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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어머나'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3. 28.

'어머나'의 어원

 

 

 어머나 !

 예수교 전도하는 이의 이야기 말고도 그 신자가 비신자에게 하는 이야기하는 이런 것이 있다.

 “배를 타고 갔다고 합시다. 갑자기 폭풍이 일었어요. 배의 운명은 격강간(頃刻間)에 있다 이 말입니다. 이때 인간은 누구나 소박한 종교인으로 되는 겁니다. 이때 이르러서는 부르짖게 되거든요. ‘하나님, 저희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쳐 주시옵소서!’라고 말입니다.”

 그럴듯하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역시 인간은 약한 것이다. 원자력이 어쩌네 해도, 번쩍 하는 번갯불 한 번에 얼마의 전력이 쏟아진다던가?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는 역시 자연의 힘을 헤아리게 되면서 동시에 옛 사람들의 샤머니즘을 이해할 수 있게도 된다.

 그런데 그렇게 ‘생명적’인 데에 관계되지 않는 일상사의 경악에서, 우리는 ‘어마나!’ 하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듣게 된다고는 해도 주로 여성어이긴 하지만(반드시 여성어가 아닌 경우도 있어서 전라도로 내려가면, ‘아이구!’ㆍ‘이크’ 따위에 알맞은 말로서 남녀 구별 없이 ‘웜매!’ㆍ‘엄매!’ㆍ‘엄마!’ 같은 말을 쓰게 되는 것을 보거니와, 이 또한 ‘어머나!’와 관계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되기는 한다.)

 “어머! 네가 그래 경애란 말이지? 어머머! 아니, 기저귀 차고 강보에 싸여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런 때만이 아니다. 저쪽에서 경애라는 아가씨가 다가온다. 좀 놀래 주어야겠다고 이쪽에서는 생각한다. 슬그머니 곁에 비켜 서 있다가 갑자기 그 여자가 디룽거리면서 오던 핸드백을 낚아챈다.

 “어마나! 소매치기요!”

 경애라는 아가씨는 소리를 치면서 ‘어머나!’ 소리를 지르게 된다.

 하나님을 찾아야 할 경우의 ‘어머나!’에서,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게 되어 있는 경우, 놀라는 경우 등등, ‘어머나!’는 느낌씨로서 일상회화에서 다기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우라는 항상 ‘어머니’를 생각한다. 어머니는 나를 기르시고 나를 사랑하고 나를 돌봐주었던 마음의 고향이었기 때문이다. 위기에 직면했을 때 신앙심의 하느님과도 같이 인간적ㆍ동물적인 신앙의 대상이 곧 어머니로 될 수가 있었었던 것이다. 나의 삶을 있게 해 준 어머니를 항상 마음에 두고 있음은 인간의 너무나도 당연한 생각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 어머니를, 놀라게 되었을 때 불러보는 것이다.

 ‘어머니’는 ‘어머니’를 그냥 부를 수 없어서 다른 표현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으나, 지방에 따라서는 곧바로 ‘어머니!’하고 ‘어머나!’에 가름해서 부르는 곳도 있다. ‘하느님!’ 하는 것이 좀더 냉정한 마음의 상태에서, 조금쯤은 더 이지(理智)가 가미된 마음으로 부르게 되는 인간의 원초적인 약한 발성이라고 한다면, ‘어머(나)!’는, 가장 본능에 가까운 측면에서 출발한, 인간의 약하디 약한 발성 그것이 아닐까?

 이래저래 어머니는, 낳아서부터 죽는 날까지의 나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는 존재라 할 것이다.

 

 

                                         -박갑천 : <어원(語源)수필(1974)>

 

 


 

 

 국립국어원 발행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어머나'를「감탄사」 ‘어머’를 강조하여 내는 소리'로 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