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단편소설 『개미와 베짱이(The Ant and the Grasshopper)』
영국 소설가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1874∼1965)의 단편소설로 1924년에 발표되었다.
청춘의 방황과 생의 의미를 깨닫는 여정과 그 속에서 발견해 낸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은 서머싯 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서머싯 몸은 사랑과 우정, 성공과 실패, 삶과 죽음 등의 선택지들 사이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이 서로 공명하며 생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해 현실적으로 묘사해 내었다. 명쾌하고 대중적인 필치로 써 내려간 단편들에서 서머싯 몸의 유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이솝 우화인 ‘개미와 베짱이’를 현대적이고 풍자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한 작품으로 블랙코미디와 서스펜스로 채워진 단편이다. 원작 우화가 근면한 개미와 게으른 베짱이의 대조를 통해 성실함의 가치를 강조했다면, 이 작품은 그 이면의 도덕적 질문을 던지며 사회의 위선과 성공의 의미를 풍자하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조지 램버트(George Ramsay)는 '개미'처럼 매우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그는 모든 일을 계획적으로 처리하며 자기 직장과 가정을 충실히 책임진다. 반면, 그의 형 톰은 전형적인 '베짱이' 캐릭터로, 인생을 가볍게 여기고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살아간다.
톰은 젊은 시절부터 도박, 주식 투기, 사치스러운 생활 등으로 방탕한 삶을 살았다. 그는 번번이 실패하고 동생에게 재정적인 도움을 청하지만 조지는 언제나 톰을 돕는다. 이러한 톰의 무책임한 행동은 결국 그를 파산에 이르게 하고 조지는 다시 형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톰은 오랜 시간 방탕하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부유한 과부와 결혼하게 되어 큰 재산을 상속받는다. 이제 그는 동생보다 더 부유해져서 그의 무책임한 삶은 오히려 큰 성공으로 마무리된다. 동생 조지는 이러한 형의 행운을 보고 깊은 허탈감과 혼란에 빠진다.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이 한순간에 의미 없어 보이게 된다.
서머싯 몸의 단편은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으로 극적 긴장감을 끌어내며 ‘반전’을 꾀해 인간의 양면성을 부각해 모호한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나는 단편 소설을 흐지부지한 줄임표보다는 마침표로 끝내는 것을 더 선호했다.”라는 말처럼 그의 단편은 잘 짜인 플롯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빠르고 확실하게 매듭을 짓는 방식을 취해 완결성을 높인다. 블랙코미디와 감동적인 휴머니즘을 넘나드는 단편들 속에서 단순한 재미뿐 아니라 인간 군상을 세심하고 또렷하게 관찰한 서머싯 몸의 통찰까지 엿볼 수 있다. 생을 정면으로 마주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응원한 서머싯 몸의 휴머니즘은 시공을 초월해 현재까지도 읽는 이의 공감을 자아낸다.
서머싯 몸의 「개미와 베짱이」는 전통적인 도덕적 교훈을 뒤집고, 성공과 실패의 복잡한 현실을 냉소적이며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이솝 우화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성실함을 강조하고 게으름을 비판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서머싯 몸은 이를 역으로 해석하여 성실함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게으름과 무책임함이 오히려 더 큰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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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인생에서의 공정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조지처럼 성실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는 톰의 사례를 통해 완전히 무너진다. 독자는 조지의 삶과 톰의 삶을 비교하며, "인생은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서머싯 몸은 이러한 질문을 제기하면서, 인생의 아이러니와 운명의 변덕스러움을 강조한다.
또한, 이 작품은 인간 본성에 대한 비판적 통찰을 제공한다. 성실함과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는 사회적 규범이 톰과 같은 인물의 성공 앞에서 무력해지는 순간, 독자는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서머싯 몸은 이러한 상황을 통해 사회의 도덕적 위선을 꼬집고 개인의 성공이 반드시 그들의 노력이나 성실함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풍자적으로 지적한다. 결국 『개미와 베짱이』는 성실함과 게으름, 노력과 행운이라는 삶의 대조적인 요소들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다루며 독자들에게 인생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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