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역사학자가 쓴 성경 이야기(구약 편)』
역사학자 김호동(金浩東, 1954~)이 쓴 역사 저서로 2016년 [까치글방]에서 발행되었다. 이 책은 12~14세기의 몽골 제국에 대해서 연구해 온 역사학자 김호동이 쓴, 구약 성경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경은 역사적 맥락과 비역사적 맥락이 뚜렷하게 교차하고 공존하는 책이다. 저자는 성경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보고 연구하고 파헤쳤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역사적 근거를 확인하는 지도와 삽화들을 삽입하여 독자의 이해와 사실성을 높였다. 인간과 신 사이를 중재했던 선지자들의 발걸음을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 책은 구약 시대를 하나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10개의 장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구약성서의 연대별 진행과 동일하다.
- 제1장 많은 민족의 아버지:아브라함, 제2장 하나님과 씨름한 자:야곱, 제3장 민족의 구원자:모세, 제4장 믿음의 전사:여호수아와 사사들, 제5장 비운의 영웅:사울, 제6장 이스라엘의 왕:다윗, 제7장 영광과 지혜의 군주:솔로몬, 제8장 우상과의 싸움:엘리야와 엘리사, 제9장 망국의 예언자들:이사야와 예레미야, 제10장 귀환과 회복:에스겔에서 느헤미야까지 -
책의 중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 중동 민족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브라함에서부터 내용은 시작한다. 대홍수가 끝나고 노아의 후손인, 데라의 아들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지시에 따라서 가나안 땅으로 이주한다.
그러나 하느님은 지시만 내린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에게 약속해 주었다.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라는 것과,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창 12:2-3)이라는 약속이었다. 이 책은 하느님의 약속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관한 약속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 역사에는 하느님과 사람의 관계, 그 사이에서 중재하는 선지자 그리고 실제 역사적 배경이 숨어 있다. 이 책은 핵심적인 선지자들을 선별하여 그들이 겪은 사건들, 특히 그중에서도 역사적 배경을 확인하고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을 주로 다루었다.
이 책은 구약성경을 종교적 경전이 아닌, 하나의 역사적 문헌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담고 있다. 김호동은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성경의 텍스트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당시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맥락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서술한다. 이를 통해 성경을 인간 역사의 산물로 바라보고,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과 해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역사학자 측면에서 본 설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성경의 역사적 기원 분석이다. 역사학자 김호동은 성경을 다양한 역사적 시기와 지역에서 작성된 문서들의 집합체로 본다. 구약 성경은 고대 이스라엘과 근동 지역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저자들에 의해 쓰였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편집과 수정을 거쳤다. 성경 속 이야기는 한순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사회적 필요성과 종교적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둘째, 성경 속 역사적 사건의 해석이다. 성경은 단순한 신화적 서사가 아닌, 그 시대의 역사적 사건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출애굽 이야기나 바빌론 포로 사건은 역사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고대 근동의 중요한 사건들과 연관된다. 저자는 이러한 사건들을 종교적 믿음의 차원에서가 아닌, 당대의 정치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하며, 성경의 서사가 어떻게 그 시대의 역사와 맞물려 있는지 탐구한다.
셋째, 다양한 출처와 문헌적 분석이다. 성경은 단일한 저작물이 아니며 구전된 이야기가 여러 세기에 걸쳐 기록되고 편집된 결과물이다. 김호동은 역사학자로서 성경이 여러 문서의 집합체임을 밝히고,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출처들(J 문서, E 문서, P 문서, D 문서 등)을 분석한다. 이러한 문헌 비평적 접근은 성경이 어떻게 여러 역사적 층위를 반영하고 있으며, 각기 다른 시대와 문화적 배경 속에서 편집된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넷째, 비교 역사학적 관점이다. 저자는 성경의 내용을 다른 고대 문헌들과 비교하여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탐구한다. 예를 들어, 창세기의 홍수 이야기는 수메르나 바빌로니아의 홍수 신화와 유사점을 보인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성경 속 이야기들이 고유한 것이 아니라, 그 당시에 널리 퍼져 있던 신화적 전통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말한다. 이는 성경이 특정 민족의 종교적 경전을 넘어서는, 더 넓은 문화적 교류와 영향을 반영하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역사적 인물과 사건의 복합성이다. 성경 속 인물과 사건들이 실제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다윗 왕이나 솔로몬 왕은 실제 역사적 인물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상화되고 전설화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인물들의 실제 역할과 후대에 전승된 이야기 사이의 차이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성경이 단순한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정치적, 종교적 목적에 따라 재구성된 서사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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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동의 『한 역사학자가 쓴 성경 이야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역사학적 해설’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첫째, 성경의 편집 과정 :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구약 성경은 시간에 걸쳐 편집되고 재구성된 텍스트이다. 저자는 이러한 편집 과정을 역사적 사건들과 연결하여, 성경이 당시 사회적 필요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재편되었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바빌론 유수 이후 유대 공동체는 그들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구약 성경의 많은 부분을 편집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한다.
둘째, 역사적 사실과 신앙의 경계 : 성경에 기록된 많은 사건은 역사적 사실과 신앙적 해석이 얽혀 있다. 저자는 역사학자로서 신앙적 해석을 배제하고, 당시의 문헌과 고고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전설화된 사건을 구분한다. 이러한 접근은 성경이 당시 사람들의 역사적 경험과 신앙적 상상력이 결합한 결과물임을 설명한다.
셋째, 종교적 서사의 사회적 기능 : 성경은 단순한 종교적 텍스트가 아니라, 고대 사회에서 정치적·사회적 역할을 수행한 문헌이다. 저자는 성경이 어떻게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고, 통치자의 정당성을 부여하며, 사회적 규범을 형성하는 데 사용되었는지를 분석한다. 이는 역사학자가 성경을 바라볼 때, 그 텍스트가 갖는 사회적 기능에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한 역사학자가 쓴 성경 이야기』라는 저서를 통해 성경을 역사적 문헌으로 이해하고, 그 안에 담긴 복잡한 역사적·사회적·정치적 의미를 탐구했다. 이는 역사학자로서 성경을 바라보는 중요한 관점이며, 성경이 종교적 텍스트일 뿐 아니라 고대 문명의 산물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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