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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아저씨'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4. 13.

 

'아저씨'의 어원

 

 

판 모르는 사람을 대해면서도 '아저씨' 하고 부르게 돼 버린 세상이다. 이거, 진짜 아저씨의 값이 떨어지는 현상이 아닌가도 싶다. 하지만, 그런 건 아니다. 다방의 '레지'들이 '주인마담' 보고 '어머니'라 한 대서 어니니 값이 어디 떨어진다던가?

 그는 그렇다 하라도 처제가 그 형부 보고도 아저씨, 처형이 그 제랑(弟郞)보고도 아저씨라고 부르는 건 그래도 괜찮지만, 생판 낯선 사람이 부르는 ‘아저씨’가 어느 경우고 모두 그렇게 듣기 좋은 것만도 아니다.

 “아저씨, 구두 닦으세요.”

 “아저씨, 이 짐 지고 갑시다.”

 하여간 사내 일반에 대한 대이름씨 구실을 맡고 나선 ‘아저씨’다. 뭐네뭐네 해도 ‘진짜 아저씨’의 처지가 좀 처져버린다 하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느 대학생한테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나,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아저씨’라는 말은 '아기의 씨'라는 말에서 온 것이라면서요? 그리고 '아주머니'는 '아기 주머니'라는 말에서 온 것이고요?”

 갖다 붙여도 희한한 말이었다. 그래서 되물어 주었다.

 “그렇다면 처녀보고 ‘아기씨’라고도 하는데, 그건 뭐지?”

 어학적인 근거가 있는 말로는 못 되었다.

 ‘아저씨’와 같이 쓰이는 ‘아자비’라든지, ‘아주머니’와 같이 쓰이는 ‘아줌마’ 따위 사투리와 함께 생각해 봐도 그렇지만, 어학적으로 따질 때, '앗’에서 그 말밑을 찾을 수 있겠기에 말이다.

 ‘앗’ㆍ‘앚’ㆍ‘앛’ 따위는 그 본디가 ‘앗’이었다고 생각되어지고 있는데, 그 ‘앗’의 뜻인즉 아들ㆍ사내ㆍ아우ㆍ작음ㆍ버금(둘째) 따위 뜻을 지니는 것이었다. 가령 <용비어천가> 24장의 ‘앗’은 아우의 뜻이지만 그것이 오늘날 ‘아우’가 된 것이고, <삼국유사> 권1의 ‘김유신조’에 나오는 ‘阿之’나, 같은 책 ‘김알지조’의 '閼智'는 '아지'로서 '앚'의 형태이며. 지명에서의 '峨嵯'ㆍ‘阿且’나 신라 때의 관직 이름인 ‘阿飡’은 ‘아차’ㆍ‘아찬’으로 ‘앛’의 형태로 되는 것이었으니, 그 뜻들은 다 첫째가 아니고 다음가는 것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아지’가 ‘작은 것’을 이름은, 오늘날도 오히려 낮춤말 같은 형태로 남아, 소→ 송아지, 말→ 망아지, 돛→ 도야지→돼지, 박→ 바가지 같이 쓰이는 것이다. ‘아저씨’→‘아주머니’도 이 ‘앚’에 그 말밑을 두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앚’은 ‘압’이나 ‘암’에 비겨 한 다리 건넌 작은 존재였던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지방에 따라서 ‘아저씨'는 ‘아재’ㆍ‘아자씨’ㆍ‘아자비’ㆍ‘아재비’ 같이 쓰이고, ‘아주머니’는 ‘아짐’ㆍ‘아줌마’ㆍ‘아주미’ㆍ'아주망' 같이 쓰이건만, '앚'이라는 그 본디꼴에서는 벗어나 있지 않음을 본다. '아주머니'가 '아기 주머니'라니, 그래 '어머니'나 '누나' 같은 여성은 아기주머니 안 차고 다니는 존재였다는 말인가?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