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가발다 장편소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Je l'aimais)』
프랑스 소설가 안나 가발다(Anna Gavalda, 1970~ )의 장편소설로 2002년 발표되었다. 작가가 1999년 출간한 단편집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첫 출판임에도 일약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RTL 방송과 월간 문학지 <리르>가 독자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하는 문학상(2000년)을 받았다. 2002년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에 이어, 후에 출간한 2004년 3월에 출간한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그해에 가장 많이 팔린 프랑스 소설이 되었고, 현재 38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35kg짜리 희망 덩어리>, <위로> 등의 장편소설들도 발표한 해에 가장 많이 팔린 프랑스 소설이 되었고,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 작품의 매력은 평범한 사람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을 찾는 과정을 경쾌하면서도 명료하게 전하는 점에 있다. 등장인물의 미묘한 감정을 잡아채는 심리묘사가 빼어나기 짝이 없다. 2009년 자부 브레트만 감독에 의해 'Je L'aimais , Someone I Loved'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클로에의 남편 아드리앵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집을 떠났다. 시아버지 피에르는 그런 클로에를 도와주겠다며 시골집으로 데려간다. 클로에는 두 딸과 그곳에서 마음을 추스르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고 분노와 원망하는 마음만 생길 뿐이다. 시아버지는 그곳에서 클로에를 열심히 보살펴 주는데 이전에 알던 모습과는 다르게 자상한 모습으로 클로에를 위로한다. 그러나 시아버지의 위로는 그녀에게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대화 도중 시아버지가 아들을 걱정한다. 클로에는 울분과 상심에 젖어 시아버지를 원망하며 눈물을 흘린다. 시아버지는 자기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다른 관점에서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의 경험담을 들으며 클로에는 마음을 추스르기 시작한다.
“우리는 언제나 남아 있는 사람들의 슬픔에 대해서만 말하지. 하지만 떠나는 사람들의 괴로움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니?”
이기적이고 단호하고 며느리의 슬픔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 듯한 견해다. 하지만 이 한마디가 클로에의 상처를 치유하는 첫 단추가 된다. 시아버지는 자신의 경험담을 전해주는데 며느리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인생 속으로 빠져든다.
시아버지 피에르 디펠은 마흔두 살에 서른 살 처녀 마틸드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 적이 있었다. 어린 연인과 숨어서 어두운 밤거리와 호텔 방을 전전하면서 나름대로 행복했으나 여자는 더 이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일상의 모든 삶을 함께하는 것이다. 그녀는 유부남 아드리앵과 결혼해서 일상을 함께하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것들의 목록을 제시했고 임신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가정을 버릴 용기가 없어서 그녀는 결국 아드리앵에게서 떠났다. 아내(클로에의 시어머니)는 그 사실을 알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으나 가정과 익숙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그와 이혼하지 않았다.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탄식하듯 말한다. “상황에 맞춰 적당히 사는 게 인생인 것 같구나. 타협하며 사는 게 덜 피곤한지도 몰라……. 우리 아이들도 좀 더 행복한 아빠랑 살기를 바라지 않을까?”
이 작품은 섬세한 문체, 찰나의 사랑과 영원한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사유, 솔직한 대화, 말과 말, 문장과 문장 사이에 녹아 있는 농밀한 여운과 여백 등으로 극찬을 받았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작가는 깔끔하고 담백한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누가 옳은지 그른지를 말하지 않는다. 단지 가정을 지켜냈기 때문에 생기 없고 무뚝뚝하며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남자와 사랑을 찾아 떠나버린 남편 때문에 아파하는 여자, 능동적으로 사랑하다가 결국 사랑을 저버린 또 다른 여자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이들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사랑과 의무, 행복과 후회, 손댈 수 없는 삶의 부조리를 전달한다. 그러면서 독자 스스로 진정한 사랑과 삶의 의미를 고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시아버지의 경험담을 들으며 며느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인생에는 항상 두 갈래 길이 있고, 그중 한 길을 선택해 걸어왔으며,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하며 슬퍼한다는 사실이 인생이라는 사실이다. 이 소설의 가볍고 뻔한 이야기가 독자에게 제시하는 진실은 무겁기 짝이 없다.
♣
사랑 앞에 버려진 여인 클로에와 사랑을 놓쳐 버린 피에르, 사랑하는 피에르를 놓아 버린 마틸드 세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전 세계 38개국 280만부 가량 판매된 글로벌 스테디 셀러로, 지난 2009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주인공들 각각의 이야기를 담담하지만 치명적인 여운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사랑을 잃은 상처로 아파하는 며느리와 그녀를 위로하는 시아버지의 대화 속에서 인생의 단면마저 성찰하게 하는 이 소설은, 보는 이에게 공감과 치유의 카타르시스를 부여한다.
작가는 놀랍도록 깔끔하고 담백한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누가 맞고 틀리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단지 가정을 지켜냈기 때문에 생기 없고 무뚝뚝하며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남자와 사랑을 찾아 떠나버린 남편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여자를 대조적으로 묘사한다. 또한, 능동적으로 사랑하다가 결국 사랑을 저버린 또 다른 여자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이들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사랑과 의무, 행복과 후회, 손댈 수 없는 삶의 부조리를 전달한다. 그러면서 독자 스스로 진정한 사랑과 삶의 의미를 고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작가가 피에르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삶이 사랑보다 강하다.’라는 것이다. 결국, 자기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안에 무엇이 있든 직시하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라는 것. 그것이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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