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조 신소설 『구마검(驅魔劍)』
신소설작가 이해조(李海朝. 1869∼1927)가 쓴 신소설로 1908년(순종 2년)에 발간한 활자본 책이다. 1908년 [대한서림]에서 발간했다. '구마검'은 "귀신을 쫓는 칼"이라는 뜻으로 개화기를 배경으로 하여 미신타파를 의미한 개념이다. 당시의 암흑사회를 풍자하고 무당의 허위성을 폭로하여 미신타파를 강조한 작품이다. 신소설 「구마검」은 당대 풍속에 대한 세세한 재현을 바탕으로 등장인물들이 무당에게 교묘하게 속아가는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하여 미신 숭배의 비합리성과 부당성을 지적하였다. 또한 합리적 사고가 무속적 사고에 승리하는 결말을 이끌어내며 낡은 봉건체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개화기의 시대적 욕구를 표출한 신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신소설의 문학사적 특징은 일반적으로 문체가 묘사적이란 점에서 고대소설의 설화체와 대조를 이룬다. 또 소재 채택과 사건 전개에 있어서 고대소설은 예외 없이 소재를 비현실적인 데에서 채택하고 있지만 신소설에서는 대체로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 사건 또한 현실적으로 가능한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신소설이 고대소설보다는 근대소설 쪽에 한 걸음 다가섰음을 뜻한다.
「구마검(驅魔劒)」은 중국 만청(晩淸)의 견책소설(譴責小說)인 장자(壯者)의 <소미추(掃迷恃)>에서 영향을 받아 이해조가 창의성을 가미한 작품이다. 내용은 개화기를 배경으로 하여 미신타파를 다루었다. 작자는 이 작품에서 당시의 암흑사회를 풍자하고 경각심을 높이려 하였다. 특히 작중 종친회(宗親會)의 묘사를 통하여 민주의식까지도 고취하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개화기에 무지몽매한 함진해의 부인 최 씨는 무녀(巫女)의 말을 맹신하여, 외아들이 병을 자주 앓는 원인은 전처들의 귀신을 비롯한 잡귀들의 농간이라고 믿는다. 함진해는 가세도 넉넉하고 식자(識字)도 있지만 자손 복이 없어 낳는 아이마다 기르지 못하다가, 세 번째 부인 최 씨를 맞아 아들 만득을 얻게 된다. 그런데 최 씨는 노들 무당촌에서 자라났으므로 아들이 감기에만 걸려도 무당 판수를 불러들이며, 또한 첫 부인과 재취부인의 여귀(女鬼)가 붙은 까닭이라고 내세운다. 함진해는 아내 최 씨에게 요사한 미신의 헛됨을 훈계하지만 최 씨 부인은 듣지 않는다.
만득이 천연두에 걸리자 최 씨 부인은 함진해가 지어오는 약은 쏟아버리고 굿에만 치성을 드리다 결국 아이를 잃게 된다. 이에 굿의 영험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부정이 든 때문이며, 이는 남편의 탓이라고 한다. 결국 최 씨는 다시 죽은 아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무당 금방울을 불러 대대적인 굿을 벌인다. 이때, 금방울이 대안동 네거리에서 함진해가 회오리바람을 만난 장면을 눈물을 흘리며 명창으로 엮어나가자, 함진해도 무당의 농간에 빠져들게 된다.
이후 이들은 사촌 동생 함일청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다시 자식을 얻으려고 선조의 산소를 옮겨 장사를 다시 지내는 등 무당ㆍ판수ㆍ지관의 농간 때문에 패가망신에 이른다. 마침내 함 씨 문중에서는 종회를 열어 함일청의 아들 함종표로 종가를 잇게 한다. 함종표는 이들을 극진히 모시면서 미신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깨닫게 하고 신학문을 공부한 뒤 판사가 되어 사악한 무리를 징계해 나간다.
이 작품은 1908년 4월 25일부터 7월 23일까지 [제국신문]에 연재되었고, 같은 해 [대한서림]·[박문서관]·[이문당] 등에서 발간했다. 작품 속 주인공 함진해의 세 번째 부인 최 씨는 무당의 말을 믿고 아들 만득의 병이 전처의 귀신 탓이라 생각한다. 굿을 벌여 아들의 병이 낫길 기원하지만 결국 목숨을 잃는다. 아들을 잃은 최 씨는 다시 아들을 얻기 위해 조상묘를 이장하는데 재산을 탕진하고 함진해의 사촌동이 함일청은 아들 종표로 종가를 잇게 한다. 신학문을 배워 판사가 된 종표는 무당의 본색을 폭로해 미신 숭배를 타파한다.
「구마검」은 미신타파라는 주요 관점을 선입견과 편견에서 부정하기보다는 개화기 신사상과 유교적 전통사상에서 미묘한 이중 잣대 안에서 관심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근대 초기 문학의 계몽적 본질에서 시대의 유교적 가치를 통한 신문물의 합리성을 세계 안에 발전적 영역으로 확대했다. 이해조의 모든 문학작품은 근본적으로 교훈적이고 유익한 모습으로 계몽하고 개화하려는 흔적을 소설에서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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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이 과거에서 현재까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인지, 지금에 와서는 신앙의 새로운 가치적 재인식인지를 삶의 방식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삶의 양식은 문화적인 다각적인 측면에서 필연적이든 않든 간에 모든 것은 그에 타당한 이질적인 발생 요인을 가지고 있으면서 세계관에서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할 뿐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하여 당시의 미신이 만연한 사회를 풍자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 했으며, 특히 작중의 종친회의 묘사를 통해 민주 의식을 깨우치고자 했다. 작자는 이 작품에서 몽매한 부녀자들이 미신에 현혹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제시한다. 동시에 그 비합리성과 부당성을 지적, 설득한다. 또한 신학문을 공부하고 미신을 비판적으로 보는 대조적인 인물을 설정하여 종래의 병폐였던 미신숭배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특히, 다른 신소설들처럼 근대적 의식이 표면에만 부분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미신에 현혹되는 과정과 그 비과학성이 핵심적인 내용을 이루고 있다. 미신타파라는 계몽성과 근대적 주제의식이 잘 형상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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