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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플로베르 단편소설 『순박한 마음(Un Coeur Simple)』

by 언덕에서 2020. 2. 24.

 

플로베르 단편소설 『순박한 마음(Un Coeur Simple)』

 

프랑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Flaubert Gustave.18211880)의 단편소설로 1877년 발표한 단편 소설집 <세 가지 이야기>에 게재되었다. 국내에서는 <순수한 마음>, <순결한 영혼>, <단순한 마음> 등의 제목으로 번역되었으며 1996년 발간된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에서는 <순직한 영혼>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말년에 이르러 어머니와 친구의 죽음 등 개인적인 고통과 함께 글쓰기의 어려움을 느끼며 회의에 빠졌는데  앞으로 글을 계속 써나갈 수 있을지확인하려는 마음에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을 시작으로 순박한 마음헤로디아를 차례차례 써나갔고, 이렇게 <세 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한데 묶인 플로베르의 단편들은 평단 및 대중의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플로베르 최후의 작품은 <부바르와 페퀴셰>로 알려졌지만, 결국 미완으로 끝났기 때문에 사실상 <세 가지 이야기>가 완성작이라는 점에서 그의 마지막 작품인 셈이다. 말년작답게 <세 가지 이야기>에서 플로베르는 어린 시절부터 보고 듣고 겪어온 경험들을 소재 삼아 그만의 아름다운 문체로 자신의 성찰과 종교성을 녹여냈다. 

프랑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 (Flaubert Gustave.1821~1880)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배경은 19세기 말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한 작은 마을이다. 퇴락한 귀족 미망인 오뱅부인은 저렴한 급료에 비교해 너무나도 충직한 하녀 펠리시테와 함께 살고 있었다. 검소함이 몸에 밴 펠리시테는 집안의 온갖 대소사를 돌보는 집사로서는 물론, 부인의 두 자녀를 양육하는 보모의 역할도 척척 수행해 내는 팔방미인이었다.

  그녀의 깊은 신앙심은 선을 행하고 자비를 베푼 예수를 왜 사람들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을까에 대해 의문을 품게 했으며, 복음서에 비유로 나오는 친숙한 농기계들을 더욱 살갑게 느껴지게 했다. 하지만 비둘기의 형상으로 설명된 성령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것은 늘 그녀의 주요 탐구주제요, 관심사였다.

  조실부모해서 적절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펠리시테는 늘 의지할 애정의 대상을 주변 가까이 두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마음을 주었던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모두 하나둘씩 그녀를 떠나게 된다. 마님의 아이들은 성장하여 외지 학교의 기숙사로 떠나 버리고 어느 날 불쑥 찾아와 자신을 이용하기만 했던 조카 빅토르도 선원이 되어 항해를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불의의 사고사를 당해 그녀를 상심에 빠뜨린다. 오뱅부인도 자살한 재산관리인 부레씨의 비리를 알게 된 후 그로 인한 상심으로 병을 얻어 숨을 거둔다.

  이제 펠리시테는 그녀의 유일한 친구이자 애완동물인 앵무새에게 온 정성을 쏟아붓는데 그마저도 죽자 박제를 해서라도 곁에 두려고 한다. 심신이 약해진 펠리시테가 폐렴이 걸려 결국 세상을 떠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녀의 심장박동이 약해지고 마지막 날숨을 쉴 때 마치 그녀의 영혼을 영원한 안식처로 인도하는 듯 한 마리의 앵무새는 그녀의 머리 위를 활공한다

  

  앵무새는 자기 레퍼토리에 들어 있는 문장 세 개를 지겨울 정도로 읊어 대고, 펠리세테는 두서없이 단어 몇으로 대답했는데, 그 단어에서 그녀의 마음이 드러났다. 그녀가 외롭게 살아가는 동안 앵무새 룰루는 거의 아들이자 연인이었다. 앵무새는 그녀의 손가락을 타고 오르락거렸고 입술을 깨물었으며 그녀의 숄을 움켜쥐고 앉았다. 그녀가 보모처럼 머리를 흔들며 이마를 숙이면, 머릿수건에서 커다란 날개처럼 옆으로 삐친 부분이 새의 날개와 함께 흔들렸다. 본문에서

  『순박한 마음에는 부르주아 가정의 하녀로 평생을 살아가며 첫사랑의 배신조카와 주인댁 식구들의 죽음결국에는 앵무새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대상과의 이별을 감내해야 하는 펠리시테의 가련한 초상이 있다.

  하지만 플로베르는 이러한 결핍과 욕망의 발현으로 작품을 마무리하는 대신, 욕망하는 세계와 욕망이 좌절되는 세계 사이에서 매우 곤란한 삶을 살아낸 인물들이 맞이하는 특별한 죽음을 통해 종교적 의미를 부여한다. 순박한 마음에서 죽어버린 앵무새를 박제하고 그 모습에서 성령으로서의 신을 느껴왔던 펠리시테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 성체축일의 예식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커다란 앵무새가 자신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환영을 보며 고통스러운 삶에서 해방된다.

 

 

 (전략)순직한 영혼은 펠리시테라는 하녀의 일생을 요약하여 기술하고 있는 중편이다. 제목 그대로 단순하고 소박한 영혼의 궤적을 절제된 묘사로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서 시간의 흐름은 그녀의 눈뜸이나 성장으로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대상의 변화로만 나타난다. 불행하게 끝장이 난 첫사랑으로부터 주인집 남매, 조카로 이어지다 마지막에는 앵무새에게로 옮아가는 그녀의 사랑을 보면서 우리는 삶의 덧없음과 더불어 인간관계의 허망함을 가슴 저리게 느끼게 된다.

  체호프와 모파상에게는 불경이 될지 모르지만, 무엇인가 사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영혼, 혹은 상처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랑의 열망이란 점에서는 귀여운 여인여자의 일생을 아울러 연상시키는 작품이다.(<이문열 세계명작산책> 3권 327쪽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