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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희곡

셰익스피어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 (The Taming of the Shrew)』

by 언덕에서 2024. 12. 4.

 

 

셰익스피어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 (The Taming of the Shrew)』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희곡으로 1590년에서 1592년 사이에 쓰였다.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권력 역학을 탐구하는 코미디극이다.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셰익스피어가 쓴 이 작품은 주인공 캐서리나(Katherina)에게 페트루치오(Petruchio)가 청혼하고 결혼한 후 함께 생활하면서 겪는 변화를 다룬 스토리다. 당대 성역할과 결혼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도발적이고 유머러스하게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16세기 영국의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남성과 여성 간의 권력관계를 풍자적으로 그리며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작으로 자리 잡았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연극 속에 연극이 있는 액자식 구성(framing device)으로 프레임 스토리를 전개한다. 이 연극의 프레임 스토리로 첫 번째 이야기는 잠에서 깨어난 슬라이(Sly)가 자신을 실제로 영주라고 믿게 한다. 그런 다음 진짜 영주는 슬라이의 기분 전환을 위해 연극을 공연한다. 그 연극이 바로 연극 안에 있는 연극의 다른 스토리인 카타리나와 페트루치오의 이야기다.

 말괄량이 캐서리나에게 페트루치오가 갑자기 청혼한다. 그 청혼에는 불순함이 내포되어 있다. 캐서리나가 파도바의 부자 뱁티스타의 딸이기 때문이다. 현대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접근이다. 캐서리나는 청혼을 거부하지만 그 시대 결혼 문화의 흐름으로 결국 결혼하게 된다. 페트루치오는 그 나름의 고유한 (심리적, 육체적, 언어적) 방식으로 캐서리나를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하고 순응적인 신부가 되도록 길들인다. 반면, 캐서리나와 반대적 여성의 모습으로 그녀의 여동생 비앙카(Bianca)가 등장한다. 남자들이 구혼의 대상으로 선호도 높은 여성 이미지를 비앙카로 묘사했다. 현대 여성들에게 논란의 소지를 제공하는 부분이다.

 이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현대 여러 커플들이 사랑을 확인하는 내기의 원조 내용이다. 새로 결혼한 세 쌍의 커플인 캐서리나와 페트루치오, 비앙카와 루첸시오, 미망인과 호르텐시오는 누구의 아내가 가장 순종적인지 100크라운을 걸고 내기를 한다. 세 남자가 하인을 보내어 각자 아내를 부르게 하고 그에 반응하여 오는 사람이 남편을 내기에서 이기게 하는 내용이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야기는 파두아의 부유한 귀족 바티스타 미놀라의 집에서 시작된다. 바티스타에게는 두 딸이 있는데 큰딸 캐서리나는 성격이 까칠하고 독립적이며, 작은딸 비앙카는 아름답고 순종적이다. 많은 남성이 비앙카와 결혼하고 싶어 하지만 바티스타는 캐서리나가 먼저 결혼하기 전에는 비앙카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는 비앙카의 구혼자들에게 큰 문제를 안겨준다.

 비앙카를 사랑하는 루센시오는 그녀와 결혼할 방법을 찾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캐서리나의 구혼자를 찾는 계획을 세운다. 그때 페트루치오라는 성격이 강하고 도전적인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캐서리나의 지참금이 마음에 들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페트루치오는 캐서리나를 길들이기 위한 작전을 펼치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페트루치오는 결혼식에서부터 캐서리나를 통제하려는 행동을 시작한다. 결혼식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을 하고 나타나며 결혼 후에는 그녀를 배고픔과 피로에 시달리게 하고 칭찬과 모욕을 섞은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 캐서리나는 이런 상황 속에서 의지가 약하게 되어 태도에 변화가 시작된다.

 페트루치오는 캐서리나가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도록 유도하고 그녀를 말 잘 듣는 아내로 변화시키려는 과정이 절정에 이른다. 그들은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여성들의 순종에 대해 내기를 걸게 되고 캐서리나는 다른 아내들과 달리 페트루치오의 부름에 즉각 응답하며 완전히 길든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다른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며 페트루치오의 승리를 입증하는 순간이 된다.

 결국 캐서리나는 페트루치오의 의지에 매우 순응한 모습을 보인다. 비앙카와 루센시오 역시 결혼에 성공하고, 이야기는 페트루치오와 캐서리나의 관계가 안정된 상태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캐서리나의 변화가 진정한 순종인지 아니면 전략적 행동인지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 ∼ 1616)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당시 가부장적 결혼제도와 성역할에 대한 복잡한 질문을 제기하여 오늘날까지 논란이 많은 작품이다. 작품에서 페트루치오가 캐서리나를 '길들이는' 과정은 신체적·정신적 학대처럼 보일 수 있는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어 현대의 시각에서는 불편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 희곡은 셰익스피어 특유의 과장된 코미디와 사회적 풍자를 통해 결혼이라는 제도를 조롱하는 방식으로 읽힐 수 있다.

 캐서리나의 변화를 두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일부 평론가들은 캐서리나가 결국 페트루치오의 권위에 굴복한 여성으로 보기도 하며, 이는 당시 여성의 순종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반면, 그녀의 변화가 페트루치오와의 관계에서 발생한 새로운 형태의 상호 이해로 해석되기도 한다. 즉, 캐서리나가 페트루치오와의 권력 투쟁을 통해 균형 있는 관계를 구축했다는 관점도 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이탈리아식의 익살스러운 소극(笑劇)이다. 이 연극은 코미디극의 상황 때문에 희극적 생기를 발산하고 있어서 이후 순수한 희극의 형태로 발전하여 신파적인 가면 너머에 연극적인 본질을 지닌 듯하다. 이른바 말괄량이를 길들이는 역(役)인 페트루치오는 한낱 보기 흉한 야만인이 아니라 비록 괴팍할망정 당당한 신사이다. 이는 젊은 셰익스피어가 흥미를 느낀 최초의 성격 묘사이다. 길드는 쪽인 캐서리나는 지독한 악녀(惡女) 왈가닥이 아니라 다만 악녀를 가장한 것뿐이며, 야비한 남편에게 짓밟히는 아내가 아니라 온순하고도 명랑한 근대적 아내로 변용한 역할이다.

 희곡 내 이중의 이야기 구조는 셰익스피어가 사회의 위선과 허구성을 드러내었다. 비앙카의 구혼자들이 사용하는 속임수와 위장은 사랑과 결혼에서 진정성이 없는 관계를 풍자한다. 한편, 캐서리나와 페트루치오의 관계는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