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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만초니 역사소설 『약혼자(Promessi Sposi)』

by 언덕에서 2024. 7. 6.

 

만초니 역사소설 『약혼자(Promessi Sposi)』

 

 

이탈리아 작가 만초니(Alessandro Manzoni.1785∼1873)의 역사소설로 1827년에 초판이 나온 뒤, 새로이 피렌체 상류사회의 구어체를 본떠서 언어상의 수정을 가한 후 42년에 출판된 이 책은 이탈리아어 문어체의 본보기가 되었다.

 에스파냐 지배하에 있던 1628∼30년의 밀라노 지방을 무대로 전쟁과 기근, 페스트 대유행의 모습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사악한 에스파냐 귀족의 박해를 받아 고향을 쫓겨나 고난의 길을 걷다가 마침내 승리를 얻은 주인공 렌초와 루치아를 그렸다. 이 작품이 쓰여질 당시 이탈리아는 사회적으로 스페인의 통치에서 벗어나 통일 민족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운동이 결실을 맺기 시작하고 있었으며, 문학적으로는 유럽 낭만주의 영향으로 민족문학이 꽃피던 시기였다.

 이 작품은 대인물 중심이었던 종래의 역사의 의미가 넓어져 역사는 천민이 만드는 것으로 보고 소박한 인간의 신앙, 천민의 선의, 자비가 강조되었으며, 근대소설의 선구로 전세계에 번역 출판되었다. 당시 낭만주의 문학에 가담하고 있던 작자는 <실패한 기도(企圖)> <포박(捕縛)> <해방> <재난(災難)> <결혼> 등 5편으로 된 역사소설을 쓰고, 그 중에서 17세기 스페인 지배하의 이탈리아 민중의 고통을 빌어 당시의 오스트리아 점령군의 폭정(暴政)을 풍자하는 데 성공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7세기 스페인 치하에 있던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 지방 코모 호반(湖畔)이 배경이다.

 농부의 딸 루치아는 소꿉친구인 렌츠오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데, 근처의 영주 돈 로데리고가 그녀를 억지로 아내로 삼으려 했다. 루치아는 유괴당하기 직전에 수도사 크리스토포로의 도움으로 어머니와 함께 몽츠아 수도원으로 피신하고, 렌츠오도 밀라노로 떠난다.

 그러나 수도원의 타락한 수도승에 의해 결국 루치아는 로데리고 같은 악한 영주에게 맡겨진다. 다행히도 루치아의 깊은 탄식과 기도가 영주의 마음을 움직여 그는 자책감에 괴로워한다. 때마침 영주의 땅을 방문한 대사제 페데리고 경(卿)과 의논한 끝에 영주는 루치아를 놓아주기로 결정한다.

 모친과 함께 렌츠오를 찾아 밀라노로 간 루치아는 그곳에 만연하던 페스트에 걸려 병상에서 렌츠오를 만나게 된다. 렌츠오의 헌신적 간호로 루치아는 회복하지만, 같은 병실에서 투병하던 돈 로데리고와 크리스토포로 신부는 숨을 거두고 만다.

 

 

 

 사악한 스페인 귀족의 박해를 받아 고향에서 쫓겨나 고행의 길을 걷다가 마침내 승리를 얻는 주인공 렌츠오와 루치아를 통해 소박한 사람들의 신앙, 선의, 자비를 강조한 작품이다. 권선징악적인 주제가 다소 진부한 감이 있지만, 생동감 있는 인물 묘사와 화려체의 풍경 묘사가 돋보인다.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신앙심 깊으며 순결한 처녀 루치아는 작가의 부인 엔리케타를 모델로 한 인물이라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인물 설정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박해받는 인물들이 선량하고 신의가 깊으며, 자비롭지만 천민 계급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악한 인물로, 무력한 자들을 억압하다가 결국 죽음의 벌을 받게 되는 인물은 돈 로데리고와 같이 상류 귀족 계급인 영주들이다. 종래의 역사소설들과는 달리 천민들을 주인공으로 설정, 천민들이 귀족과의 대립 관계 속에서 억압받다가 결국 승리하는 내용을 담아, 일반 대중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작자 만초니는 역사소설을 쓰면서 17세기 스페인 지배하의 이탈리아 민중의 고통을 빌어 당시의 오스트리아 점령군의 폭정을 풍자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는 청년시절을 파리에서 지냈고, 공화주의와 무신론에 흥미를 느껴 소위 ☞볼테르적인 사상을 품고 있었으나, 카톨릭으로 개종한 뒤 쓰게 된 작품에는 종교적인 냄새가 강하게 나타났다. 특히 순결한 처녀 루치아와 폭력과 싸우는 카톨릭 신부, 또는 사악한 권력의 화신인 돈 로데리고 등에는 그것이 현저하다.

 그러나 등장인물은 귀족ㆍ군사령관ㆍ법관ㆍ술집 주인․걸인 등 사회의 각층에 걸치고 무대도 사제관(司祭館), 비적(匪賊)의 성(城), 흑사병의 병원 등 변화가 많으며, 인간 생활의 위대하고도 비참한 장면을 남김없이 묘사하고 있다.

 


☞ 볼테르는 계몽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오늘날까지 읽히는 그의 작품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는 18세기 유럽의 전제 정치와 종교적 맹신에 저항하고 진보의 이상을 고취한 인물로 아직도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다. 고전주의 말기에서 프랑스 혁명기 직전에 걸친 생애를 통하여, 그는 비판 능력과 재치 및 풍자 같은 프랑스 정서 특유의 자질들을 구현한 작품과 활동으로 유럽 문명의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