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에 대한 유전자 중심적 관점을 대중화 한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두 번째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Clinton Richard Dawkins, 1941~ )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1976) 』는 생물학과 진화론을 설명하는 중요한 책으로, 유전자 중심적 관점에서 ‘자연선택’을 다루고 있다. 도킨스는 진화의 기본 단위가 개체나 종이 아닌 유전자라고 주장하며, 유전자가 자신의 생존과 복제를 위해 생물을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 '이란 단어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함이 필요하다. 찰스 다윈이 제안한 '자연선택'은 진화론의 핵심 개념으로 생물이 시간이 흐르면서 환경에 적응해 변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자연선택의 기본 원리는 다음과 같다.
● 변이(Variation) : 개체들 사이에는 유전적으로 다양한 특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같은 종의 개체들 사이에서도 크기, 색깔, 힘 등의 차이가 나타난다.
● 과잉 생산(Overproduction) : 생물 대부분은 많은 자손을 낳지만, 환경이 제한되어 있어 모든 자손이 살아남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생존 경쟁이 발생한다.
● 적응(Adaptation) : 환경에 더 잘 적응한 개체들이 살아남아 번식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먹이를 더 잘 찾거나 포식자로부터 더 잘 도망칠 수 있는 개체는 생존할 확률이 더 높다.
● 선택(Survival of the fittest) : 환경에 적합한 특성을 가진 개체는 더 많이 생존하고 번식하게 되며, 이들의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반면, 그렇지 못한 개체는 자연적으로 도태한다.
결국, 자연선택이란 환경에 맞춰 생물들이 점진적으로 적응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리한 특성을 가진 개체들은 더 많이 살아남아 번성하고 불리한 특성을 가진 개체들은 감소한다. 이를 통해 종은 서서히 진화하며 새로운 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이론은 다윈이 1859년 발표한 저서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에서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제시되었으며, 생물학적 진화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원리로 자리를 잡았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은 모두 진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들이지만, 관점의 차이가 있다. 다윈의 자연선택은 개체와 종 수준에서 생물들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설명하고,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의 기본 단위를 개체가 아닌 유전자 수준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두 이론 모두 진화가 자연선택에 의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즉, 유리한 특성을 가진 생물이 생존하고 번식하면서 그 특성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며 불리한 특성은 도태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환경에 잘 적응한 개체(또는 유전자)가 더 많이 번성하게 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그러나 다윈은 생물 개체나 종을 중심으로 진화를 설명했다. '자연선택'의 과정에서 개체의 적응력이 생존과 번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으며 이 과정에서 개체 간의 변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즉, 다윈은 생물학적 특성이 자연환경에 의해 선택된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도킨스는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유전자 수준으로 확장한다. 도킨스는 진화의 진정한 주체는 개체가 아닌 유전자라고 주장한다. 개체는 유전자가 자신을 복제하고 전파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도킨스의 핵심 주장이다. 따라서 자연선택은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의 생존과 번식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유전자는 이기적으로 자신의 복제를 추구하며 유전자가 번성하는 한, 그 유전자를 지닌 개체도 번성하게 된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유전자 중심으로 재해석했다. 다윈의 이론이 개체 수준에서 자연선택을 설명했다면, 도킨스는 이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을 더 깊이 탐구해 그 주체가 유전자라는 관점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유전자들은 개체의 행동과 특성을 결정하며 개체들은 유전자의 생존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도구로서 기능한다. 즉, 다윈의 자연선택이 생물 진화를 설명하는 큰 틀을 제공했다면 도킨스는 이 틀 안에서 유전자라는 작은 단위가 어떻게 선택되고 복제되는지를 설명한다.
도킨스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며 그 기계의 목적은 자신을 창조한 주인인 유전자를 보존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자기와 비슷한 유전자를 조금이라도 많이 지닌 생명체를 도와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행동은 바로 이기적 유전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를 돕는 이타적 행동도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경쟁, 끊임없는 이기적 이용 그리고 속임수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은 경쟁자 사이의 공격에서뿐만 아니라 세대 간 그리고 암수 간의 미묘한 싸움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유전자는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원래 이기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이기적 유전자의 자기 복제를 통해 생물의 몸을 빌려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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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주요 개념 중 하나는 '이기적 유전자' 개념으로, 이는 유전자가 자신을 복제하고 전파하기 위한 전략을 취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개체는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작용하며 그 결과, 이타적인 행동도 유전자의 복제를 돕는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또한 도킨스는 ‘밈(meme)’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인간 사회에서의 문화적 진화와 유전자와 유사한 방식으로 복제되고 변형되는 아이디어, 신념, 행동 등을 설명하는 용어로, 현대 사회에서 문화와 정보의 전파를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 생물학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과학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 저서로, 자연선택과 진화의 이해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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