지금도 북동시장 국밥 맛을 잊지 못해 이따금씩 찾아온다.

  20여년전 간판도 없이 시장 한쪽에 터를 잡고 장사를 시작한 북면국밥집 주인은 며느리에게 대를 물렸다. 북면국밥집의 선지국밥 맛내기는 소내장과 소머리를 2~3시간씩 고아 ‘육수’를 만들어내는 일부터 시작된다. 소머리와 선지는 매일 새벽 부산 구포 등지에서 구해와 쓰고 있다. 콩나물, 무 등을 넣어 삶은 따끈하고 구수한 뚝배기 국물에 신선한 파와 양념을 얹고 밥을 말면 감칠 맛 나는 국밥이다. 국물 맛의 비결은 황소머리를 쓰는 데 있다. 일부 식당에서는 맹물에 선지만 넣고 끓여내는 경우도 있지만 반드시 황소머리로 육수를 내야 제맛을 낼 수 있다는 것. 부산까지 가서 구입하는 황소머리는 두암소보다 배나 비싸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국물이 잘 우러나 미각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요즘 흔한 게 국밥이지만 북동시장의 국밥집들은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까닭에 옛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것이 북동 국밥의 인기 비결이다. 원조할머니국밥집 역시 2대째 소국밥을 전문으로 영업중이다. 개업한지 40년이 넘어 시장내 국밥집중 가장 오래 전통을 갖고 있다. 돼지국밥도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애향국밥집은 부산 부전시장 등에서 30여년동안 국밥을 팔아오다 2년전 이곳으로 이사왔다. 이 집의 국밥 맛은 북동 토박이 국밥집의 맛과 색다른데 ‘부산의 맛’으로 알려져 이 집만 찾는 단골이 꽤 있다.

  북동시장은 창원에서 전래의 맛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북동시장에 들러 국밥 한그릇을 비운 뒤 인근 마금산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것도 좋다. 또 가족 나들이라면 인접한 동읍 주남저수지에서 희귀 철새들의 군무를 감상해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이곳은 대표적 늪지식물인 왕버들의 최대 군락지인데다 여름이면 가시연꽃 등 각종 희귀식물도 구경할 수 있다.

 

 

<8> 합천 민물고기 요리

 

 

내륙의 호반관광지 합천호는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합천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회양국민관광지를 중심으로 황매산과 금성산, 악견산 등 크고 작은 산이 호반을 둘러싸 등반코스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합천호의 사계는 저마다 최고의 풍치를 선사해준다. 연초록빛 새잎이 돋는 봄이면 화사한 꽃과 어울려 날아갈듯한 파스텔화를 빚어낸다. 드넓은 호반을 스쳐온 선선한 바람은 한여름의 열기를 식혀주고 가을 바람에 살랑이는 물결이 단풍과 어울리면 말 그대로 선경이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뒤덮이는 설원 속의 합천호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경치좋은 이곳에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합천호 일주도로변에는 갖가지 음식점이 들어서 성업중이다. 이 가운데 민물고기 전문 요리집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합천호 주변의 민물고기 요리집은 댐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88년 댐이 완공되면서 호안의 서식 물고기가 늘어 자연스레 주변에 민물고기를 재료로 하는 음식점이 늘어났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민물고기 요리는 주로 붕어 잉어 송어 메기찜이나 회, 탕 종류이다. 미식가들은 빙어회나 쏘가리 빠가사리탕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민물고기 요리를 찾아 이곳에 오기도 한다. 무를 큼직하게 썰어넣고 펄펄 끓인 뒤 손질한 고기를 넣어 끓이면서 호박이나 양파 풋고추, 비린 맛을 없애기 위해 쑥갓이나 방아잎을 넣어 조리한 매운탕은 그 매큰하고 시원한 맛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돋운다. 찜은 감자나 무를 뚝배기에 썰어 깔고 양념장이 고깃살에 배도록 낮은 불에 충분히 졸인 뒤 대파와 양파같은 양념채소를 넣어 조리한다. 이때 수제비를 넣으면 담백한 맛이 더한다. 

  붕어 잉어 메기 등의 민물고기 요리는 비교적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즐길 수 있지만 청정수에서 잡아낸 빙어와 쏘가리 빠가사리는 이곳이 아니면 맛보기가 쉽지 않다. 빙어는 매년 12월초부터 이듬해 2월까지만 잡히기 때문에 이때가 아니면 맛 볼 수 없다. 펄쩍펄쩍 뛰는 빙어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다 잘못하여 놓치기라도 하면 옷을 버리는 낭패를 당하기 때문에 앞치마를 둘러야 하지만 신선한 회맛은 그만이다. 대량양식이 되지않는 쏘가리는 잡히는 양이 적어 꽤 비싼 편이지만 쫄깃쫄깃한 고기맛과 얼큰한 국물맛이 미식가들을 사로잡고 있다. 또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빠가사리 매운탕은 기름기가 적어 담백한 맛을 내기 때문에 한번 먹어본 사람들이 다시찾는 합천호의 특선요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합천호 주변의 민물고기 요리집들이 내놓는 밑반찬은 토속적인 옛맛으로 요리 못지않은 별미를 자랑한다. 된장단지에 넣어 절인 고추나 깻잎, 절인 오이 열무김치는 물론 취나물이나 고사리나물 죽순나물 머위잎 등 계절따라 채취되는 남새와 나물이 식탁에 올라 민물고기 요리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9> 진주 장어구이

 

 

진주 남가람(남강)은 이름에 걸맞게 그 흐름도 아름답다. 상류 진양호 물이 항상 유유히 흘러 진주성 아래선 뱃놀이를 즐길 수 있고 밤이면 조명받은 아치형의 진주교와 천수교가 남강과 어울려 황홀한 야경을 빚어낸다. 촉석루와 의기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투신했다는 의암 등 임진왜란 유적들을 구경하고 성밖으로 나오면 강변에 즐비한 장어구이집들을 만난다. 석쇠불에 구워내는 장어의 고소한 냄새가 발목을 잡는데 여기가 성지동 장어구이 거리다. 진주 사람들은 외지 손님에게 남강의 장어구이 맛을 선사하고 싶어하고 한번 맛을 본 손님들은 잊지 않고 다시 찾는 명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성지동 장어구이집들은 진주교 건설 전 배다리 밑에서 평상을 펴고 장사를 하다 진주성지 정화사업으로 도로가 나고 고수부지가 정비되면서 자연스레 들어서 50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11곳의 구이집이 성업중이다. 성지동 장어구이 맛은 양념, 소스를 만드는 주인의 손맛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업소마다 독특한 맛으로 미각을 돋운다. 관광객이 모여드는 토요일과 일요일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밤늦도록 문전성시를 이룬다.

 성지동에서 쓰는 장어는 대부분 남해안 청정해역인 사천만 일대에서 어민들이 잡아 올린 싱싱한 갯장어다.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눈코 뜰 새가 없어 집집마다 4~5명씩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데 장어를 장만하는 이들의 리드미컬한 손놀림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석쇠에 올려 5분 가량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는 초벌구이를 한 뒤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대형 냉장고에 넣어 이틀정도 급랭시킨다. 양념을 자주 발라 구워내는 방법도 특이해 요리방법에서 다른 지역과 차이가 있는데 이 또한 이곳만의 노하우로 맛의 비결이다.

  양념장어구이는 장어머리와 큰멸치 양파 계피 감초 등 한약재를 넣고 푹 삶아 낸 육수에 간장 고춧가루 생강 마늘 참깨 등을 다져 넣어 만든 양념장을 급랭시킨 장어에 발라 다시 석쇠에 5~7분 가량 구워 내면 된다. 업소에 따라 다르지만 이때 양념을 3~5차례 발라 장어살속에 잘 스며들게 하면 최상의 맛이 난다고 한다. 양념구이 맛은 대체로 매콤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섞여 있는데 희한하게 뒷맛은 깔끔하다. 소금구이는 양념구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육수를 만든 뒤 참기름 마늘 참깨 등을 넣어 소스를 만들고 초벌구이해 급랭시킨 장어에 발라 다시 구워 낸다. 고춧가루가 첨가되지 않아 맵지 않고 느끼하지 않으며 맛이 구수한 것이 특징이다.

  2대째 대물림한 일미장어는 성지동 장어구이집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장어구이의 재료로 사용하는 갯장어는 잔뼈가 없어 큰 뼈와 머리를 잘라내고 조리하면 노인과 어린이도 먹기가 좋아 여름철은 물론 사시사철 스태미너식으로 최고라며 “이곳 장어구이 맛은 어느 곳에서도 흉내내지 못한다”고 자랑했다. 성지동 장어구이거리에선 갯장어와 함께 민물장어 양념구이와 소금구이도 맛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의 진미는 역시 갯장어구이다.

 

 

<10> 밀양 재약산 흑염소촌

 

 

‘영남알프스’의 한 맥을 이룬 경남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 재약산은 해발 1,118m의 수미봉과 1,189m의 사자봉으로 우뚝 솟아있다. 신라 흥덕왕의 세째왕자가 병을 얻자 전국의 명산 약수를 두루 찾다가 이곳에 이르러 약수를 마시고 병이 나았다해서 재약산이라 부르게 됐다고 전한다. 재약산은 서쪽 사자봉과 붓바위 아래 동쪽으로 광활한 산상 초원을 이룬 사자평, 북쪽 산록에 유명한 밀양 얼음골과 남쪽에 표충사를 안고 있는 명산. 표충사는 신라 진덕여왕 8년(654년)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고려 충렬왕 때 일연국사가 1천여명의 승려를 모아 수도했다는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찰로 관광객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고 있다. 사자평 분지에는 ‘밀양의 맛’으로 널리 알려진 별미가 숨어있다. 재약산에서 방목한 흑염소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수십년 전부터 재약산의 명성과 함께 표충사 사하촌에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한 흑염소 요리식당은 어느덧 전문식당가를 형성해 흑염소촌으로 불리고 있다. 이곳에선 재약산에서 방목한 흑염소를 재료로 쓰고 있는데 맑은 물과 이름모를 수많은 약초를 먹고 자라 다른 지역에서 키워진 흑염소와는 육질부터 차이가 있다. 여성의 산후조리와 손발이 찬 사람에게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스태미너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흑염소 요리는 건강식품으로 자리매김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표충상가내 흑염소요리 전문식당은 약산가든, 토담집, 청산장식당 등 10여 곳. 관광단지 주차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흑염소 식당가가 눈길을 끈다.

  흑염소 요리는 내장수육, 육회, 불고기, 곰탕 등 4가지로 제공된다. 각종 약초를 넣어 끓여낸 곰탕이 일미다. 흑염소 육회와 불고기와는 별도로 내장수육은 마리째 구입해야 맛볼 수 있다. 흑염소는 특유의 냄새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없애는 기술이 필요하다 역한 냄새로 인해 자칫 입맛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 반드시 숯불과 석쇠를 이용해 고기를 구워내는데 이때는 냄새가 오히려 독특한 맛을 내 먹어본 사람들이 다시 찾도록 해준다.  재약산에 방목, 다른 지역보다 싼 마리당으로 팔고 있다. 흑염소를 마리째 구입할 경우 약간의 청소비만 내면 1박2일간 민박도 가능해 큰 부담없이 재약산과 표충사 등 인근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또 이곳 전문식당가에선 흑염소 요리와 함께 재약산에서 뜯은 각종 산나물을 넣어 만든 산채비빔밥도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매표소~표충사~홍룡폭포~층층폭포~고사리분교~재약산~능선안부를 거쳐 매표소(4시간30분 소요)로 내려오는 재약산 등산코스는 가히 절경으로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활력소가 되고 있다.

 

 

<11> 함양 안의갈비탕촌

 

 

경남 함양군 안의면 상남리 용추계곡은 ‘전국 10대 아름다운 계곡’ 중의 하나로 선정된 명소이다. 용추계곡을 경계로 마주선 기백산과 황석산은 빼어난 절경으로 전국의 관광객을 유혹한다.황석산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지리산 천왕봉, 북쪽으로는 남덕유산이 손에 잡힐 듯 구름위에 펼쳐져 선계에 온 듯하다. 젖은 땀을 식히며 하산하면 안의면 대대리 등산로 입구쯤에서 구수한 냄새가 발목을 잡는다. 이곳이 유명한 안의갈비탕촌이다. 안의갈비탕촌은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코스중의 하나다.

  면소재지에 20여평 규모의 한옥에서부터 100평 이상 되는 대형 한옥 갈비탕집까지 12곳이 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어릴적 살던 시골집 그대로여서 향수와 정취를 자아낸다. 그릇 가득 밥을 퍼주는 할머니의 마음에도, 정갈한 반찬을 소담스럽게 담아주는 며느리의 손길에도 인심이 넘쳐 정겨운 맛을 더해준다.  30~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안의 갈비탕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된 것은 전통에 걸맛는 감칠맛 때문이다. 갈비탕 끓이는 과정이 색다르다. 우선 정성스레 손질한 한우 갈비만을 30여분간 센 불에 끓여 냄새를 없앤 뒤 맛을 돋우는 갖은 양념을 더해 약한 불로 6시간 이상 서서히 달인다. 진국을 우려 내는데 끓이는 과정과 양념이 맛의 비결이다. 또 다른 지역의 갈비탕집과는 달리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으며 신선한 재료와 조상들이 쓰던 맛내기 방법을 비법으로 전수하기 때문에 더욱 독특한 맛을 내는 것이 안의갈비탕의 특징이다.  

  이곳에선 도가니에 1년간 삭힌 된장고추에 잘 익힌 콩비지장와 청국장을 1년 내내 맛볼 수 있는데 여기에 삭힌 콩잎과 장아찌까지 곁들여 금상첨화다. 특히 알맞게 숙성시킨 깍두기 김치와 시원한 국물김치는 갈비탕과 함께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주변의 농월정, 황석산성, 용추사 등은 연간 30만여명이 몰리는 가족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12> 거제 다대 어죽촌

 

 

밀물 때면 마당 끝으로 파도가 넘실대는 아담한 해변 마을. 거제대교를 지나 명승 해금강쪽으로 30분쯤 달려가면 해금강 못미쳐 오른쪽으로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고 바다 가운데 떠있는 듯한 어촌이 나온다. 한때 어촌 현대화사업의 모델로 주목받았을 만큼 마을 구석구석이 깔끔하게 정비된 경남 거제시 남부면 다대마을이다. 다대마을은 전형적인 어촌으로 143가구 400여명의 주민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다. 대형 방파제가 마을을 싸안아 마을 밖에서 내려다보면 물위에 뜬 해상의 소도시처럼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는데 일몰과 낙조 광경은 그대로 한폭의 그림이다. 마을 너머 바다쪽 어항엔 20여척의 낚싯배가 매여 있고 마을 주변에 6개의 횟집이 늘어서 있다. 회와 생선으로 끓인 ‘어죽’으로 유명한 다대 어죽횟집들이다.

  어죽은 낚시나 정치망으로 갓 잡아온 싱싱한 활어로 끓인다. 흰살 생선으로 만들어야 제맛이 나기 때문에 주로 볼락, 도미, 광어, 우럭, 감성돔 등 고급 어종을 재료로 쓰지만 참돔 등 큰 생선뼈를 이용하기도 한다. 어죽은 깨끗하게 장만한 활어에 맵쌀을 넣고 국물이 하얗게 우러날 때까지 20~30분동안 고아낸 뒤 다진 깨소금과 구운 김가루, 대파를 썰어 넣어 간을 맞추면 된다. 다대마을 횟집 주인들은 모두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들로 자연스레 손맛을 대물림했다. 때문에 이들이 끓여내는 어죽은 어촌에서 ‘주식’삼아 온 전통의 맛이기도 하다. 뼈가 굵은 고기로 끓인 어죽일수록 깊은 맛이 있다며 이 마을 횟집에서는 대부분 낚시로 잡아온 씨알좋은 도미와 광어 우럭 등을 사용하는데 대물림한 비법으로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다고 자랑했다.

 특히 5월부터 9월 사이 해금강 일대에서 잘 잡히는 도미는 육질이 단단해 횟감으로도 일품이라며 도미 뼈를 고아낸 어죽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어죽은 그릇당 1만~1만5천원 선. 어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잘익은 갈치젓과 이곳 가라산 일대에서만 나는 희귀나물 곤달비 등 밑반찬도 어죽 못지않게 미식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횟집에서 바라보이는 탁 트인 대한해협과 눈이 시리도록 푸른 청정해역은 일상을 잊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그만이어서 사철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다대마을에선 민박도 가능하다. 해금강과 여차 몽돌해변 등 인근의 명승 관광과 거제 최고봉으로 한려수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가라산 등반도 할 수 있어 주말 가족쉼터로 제격이다. 국도 확장과 대전~진주 고속도로 개통 등 교통이 편리해져 수도권이나 충청지역 등 외지 관광객이 부쩍 늘고 있는 추세여서 예약하는 것이 편리하다.

 

 

<13> 양산 배내골 백숙촌

 

경남 양산시 원동면 배내골의 다른 이름은 ‘이천골’이다. 제약산 가지산 신불산 간월산의 요동하는 산세가 20㎞에 이르는 긴 협곡을 빚어 청정계곡과 빼어난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은 ‘원동배내골’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배내골의 한 계곡은 마치 전라의 여인이 요염한 자태로 누운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한 풍수가가 전하기를 “이 계곡은 기묘한 기를 방출하니 간혹 기거하면 무궁무진한 에너지가 충전되어 운이 따르고 병약자는 건강해지며 정치가는 권세를 누리고 남아는 호남아로, 여아는 절세가인으로 성장할 명당”이라 했다 한다. 믿기 어려운 속설은 제쳐두고 수려함만으로도 세인을 끌기에 충분한 터라 명산약수에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배내골에는 백숙집 등 보신 음식업이 성업중이다.

  지난 2000년 11월 배내골은 밀양댐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계곡에서 일체의 취사행위나 입수가 금지되고 있지만 백숙도가니를 받쳐들고 차디찬 명경지수에 두발을 담그면 신선이 부럽잖던 때도 있었다. 이곳의 백숙집은 양산 배내골~울산 상북면 도로가 포장된 지난 80년대 말부터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농암대가든, 대추나무집, 금천울막, 약수터가든, 수림가든 등 20여개 업소에 이르고 있다.

  백숙은 3개월 정도 기른 토종닭으로 끓여 내는데 이를 ‘영계백숙’이라하여 닭요리중 으뜸으로 친다. 백숙집들은 옻백숙과 한방백숙, 일반백숙으로 나눠 팔고 있는데 한방백숙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름철 손님이 선호하는 음식으로 가장 인기있는 메뉴이다. 한방백숙은 구기자 감초 등 15가지 한약재와 찹쌀을 담은 삼베주머니를 닭 속에 넣어 묶고 압력솥으로 30분 정도 가열, 한약성분이 닭살에 스며들도록 끓인다. 따로 우려낸 곰국에 당근 양파 감자를 썰어 만든 찹쌀백숙죽은 맛이 일품이다. 인삼 황기 대추 등 다양한 한약재를 손님의 입맛에 따라 넣어주는 맞춤요리도 제공하고 있다. 옻닭도 배내골 백숙집들이 자랑하는 요리중 하나. 경북 울진, 강원도 산지에서 구입한 옻가지를 40분 정도 끓여 진액을 빼내 쓰는데 먹는 사람이 옻을 타지 않도록 하는 비법이 따로 있다. 식전에 따로 제공하는 옻국은 위를 따뜻하게 해 숙취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업소에서는 민박도 가능한데 방의 크기에 따라 다소 비싸다. 이곳을 찾을 때는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 이후 오염행위 단속이 크게 강화돼 물놀이가 금지되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3월 양산~배내골 군도 4호선이 개통돼 교통도 크게 편리해졌다. 석남사, 밀양얼음골 등 유명 관광지와도 30분 이내의 거리에 있고 올초 배내골~밀양댐 도로가 신설돼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14> 진해 복요리

 

 

‘해군의 도시’인 경남 진해지역의 복어요리는 식당마다 다양하고 독특한 요리법으로 정평이 나있다. 망망대해에서 오랜 함정생활로 지친 해군들이 스트레스와 피로를 푸는 마지막 코스는 으레 복국식당이었고 자연스럽게 복어를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맛거리가 형성됐다. 요즘은 복요리 식도락가들이 늘면서 전문요리점이 시내 전역으로 확산됐지만 해군부대 관문인 진해시 충무동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한 복국거리는 지금도 옛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만호복집은 복요리 가운데 변함없는 인기 메뉴인 복지리와 복매운탕으로 유명하다. 독성을 없애주는 미나리에 콩나물을 듬뿍 넣어 끓인 뒤 팽이버섯, 배추, 쑥갓 등 야채로 맛을 낸다. 기름기가 없는 생선인 복어 특유의 담백한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복매운탕보다 복지리가 좋다는게 만호복집 주인의 귀띔이다.

  복매운탕과 복지리가 전통의 맛이라면 복어불고기, 복어샤브샤브, 어린 손님을 위한 복까스는 현대인의 미각에 맞춘 퓨전요리다. 버섯, 양파 등 야채에 태양초로 빚은 고추장과 갖은 양념을 버무려 만든 소스를 발라 숯불에 구운 불고기 맛은 복어 특유의 산뜻한 맛에 매콤한 맛이 스며 미식가를 사로잡는다. 사계절복집은 이런 복어불고기와 얇게 썬 복어살에 밀가루 반죽을 발라 튀겨낸 일명 복까스가 특미다. 금수복집은 다양한 퓨전 복요리를 비교적 저렴한 코스로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 수육, 복불고기, 복튀김, 복어살을 잘게 썰어 만든 쌀죽이 차례로 나와 다양한 복요리를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삼호복집은 깔끔한 시설에 푸짐한 맛배기 반찬으로 단골이 많다.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복튀김, 복껍질무침이 나오고 아귀찜처럼 콩나물을 넣어 매큼하게 무친 복찜도 별미다.

  복어 마니아들이 즐겨찾는 복어회는 지방질이 적고 미네랄이 풍부하며 담백한 단맛이 있다. 회를 종잇장처럼 얇게 써는 것은 비싼 가격때문이라는 우스개가 있지만 두껍게 썰면 육질이 질겨 고유의 회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라 한다. 일반 생선회는 곧장 포를 떠 먹는게 맛있지만 복어회는 24~36시간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을 좋게 하는 성분인 니노신산 함량이 최고에 달해 글루탐산과 상승작욕을 일으켜서 맛이 더 좋아진다는게 복어 조리사들의 설명이다.

  진해시가지와 조금 떨어진 용원동의 미락정은 생복요리로 이름나 있다. 부산과 가까워 부산지역에서온 손님들로 방잡기가 힘들 정도다. 수족관에서 직접 복어를 고를 수도 있고 복샤브샤브 등 정통 생복요리를 접할 수 있다. 생복 샤브샤브는 큼직한 채반을 걸쳐놓고 복과 버섯, 미나리와 콩나물 등 야채를 푸짐하게 얹어 쪄낸 다음, 쫄깃한 복수육과 향긋한 소스를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담백하고 순한 맛에 복요리를 잘 모르는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 15> 김해 흥동 먹거리촌

 

 

경남 김해시 흥동 일대는 ‘먹거리 백화점’이다. 민물매운탕 횟집 한정식 숯불고기 삼계탕 오리구이 칼국수 등 김해시내에 흩어져 있는 별미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듯해 이곳에선 분위기와 취향에 따라 메뉴를 택할 수 있다. 전하교~서김해 인터체인지에 이르는 이 일대가 새 먹거리촌으로 떠오른 것은 2~3년 전부터. 이전엔 비닐하우스 재배지였으나 90년대말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택지가 조성된 후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40여곳으로 늘었다. 음식점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곧게 뻗은 도로변에는 갖가지 요리점이 늘어서 야간엔 네온사인이 별천지를 연출하기도 하는 이곳은 부산에서 20분 거리다. 한 음식점 주인의 말처럼 “어제 육류를 즐겼다면 오늘은 가벼운 칼국수, 내일은 정갈한 한정식으로 입맛을 맞출 수 있는 곳”으로 주민들의 외식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김해는 경남 최대의 양돈지역인데다 태강산업 김해축산물공판장 등 인근의 대규모 도축시설이 있어 이 지역 육류의 신선도와 뛰어난 육질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한우마을은 김해지역 육류의 선도가 탁월하다는 이점을 살려 음식점 한쪽에 정육을 전시, 손님들이 부위별로 고를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끈다.오리궁전, 동강부부오리촌 등 오리요리점은 양념구이 소금구이 오리백숙 오리탕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특선요리인 황토오리구이는 3~4시간전에 예약해야 제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한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흙마루는 회 수수빈대떡 전복 해삼 갯가재 튀김 갈비찜 등 30여가지 요리를 선보인다. 흥동제주생갈치는 갈치찌개나 갈치구이에 비름나물 취나물 등 10여가지의 나물반찬이 푸짐하다. 이곳 갈치찌개는 얼큰한 탕에 수제비까지 곁들여 추천할만하다. 흥동 먹거리촌은 통나무 기와 흙담으로 꾸민 전통가옥풍에 아늑한 정원을 갖춘 이색건물로 맛을 더하고 볼거리도 제공한다. 뜨락엔 야외식탁에 갖가지 조명과 분수대로 단장했는가하면 실내장식도 고풍스럽거나 산뜻해 가족 외식이나 연인 친목회의 모임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식후엔 주변의 카페에서 한잔의 차로 맛과 멋을 더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김해시는 흥동 일대에서 옛 가야의 정취와 맛을 느낄 수 있는 ‘전통음식의 거리’로 조성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새로 들어서는 음식점은 전통음식과 한옥 양식을 갖추도록 하고 전하교와 서김해 입구에 2개의 일주문을 세워 풍치를 꾸민다는 계획이다. 소나무와 포구나무 등으로 가로를 단장하고 순환버스 운행도 구상중이어서 흥동 먹거리촌은 머지않아 가야의 풍미가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16> 방어진 도루묵요리

 

 

공업도시 울산에서만 제맛을 볼 수 있는 요리 가운데 고래고기 다음으로 손꼽히는 것이 도루묵이다. 도루묵은 명태와 함께 동해에서 주로 잡히는 농어목 도루묵과의 생선. 생김새가 강에서 잡히는 은어와 비슷하다. 크기는 보통 15~26㎝. 등은 황갈색 바탕에 일정한 모양이 없는 흑갈색 무늬가 있다. 배는 은백색으로 비늘이 없이 다소 미끌미끌한 것이 특징이다. 캄차카반도 사할린 알래스카 등 러시아에서 우리나라 동해, 일본을 거치는 회유성 어종으로 깊고 깨끗한 해저 돌틈이나 모래밭에 무리지어 서식한다. 울산에서는 ‘돌메기’, 함경도 지방에서는 ‘도루맥이’로 불리며 지역에 따라 도루묵이, 도루매이, 은어 등 다양한 방언을 갖고 있다.

  도루묵이라 불리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400여년전 임진왜란 당시 선조임금이 의주 몽진중에 처음보는 생선을 먹게 됐는데 하도 맛이 좋아 이름을 물어보니 신하가 대답하기를 ‘묵’이라 했다. 맛에 비해 이름이 보잘 것 없다고 느낀 선조는 그 자리에서 ‘은어(銀魚)’라 부르도록 했는데 전쟁후 대궐로 돌아와 다시 먹어보니 예전 맛이 아니어서 “도로 ‘묵’이라 불러라”고 명한 데서 유래한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지금도 흔히 잘 진행되던 일이 수포로 돌아간 경우를 가리켜 ‘말짱 도루묵’이라고 한다. 도루묵은 한때 천한 생선으로 취급받았지만 원폭치료에 효험이 있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수십년 전부터 일본으로 수출돼 국내서는 조기보다 귀한 생선이 됐다.

  울산에서도 도루묵을 맛보려면 동구 방어진(지금의 방어동)으로 가야 한다. 방어진 선창가엔 예부터 어부들을 상대로 밥을 파는 10여개의 조그만 식당들이 늘어서 있는데 이곳에서 도루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식당의 외양은 허술해도 보통 20~50년 묵은 곳들이다. 방어진수협내 ‘수협구내식당’과 몇년 전까지 ‘할매식당’으로 불리다 지금은 이름이 바뀐 수협 인근 ‘어민식당’, 맞은편 ‘미림식당’ ‘동진식당’ ‘미진식당’등이 유명하다. 방어진항 인근의 ‘부산식당’과 최근 생긴 현대중공업 해양2공장 앞 ‘세옥정’도 널리 알려져 있다.

  도루묵은 주로 찌개(조림)나 구이를 하며 튀김이나 탕수육으로 요리하기도 한다. 참조기맛과 비슷하지만 육질이 탄탄하고 쫄깃해 미식가들은 오히려 ‘한수 위’라는 평을 내린다. 도루묵은 타지에서 구경하기 힘든데다 다른 생선에서는 느낄수 없는 담백하고 감칠 맛이 있어 한번만 먹어보면 누구나 반한다”며 “외지손님들에게 특별한 울산의 맛을 보여주려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 요리방법은 일반 생선요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찌개는 다소 크고 굵게 썬 무우를 냄비바닥에 깔고 간장과 고추장 고춧가루 마늘 양파 등의 양념장을 끼얹어 약간 걸쭉할 정도로 끓여내면 된다. 구이는 프라이팬이나 석쇠에 일반 생선을 구울 때처럼 소금을 약간씩 뿌려가며 굽는다. 주의할 점은 타지 않도록 해야 한다.

 

 

<17> 마산 오동동 아구찜

 

 

아구찜은 마산을 상징하는 먹거리이다. 남해안의 풍부한 수산물에 무학산의 맑은 물과 공기, 후덕한 인심과 함께 이 고장 특유의 음식문화를 형성해 왔다. 특유의 화끈하고 매운 맛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궈 온 아구찜은 지난해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마친 후 부산아시아게임 등을 앞두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홍보를 벌이고 있다.

  아구란 아귀의 경상도 사투리로 커다란 입에 비해 작은 몸통으로 그 생김새가 무척 험상궂은데다 무섭게까지 보여 이름 그대로 아귀를 연상케 하는 바다고기이다. 아귀가 마산의 먹거리로 자리잡은 데는 전설같은 내력이 전해온다. 60년대 이전의 마산만은 아귀가 다른 물고기와 함께 무진장 잡혔는데 어부들은 잡은 아귀를 육지에 싣고오면 버리기엔 아깝고 먹자니 징그러워 결국 썩힌 뒤 거름으로 쓰기도 했다. 생선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어느 ‘할매’가 요리하기가 쉽지 않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귀를 보고 궁리끝에 이를 삐들삐들 말린 후 뼈째 주욱주욱 찢어 솥에 앉히고 산나물 미나리와 향긋한 미더덕 등을 섞은 뒤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쪄냈다. 맛이 천하의 별미였고 이것이 바로 마산 아구찜의 원조가 됐다.

  단백질이 풍부한 아구찜은 콩나물 미나리 채소 등과 혀를 톡쏘는 매운 고추가루 맛이 한데 어울려 매큰하고 담백한 맛이 한층 입맛을 돋군다.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매운 맛은 불의를 참지 못하며 무뚝뚝하고 화끈한 마산사람의 기질에 비유되기도 한다. 아귀요리는 아구찜을 비롯, 아구의 입과 내장을 뺀 다음 칼집을 내 채소 무 된장 해물과 함께 끊이는 아구탕이 시원한 맛으로 인기가 높다. 아귀 새우 낙지 굴 고동 파 당근 양배추 버섯 배 등을 섞어 만든 아구해물볶음은 어린이 건강식으로 제격이며 아구불고기전골에 밥을 볶아 먹는 맛 또한 별미다. 애주가들은 아귀의 담백한 맛을 음미하기 위해 아구수육을 즐겨 찾는다. 최근 개발된 아귀요리로는 아구불갈비가 있는데 아귀와 내장을 5㎝ 정도로 포를 떠서 갈비를 만든 후 갖은 양념에 버무려 불판에 구워 먹는다. 맛이 새로운 아구불갈비는 술안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마산 오동동(동서동) 일대에는 대를 이어 운영하는 아구찜 전문음식점들이 많다. 동아극장과 코아양과 사이에는 오동동아구할매집본점, 새진짜아구찜, 진짜아구찜, 화끈우정아구찜, 새천년꽃게아구찜, 초가별관, 전원아구찜, 오동동진짜초가집원조아구찜, 구강할매아구찜, 김진사아구찜 등이 별미와 전통을 내세우며 미식가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18> 사천 백합요리

 

 

진주에서 국도를 따라 달리다 사천공항을 지나 삼천포항쪽으로 15분 가량 더 가면 네거리에 선진리성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서 있다. 남해바다를 향해 축성된 사적 제50호 선진리성 아래 해변의 조그마한 항구. 바로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이 맨처음 출전했던 선진포구다. 선진리 벚꽃 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사천만의 막내항구인 선진포구는 백합요리로 꽤 이름이 알려졌다. 이곳엔 20여곳의 백합요리 전문식당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사천만은 예부터 백합과 굴 산지로 조선시대에는 왕실에 진상했을 만큼 명성을 얻었으나 남강댐 축조와 진양호의 민물이 사천만으로 방류되면서 서식환경이 달라져 지금은 백합이 귀해졌다. 생합, 대합, 화합, 문합, 무명조개 등으로도 불리는 백합은 콜레스테롤 제거 효능을 지닌 ‘타우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천연건강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은 조개이다. 탁한 뻘밭보다는 맑은 바다에서 살고 속살이 희다 하여 백합이라 불리는데 개운하고 쫄깃한 맛이 여느 조개에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백합탕과 백합죽은 속풀이에 탁월한 효과를 지녀 입맛 깔깔한 음주 뒷날 숙취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이곳 백합전문요리 횟집들은 백합죽과 백합구이 백합회 등을 다양하게 요리해 주고 있으며 백합죽은 여름철 가족들의 건강식의 하나로 피서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포구에 매인 6~7척의 배는 매일 사천만 개펄에서 백합을 잡아올리는데 척당 하루 30~40㎏을 채취, 현지 식당에 공급하고 있다. 백합죽은 찹쌀에 백합을 넣고 인삼 대추 잣 밤 마늘 등과 함께 끓이며 소금이나 간장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백합에서 우러난 짠맛만으로 간이 맞아 고아한 맛을 낸다. 백합 생회는 특유의 향긋함과 감칠맛이 절로 군침을 돌게 한다. 회를 먹은 후 우윳빛이 도는 백합 국물을 들이키면 짭짤함이 바다 맛의 극치다. 매운 생고추를 찧어넣고 맑게 끓인 백합탕, 속살을 은박지로 싸서 쪄낸 백합찜도 일품이다. 불에 굽는 백합구이도 위에 부담이 없고 소화가 잘돼 인기다.

  백합죽은 철분이 많아 빈혈에 좋고 핵산과 세포발육에 필요한 단백질이 많아 노화방지에도 큰 효과가 있고 여름철 보양식으로 많이 찾는다. 선진포구 앞에 펼쳐진 사천만, 넘실대는 파도 구경도 낭만을 더한다. 횟집 뒤편으로 5분이면 오를 수 있는 선진리성과 2㎞에 이르는 벚나무 터널도 장관이어서 가족과 함께 찾아볼만하다.

 

 

<19> 창원 꽃게 식당 골목

 

 

예로부터 심장병 예방 등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꽃게가 최근에는 키토산 물질이 다량 함유된 건강 보양식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여름철 별미로 각광받고 있다. 경남 창원시 중앙동에는 꽃게 전문 요리식당 4~5곳이 성업 중이다. 이곳은 지형상 5개 도로가 합쳐진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고 해서 ‘중앙동 오거리 꽃게식당 골목’이라고 불린다. 20년밖에 안된 짧은 창원시 역사이지만 인근 마산에서 게 요리점을 하다 이전한 사람들이 많아 특유의 바닷사람 ‘손맛’이 요리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영덕대게하우스, 소문난옛날꽃게찜, 원조꽃게탕, 꽃게탕, 초가집 등 다양한 이름의 전문점이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변한지 오래다. 식당마다 꽃게탕, 꽃게찜, 꽃게수육을 대표음식으로 내놓고 있는데 재료는 도내 최대 수산물 집하장인 마산어시장 등에서 골라 온다. 요즘은 냉동상태의 꽃게를 사용하기도 한다.

  꽃게찜은 몸통이 단단한 ‘돌게’를 재료로 쓰며 참게장과 멸치, 동치미국물 등 맛깔스런 반찬이 따라 나온다. 꽃게 요리는 단단한 껍질을 깨고 속살을 파내 먹도록 고안된 ‘집게’ 등 여러가지 장비(?)가 나오는게 일반 음식과 다르다. 이때문에 특유의 맛뿐 아니라 집게로 껍질을 부수고 하얀 속살을 파내 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식당주인은 “딱딱한 껍떼기를 부수는 과정에서 양념이 옷에 튀기 십상이라 귀한 손님을 초대한 자리에서는 조심하는 게 필수”라고 귀띔한다.

  꽃게탕은 마늘 파 미나리 옥수수전분 등 갖은 양념이 들어가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꽃게수육은 쟁반에 콩나물을 깔고 그 위에 꽃게를 얹어 나오는데 양념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 담백한 속살 맛을 즐기는 식도락가나 어린이들의 영양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게살 속에 함유된 키틴질이 암, 심장병, 고혈압, 당뇨 등에 효과가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뜨거운 여름철 ‘이열치열’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은 게요리가 제격이다.

  이곳에서 북동쪽 8㎞ 지점에 철새낙원인 주남저수지가 있다. 지금은 여름철새인 백로 등을 만날 수 있으며 특히 저수지 가장자리에 국내 식물중 잎이 가장 큰 가시연꽃, 노랑어리연꽃 등 수백종의 다양한 식물군락을 볼 수 있어 자녀들의 자연체험학습에 더없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남쪽으로 6㎞ 지점에 위치한 삼귀동 해변에서 뉘엿뉘엿 기우는 낙조 감상도 권할만 하다.

 

 

<20> 통영 굴솥밥.멸치밥

 

 

시끌벅적한 피서시즌이 끝나가는 쯤에 여유를 갖고 한려수도 다도해의 정취를 찾아 통영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통영지역을 대표하는 독특한 먹거리로 ‘충무김밥’을 들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최근 외지인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가 있다. 통영의 특산물인 굴과 멸치로 조리되는 ‘굴솥밥’과 ‘멸치밥’이 바로 그 것. 통영시내에는 굴수협과 멸치잡이 기선권현망수협이 각각 지정한 굴요리와 멸치요리 전문집이 한 곳씩 있다.

  굴요리는 통영시가지 초입인 북신만 신시가지내 통영소방서 건너편에 있는 ‘향토집’, 멸치요리는 멸치잡이 어선들의 집결지인 동호항 인근 정량동 통영관광호텔 입구의 ‘멸치마을’이 유명하다. 통영항 인근에 있다가 최근 신시가지쪽으로 옮겨온 향토집은 모든 메뉴를 굴로 조리하고 있는 게 특징. 청정해역인 통영과 거제연안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굴로 만든 굴솥밥을 비롯해 굴회 굴전골 굴전 굴뚝배기 굴튀김 굴찜 등 음식수만도 10여가지에 이른다.

  굴요리의 대표격은 굴솥밥. 1인용 돌솥에 굴을 듬뿍 넣고 만든 솥밥으로 여기에 굴 엑기스를 뽑아 섞은 양념간장을 살짝 쳐서 먹으면 굴향이 사라지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고소한 맛을 낸다. 비슷한 음식으로 울릉도에서 맛 볼수 있는 ‘홍합밥’을 연상하면 된다. 굴찜은 굴과 함께 각종 해물, 콩나물 등 야채를 듬뿍 넣어 매콤하게 만든 것으로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맛을 갖고 있다. 굴전골은 굴과 쇠고기가 어우러진 시원한 국물이 인상적이고 굴전도 싱그러움이 넘친다.

  굴요리와 함께 통영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멸치요리 전문집인 멸치마을은 3대에 걸쳐 멸치잡이 기선권현망 선단을 운영해 온 선주집이 운영하는 곳. 이 곳 역시 멸치를 빼놓고는 요리를 이야기 할 수 없다. FDA(미연방식품의약국)가 승인한 청정해역에서 어획된 무공해 멸치만을 주재료로 취급해 찾는 사람이 많다. 대표 음식은 잔멸치(세멸)와 김 계란 노른자 참기름 등이 들어간 멸치밥이며 이외에도 멸치회덮밥 멸치죽 멸치구이 멸치전 등 16가지의 멸치요리를 맛볼 수 있다.

  술안주감으로 단연 인기를 끌고 있는 멸치구이는 15~20㎝ 크기의 싱싱한 생멸치를 이용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으로 꼽힌다. 특히 쟁반위에 내놓는 자르르한 기름기가 느껴지는 멸치구이는 언뜻 작은 꽁치구이를 연상시킨다. 잔멸치를 볶은뒤 찹쌀과 멥쌀을 함께 넣어 갈아서 끓인 죽에 참기름과 김가루 깨소금 등을 넣은 멸치죽은 건강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통영산 멸치는 청정해역에서 어획된 자연식품으로 성인병을 예방하는 회분과 핵산 등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타우린과 칼슘의 함유량이 월등해 성장기의 어린이나 임산부, 노약자는 물론 건강생활을 지향하는 현대인에게 자연의 맛을 안겨 주는 칼슘의 보고. 최근에는 지역민과 출향인들에게 굴과 멸치를 재료로 한 이들 음식이 통영의 향수를 느끼게 하고, 관광업계와 연계해 통영을 찾는 외지인들로부터 지역의 대표 먹거리로 인정 받고 있다. 통영은 국내 멸치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멸치산지로 통영멸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멸치를 주재료로 하는 음식을 개발해 통영의 향토음식으로 승화시켜 나가고 있다.

 

 

<21> 김해 손칼국수

 

 

고려·조선시대에는 보리와 밀 수확이 끝나는 유두(음력 6월15일)를 전후해 햇보리나 햇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웃간의 정을 다지는 풍습이 있었다. 햇곡으로 빚은 음식을 나누는 전통은 60, 70년대까지도 이어져 유년을 농촌에서 보낸 이라면 이웃에 ‘보리떡’ 심부름을 했던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경남 김해시 동상동 구지로를 따라 활천고개쪽으로 가다보면 이 지역의 50년 상권 변천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동상재래시장이 나온다. 지금은 서민의 애환을 안은 채 시가지 한쪽으로 밀려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한때 이 지역의 중심상가로 영화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복개로를 따라 길게 뻗은 시장통은 지난해 11월 현대화사업으로 일부 상가가 새롭게 단장되고 천막이 투명한 지붕으로 바뀌었지만 시장안의 풍경은 거의 30∼40년전의 모습 그대이다. 이곳 동상시장 전래의 먹거리가 있으니 바로 옛맛이 변함없는 40년 전통의 손칼국수다.

  이곳에서 자란 사람들은 가끔 손칼국수집을 찾아 향수에 젖곤 한다. 이들에게 정겨운 재래시장 풍경과 손칼국수집은 어린 시절로 가는 타임머신이다.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들렀다가 맛본 칼국수. 서툰 젓가락질로 뜨거운 국수가락을 둘둘 말아 한입 가득 물고 찔끔 나오는 눈물도 기막힌 맛으로 참아냈던 시절로 되돌아가보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장 안팎에 흩어져 있던 9개의 칼국수집은 현대화사업후 시장안 한곳에 모였다. 동상동사무소 맞은편의 ‘전통먹거리’ 안내 간판을 따라 골목을 들어서면 전하집, 은주집, 할매손칼국수, 원조할매칼국수, 할매칼국수, 천호집, 충무집, 시장칼국수, 부산집 등이 반긴다.

  기계로 뽑은 국수가락을 뜨거운 물에 슬쩍 삶아내는 칼국수와 달리 동상시장 칼국수는 지금도 손으로 면을 빼 조리한다. 손님이 오면 수시간전에 반죽해둔 밀가루를 알맞게 자르고 밀대로 치대어 얇게 편 뒤 칼로 썰어 쫄깃한 면을 만든다. 펄펄 끓는 멸치국물에 마늘 파 고춧가루 등 양념을 넣고 그 위에 당면을 얹어내면 국물의 담백함에 국수와 당면의 조화가 색다른 맛을 낸다. 더운 김이 피어오르는 칼국수에 당면을 얹어내는 특미는 이곳만의 특이한 조리법으로 다른 지역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어린시절 칼국수를 맛본 30∼40대와 먹을 것이 부족해 온종일 주린 배를 칼국수로 채웠던 50∼60대는 물론 가끔 고향을 찾는 귀향객은 매번 변함없는 동상시장 칼국수집 손맛에 감탄한다. 당면을 얹어달라는 손님이 많아 그때마다 칼국수 위에 당면을 얹어주곤 하던 것이 동상시장의 특미가 됐다. 손으로 치댄 밀가루로 면을 뽑고 멸치국물에 양념장, 당면을 곁들이는 조리법은 동상  시장안의 칼국수집 어디나 똑같다. 이곳을 찾는 이들 중엔 대를 잇는 손님도 많다.

 

<22> 진해 곱창요리

 

 

경남 진해지역에서 곱창을 이용한 먹거리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군도시’로 장병들이 즐겨 찾았던 곱창요리는 인근 부산지역에서 곱창요리식당이 번성한 데다 70년대초 진해시 남문동에 도축장이 들어서면서 싱싱한 재료 공급의 용이성에 따라 전성기를 맞았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진해 충무동을 중심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던 곱창집들이 간판을 바꿔달아 이제 번성기의 모습은 찾기 어렵게 됐지만 옛 정취와 맛만은 그대로 간직한 곱창집들은 향수를 찾아 나선 중·장년층으로부터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곱창요리는 소곱창과 돼지곱창 두 종류이다. 메뉴라 해봐야 연탄불에 구워먹는 양념구이와 얼큰한 전골이 고작이지만 쫄깃쫄깃하고 구수한 깊은 맛은 여전히 서민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돼지곱창요리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곱창에 붙어 있는 지방을 잘 벗겨내야 구울 때 연기도 적고 제맛이 난다. 지방을 떼어낸 뒤에는 굵은 소금으로 비벼 속을 훑어낸 뒤 물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 곱창의 맛은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는 ‘씻는 과정’에서 판가름난다고 한다. 기름기를 너무 빼버리면 먹을 것이 없고 제거하지 않으면 느끼한 맛이 나 조리사의 손대중이 중요하다는 것. 고추장 마늘 생강 후추 참기름 설탕 간장 등을 버무린 양념도 곱창구이 맛을 좌우하는 요소다. 곱창을 불에 올리기 전과 구울 때 두 번 양념을 발라 속까지 골고루 스며들게 하는 것이 맛을 살리는 비결이라는 게 주인들의 귀띔이다. 곱창전골 역시 갖은 양념을 섞는 노하우가 맛의 비결이다. 곱창과 양념, 육수가 어우러져 얼큰한 맛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물맛이 우러나올 때쯤 넣는 국수맛이 별미를 더한다.

  화천동 수양회관은 15년 전통을 자랑하는 곱창집이다. 돼지곱창뿐 아니라 소곱창과 구이 등 곱창에 관한 한 다양한 맛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인근에 새수양회관이 문을 열고 경쟁 중이어서 양쪽을 오가며 맛을 평가하는 재미도 누려 볼만하다. 중앙시장의 육보식당은 얼큰한 곱창전골 맛으로 입소문이 난 곳. 당근, 양배추, 양파를 썰어넣고 버섯 등 푸짐한 야채가 듬뿍 들어간 전골은 주인의 비법으로 만든 양념이 첨가돼 시원하면서 얼큰한 곱창전골의 진미를 보여준다. 용원동 자갈치양곱창의 소금구이도 별미다. 양념대신 정성들인 손질로만 승부를 건다는 주인의 맛철학만큼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접시당 2만원 정도로 3명이 넉넉히 즐길 수 있다. 이동의 부산곱창은 돼지곱창 양념구이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예전처럼 연탄불에 구워 먹는 풍치는 없지만 갖은 양념이 제대로 밴 곱창구이의 진수를 맛 볼수 있는 곳이다. 부흥동 시청앞 백우갈비는 주메뉴가 갈비구이와 전골이지만 주인이 직접 다듬는 곱창전골로 꽤 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다. 곱창요리의 핵심은 피막과 냄새를 제거하는데 몽땅 시간을 쏟아부을 정도로 많은 정성을 들여야 제맛이 난다.

 

<23> 거제 아귀 수육·찜

 

 

아열대 및 온대지방 해역에 분포하고 있는 아귀는 몸 길이가 40㎝ 가량 자라는 바닷물고기로 머리가 몸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못생겼지만 그 맛은 어느 물고기에 비길데 없다. 그래서 마산과 통영 거제 등 남부 해안지방에서는 오래 전부터 입맛이 없거나 기운이 없을 때 아귀수육이나 찜 요리를 즐겼다. 경남 거제시 신현읍 고현리 복지매장과 재래시장 인근 식당거리의 아귀요리도 최근 유명세를 떨쳐 미식가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횟집 외에는 특별히 내세울 만한 음식이 없어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무슨 음식을 대접할지 몰라 쩔쩔매야 하는 거제지역에서는 이곳 아귀수육과 아귀찜을 요리하는 7개 음식점이 지역 음식계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있다.

  미나리식당, 부산초밥, 남천식당, 칠억조식당, 칠복식당, 대구볼떼기집, 사천식당 등이 그곳이다. 이들 식당에서 내놓는 아귀수육과 찜은 거제와 통영의 청정해역에서 갓 잡아온 싱싱한 아귀만 골라 요리한 것이어서 세끼 식사는 물론 야식과 술 안주로도 최고로 꼽힌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으나 이곳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수육과 찜을 소(小) 중(中) 대(大)로 나눠 구분, 음식값을 받고 있으며 2~3명에서 5~6명 까지 둘러앉아 양껏 맛을 즐길 수 있어 다른 음식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이곳에서 내놓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아귀수육과 내장을 톡 쏘는 양념장에 살짝 찍어 입안에 넣으면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에 남아 자꾸 입맛을 돋운다. 특히 수육과 미더덕에 붉은 고춧가루와 찹쌀가루, 미나리 콩나물을 듬뿍 넣은 찜은 보기만해도 군침이 돌 정도며 매운맛에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그 맛은 고통이 아닌 행복그 자체이다.

  25년째 독특한 맛이 나는 요리를 손님들에게 내놓고 있는 부산초밥집은 아귀요리로는 거제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이다. 흰 속살을 드러낸 수육맛이 부드러우면서 쫄깃쫄깃 하기로 소문나 있으며 음식값에 구애받지 않고 듬뿍 내놓는 내장의 경우 어느 음식과도 비교가 되지않아 주당들이 점심시간과 저녁시간대에 많이 찾고있다. 아귀수육을 삶을 때 비린내를 없애고 담백한 맛을 낼 수있게 하기위해 무 양파 멸치 새우 등 15가지 이상의 갖은 재료를 넣어 우려낸 육수를 사용한다. 이곳은 특히 밑반찬으로 김씨 자신이 직접 담근 갈치와 멸치, 볼락 꼴뚜기 젓갈에다 고구마줄기 호박 파래 멸치무침도 함께나와 순수 거제도 전통음식도 덤으로 맛볼 수 있다.

  수육을 삶아내는데 사용하는 육수도 중요하지만 수육을 적셔먹는 양념장 맛이 좋아야 한다. 이곳에서 내놓는 양념장은 새콤하면서도 톡쏘는 특유한 맛이나 수육을 적셔먹으면 전혀 비린내가 나지않으며 이 때문인지 여자 손님들이 많은 편이다. 이 밖에 인근에 있는 사천식당과 칠억조, 칠복식당도 10년이상 아귀요리를 해온 전통있는 요리집이다.이 지역이 최근 거제의 새로운 맛거리로 입소문을 타자 타지역 사람들도 주말이면 줄지어 찾아오고 있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24> 창녕 옥천계곡 송이버섯 요리

 

 

구마고속도로 부곡·영산 IC에서 빠져 창녕읍 방면으로 코스모스 가득한 도로를 따라 15분쯤 가다 보면 옥천계곡을 끼고 화왕산군립공원으로 향하는 도로 양쪽 편으로 송이버섯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가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화왕산에서 자생하는 송이버섯을 재료로 쓰는 이들 송이버섯 요리 식당에는 여름 송이가 나는 6월부터 11월말까지 코를 자극하는 솔내음 가득한 송이버섯의 향과 담백한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옥천계곡을 끼고 형성된 송이버섯 식당가는 대부분 업주들이 화왕산에서 송이를 직접 수확하거나 송이버섯 농가로부터 구입해 미식가들에게 내놓고 있다.

  옥천계곡 입구에 들어서면 전원가든, 여림식당, 장군식당, 느티나무집, 장수골식당, 옥천식당, 배바우식당, 대밭집 등 20여개의 송이요리 전문 식당가가 화왕산군립공원 입구까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들 식당가에서 내놓는 송이요리는 대부분이 생 송이 자체를 그대로 내놓거나 구워서 먹는 것, 송이 닭백숙, 송이밥 등이다.

  송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송이버섯을 찢어 참기름에 찍어 먹는 것이 송이 향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며 구워서 먹을 경우 너무 오래 구우면 송이가 질겨지므로 약 10초간 구운뒤 바로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송이와 함께 요리된 닭 백숙의 경우 맑고 담백한 국물이 송이 향과 어우러져 가히 환상적인 맛을 내며 송이를 넣어 지은 송이밥 또한 별미다. 송이는 인공재배를 거부하는 무공해 임산물로 저지방,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며 성인병 예방에 특효가 있는 대표적인 신토불이 무공해 식품으로 저칼로리, 고단백질의 맛과 향이 뛰어난 최고의 선호식품이다. 특히 비타민 B1, B2는 물론 비타민 D도 많아 햇볕에 말린 송이는 비타민 D덩어리라 할 정도로 영양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위암과 직장암 발생을 억제하는 크리스틴이라는 항암성분이 들어 있어 항암작용이 뛰어나고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도 좋다. 이런 이유로 송이버섯은 버섯류 가운데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한번 송이버섯을 맛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하게 된다. 또 송이를 구입한뒤 생송이를 통째로 실로 꿰어서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매달아 말린뒤 얇게 썰어 보관해 겨울에 기관지가 약한 어린이에게 물에 끓여 먹이면 감기가 들지 않을 정도의 효험을 보게 된다. 좋은 송이는 갓이 피지 않아 갓 둘레가 자루보다 약간 크고 은백색이 선명하며 갓이 두껍고 단단해야 한다. 송이는 향이 진하고 자루의 길이가 길고 밑부분이 굵을 수록 상품으로 평가 받는다.

  집에서 직접 기른 닭으로 만든 송이 닭백숙의 향과 맛은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다. 옥천계곡에서 송이요리를 먹고난뒤 창녕의 진산인 화왕산군립공원에 있는 관룡사를 방문하면 보물 제146호인 관룡사 약사전, 보물 제212호인 대웅전, 보물 제295호인 용선대 석조석가여래좌상, 보물 제519호인 석조여래좌상 등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다. 또 15분쯤 거리에 위치한 부곡온천에 들러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나면 최고의 별미여행이 될 것이다.

 

 

<25> 남해 갈치회

 

 

많은 사람들이 갈치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주고받지만 정작 먹어봤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바로 잡은 싱싱한 갈치가 아니면 회로 먹을 수 없어 갈치회를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을 좀체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계절마다 아름다운 물빛으로 다른 옷을 갈아입는 경남 남해에 20년 넘게 갈치회를 요리해 연중 식탁에 내놓는 식당 4곳이 있다. 남해 주민들이나 인근에 낚시를 하러왔다가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주종을 이룰 정도로 바닷가에 위치한 조용한 식당들이다. 이들 식당은 특히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는 바닷내음이 강하고 어민들의 몸짓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미조면 미조선창가에 자리잡고 있다. 예부터 이 인근 주민들은 오곡백과가 형형색색으로 무르익는 지금쯤이면 갈치회가 가장 맛이 있을 때라 일을 하다가 한 잔 걸치는 술안주거리로 또는 참으로 먹어온 이 지역의 별미로 여기고 있다.

  이들 식당관계자는 “갈치회가 1년중 요즘 가장 제맛을 낼 때라 주말과 휴일이면 남해금산을 찾은 관광객들까지 소문을 듣고 가세하는 바람에 네군데의 식당에 분산해서 수용해도 갈치가 부족해 양껏 내놓지 못한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들 식당을 찾아가려면 부산이나 마산, 진주 등지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하동 진교 IC로 빠져 도로표지판을 보면서 남해대교를 건넌다. 대교를 건너서는 국도 19호선을 따라 남해읍을 거쳐 이동면 삼거리까지 가 우회도로를 이용한다. 여기서부터 남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상주해수욕장과 금산의 장관을 구경하면서 갈치횟집들이 있는 미조항으로 달린다.

  또 진주에서 사천을 지나 삼천포항에서 배를 타고(차량도 배로 운송) 10분 가량 소요되는 창선항에 도착, 차로 다시 창선대교를 지나 맑고 푸른 해안선을 따라 미조면 소재지까지 가는 방법이 있다. 소재지에 있는 남해군 수협과 미조면사무소 인근에 갈치횟집들이 소담스럽게 자리해 있다.

  공주식당, 삼현식당, 남미횟집, 장보고횟집 등이 그곳들이다. 인근 바다에서 어부들이 낚시로 잡은 갈치를 바로 받아와 무침회로 접시당 2만~3만원에 내놓으며 한 접시면 3명이 충분히 먹을수 있다. 갈치는 회로 만들 때 지느러미는 칼로 떼어내고 은백색의 비늘은 수세미로 닦는다. 예전에는 거친 호박잎으로 독성이 있는 몸통을 닦았으며 갈치에 있는 기름기를 없애기 위해 막걸리로 씻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들 식당에서 갈치회를 먹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일반 생선회와는 달리 담백하면서 구수하고 쫄깃쫄깃하며 씹히는 맛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즉 입에 살살 녹는 느낌은 없지만 마치 오랫동안 먹어 혀에 익숙한듯 진득한 맛이 난다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갈치는 제주도와 남해 미조앞바다에서 주로 잡히는데 제주도산은 흑갈치로 구이나 조림으로 이용되지만 남해 미조산은 은갈치로 횟감용으로 적당하다. 이들 식당의 갈치회 요리는 서로 비슷하며 부대음식으로 갈치구이와 조림도 나온다.식당 주인들은 예전과는 달리 갈치가 많이 잡히지 않아 경우에 따라선 손님들의 요구량 만큼 내놓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있으며 그러다보니 구이나 조림용 갈치는 제주도 흑갈치를 공수해 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26> 진주 비빔밥

 

 

30~40대 이상의 농촌 출신 사람이라면 모내기를 하는 날 동네 아줌마들이 큰 양푼 그릇에 콩나물무침 무나물무침 오이무침 가릴 것 없이 넣고 벌건 고추장과 뒤섞어 몇 숟가락 떠서 입에 넣고는 곧장 무논으로 들어가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비빔밥은 한데 섞이는 나물의 종류만큼이나 그 유래에 관한 설(說)도 다양하다. 진주비빔밥은 진주의 상징인 진주성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싸움에서 의병과 관군, 그리고 돌멩이를 나르던 부녀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생겨난 것으로 시간을 아끼기 위한 음식이었다. 진주 비빔밥은 각종 나물 쇠고기육회 고추장 실고추 등이 동황색의 둥근 놋그릇과 어우러져 마치 꽃과 같다고 하여 화반(花飯)이라고 하고 일곱 색깔의 꽃밥이라고 해서 칠보화반(七寶花飯)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진주비빔밥을 대하는 사람은 비빔밥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그맛에 놀란다.

  진주시 대안동 중앙시장 일대 천황식당과 제일식당, 신안동 천수교 인근의 갑을가든, 평안동 진주MBC 주변의 헛제사밥과 천수식당 등이 진주비빔밥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비빔밥에 올리는 나물의 종류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라도 ‘진주비빔밥’의 맛을 전하는데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이들 음식점 주인은 말하고 있다. 진주 대안동 중앙시장에서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천황식당은 비빔밥을 낼 때 밥 위에다가 ‘보탕국’ 한 숟가락을 끼얹는 전통적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쇠고기와 말린 문어, 홍합을 가마솥에 넣어 곤 보탕국은 영양도 영양이지만 비빔밥의 맛을 깊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직접 담근 간장에 버무린 콩나물과 숙주나물, 무나물 고사리나물 양배추나물, 그리고 해조류인 속칭 속데기나물을 놓고 직접 담근 고추장을 올리고 참기름을 뜸뿍 넣는다. 나물은 계절에 따라 호박나물이나 미나리나물을 곁들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는 얇고 가늘게 썬 야들야들한 육회가 더해지면서 눈맛까지 돋운다.

  진주비빔밥은 밥과 함께 비벼져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밥 위에 나물, 보탕국, 그 위에 고추장, 육회 등이 순서대로 얹혀 나오기 때문에 먹는 사람이 직접 비벼 먹는다. 진주비빔밥에는 또하나 비빔밥과 함께 나오는 선지국이 다른 지역의 그것과 구별되는 점이다. 살코기와 선지, 간 허파 천엽 내장을 푹 곤 국물에 작고 도톰하게 썬 무와 콩나물, 그리고 대파가 들어간 선지국은 고추장 때문에 얼얼해진 입안을 어느 정도 씻어주면서, 특유의 얼큰한 맛을 선사한다. 지난 5월에는 진주시가 지역의 전통향토음식인 진주비빔밥을 육성 발전시켜 관광상품화 하기위해 식품조리 및 영양관련 교수, 관광 음식업관계자 주민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진주비빔밥 관광상품화 촉진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전통 진주비빔밥 복원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27> 통영 충무김밥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느라 지친 여행자의 시장기를 간단히 채워주는 요기거리로 먼저 손꼽히는 것이 ‘충무김밥’이다. 자르르 윤기 흐르는 하얀 쌀밥을 한입에 쏙들어갈 만큼 크기의 김으로 말아 온기가 식기전에 주꾸미(또는 갑오징어) 무침, 무김치와 함께 먹는 충무김밥은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반드시 먹어보고 가야할 음식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보통 김밥과는 달리 맨 밥에 김을 말고 반찬과 국이 따로 나오는 충무김밥은 그 독특한 모양과 명성 덕분에 요즘은 거의 모든 대도시 마다 전문점이 운영될 만큼 널리 알려진 통영의 향토음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충무김밥을 제대로 먹어보기 위해서는 뭐니 뭐니 해도 본고장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바로 통영시가지의 중심인 통영내항쪽 속칭 ‘강구안’으로 불리는 문화마당 주변 도로변에 한쪽으로 길게 늘어선 충무김밥집들이다.

  제각기 원조임을 내세우는 이곳 충무김밥집들은 정확히 누가 원조이고 아니다를 쉽게 가릴 수 없지만 모두들 자기가 만드는 김밥의 맛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 충무김밥을 탄생시킨 1세대 김밥장수들은 세상을 떠나고 현재는 2~3세대들이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의 원조논쟁은 의미를 부여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충무김밥은 1940년대 부산~통영~여수를 오가는 여객선(현재는 없어짐)을 타고 오가던 승객들에게 밥이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밥과 반찬을 분리, 판매한 것이 원조로 당시에는 반찬을 대나무 꼬치에 끼워 국물 없이 판매, 오늘날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70년대 접어들어 육로 교통수단의 발달로 여객선 항로가 점차 사라지면서 충무김밥은 여객선상에서 먹던 음식에서 육지에서 먹는 음식으로 바뀌면서 꼬치가 사라지고 밥과 반찬 국물 형태인 현재 모습으로 변화됐다. 이 곳에 위치한 김밥집들은 먹는 손님의 취향에 따라 약간의 맛차이가 있다고 말들을 하지만 대동소이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충무김밥은 밥과 반찬 국물에서 그 맛이 결정된다.

 맛있는 충무김밥은 첫째 따뜻한 밥으로 즉석에서 만들어야 한다. 뜨거운 밥에 약간의 식용유(참기름 옥수수기름 콩기름 등)와 맛소금 설탕 등을 첨가, 김이 온기가 있는 밥에 붙어 고소하면서 비린내가 나지 않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한다. 계절에 따라서 겨울에는 따뜻하게 즉석에서 밥을 김에 싸서 판매하고 여름에는 밥을 미리 김에 싸서 밀폐되지 않은 대기 중에 식혀 손님들에게 내놓아 제 맛을 더하고 있다.

  둘째 김밥과 분리된 반찬인 주꾸미 무침과 무김치가 맛을 좌우한다. 계절에 따라 주꾸미를 구하기 힘들어지면 오징어를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무침은 주꾸미나 오징어를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색깔 좋은 고춧가루로 잘 버무려 내놓는다.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양념을 곁들인데다 참기름을 쳐 고소함을 더해주는 무침은 젓가락이 아닌 이쑤시게로 찍어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또 통영특산인 멸치젓을 듬뿍 넣어 담근 무김치는 투박하게 썰어 놓아 한입 베어서 먹을 때 마다 새콤 달콤한 그 특유의 맛으로 충무김밥의 맛을 더해준다.

  세번째로 곁들여지는 국물이 좋아야 충무김밥의 제맛이 난다. 국물은 육수 멸치 다시마 등으로 맛을 낸 시래깃국으로 담백하고 개운함을 느끼게 한다.

 

 

<28> 진해 찜요리

 

 

진해는 해군도시인 만큼 군인들의 주머니 사정과 입맛에 따라 먹거리가 변하지만 오랫동안 시류에 관계없이 인기를 더하고 있는 요리는 단연 찜요리다. 아귀찜으로 유명한 인근 마산의 영향도 있지만 고단한 하루를 마감한 어부들이나 오랜 함상훈련을 마친 장병들이 벌이는 회식자리에는 으레 아귀 대구 해물 미더덕찜이 최고의 먹거리이자 술안주로 등장한다. 이런 연유로 진해 경화동 경화시장과 해군부대 인근 여좌동~중앙시장을 중심으로 해물을 이용한 찜집들이 즐비하다. 최근에는 아귀찜과 진해의 특산물인 조개류를 듬뿍 넣은 해물찜에다 아귀수육과 볶음밥이 추가되는 퓨전형식의 찜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해물찜으로 유명한 동원찜집(055-542-7809)은 신선한 해물, 무공해 콩나물 등을 재료로 무공해 찜요리를 자랑하는 곳이다.

  소라 꽃게 새우 미더덕 오징어 낙지 모시조개 등 20여가지의 신선한 해물과 콩나물을 푸짐하게 쪄낸 뒤 각종 야채와 고춧가루를 버무려 맨 위에 굵은 통깨를 뿌려 요리한 해물찜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맛도 맛이거니와 찜속에 든 해물의 이름을 맞춰가며 골라먹는 재미가 해물찜의 또다른 별미다. 해물찜의 맛을 결정짓는 것은 밤새 푹 고아 만든 육수, 그리고 야채에 찹쌀가루와 마늘, 고춧가루 등을 버무린 즉석 양념이다. 물론 조개가 찌꺼기를 토해내도록 밤새 소금물에 담가놓는 정성은 기본이다. 어느 찜집이든 아귀찜이 빠지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은 물론이고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아귀살에 맵고 달콤한 양념맛, 콩나물의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미더덕의 ‘질겅’하고 씹히면서 ‘톡’하고 터지는 느낌은 아귀찜이 별미중의 별미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런 맛을 고집하는 방가네 찜집, 송원찜집은 “다른 음식을 하면 아귀찜 맛이 떨어진다”며 아귀찜만을 전문으로 요리하는 식당이다. 아귀는 등과 배 쪽이 모두 검은 것과, 등은 검고 배 쪽은 흰 것이 있다. 배 쪽이 흰 놈을 참아귀라 부르며 상대적으로 맛이 월등히 좋다고 한다. 진해찜집은 최근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늘고 있는데 착안, 찜을 만들 때 덜 매운 고춧가루를 사용하고 찜을 거의 다 먹은뒤 남은 육수에 김과 참기름, 김치로 볶는 볶음밥 메뉴에 주력해 다른 식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찜과 함께 별미로 맛볼 수 있는 아귀수육과 아귀탕은 담백한 맛에 가족단위 고객들에게는 일순위 메뉴다. 남원찜집은 이같은 수육으로 승부를 거는 식당이다.

  아귀는 다른 생선에 비해 비린내가 적고 칼칼한 맛을 내면서 부위별 맛도 다르다. 아귀의 꼬리는 쫄깃하고 담백해 아귀찜의 최고 요리재료로 꼽히고 등지느러미 부근의 살은 쫀득해 맛이 독특하다. 특히 아귀의 간은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집오리간에 비유될 정도로 영양가가 높고 맛도 좋아 미식가들의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는 게 주인장의 귀띔이다. 이밖에 미더덕찜 대구찜 게찜 등 다양한 찜메뉴가 있지만 여전히 아귀찜과 해물찜의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맛과 가격에 밀려 식당 대부분이 주요리를 바꾸고 있는 추세이다.

 

 

<29> 진영 갈비

 

 

김해와 창원의 경계지점인 김해시 진영읍 좌곤리 일대 국도 14호선 양쪽 도로변에는 갈비집이 10여곳 죽 늘어서 음식촌을 이루고 있다. 이곳 음식점들은 주로 생갈비를 비롯, 양념을 한 소·돼지갈비를 메뉴로 내놓고 있지만 집집마다 덤으로 나오는 음식을 별미로 손님들을 끌기도 한다. 이들 음식점은 넓은 주차공간 등 편의시설도 부족함 없이 갖춰 주말과 휴일에 가족단위 또는 단체손님들이 대중을 이루고 있지만 음식점마다 확보한 단골손님 숫자 역시 만만찮다. 입간판에는 ‘50년의 전통 갈비맛집’ ‘전통향토음식점’ ‘이야기마당’ ‘무연숯불’ 등의 글귀를 내걸어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청아가든은 이곳에서 10년간 영업을 하고 있는 음식점으로 고기에 덤으로 내놓는 뚝배기된장이 인기가 좋아 된장맛에 손님들이 꽤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멸치맛 국물에 된장과 바지락 고추 두부 호박 미더덕 등 재료를 넣고 끓인 뚝배기된장은 고기를 곁들여 먹어야 제 맛이다. 바로 옆 선아리랑가든도 10여년째 한 자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으며 직접 개발한 지하수를 퍼올린 물로 조리하고 무연숯불설비까지 갖춰 음식마다 깔끔한 맛을 내고 있다. 감나무골갈비의 경우 불판에 느타리버섯 새송이버섯을 곁들여 갈비맛에다 특유의 버섯향이 감칠 맛을 더해 주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언양숯불갈비는 울산 언양지역에서 갈비집 50년의 경험을 살려 전통의 갈비맛을 손님들에게 선보이며 아래층에 이야기마당으로 민속카페를 차려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한우 생갈비를 고집하는 동백가든은 순수 전통음식인 백김치 쌈 된장찌개 등으로 어머니 손맛을 원하는 손님들의 구미를 맞추고 있다. 금강갈비 백두산갈비 등 음식점은 노래연습장까지 갖춰 직장인 등 단체손님들이 원할 경우 노래연습장에서 여흥으로 하루의 쌓인 피로를 풀도록 하고 있다. 솔밭가든은 현재 내부수리로 다음달초에 문을 열 예정이며 고기맛은 어느 집이나 엇비슷하다 생각하고 손님을 모시는 종업원들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제일갈비는 생갈비 양념갈비의 가격에 거품을 빼 절반가량 가격으로 손님을 모셔 음식맛에다 파격적인 음식값 세일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천궁갈비 산장갈비 금산갈비 백두산갈비 등 음식점들도 드러낼 수는 없으나 고유하고 독특한 갈비맛을 빚어내는 비법으로 성업중이다.

  진영읍 좌곤리 일대 갈비집들은 질좋은 육류를 구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도축장 등 여러 곳으로부터 육류유통망을 형성하고 있어 이 일대 갈비집의 맛을 보기 위해 부산 경남은 물론 멀리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손님들이 찾고 있다. 갈비집 사이에 군데군데 자리잡은 옛날손짜장 삼원보신탕 흥림농원 고향산천쌈밥 등 음식점들은 갈비와 다른 새로운 먹거리를 내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흥림농원은 촌닭 백숙 삼계탕 오리불고기 등 메뉴로 건강식단을 자랑하고 있다. 맛으로 승부를 건 이곳 음식점들은 항상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전국을 누비며 소문난 음식을 찾아 배워오는 등 애를 쓰고 있다. 밤이면 국도 14호선 도로변에는 이들 음식점 네온사인 간판의 불빛이 식도락객들을 손짓하며 어둠을 밝히는 한편 가로등 역할마저 톡톡히 하고 있다.

 

 

<30> 밀양 무안 돼지국밥

 

 

돼지국밥하면 떠오르는 원조 고장 밀양. 그래서인지 전국적으로 이름난 돼지국밥집은 한결같이 ‘밀양’이란 지명을 상호 앞에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만큼 밀양은 돼지국밥에 관한한 국내 최고임을 자랑한다. 밀양 지역에는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돼지국밥집들이 전국의 식도락가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무안면 지역의 무안식육식당, 제일식육식당, 동부식육식당, 비비식육식당 등이 밀양 돼지국밥의 원조로 통하고 있다. 무안농협 옆 무안식육식당과 무안면사무소 옆 골목길의 제일식육식당, 동부식육식당은 3대째 이어오며 형제가 운영하는 돼지국밥집이다.

  이들 식당에서 만들어 내는 돼지국밥은 구수하고 깊은 맛을 자랑한다. 입소문이 외지에까지 퍼져 돼지국밥하면 이곳을 떠올릴 정도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단골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뼈로 곤 국물을 이용,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없는데다 국밥에 얹어 주는 살코기가 마치 닭고기처럼 연해 미식가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내장을 곁들여 삶아내는 돼지수육은 담백하고 뒷맛이 개운해 돼지고기를 다소 꺼리는 사람일지라도 일단 한번 맛을 보면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동부식육식당은 관광음식발굴 전시회에 출품한 음식점. 새우젓 마늘 고추 등이 함께 어우러진 돼지국밥과 돼지수육의 맛은 한마디로 ‘감동적’이라는게 이 집을 다녀간 손님들의 한결같은 감상이다. 이들 형제가 운영하는 돼지국밥집 가운데 자리잡은 비비식육식당도 주인의 정성이 담긴 손끝에서 묻어나는 전통의 맛을 자랑한다. 고소하며 담백하고 연한 돼지고기로 단골들의 발길을 이끈다. 무안 돼지국밥의 원조는 1940년대 무안면 시장터에서 이들 3형제의 할아버지인 고 최달성 옹이 운영했던 ‘시장옥’이란 식당이 꼽힌다. 최 옹의 국밥집은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며 인기를 끌었고, 그 맛을 잊지 못하는 이 일대 노인들은 아직도 ‘시장옥’을 기억하고 있다. 이후 이들 형제의 부친인 고 최차생 옹이 대를 이어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다 30년전부터 무안식육식당 최수도 씨가 물려받았고 이들 형제가 각자 돼지국밥집을 열었다. 밀양 시가지에서 창녕 부곡을 향해 지방도 1080호선을 타고 20여분쯤 가다보면 이들 돼지국밥집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식사를 한 뒤 걸어서 5분 거리인 표충비각을 찾는 것도 나들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눈요깃거리이다. 표충비각은 나라에 큰 일이 있을때마다 구슬땀을 흘린다고 전해진다. 또 차로 10분 거리인 부곡온천에 들러 지친 심신을 따뜻한 온천물에 담그고 피로를 풀 수 있어 가족단위 맛 여행과 문화답사의 즐거움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31> 통영 물메기 요리

 

 

겨울철에 접어든 요즘 남해안 한려수도의 중심도시인 통영을 찾으면 꼭 한번쯤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물메기요리’를 제일 먼저 손꼽을 수 있다. 입동이 지나고부터 동지때까지가 통영 물메기의 제철이다. 쏨뱅이목의 꼼치과에 속하는 물메기는 몸체가 물렁물렁한데다 머리의 폭이 넓고 납작해 민물고기인 메기와 흡사하게 생긴 외형으로 물메기라 불리며 부산 경남지역 일부지역에서는 ‘물미거지’ 또는 ‘미거지’라고도 불리는 어종이다.

  통영시 산양읍 추도를 거점으로 욕지도와 사량도 일대 해역에서 매년 이맘때쯤이면 통발 가득씩 잡히는 통영의 물메기는 통영항 선창가를 중심으로한 식당들에서 제철을 맞아 탕과 회, 찜 등으로 선을 보이고 있다. 물메기로 만들어지는 요리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물메기탕’이다. 특유의 흐물거리는 살과 흉악스러운 생김새 때문에 예전 어부들에겐 생선 대접조차 받지 못했던 물메기가 통영에서는 ‘비리지 않고 시원한 맛을 내는 특성’덕에 한겨울철 속풀이 해장국 가운데 제일로 손꼽힌다.

  물메기탕을 하는 식당은 통영시내에 거명하기 힘들 정도로 많으나 편의상 통영항을 중심으로한 식당들을 소개한다. 통영내항 선창가 입구에서 서호항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나포리호텔옆 광명식당과 그 옆으로 삼전식당, 한산식당, 동광식당, 충무식당, 터미널식당, 분소식당 등을 들수 있다. 이들 식당에서는 바닷바람이 제법 쌀쌀하다는 느낌이 들 때 쯤이면 식당앞에 ‘물메기탕 개시’라는 글귀를 내붙이고 본격적으로 물메기탕을 주메뉴로 영업을 시작한다. 중앙시장 활어판전 안쪽 지하에 위치한 삼전식당은 활어좌판전에 모인 어촌 아낙들이 빨간 ‘고무 너벅지‘에 담아놓고 파는 살아있는 물메기를 손님이 직접 골라 주면 양념값과 요리비만을 받고 ‘물메기탕’을 만들어주는 특색있는 실비집이다. 반드시 살아있는 물메기를 사용해야만 제맛을 내는 것이 물메기탕이다. 죽은 물메기로 탕을 끓이면 담백한 맛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비린내와 함께 살도 흐물거려 특유의 제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통영지역 물메기탕 전문식당들에서는 죽은 물메기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힘있게 꼬리를 끓는 물에서 흔들며 퍼덕이는 놈을 5~6토막으로 잘라 넣고 소금과 재래간장으로 간을 한후 거품을 걷어내고 말 등의 해초류를 함께 넣고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등의 갖은 양념을 풀어 맛을 내는 물메기탕은 파래무침과 미역생무침 동김치 볼락김치(어린 볼락을 넣고 담근 무김치) 등을 찬으로 하여 먹으면 둘이 먹다 한명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에 빠져버린다.

  물메기탕은 조미간장(일명 왜간장)과 화학 조미료를 사용하면 시원한 맛이 감해져 본래의 맛을 잃는다. 반드시 소금과 재래간장으로 간을 하고 맛을 내야 한다. 이외에도 물메기로 만들어지는 요리로는 물메기살을 잘게 썬 후 미나리 간장 고추 무 배 등을 채로 썰어 함께 버무린 ‘물메기 회무침’ 요리와 떡국에 물메기를 넣어 끓인 ‘물메기 떡국’ ‘물메기 찜’ 등을 들 수 있다. 회무침요리는 물메기의 담백한 맛과 매운 맛이 어우러진 개운한 뒷맛 등으로 겨울철 미식가들에게 인기가 높으며 물메기 떡국은 비린맛이 없는 물메기를 토막내 떡국에 함께 넣어 끓인 것으로 남해안의 또다른 별미이다. 특히 물 메기 찜은 잡은 물메기를 해안변 몽돌위에서 해풍을 맞히며 적당히 말린 마른 물메기에 된장을 발라 통째로 쪄내 양념과 함께 조리한 것으로 그 맛이 일품이며 물메기 요리중 유일하게 연중 맛볼 수 있는 요리이다.

 

 

<32> 마산 가포 장어구이

 

 

남해고속도로 동마산 나들목으로 빠져 마산시내로 진입해 마산자유무역지역을 지나면 마산 앞바다가 펼쳐지고 해안도로를 따라 마산시청과 한국철강이 나온다. 한국철강에서 덕동방면 이정표를 따라 1㎞ 가량 가다보면 국립마산결핵병원을 지나 지금은 폐쇄됐지만 60~70년대 마산 사람들의 추억이 어린 가포유원지가 있다. 70년대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따라 마산자유무역지역과 창원공단 조성 등의 산업화 과정에서 바다가 오염돼 가포해수욕장은 오래전 폐장되었으나 아직도 중 장년층들은 예전의 향수를 잊지못해 주말이면 가포를 찾는다.

  가포유원지와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붐비던 당시에 성업했던 식당들이 지금은 많이 사라졌거나 몇차례 요리 종목을 바꿔왔다. 가포고등학교 맞은편 바닷가에는 10여년전부터 바다장어(표준어 붕장어)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장어구이 전문 음식점들이 생겨나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본동장어구이, 가포영도장어구이, 옛날영도집, 소나무장어구이, 한성장어구이, 등대집 등이 있고 위쪽 가포유원지에도 횟집 장어구이집들이 즐비하다.

  가포 장어구이 맛의 비결은 특별한 양념에다 주물쇠판에 계속 구워 태우지 않고 끝까지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곳 식당들은 서로 요리방법 등에 대해 교류가 잦다보니 어느 집이나 비슷하게 손님 식탁를 차리는 편이나 요리 마무리에 있어서는 조금씩의 차이를 보인다. 싱싱한 바다장어는 회(아나고)로 먹어도 좋지만 양념장을 발라 숯불에 구우면 색다른 맛을 낸다. 우선 장어의 내장을 빼고 등을 쳐서 뼈를 발라낸뒤 피를 말끔히 제거해야 한다. 죽은 장어의 피를 바로 제거하지 않으면 살 속에 피가 배어들어 신선도가 떨어진다. 또 음식에도 궁합이 있는데 장어와 복숭아는 상극이다.(장어요리를 먹은후 후식으로 복숭아를 먹으면 설사를 하게 된다). 장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다음 준비한 양념장을 발라 숯불 위 석쇠에 올려놓고 초벌구이를 한다. 양념장은 찰고추장에 생강 마늘 간장 물엿을 넣고 마지막으로 유자 농축액을 조금 넣으면 향이 매우 좋다. 지금까지의 조리 과정은 여느 장어구이 음식점들과 모두 비슷하나 가포장어구이의 별미는 다음부터 시작된다. 초벌구이한 장어에 양념을 발라 석쇠에 올려 한번 더 구운 후 상위에 마련된 주물쇠판 위에 올려 따뜻하고 연기가 나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먹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장어가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며 장어의 비타민 E는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을 예방하고 노화 방지의 효과가 크다고 한다. 또한 간장 기능을 돕고 피로 회복 효과가 높은 타우린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성인병을 예방하는 불포화 지방산 및 두뇌활동을 촉진시키는 DHA와 같은 지방산이 많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바다장어는 갇힌 상태에서 먹이를 먹지않는 습성 때문에 양식이 되지않는 순수 자연산 어종이며 남해안 지역에서 ‘장어꼬리는 남편에게만 드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태미나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한때 마산자유무역지역의 호황으로 마산을 찾았던 일본인과 서울사람들은 마산을 떠난 지금도 ‘마산의 싱싱한 횟감과 아구찜 복국 그리고 가포 장어구이를 잊을 수 없다’고 회상한다.

 

 

<33> 합천 삼가한우고기

 

 

경남 진주에서 합천방향의 국도 33호선을 자동차로 30여분가량 가다보면 남명 조식 선생의 탄생지와 뇌룡정이 있는 합천군 삼가면에 이른다. 이곳은 진주와 합천 의령 산청을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인데다 5일장이 서는 장터가 형성돼 3천여명의 주민들이 모여사는 밀집형 농촌마을이다. 여느 시골 장터가 그러하듯 사람들이 몰려드는 삼가장터 주변에도 물건을 팔거나 사기위해 새벽잠을 설치고 좌판을 벌인 상인들과 장을 보러온 주민들로 북적댄다. 이런 곳에선 걸쭉한 막걸리에 점심 한끼를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발달하게 마련이다. 도시 주변이 아닌 전형적인 농촌의 장터에서 최고급(?) 먹거리인 쇠고기가 불티나듯 팔리는 10여개소의 한우고기집이 자리잡고 있다면 장터구경과 함께 입맛을 당길 것이다.

  이곳 삼가 한우고기집은 삼거리식육식당이나 영남, 실비, 미로식육식당 등이 20년에서 최고 33년의 경력을 자랑한다. 원조격이고 쇠고기 전문식당으로 유명한 시장통의 대가식육식당이나 삼가식육식당 등은 후발 그룹으로 분류된다. 이곳 식당들은 처음에는 돼지고기를 함께 팔았다. 언제부턴가 쇠고기를 먹기 힘든 시골 손님들에게 쇠고기를 충분히 대접하기 위해 식당 주인들은 고기 무게를 재보지 않고 눈짐작으로 고기를 내놓았다. 그러다보니 손님들 입에서 ‘저렴한 값으로 푸짐하게 먹었다’는 말이 나오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같은 소문이 번져 이제는 진주와 창원 마산은 물론 대구와 부산에서도 가끔 손님들이 몰려오고 있으며 곰거리인 뼈는 한달 이상을 기다려야 될 정도로 주문이 밀리고 있다. 이곳 식당가들의 대부분은 필요한 소를 자신들의 축사에서 직접 사육, 필요에 따라 도축하거나 2~3곳의 식당들이 어울려 매일 소를 도축하기 때문에 고기가 냉장고에 쌓일 시간이 없을 정도로 생고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황토를 먹인 황토한우가 공급되고 고기를 구입하는 손님들이 늘어나면서 몇몇 대형 식당들은 계절에 관계없이 2~3일에 500~600㎏의 한우 한마리씩을 도축해야 할 정도로 쇠고기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 이곳 삼가 쇠고기 맛의 비결은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식당 주인들이 직접 소를 사육하거나 사육해본 경험이 있어 우수한 육질의 한우를 선별해 도축하는데 있다. 좋은 쇠고기는 근내지방도, 고기색깔, 지방색깔, 취급방법 등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선홍색의 윤기나는 육질에 유백색 지방이 고루 박혀 있어야 하고 고기의 결이 곱고 탄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인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34> 양산 통도사 산채비빔밥

 

 

우리나라 3대사찰 중 하나인 양산시 하북면 순지리 통도사를 찾는 사람들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청정한 분위기속에서 자연의 풍취를 느끼고 싶어한다. 그런 점에서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당연히 음식도 거의 매일 먹는 외국식 인스턴트 식품이 아닌 우리고유의 맛을 음미하고 싶어한다. 그래서인지 유명사찰 부근에는 산채정식과 비빔밥집 등 절 음식을 닮은 음식을 내놓는 식당을 흔히 볼 수 있다. 그 맛 또한 독특해 절 주변 유명 음식점의 경우 주말과 휴일이면 손님들로 붐벼 한참동안 차례를 기다려서야 음식을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통도사 산문 부근에는 이같은 비빔밥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10여개의 음식점이 성업중에 있다. 부산식당, 통도식당, 창녕식당, 오복식당, 대가식당, 경기식당, 파크식당, 향촌식당 등이 그런 곳이다. 이들 음식점은 대부분 20년 이상 오래된 업소들로 나름대로의 독특한 조리법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손님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조리법을 소개하면 꼬들꼬들한 밥에 직접 담근 고추장과 간장에 버무린 콩나물과 숙주나물, 무나물 양배추나물 그리고 속데기나물(돌김의 일종)을 넣고 참기름을 듬뿍 넣는다. 나물은 호박나물이나 미나리나물 등 계절에 많이 나는 나물을 더넣어 적절히 배합한다. 특히 비빔밥에 얇고 가늘게 썬 야들야들한 쇠고기 육회도 별미로 내놓는데 담백하고 정갈한 모습이 눈맛까지 더해준다. 비빔밥과 함께 나오는 된장국과 선지국도 일품이다. 선지국은 쇠고기를 가늘게 썬 살코기와 선지, 허파 내장을 푼 국물에 자그마하고 도톰하게 썬 무와 콩나물, 그리고 파를 넣어 고추장 때문에 얼얼해진 입안을 어느정도 씻어줘 특유의 얼큰한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통도사 산문앞에서 20여년간 산채 비빔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부산식당 주인은 “비빔밥은 밥과 나물, 간장 고추장을 넣어 비빌 때의 손맛이 맛을 좌우한다”며 “통도사 부근 비빔밥집들은 나름대로 오랜 경험을 통해 조리법이 몸에 배어 다른 지역 식당들은 따를 수 없는 독특한 음식맛을 느낄 수 있다”고 자랑했다. 통도사 일대 비빔밥집들은 통도사 절 음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때문에 화학 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주인들이 직접 울산과 언양재래시장 등을 찾아 신선한 나물을 사오고 봄이면 직접 야산으로 가 나물을 캐와 맛을 내는 정성이 대단하다. 밥도 비빔밥에 맞도록 고슬고슬하게 지어서 보기좋은 대접에 담아주고 있다. 통도사 산문일대에는 10년전까지만 해도 20여개업소가 성업중이었으나 여러 곳에 관광지가 생겨나면서 관광객이 감소해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래서 이들 업소는 매달 한번 정례모임을 갖고 조리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등 전통의 비빔밥집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은듯 통도사를 찾는 외국인들 대부분이 비빔밥을 찾는다고 한다. 무공해 음식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외국인들이 우리 고유음식을 맛보는 데는 통도사 비빔밥이 최고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통도사는 우리나라 사찰중 유형 불교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43종)하고 있으며 1999년 4월 신축 개관한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세계 박물관을 통틀어 가장 풍부한 불교유물을 자랑하는 국내 유일의 불교회화 전문 박물관이다. 이외 절주위 영축산 기슭 울창한 숲속에 20개 암자가 자리잡고 있고 기암괴석의 절벽이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의 산자락이 있어 비빔밥을 맛보면서 관광도 같이 즐길 수 있다.

 

 

<35> 김해 흥동·구산동 오리요리

 

 

김해들판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오리. 줄지어 궁둥이를 좌우로 흔들며 뒤뚱뒤뚱 걸어가는가 하면 뒷걸음 칠줄 몰라 허둥대는 오리의 모습을 보노라면 웃음이 절로 난다. 이런 모습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안대소 하며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털어낸다. 또 오리는 예나 지금이나 건강과 보양에 좋은 먹거리로 부동의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독극물을 소량 섭취해도 스스로 해독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오리. 따라서 오리를 많이 먹으면 지방을 분해 배출시키고 우리 체내에 축적된 중금속 등 인체 오염물질을 해독하는 것으로 예부터 알려져 있다. 특히 콜레스테롤 형성을 억제해주는 강알칼리성 식품인데다 오리기름은 다른 동물의 기름과는 달리 물에 녹는 수용성이어서 먹더라도 체내에 쌓이지 않아 오리를 재료로 한 음식을 찾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해지역의 오리 음식 원조는 예전에는 김해군 가락면 상덕리였으나 지금은 부산 강서구 강동동으로 행정구역이 변경된 서낙동강변에 자리잡은 '낙동강 오리알'로 미식가들의 발길로 늘 북적댄다. 오리를 찾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자 김해지역에도 흥동과 구산동 김해북부신도시를 중심으로 오리 전문음식점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찾는 이들 또한 많아지면서 점심식사 때는 물론 저녁식사 시간때에도 이들 식당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흥동에는 서광원이 속을 확 풀어주는 오리탕과 오리숯불고기 전문점으로 문을 연후 연이어 동강부부오리촌과 오리궁전이 생겨나 오리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또 김해시 구산동 김해북부신도시에도 금천집과 구지봉이 건강보양식으로 이름 높은 오리를 전문으로 취급하면서 날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이중 오리궁전에서 선보이고 있는 황토 진흙구이는 인체에 유익한 원적외선을 다량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황토를 오리 전체에 싸고 400∼500도 불에 구워낸다. 이렇게 요리한 오리 진흙구이는 건강식은 물론 노릇노릇하게 알맞게 구워진 껍질이 주는 쫄깃함과 지방질이 대부분 제거된 육질은 맛깔스러울 정도로 담백하다. 황토 진흙구이는 보통 3시간 정도 열을 가해야 완벽한 구이를 할 수 있어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제맛의 구이를 맛보기 위해선 음식점을 찾기 2∼3시간전 예약이 필수적이다.

  한마리로 세 사람이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양이 많아 한끼 식사로 충분하다. 술안주로도 더없이 좋고 특히 비만을 우려, 육식을 자제하는 사람이라도 지방이 거의 없어 비만억제식으로도 제격이다. 오리 전문점이 공통적으로 취급하는 오리탕은 무와 갖은 양념, 오리고기만 넣어 푹 끓이는 데도 얼큰 시원해 해장국으로 일품이다. 국물속에서 푹 익은 고기를 뜯어먹고 오리고기 국물이 듬뿍 밴 무와 국물을 떠 먹으면 연말 잦은 술자리로 지친 속이 편안하게 가라앉고 술기운이 쑥 빠져나가는 듯해 점심식사 겸 해장을 위해 찾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양념없이 오리고기와 버섯, 감자, 부추를 참숯불에 구워 먹는 숯불구이는 매운 것을 꺼리는 어린이는 물론 여느 고기보다 쫄깃함에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오리탕을 찾는다는 이는  “오리가 몸에 좋다는 것도 염두에 두지만 느끼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뜨거운 국물 한그릇을 비우고나면 쓰린 속이 확 풀리는 것 같아 해장국으로 최고”라고 자랑한다.  오리요리에 대한 수요가 늘면 공급을 위해 우리 농촌 마당과 농배수로에도 떼지어 다니는 오리가 늘 것으로 기대돼 어린 시절 추억까지 되살아날 것이다.

 

 

<36> 거제 해물칼국수

 

 

수은주가 뚝 떨어져 손발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영하의 날씨가 계속될 때면 따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하다. 멸치 오징어 홍합 바지락 새우 등 남해안 청정해역에서 잡은 갖은 해물을 넣어 우려낸 국물에다 손수 반죽한 밀가루와 손으로 뜯어 넣어 만든 해물칼국수라면 점심식사와 간식으로 그만이다. 시원한 국물맛과 함께 저렴한 가격이라면 금상첨화인 셈이다. 경남 거제시 신현읍 고현리에는 순수 거제도산 해물만을 사용해 요리하는 유명 해물칼국수 전문 요리집 3곳이 있어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신현읍 고현리 복지매장 1층 5계절 밀면·해물칼국수집은 깔끔하게 정리된 10여평 남짓한 내부에 한꺼번에 30여명 가량이 도란도란 앉아 맛있는 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 이 식당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이 개발한 멸치 다시마 등의 해산물과 무 대파 양파 등 채소를 고루 넣어 3~4시간 동안 끓여 우려낸 국물 맛이다. 배달 주문도 받는다.

  이 국물에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바지락 홍합 새우 오징어 등 해산물을 껍질째 듬뿍 넣은 후 밀가루를 손수 반죽해 만든 칼국수를 넣고 다시 끓이면 담백하고 구수한 해물칼국수가 된다. 주인은 “싱싱한 해산물이 해물칼국수의 생명”이라며 “부부가 직접 새벽시장에 나가 고른다”고 밝혔다. 주인은 또 “해산물을 많이 사용해야 우러나는 담백하고 얼큰한 맛은 숙취해소에도 좋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이들 부부가 천궁 당귀 인삼 감초 등 27종의 한약재를 이용해 우려낸 국물에다 면을 넣어 만드는 한방밀면의 경우 거제도에서도 맛과 영양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식당과 30여m 떨어진 고현사거리의 경남은행 밑 딱불이 해물칼국수는 45평 규모의 비교적 큰 내실에 50~60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음식점이다. 다시마와 멸치 등의 해산물에 무 마늘 등을 이용해 미리 만들어 놓은 육수에 홍합 바지락 오징어 등 해산물을 그대로 넣은 후 칼국수를 넣어 끓인 해물칼국수는 구수하면서도 홍합과 바지락 고유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어 점심 저녁을 가리지 않고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이곳에는 비교적 여자 손님들이 많은 편이며 가족단위나 계 모임도 잦다. 1인분 4천원으로 즐기는 별미에 고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삼돌이 해물칼국수집의 유명세도 만만찮다. 옛 주택은행(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옆 건물 20여평에 자리잡은 이곳 칼국수는 바지락과 새우를 듬뿍 넣어 끓여내기 때문에 국물맛이 개운한데다 바지락을 가려내 먹는 재미도 칼국수 맛을 한층 더해준다. 또 반죽한 밀가루를 칼로 썰어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한점 한점 뜯어내 끓이기 때문에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고유의 밀장국과 같은 해물칼국수 맛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하얀 대형 사발에 듬뿍 담긴 해물칼국수는 3인분이지만 4~5명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점심시간과 퇴근길에 여자 손님은 물론 회사직원들이 한꺼번에 찾는 경우가 많다.

 

 

<37> 함양 흑돼지고기 요리

 

 

경남 함양은 예부터 선비의 고장이며 산수좋고 인심 좋기로 소문난 고장이다. 또한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은 맛깔스럽고 정결한 음식을 즐겨 먹었으며 각 문중이나 집안마다 전통음식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흑돼지 요리는 대부분 집안의 공통적인 음식의 하나로 손꼽힌다. 함양 흑돼지는 귀하다. 방목해 사육한 흑돼지는 고기맛이 뛰어나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양돈 농가로부터 외면당해 지역 소비량에도 부족할 만큼 공급이 달린다. 이 때문에 함양을 다녀온 사람들에겐 “함양 흑돼지 고기를 먹어보았느냐”는 말이 인사가 됐을 정도이다. 흑돼지 고기는 지방질이 거의 없어 육질이 부드럽고 수분 함량이 적어 고기가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조직감이 적당하고 근육내 지방이 들어있어 일반 돼지 보다 맛이 뛰어난 것이 축산기술연구소의 성분 검사에서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이처럼 생각만해도 군침이 돈다는 흑돼지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 함양에 있다.

  “흑돼지 고기는 기름기가 적은데다 고기가 연하고 쫄깃쫄깃 하기 때문에 요리하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 여러가지 맛이 납니다.” 흑돼지 전문식당을 운영하는 함양읍 용평리 삼일식당 주인의 말이다. 흑돼지 고기는 먹는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먹을 수 있는데 불고기 양념구이, 삶은 고기, 갈비로 분류돼 요리마다 독특한 맛을 낸다. 하루정도 숙성된 고기를 석쇠에 올려 놓고 왕소금을 뿌려 구워먹는 흑돼지 불고기 맛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맛을 모른다는 것이 권 씨의 자랑이다. 텃골의 흑돼지 갈비살이나 양념구이는 15~20㎝ 길이로 길쭉길쭉하게 자른 고기에다 고추장 양파 등 갖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 양념에 절여 12시간 정도 숙성시켜 구워먹는다. 고기가 연해 솜사탕처럼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다. 

흑돼지 고기는 콜레스테롤 함유율이 일반 돼지고기의 절반에 불과, 삶아서 수육으로 먹으면 입맛을 돋우는 특징이 있어 옛선비들이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함양읍내의 흑돼지 전문 식육식당으로는 연밭머리 식육식당, 오륙도식당, 시장 입구의 종로식육식당 등이 있으며 흑돼지 갈비집은 안성갈비에서 취향에 따라 먹을 수 있다.

  대구에서 88고속도로로 1시간20분, 진주에서 대진고속도로로 40분, 남원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함양에는 국가지정 문화재 상림숲을 비롯해 안의 용추계곡, 국립공원 지리산, 남덕유산 등 곳곳에 명승지와 볼거리가 많아 휴일이면 관광도 하고 흑돼지 고기맛을 보려는 가족 나들이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38> 밀양 부북 옻요리

 

 

주말을 맞아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근교산을 찾아 가벼운 산행과 함께 건강식을 즐길 수 있는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옻요리로 명성을 얻고 있는 평밭마을은 밀양시 부북면 화악산 동쪽 아래쪽에 위치한 진양 하씨와 장수 황씨의 집성촌이다. 별미를 즐기고 싶은 미식가라면 이곳에 자리잡은 옻닭과 옻토끼 등 옻요리 전문식당을 찾는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평밭마을이 자리한 화악산(931.5m)은 봄에는 철쭉과 진달래가 유명하고 가을에는 억새가 정상 일대에 펼쳐져 전망이 매우 뛰어난 산으로 등산객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천혜의 절경이 어우러진 곳에서 소중한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별미를 만난다는 것은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곳에서 옻닭과 옻토끼를 한번 맛보고 나면 평생 그맛을 잊지못해 두고두고 이곳으로 발길을 자연스레 옮기게 될 정도로 그맛이 특별나다. 평밭에 자리한 옻 요리 전문식당은 평밭산장, 화악산쉼터이며, 인근 상동면에도 산촌농원과 대밭농원 등이 옻요리로 명성을 얻고 있다. 닭과 토끼, 오리 등과 음식궁합이 잘 맞는 옻은 따뜻한 성질과 신맛을 지니고 독성도 갖고 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마른 옻이 어혈과 여인의 경맥불통 적취를 풀어줘 소장을 잘 통하게 하고 기생충을 죽이며 피로를 다스린다’고 적고 있다.

  특히 지난 97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 생명공학연구소 곽상수 박사팀이 국내산 참옻의 수액에서 ‘MU2’ 성분을 찾아내 항암작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처럼 항암기능까지 지닌 참옻과 함께 대추 등 각종 한약재와 토종닭을 함께 넣어 오랜 시간 푹 고아 낸 옻닭은 위암이나 난소암, 자궁암 등에는 물론 여성들의 냉증이나 생리불순, 술로 손상된 간을 회복시키며 특히 위장병에 좋은 민간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평밭산장에선 요리를 할 때 옻의 독성을 잘 중화시켜 한약재료와 함께 고아내므로 국물이 향긋하고 육질 또한 담백한 맛을 내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대밭농원의 옻닭도 인기를 더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옻요리를 원하지 않는 고객을 위해 마련한 백숙 또한 그 맛이 일품이다.

  화악산쉼터에서는 이집의 자랑거리인 옻토끼를 맛볼 수 있다. 옻의 효능에다 예부터 용왕님이 토끼간을 탐낼 만큼 토끼고기는 보약으로 알려져 있어 옻토끼요리는 최고의 건강식으로 일컬어진다. 동의보감에는 토끼고기를 달인 물을 복용하면 당뇨로 인한 소갈을 느끼는데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며 꾸준히 복용할 경우 성인병과 여성들의 다이어트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각종 한약재와 옻, 토끼고기를 넣어 장시간 고아 낸 국물을 산속에서 먹는 느낌은 신선이 따로 없을 정도이다.

  산촌농원의 주요리는 옻오리로 주인이 정성스레 달여 낸 옻오리 요리를 손님상앞에서 먹기좋은 한 입 크기로 정성스레 잘라 대접하는 특별함이 있다. 오리 역시 현대영양학에서 인체에 꼭 필요한 필수 지방산인 리놀산, 리놀레인산이 들어 있어 피속의 콜레스테롤을 억제한다. 오리기름은 물에 녹는 수용성으로 몸에 해롭지 않는 장점에다 고혈압과 중풍, 신경통의 치료와 예방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옻과 함께 어우러진 건강식들을 공기좋고 물좋은 자연속에서 함께 즐기는 시간만큼은 무릉도원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식사를 마친뒤 평밭~봉천~운주암~화악산 코스의 등산을 함께 한다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별미 여행이 될 것이다.

 

 

 

<39>창원 도계횟집 골목

 

 

경남 창원시 동읍을 지나 시내 초입에 위치한 도계동 횟집골목은 창원시민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찾아본 경험이 있는 명소다. 땅거미가 내릴 무렵이면 불야성을 이루며 길손들을 반긴다.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지만 중심가 고급횟집에서 느낄 수 없는 서민적인 풍취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손님의 직업도 천차만별이다. 도계동 주유소 뒷길에서 시내쪽의 좁은 이면도로(200m)를 따라 좌우로 늘어서 있는 이 곳은 80년대부터 하나둘씩 형성되기 시작, 현재 횟집 20곳이 밀집돼 있다. 점심때보다는 저녁 퇴근길 손님들이 주로 찾는 이곳은 저렴한 가격에 늘 신선한 횟감이 기다린다. 뿐만 아니라 민물회 취급점도 있어 식도락가들의 구미를 당긴다.

  삼정자연산횟집은 자연산 회로 꽤 많은 단골을 확보했다. 회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부산에서 27년간 주방장생활을 하며 닦은 솜씨를 바탕으로 7년동안 봉곡동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다 지난해 9월 이 곳으로 확장 이전했다. ‘신용’을 생명으로 삼는 주인 성품답게 전 음식점 시절부터 맺어온 단골이 줄잡아 수백명은 된단다. 도다리 볼락 등 횟감은 강씨가 주당 2~3차례 직접 삼천포 수협으로 내려가 골라 온다. 자연산 회는 접시당 양식보다 비싸지만 맛이 뛰어나 찾는 사람이 많다. 회접시에는 썰어놓은 회와 함께 생선머리와 꼬리도 함께 담아내 미각에 앞서 손님들의 시각적 즐거움까지 준다. 중요한 양념인 마늘은 부친이 남해에서 농사지은 무공해 마늘을 쓴다. 주인 강씨는 고객확보를 위해 지난해 10월 홈페이지(www.odinni.com)까지 개설, 한발 앞선 경영감각을 자랑한다.

  평균 10년 연륜의 바다횟집이 주종이지만 의령민물횟집(대표 정병주·52)은 몇 안되는 민물횟집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잉어회와 향어회, 숯불 민물장어를 취급하고 겨울철에는 합천에서 잡아온 빙어를 상에 내놓는다. 짭짤한 바다회에 비해 민물회 매운탕은 비린내가 없어 노인뿐 아니라 젊은층도 많이 찾는다. 이밖에 마창횟집 해상공원 마라도횟집 등이 선도높은 횟감을 무기로 많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도계동 횟집골목은 창원뿐 아니라 마산 진해까지 알려져 있으며 부담없는 가격이 최대 매력이다. 타지에서 요즘 이곳을 찾을 경우는 회를 먹은 후 동읍 주남저수지에 들러 철새를 보는 것도 제격이다. 불과 10여분 거리에 있고 고니 등 다양한 철새들이 겨울을 보내 자녀들에게 살아있는 자연공부도 시킬수 있으며 광활한 저수지에 비치는 낙조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40> 울산 무거동 곱창거리

 

 

연분홍빛 살집이 노릇노릇 익어간다. 쫀득쫀득, 고소하게 씹히는 맛.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쌀쌀한 밤 날씨에 어깨를 움츠린 게 언제였던가 싶다. ‘퇴근 후 한 잔’파가 즐기는 별미 중 하나인 곱창구이는 선술집 분위기라야 제대로 어울리고 곱창 속의 소화액 때문에 소화도 잘된다.  울산시 남구 무거동 곱창집거리는 신삼호교옆 도로를 따라 원조집 삼호곱창, 골목집, 갑산불고기곱창, 황소곱창, 시골돌곱창 등 곱창집 10여곳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다. 한때 30여 업소가 성업을 누렸던 이곳은 10여년전 도축장이 남구 상계동으로 이전한 이후 3분의 1로 줄었으나 여전히 곱창의 맛을 즐기려는 미식가들로 붐비고 있다. 25년째 곱창집을 운영하는 원조집 주인 박을순씨는 “이곳의 곱창은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며 “손님들에게 신선한 한우의 곱창을 제공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박씨는 “한번 맛을 본 사람 중에는 10년이 넘게 찾는 사람들도 많다”며 “여기까지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미식가들이 꽤 많기 때문에 고깃감을 속이면 장사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60~70년대 연탄불 피우던 시절의 향수를 되살려 주는 곱창은 내장중의 가장 맛있는 부위로, 동의보감엔 기가 허약한 사람이 섭취하면 기를 보충해주고 또 산후조리에도 특효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대창과 소창, 막창으로 나뉘는 곱창은 체내 필수영양소인 칼슘 함량이 쇠고기보다 많아 어린이에게는 성장부진과 구루병, 성인에겐 골다공증 및 골연화증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

  곱창구이 맛의 비결은 무엇보다 곱창을 잘 다듬는 것. 곱창은 굵은 소금을 뿌려 잘 주물러서 물로 깨끗이 씻어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곱창의 맛은 적당한 온도의 불과 굽는 시간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양념을 버무려 숙성시킨 곱창의 껍질을 벗겨낸 뒤 숯불이나 가스불에 ‘잘 된 계란반숙’처럼, 서너번 씹어 삼킬 정도로 구워야 최고의 맛이 살아난다는 것. 참기름에 소금을 친 양념장은 곱창을 찍어먹는데 빼놓을 수 없다.

  불에 익힌 곱창을 양념장뿐만 아니라 마늘과 양파, 과일을 버무린 소스에 발라 먹으면 새콤달콤하고 담백한 맛도 느낄 수 있다. 이들 곱창집의 밑반찬에는 과묵하면서도 인심이 넘쳐 흐르는 주인이자 주방장인 아주머니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맛이 깊게 배어 있다. 풋고추에 밀가루 콩가루를 입혀 쪄서 양념한 것, 고추 양파 오이 고추장무침 등 밑반찬만으로도 거뜬하게 밥 한그릇을 비울 만하다. 곱창전골 역시 갖은 양념을 섞는 노하우가 맛의 비결이다. 곱창과 양념, 육수가 어우러져 얼큰한 맛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물맛이 우러나올 때쯤 넣는 국수맛이 별미다. 고소하고 담백해 식상하지 않는 곱창요리의 핵심은 피막과 냄새를 제거하는데 정성을 들여야 비로소 제맛을 느낄 수 있다. 공업도시로 알려진 울산이지만 곱창을 비롯한 음식과 주변 자연풍광을 즐긴다면 훌륭한 봄나들이 장소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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