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페스 메레메 단편소설 『마테오 팔코네(Mateo Falcone)』
프랑스 소설가 프로스페스 메리메(Prosper Merimee.1803∼1870) 의 단편소설로 1829년에 발표되었다. 프로스페르 메리메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원작자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프랑스 작가이다. 메리메는 단편소설에 뛰어난 두각을 나타냈고, 라틴어와 러시아어, 고전문학, 미술사,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코즈모폴리턴적 사유를 기반으로 다양한 군상을 자신의 문학작품에 녹여냈다.
『마테오 팔코네』는 고작 은시계의 유혹에 넘어가 사나이라면 의당 지켜야 할 의리를 저버린 10살 된 아들을 처형하는 비정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프랑스 코르시카섬에 관한 문헌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출처를 모르는 사람들은 소설 속 잔인한 장면을 메리메의 순수한 창작으로 간주하면서 비정한 주인공 팔코네를 작가와 동일시하며 질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가 이러한 냉혹한 장면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초점은 달리 있었다. 그것은 “인간은 비열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초월적인 도덕적 관념이다.
메리메는 낭만주의 세대에 속한 작가로 그의 작품 초반에는 문학적 기만, 환상적 요소, 강렬하고 고삐 풀린 열정,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묘사, 숙명에 대한 생각 등의 요소가 드러나곤 했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 자신의 낭만주의적 경향과 감수성을 부단히 조절했으며 후에는 고전주의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풍물에 관한 호기심, 인간적 열정에 관한 관심, 인간상의 횡포, 운명에 관한 생각 등을 간결한 문체로 작품에 담아냈다. 이러한 특징은 단편소설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났으며, 메리메를 프랑스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거듭나게 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배경은 19세기 중반으로 지중해에 자리잡은 코르시카 섬이다. 총 솜씨가 좋은 농부 마테오 팔코네는 1남 3녀의 아버지로 이 지방에서는 상당히 부유한 편이었으며 귀족처럼, 즉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축을 키우며 살고 있었다. 그는 쉰 정도의 나이로 몸집은 작았으나 튼튼하게 다져진 체격이었으며, 새까만 고수머리, 매부리코, 엷은 입술, 크고 날카로운 눈, 구두 뒤창과 같은 피부색에다 사격기술이 월등했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딸들은 모두 결혼하여 집을 떠났고 늦둥이 아들 포르투나토는 이제 열 살이다.
어느 날, 독립군 패잔병 자네토가 상처를 입은 채 집으로 숨어들고 홀로 집에 있던 포르투나토에게 숨겨달라고 부탁한다. 포르투나토는 5프랑을 받고 패잔병을 헛간에 숨겨 주지만, 자네토를 쫓아온 진압부대 특무상사 감바가 집을 수색한다. 특무상사 감바는 마태오의 사촌 동생이기도 하다. 범인이 집안 어디엔가 숨었다고 확신한 감바가 은시계를 보여주자 아이는 헛간을 가리킨다. 결국, 자네토는 군인들에게 붙잡혀 끌려가면서 아이에게 "그래도 너는 마테오의……."라며 경멸을 표시한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아버지는 장총을 꺼내 들고 아들을 앞세워 들판으로 갔고 총소리가 났다. 돌아온 마테오는 아내에게 놈을 위해 기도해주라고 말하고 아이 어머니는 기도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압축된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이 핵심에 진입한다. 감정의 과잉을 경계하려는 작가는 인물 각각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를 주면서도 효과적인 대화와 서술을 동원해 이야기의 본령에 바짝 다가선다. 코르시카의 지형적 특성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면서 지리적 특성에서 비롯한 그곳 사람들의 심성을 날카롭게 연결한다. 메리메는 아버지가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처형하는 장면을 장황하지 않은 간결한 언어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그가 17세기에 형성된 프랑스 고전주의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작가임을 드러낸다.
『마테오 팔코네』는 메레메의 첫 번째 성공작으로, 사나이라면 의당 지켜야 할 의리를 저버린 어린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비정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당시 수많은 변절자가 득세하던 세상에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했다. 또 그의 고전적 취향을 잘 알려주는 뛰어난 이 단편은 뒷날의 모파상을 예고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부모와 자녀의 관계, 인간 생명의 존엄성, 정의와 용기, 참된 도덕 등 여러 주제를 토론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제공해주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 지금 우리에게 이 작품이 시사하는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인권’이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은 오늘날, 아들을 처형하는 아버지의 행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아들이 아버지의 소유물이 아닐뿐더러, 아이의 생명 역시 존엄한 것인데, 어떻게 아버지가 마음대로 아들을 처형할 수 있을까 하는 논란이 그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아버지’라는 이름을 더럽히는 ‘야만’일 뿐이라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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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마테오 팔콘느가 얼마나 아들을 사랑했는지는 이 작품에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러나 그의 아내가 내리 셋씩이나 딸을 낳은 뒤에야 낳은 아들이며 그 뒤 십 년이 지나도록 아이를 갖지 못해 결국은 유일한 아들이 되고 말았다는 점에서만 보더라도 그 아들에 대한 집착과 사랑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또 열 살의 나이는 흔히 어떤 종류의 죄에서든 면책을 누릴 만하다.
그렇지만 이 씩씩한 사내 마테오는 자신들의 율법에 따라 끝내 그 아들을 처형하고 만다. 그 율법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아들도 일생 몸을 담고 살아야 할 코르시카의 문화와 정서가 만들어낸 삶의 원칙이다. 그가 용서한다 해도 그걸 어긴 아들의 남은 삶은 뻔하다. 설령 아들이 자신들의 율법에 맞지 않은 경향을 고친다 하더라도 이미 저질러진 일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그의 남은 삶을 치욕과 고통에 빠뜨릴 것이다. 마테오 팔콘느가 연출하는 비정의 미학 뒤에는 바로 그런 점을 헤아린 아비로서의 사랑이 자리 잡고 있지나 않은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권 41~42쪽에서 인용)
그러나 이문열 작가의 견해와는 달리 이 작품은 자기 손으로 어린 아들을 죽이는 비정한 아버지의 한 모델을 보여줌으로써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보는 부모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반성의 경종을 울린다. 동시에, 무엇이 인간의 참된 도덕률이냐는 질문을 단편소설의 형식을 통해 함께 던져준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 인간 생명의 존엄성, 정의와 용기, 참된 도덕 등 여러 주제를 토론할 수 있는 재료를 제공한다. 메리메는 “낭만주의적 고전주의자”라고 불릴 만큼 낭만적 주제에 고전적이고 간결한 언어와 빼어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또한, 폭력과 잔인함, 그 뒤에 숨어 있는 인간 심리를 주제로 다룬 작품을 종종 발표했는데, 이는 그의 스승인 푸시킨의 영향이 컸다.
잔인할 정도로 냉혹했던 부모의 권위를 단적으로 대변해 주는 작품이 『마테오 팔코네』다. 20세기 사반세기 유럽에서 가장 많이 읽힌 10대 소설 가운데 많은 작품이 아버지의 권위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 유럽 사회에서 아버지의 권한이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주는 작품들은 쇠퇴해가는 부권의 반동으로 보았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http://blog.daum.net/yoont3/11300832)’도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동일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코르시카섬과 코르시카 민족주의 :
나폴레옹이 태어난 곳으로 잘 알려진 코르시카는 프랑스 남동쪽 지중해에 위치한 섬으로 프랑스와 다른 뚜렷한 문화특성을 가졌으며 민족주의자들의 분리독립운동이 활발한 곳이다. 코르시카섬은 1768년 프랑스에 섬이 매각되었고 이듬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태어났다. 1789년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뒤 독립운동을 벌였고 영국도 이를 지원했으나 1796년 프랑스 지배가 확립되었다. 나폴레옹 1세의 몰락으로 1814년 영국의 통치를 받았으나 이듬해 프랑스로 되돌려졌다.
그 뒤 19세기 내내 걸쳐 프랑스화(化)가 진행되었으나 고유문화를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계속되었다. 최근까지도 폭탄테러와 요인암살 등 과격한 자치요구가 이어져왔는데 1998년에는 클로드 애리낙 지사가 분리주의자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2000년부터 코르시카 자치권 확대 법안을 추진해 왔으며, 2003년 7월 6일 코르시카 자치권 확대 법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 투표를 실시했으나 코르시카섬 주민들은 반대 50.98%, 찬성 49.02%로 자치권 확대 반대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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