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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희곡

셰익스피어 희곡 『헨리 4세 (Henry IV)』

by 언덕에서 2024. 12. 2.

 

 

 

셰익스피어 희곡 『헨리 4세 (Henry IV)』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사극(史劇)으로 1596~1597년에 쓴 역사극이다. 각각 5막으로 된 두 부분 중 제1부는 1597년에 초연되어 1598년에 출판되었고, 제2부는 1600년에 출판되었다.

 1398년에서 1422년 사이의 역사를 다룬 랭커스터 4부작의 중심을 이루며 <리처드 2세>와 더불어 셰익스피어의 절정기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특히 인물과 장소, 풍부한 언어 표현형식 등의 면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영국 역사극 시리즈 중 하나로, 두 편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내용은 리처드 2세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헨리 4세의 치세를 다루며, 그의 아들 할 왕자(후일의 헨리 5세)의 성장 과정을 그린다. 또한 역사적 사건과 함께 희극적 요소를 통해 왕자와 주정뱅이 친구인 팔스타프(Falstaff)의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헨리 4세』는 국가적 정치 갈등과 왕자의 개인적 성장 이야기를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헨리 4세 (Henry IV)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헨리 4세는 왕위에 올랐지만 자신의 통치에 대해 불안해하고, 주변의 반란 세력에 직면한다. 특히 노섬벌랜드 가문이 주도하는 반란이 그의 권력을 위협한다. 한편, 왕의 아들인 할 왕자는 주정뱅이 팔스타프와 어울리며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어 왕은 실망하고 있다.

 노섬벌랜드의 아들 핫스퍼는 반란군을 이끌고 헨리 4세와 대립하며 왕국은 점차 내전의 위기에 처한다. 이 와중에 할 왕자는 팔스타프와 함께 흥청망청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아버지와 나라의 상황에 대해 점차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반란군과 왕의 군대는 충돌할 준비를 마치고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할 왕자는 자신이 왕자의 의무를 다해야 함을 깨닫는다. 그는 자신의 방탕한 생활을 정리하고 전쟁에 참여할 결심을 한다.

 핫스퍼와 왕의 군대가 맞붙는 전투에서 할 왕자는 용맹하게 싸우며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 그는 핫스퍼와 일대일 대결에서 승리하고 반란을 진압한다. 이는 그의 성장이 드러나는 중요한 순간이다.

 반란은 진압되고 헨리 4세의 권력은 일단 안정되지만 왕은 여전히 왕국 내 불안정한 요소들을 걱정한다. 할 왕자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성장을 증명하며 왕위 계승자의 자격을 보인다. 팔스타프는 자신이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다고 주장하지만, 할 왕자는 그의 허풍을 무시하고 자신의 새로운 책임에 집중한다.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 ∼ 1616)

 

 제1부는 전형적 용장(勇將) 호스퍼가 반란 진압의 명예를 지니면서도 왕의 의지를 오해하여 양자가 다투게 되고, 황태자 헨리의 토벌을 받는다. 제2부는 호스퍼의 아버지 노섬벌랜드백(伯)이 왕자 조운의 군대와 싸워 패전하고, 국왕 헨리 4세 역시 심로(心勞)로 일찍 죽게 되어 황태자가 즉위하여 헨리 5세가 되기까지의 역사이다.

 황태자는 항상 시정(市井) 생활에 출입하여 그것 때문에 부왕의 오해도 받으나, 한편 인심의 기미를 잘 파악하며, 전장에 임하여서는 적장을 무찌르는 용맹스러운 인물로서 왕위에 오른 뒤로는 명군(名君)이 된다. 이 황태자의 상대역은 폴스타프로 그의 일거일동은 밉살스러운 점이 없는 해학(諧謔)이 풍부하여 전편의 흥미 중심이 된다.

 이 작품에서 헨리 4세는 주인공이 아니며 주인공은 오히려 아들인 왕자 할(Hal)이다. 이상적이고 민중과 친숙한 지배자로서 뒤에 헨리 5세가 되는 왕자 할은 이 작품의 중심 테마를 이룬다. 헨리 4세는 1399년 합법적이지만 무능한 지배자 리처드 2세로부터 권력을 빼앗고 그를 살해한다. 이 사건은 성공한 반란으로서 합법화되지만 셰익스피어의 역사극과 튜더왕조의 역사에는 왕위 찬탈로 기록된다.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은 당시 영국 국민의 역사책으로 사용되었고 동시에 반란을 일으켜 신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

 

 

 한편 팔스태프(Falstaff)라는 인물은 인물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전통이 결합한 모습을 보여 준다. 특히 그리스희극과 코메디아 델 아르테의 허풍쟁이 군인과 중세 도덕극의 유혹자 모습을 닮았는데, 팔스태프라는 인물과 분위기를 통해 <헨리 4세>는 희극적인 면과 사실적인 면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왕자 할의 영혼에 들어 있는 희극적이고 악마적인 성격과 영웅적인 덕성이 서로 투쟁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즉 할 왕자는 1부 첫 부분의 독백을 통해 술주정뱅이와 도둑들의 세계와 거리를 두지만, 다른 한편으로 궁정 세계의 의례와 정치적인 간계, 군인의 획일적인 덕성으로 자기 세계를 가두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할(Hal) 왕자는 자신의 위치가 법과 질서 내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지배자가 되려면 사적인 삶의 형태를 더 이상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지만, 민중들 틈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귀족의 지배자가 아니라 민중의 지배자임을 인식하게 된다.

『헨리 4세』의 두 부분이 가진 내적인 연관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오늘날의 셰익스피어 연구에서는 1부의 사건이 2부에서도 연결되어 진행된다는 점에 주목하여, 전체적인 주제와 구조상 두 부분이 처음부터 하나로 구성된 것으로 본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희극정신(戱劇精神)의 결정체라는 평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