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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깡패'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3. 30.

 

'깡패'의 어원

 

 

 

 해방되기 전에는 ‘깡패’라는 말이 없었다. 해방이 되면서 ‘사바사바’ 같은 말과 함께 생겨난 ‘깡패’였다. 해방이 되면서 폭력배는 갑자기 더 늘어났던 것일까. 그러니까 [한글학회]의 <큰사전>이나 문세영의 <조선어사전> 따위에 ‘깡패’라는 말이 수록될 리 없었다. 그 ‘깡패’에서 출발하여 ‘깡 부리다’라는 말도 쓰이면서 폭력을 행사한다는 뜻으로 쓰이는가 했더니, 폭력이 난무하는 곳을 가리켜 ‘깡 바람이 부는’이라는 표현을 한 산문도 있었다.

 해방이 되면서 우리에게 문화가 하나 더 보태어졌는데, 미국 사람들이 쓰고 버린 ‘깡통’을 가지고, 우리 사람들은 ‘깡통문화’를 이룩했었다. 시골로 가면 등잔도 만들었고, 도시 판잣집 마을로 오면 그것으로 지붕도 해 이었던 것인데, 그 깡통을 만든 고장에서는 일찍부터 폭력배를 ‘갱(gang)'이라 일러 왔었다.

 말하자면 '밤의 왕'뿐 아니라 '대낮의 왕'일 수도 있었던 ‘알 카포네’는 ‘갱’이라 할 때 생각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걸 일본 사람들은 ‘걍구’라 했고, 우리에게 오면서 깡통문화에 입힌 탓일까, ‘깡’으로 되어 일반화해 버렸던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깡패’라 하면 ‘갱의 패거리’라는 뜻으로 시작되었던 말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말이 생겨나면서 그 뿌리를 소상히 밝히고 나타나지는 않는 것이니, 생각이야 제멋대로 펼쳐볼 수도 있는 일이다. 반드시 ‘갱’에다가 연관을 지어보려니까 ‘억지’가 따른다는 생각이 있다.

 일찍이 우리에게는 ‘건깡깡이’라는 말이 있었다. ‘아무런 뜻도 재주도 없이 맨손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일러 ‘건깡깡이’라 해 왔던 것이다. 이 지독한 생존경쟁 시대에서 재주 없이 살려니까 믿는 것은 주먹과 행패로 되었던 것이나 아닐까? 그 ‘건깡깡이’의 ‘깡’과 ‘패거리’의 ‘패’가 어울려 ‘깡패’로 되었던 것이라는 말에 반드시 그렇지 않노라고 할 수만도 없다.

 하여간 깡패 하면 인상과 감정이 좋지 않아 지는 것이 선량한 시민들의 생각이다. ‘깡패’도 단순한 ‘깡패’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 위에 토를 달아 ‘정치깡패’라는 것도 생겨났다. 정계(政界)를 무대로 폭력을 휘둘러 전행(專行)하는 후진국적 현상이 그것이었다. 이건 단순한 뒷골목 깡패와는 다른 것이었다.

 그러더니 1968년 들어 ‘경제깡패’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물론 경제계를 무대로 행패를 부리는 축을 이르게 된 것이다. 이제는 ‘깡패’가 곧 폭력의 행사자라기보다는 그 깡패를 부리는 축이 보다 더 현실적인 깡패로 등장한 것이다.

 이러고 보면, ‘깡패’의 세계도 다채로워진다, ‘언론깡패’는 혹 없는가.

 공복(公僕) 깡패‘는 혹 없는가. 아니, ‘가정깡패’는 혹 없는가.

 

- 박갑천 : <어원(語源) 수필>(1974) -

 

 

 

국립국어원 발행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깡패를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gang+패(牌)’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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