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장편소설 『네또츠까 네즈바노바(Неточка Незванова)』
러시아 소설가 도스토옙스키(Dostoevski Fedor Mikhailovich. 1821~1881)의 초기 장편소설 중 하나로 미완성된 작품이다. 1849년 [조국 수기] 5월호에 발표된 이 소설은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 고통스러운 가족사 그리고 내면의 성장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소설의 제목 '네또츠까 네즈바노바'의 의미는 작품의 여 주인공의 이름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Netotka Nezvanova'라는 이름은 '아니오' 또는 '아님'을 의미하는 "Net"(нет)과 "초대받지 않은"을 의미하는 'nezvany'(незваный)와 관련된 'Nezvanova'라는 두 개의 러시아어 단어에서 파생되었다. '불필요한.' 이는 그녀의 이름에 '초대받지 않은 사람' 또는 '원치 않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그녀의 고아 상태, 버림받은 감정, 소속감을 위한 투쟁을 반영함을 작가는 염두에 둔 듯하다.
소설은 어려움, 상실, 그녀에게 무관심해 보이는 세상과의 연결에 대한 갈망으로 특징지어지는 Netotka의 초기 생애에서 시작한다. 주인공의 이름은 소외된 자로서의 그녀의 정체성과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서 자주 나타는 소외와 자기 가치 추구라는 주제와 연관된다.
『네또츠까 네즈바노바』는 [조국 수기]지에 총 6부로 게재 계획되었지만 도스토옙스키가 문제의 뻬뜨라셰프스끼 서클 가담의 죄목으로 체포됨으로써 작가의 이름이 빠진 채 3부만 실리는 것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이후 작가의 체포와 유형으로 인해 작업은 중단되었고, 유형 후에도 도스토옙스키는 단지 부분적인 수정을 가했을 뿐 『네또츠까 네즈바노바』를 완성하지는 못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네또츠까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재능 없는 바이올리니스트 스따니슬라프와 재혼한다. 계부 스따니슬라프는 음악적 야망에 집착하지만 재능이 없어 좌절하며 가족 내 갈등이 심화한다. 네또츠까는 스따니슬라프를 경멸하면서도 그에게서 도피하지 못하여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낀다.
스따니슬라프의 자학적인 삶은 결국 그를 파멸로 이끈다. 계부가 죽은 후 네또츠까는 부유한 귀족 가문의 후원을 받는다. 이곳에서 그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애쓰고 귀족의 딸 까챠와 복잡한 우정을 나누며 성장한다.
네또츠까는 부유하게 자란 까챠와의 관계에서 적응하려 노력하지만 혼란을 겪으며 감정적으로 고립된다. 그 과정에서 주변 상황과 사람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받는다.
네또츠까는 까챠와의 우정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깨닫고 두 사람은 결국 결별한다. 이러한 경험은 네또츠까의 내면적 성숙을 촉진한다 (여기에서 소설은 미완성으로 끝나며 네또츠까의 이후 삶이나 결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즉,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의 내면적 고통과 성장 과정을 심도 있게 표현하려 했으나 소설은 완결되지 않았다).
도스토옙스키는 1838년 포공학교(砲工學校)에 입학, 1841년 장교로 임관되어 군대에 복무하는 한편, 호프만ㆍ발자크 등을 탐독하며, 창작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1848년 친구인 그리고로비치의 소개로 네크라소프가 주재하는 잡지의 그의 창작이 게재되었는데, 이것이 당시의 문단의 권위이던 벨린스키를 경탄케 한 출세작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뒤이어 <분신(分身)>(1846) <백야(白夜)>(1849) 등을 발표했으나, 문단에서 극히 냉담한 비평을 받았을 뿐이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1849년 유명한 ☞ 뻬뜨라셰프스끼 사건에 연좌되어 일단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사형 집행 직전에 감형되어 시베리아로 유형(流刑)되었다. 그 후 4년간 트보리스크 감옥에서 흉포한 살인범들과 함께 심한 노역(勞役)에 종사했다.
도스토옙스키는 유형지에서 생활하면서 얻은 뇌전증으로 늘 고통을 받았고 도박벽이 보통 이상으로 심해 주로 빚을 갚으려고 소설을 썼던 사람이다.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위대함은 부당하게 학대받고 고난을 겪는 사람들의 운명을 뼈아프게 느끼고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며 그들 곁에 서려고 노력했다는 데 있다. 작가는 러시아의 국민성을 잘 알고서 민중의 운명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였다. 작중인물의 심리적, 정신적 갈등과 성격의 복잡성을 그리는 데 그를 따라갈 사람은 이 지구상에 없을 듯하다.
『네또츠까 네즈바노바』는 도스토옙스키의 초기 작품으로, 인간 내면의 심리적 갈등과 고통을 통한 성장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하는 '성장소설'로 분류할 수 있다. 비록 미완성으로 남았지만 이 작품은 도스토옙스키가 후에 다루게 될 심리적 깊이와 도덕적 갈등의 실마리를 보여준다. 네또츠까의 복잡한 감정 상태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는 도스토옙스키 특유의 심리적 탐구를 잘 드러낸다. 그녀는 사랑과 증오, 의존과 독립 사이에서 갈등하며 내면적 성장을 이루는 캐릭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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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은 대개 심리소설과 종교소설, 사회소설과 범죄소설을 아우르고 있다. 그는 선과 악, 죄와 벌, 악덕과 자유의지의 이분법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드라마를 썼다. 그와 아울러 인간 내면의 모순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의 소설은 심리소설이다. 그리고 신과 인간, 현세와 영원, 그리스정교와 무신론의 문제 등 우주적인 이원성의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의 소설은 종교소설이다. 도시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빈민 혹은 소외계층 사람들의 심리를 예리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그의 소설은 사회소설이다. 병이나 이상심리를 가진 인물들이 나오고 극적이고 자극적인 사건이 연이어진다는 점에서 그의 소설은 범죄소설 내지는 추리소설이다.
이 작품은 한 소녀가 겪는 고통스러운 경험과 내적 성장 과정을 다루고 있다. 네또츠까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적 독립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다. 비록 완결되지 않았지만, 이 소설은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준다.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도덕적 갈등 그리고 개인의 구원 가능성에 대한 문제는 그의 후기 작품에서 더욱 심화되는 주제들이다. 이 소설은 비록 미완성이지만 도스토옙스키가 인간의 내면세계를 깊이 탐구하는 작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뻬뜨라셰프스끼 사건 : 19세기 러시아에서 일어난 정치적 사건이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차르의 전제정치와 농노제를 비판하는 지식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고, 이 중 미하일 뻬뜨라셰프스끼라는 자유주의 사상가가 이끄는 모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모임은 러시아 지식인들이 비밀리에 모여 서방 민주주의 사상과 사회주의 이론을 공부하고 토론하며 점점 반정부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모임에 자주 참석하며 전제정치와 농노제 폐지를 논의했는데, 특히 사회 문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특정한 행동을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다.
1849년, 이 모임이 차르 니콜라이 1세의 비밀 경찰에 발각되어 체포되었다. 도스토옙스키를 비롯한 회원들은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실제 처형 직전 차르의 특사로 형이 강제 노역형으로 감형되었다. 이 사건은 도스토옙스키에게 깊은 심리적 충격을 남겼고, 이후 그의 문학 작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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