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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쪼다'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4. 5.

 

 

'쪼다'의 어원

 

대학생들 사이에서 일본어 공부열이 상당히 높다는 말을 들었다. 좋은 일이다. 현실은 엄연히 현실 그것이며, 그 현실은 현실 그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하겠기 때문이다. 현실적 사실을 배타성만으로 굳이 외면하려는 태도는 옳다고 할 수가 없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어디까지나 내 바탕 위에 받아들인다는 이쪽의 근본적 자세 그것뿐이다.

 요 몇 해 사리 유행하는 말 가운데  시작이 일본말이다 싶은 것들이 있다.

 몇 해 전부터는 ‘쪼다’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주로 학생사회에서 쓰이다가 성인사회로까지 번진 ‘쪼다’라는 말은, 대체로 좋은 뜻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어서 국면(局面)이 작은 사람을 이르거나 욕심꾸러기, 나아가서는 모든 면에서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을 본다. 더구나 이 ‘쪼다’라는 말끝에는 거의 반드시라고 할 만큼 ‘새끼’라고 하는 곱지 못한 말이 붙어 다닌다.

 “에게게, 이 쪼다새끼야, 그까짓 것 가지고 뭘 그리 벌벌 떨어?”

 “처음엔 떨었지. 만나 보니 쪼다지 뭔가?”

 이렇게 말하는 ‘쪼다’란 말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나 싶어 이것저것을 따져 보았다. 일본말 ‘쪼오다(長蛇)’가 떠올랐다. 뜻은 글자 그대로 ‘긴 뱀’이기도 하려니와 ‘탐욕에 찬 사람’을 이르기도 하는 말이니, 여기서부터 출발된 말이나 아니었던지? 그러니까 처음에는 제법 일본말에 조예가 깊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가 그것이 학생층으로, 그것이 다시 한번 상승하여 성인층으로, 이렇게 생각해 볼 수나 없는 것인지?

 그러나 다른 견해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일본말에는 국면이 작은 사람을 이를 때 ‘오쵸코초이’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그 ‘오쵸코초이’의 ‘쵸’에 '다‘를 붙여 '쵸다‘라고 한 것이 아니겠냐고 하는 견해가 그것이다.

 이러나저러나 간에 출발이 일본말로 귀착되어 버린다. 더구나 일제시대부터의 말이 아닌, 요 근래에 생겨난 말이다. 용지법(用之法)이라는 말이 있어 용지언(用之言)이라 생각, 쓰면 말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일본말, 그것도 요즈음 생겨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자니 좀 쩝쩝해지는 마음이다.

 A씨는 말한다.

 “그거, 일본말에서 온 건 아닙니다. 우리말에서 분명히 출발된 것이란 말입니다. 하는 꼴을 보아하니 장래는 알아볼 쪼다 하는 말 있지 않아요? 대체로 알아볼 조다 할 때의 그 ‘조다’는, 소리가 ‘쪼다’로 나지만, 상대방에 대해 실망하면서 경멸의 뜻까지를 곁들여 쓰이는 것 아닙니까. 그 ‘조다’가 아주 이름씨의 ‘쪼다’로 구실하게 된 것이라 생각할 수 없을까요?”

 이거 엉뚱한 데서 갖다 붙였다 싶지 않은 바는 아니다. 하지만 A씨의 말을 믿어 둬 보기로 하는 편이 좀 속 편하지나 않을는지?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

 

 


 

☞ 국립국어원 발행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쪼다'를 '조금 어리석고 모자라 제구실을 못하는 사람 또는 그런 태도나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