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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10일 동안의 스페인/포르투칼 여행

by 언덕에서 2025. 3. 10.

 

 

 

 

10일 동안의 스페인/포르투갈 여행

 

 

 

 

 

 

 

 

 

 

 

 

 

 

 

 

 

 

 

 

 

 

 

 

 

 

 

 

 

 

 

 

 

 

 

 

 

 

 

스페인 여행에서(Spanische Reise) 중에서

 

                                     - 라이너 마리아 릴케 (Rilke Rainer Maria.1875-1926)  

 

태양은 날마다 처음처럼 떠오르고

백색의 벽은 그 빛에 눈부시게 타올랐다.

그 아래를 지나던 나는

말없이,

그리고 깊이 스스로를 잊었다.

올리브 나무의 그림자가

내 마음에 가라앉았고,

고요한 바람이 이방인인 나를

한 순간, 세상과 화해하게 했다.

 

  「스페인 여행에서(Spanische Reise)」는 릴케가 1912년에 스페인을 여행하며 남긴 서정시 중 일부로 그의 산문이나 단편시를 담은 책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위의 시는 스페인 남부의 자연과 빛 그리고 고요한 종교적 정서를 접하며 느낀 내면의 평화와 감흥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스페인의 햇살, 흰 벽, 올리브 나무 그리고 성당의 고요함 등이 그의 상징적인 언어로 재해석되었지요. 아래는 릴케가 스페인 여행 당시 남긴 시구절 중 하나입니다. 이 시 역시 릴케의 시적 어조와 스페인에서의 내면적 체험을 담고 있지요.

 

태양은 흰 벽 위로 떠올랐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고요했다.
나는 야자수 아래를 걸었고,
내 마음은 물처럼 되었으며,
산 위 수도원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었다.

바람은 어린 짐승의 털처럼 부드러웠고,
빛은 마치 포도주처럼
여인들의 눈동자에 머물렀다. 

 

 릴케 (Rainer Maria Rilke) 는 스페인 여행에서 본 내용들을 단순한 풍경 묘사로 그치지 않고, 그 자신 내면의 고요함과 종교적 감흥, 생의 순간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시인이 스페인에서 받은 시각적·감각적 인상을 시적으로 승화시킨 사례 중 하나입니다.

 시인 릴케는 스페인 여행 중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여러 시를 창작했습니다. 특히 '스페인 3부작(Die spanische Trilogie)'은 그의 스페인 체류 경험을 담은 대표적인 작품인데요. 이 시들은 스페인 남부 론다(Ronda)에서 머물며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스페인 3부작'의 첫 번째 시는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Aus dieser Wolke, siehe: die den Stern
so wild verdeckt, der eben war — (und mir),
aus diesem Bergland drüben, das jetzt Nacht,
Nachtwinde hat für eine Zeit — (und mir),
aus diesem Fluß im Talgrund, der den Schein
zerrißner Himmels-Lichtung fängt — (und mir);
aus mir und alledem ein einzig Ding
zu machen, Herr: aus mir und dem Gefühl,
mit dem die Herde, eingekehrt im Pferch,
das große dunkle Nichtmehrsein der Welt
ausatmend hinnimmt —, mir und jedem Licht
im Finstersein der vielen Häuser, Herr:
ein Ding zu machen; aus den Fremden, denn
nicht Einen kenn ich, Herr, und mir und mir
ein Ding zu machen; aus den Schlafenden,
den fremden alten Männern im Hospiz,
die wichtig in den Betten husten, aus
schlaftrunknen Kindern an so fremder Brust,
aus vielen Ungenaun und immer mir,
aus nichts als mir und dem, was ich nicht kenn,
das Ding zu machen, Herr Herr Herr, das Ding,
das welthaft-irdisch wie ein Meteor

 

 릴케는 스페인의 자연과 밤의 정취를 깊이 있게 묘사하며, 자신과 주변 세계의 합일을 갈망하는 내면의 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위의  「스페인 3부작」 중 제1시의 번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번역본에서 시적 어법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현대어에 맞지 않는 부호를 고치고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다듬어보았습니다.

 

스페인에서 – 제1시         

 

이 구름에서, 보라. 그 별을.
그토록 격렬히 가린 그것 (그리고 나),
지금 밤이 내린,
밤바람이 도는 저 산 너머 땅에서  (그리고 나),
계곡 아래 흐르며.
찢긴 하늘 틈의 빛을 받아내는 강에서 (그리고 나),
나와 이 모든 것에서.
단 하나의 존재를 만들어주소서, 주여.
나와 그 느낌에서.
마구간에 돌아온 짐승 떼가
세상의 거대한 어두운 무(無)를
내쉬며 받아들이는 바로 그 감각.
나와 어둠 속의 모든 집에 깃든
작은 불빛들과 함께, 주여.
하나의 존재를 만들어주소서.
이 낯선 자들에서,
내가 아는 이는 하나도 없나이다, 주여,
그리고 나와 나 자신으로부터,
하나의 존재를.
잠든 이들에게서,
그 낯선 노인들 — 그들은 병원 침대에서
중요한 듯 기침하나이다.
낯선 젖가슴에 안긴,
잠에 겨운 아이들로부터,
무수히 모호한 것들과,
항상 나로부터,
오직 나와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서
그 존재를 만들어주소서,
주여, 주여, 주여,
그 존재를.
세속적이며 지상적인,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그 존재를.

 

 이 시는 릴케의 전형적인 내면 탐구와 신에게 향한 간구 그리고 존재론적 통합에 대한 갈망을 보여줍니다. “나와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서 하나의 존재를 만들어주소서”라는 기도는 그가 스페인에서 경험한 낯섦 속에서 스스로를 재정립하려는 고뇌의 목소리이겠네요.

 스페인 여행 소감을 적으려다, 그간 내가 써왔던 여행에 관한 글들이 통속적이기 짝이 없어서 이번에는 릴케를 도입해봤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았지만 의미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내 인생에서 이제 또다시 유럽을 여행할 기회가 있을까 의문 부호를 달아보았지요. 동행한 지인분들, 특히 노선생님과 한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미련한 자는 먼 곳에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기 발 밑에서 행복을 키운다.”    (오펀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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