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게네프 단편소설 『산 송장(живые мертвецы)』
러시아 소설가 투르게네프(Ivan Sergeevich Turgenev.1818∼1883) 의 단편소설로 1852년에 출판된 중단편 모음집 <사냥꾼의 수기>에 포함되었고 톨스토이의 <인생독본> ‘이레째의 이야기’에도 실려있다. 국내에서는 1996년 발간된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8권에 <살아있는 송장>이라는 제명으로 게재되었고, 이후 출판된 <투르게네프 단편소설집>에서 만날 수 있다.
투르게네프 단편집 <사냥꾼의 수기>는 1847년∼1851년에 걸쳐 파리에서 집필한 25편의 농촌 스케치풍 단편ㆍ중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러시아 중부 시골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농노제도 아래에서 농민들이 겪고 있는 생활상과 그들의 인간성을 서정미 넘치게 묘사한 단편소설 25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작품집에서 수록된 단편 상호 간에 연결되어 전체를 일관하는 줄거리는 없지만, 농노를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그는 농노제도의 폐단을 일부러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부각함으로써 강한 감동을 주었다. 이 작품 『산 송장』도 장원의 지주가 해당 영지에 거주하는 평민 여자의 불행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 작품을 소개한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은 그가 만년에 이룬 노작으로 진리와 인생에 대한 여러 작가의 사상이 수록되어 있다. 동양의 성전으로부터 현대의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시적 영지의 참된 시화집으로 1월부터 12월까지로 구성된 책인데 톨스토이는 여기에 투르게네프의 이 작품을 실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배경은 19세기 러시아. 페트로비치라는 귀족 남자가 영지를 거닐다 외딴 오두막에서 과거 자신의 집에서 춤을 가르치던 루케리아라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7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루케리아의 모습은 흡사 말라비틀어진 미라와 같은 모습이었다.
당시 루케리아는 춤과 노래를 가르치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당시 모든 남자의 선망 대상이었다. 그녀는 계단을 걷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는데 후유증으로 몸은 차츰 여위어갔고 피부는 검게 변했으며, 다리마저 쓸 수가 없는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친구와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이 온갖 치료를 다 하는 등 노력했지만 불치의 병임을 알게 되자, 루케리아는 오두막으로 보내진다. 결혼을 약속한 연인 와시리 포리야코프도 그녀의 곁을 떠나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이후 그녀는 헛간과 같은 오두막에서 7년 동안을 누운 상태로 혼자서 지냈다.
페트로비치는 루케리아에게 현재의 생활이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며 자기보다 불행한 사람들은 많으니 그들을 위로해 주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자기가 누워있는 동안 자신을 돌봐준 여러 지인을 언급했다. 그리고 간병인이 없는 동안 루케리아는 새와 꽃 등 자연과 이야기하며 지내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꿈에서 천사가 내려와 자신을 데려갈 것이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얼마 후, 루케리아는 사망하고 마는데 페트로비치를 따르던 한 경찰이 그녀는 비록 ‘살아있는 송장’이라고 불렸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 어떤 불평을 하는 일 없이 살았다고 말했다.
단편집 <사냥꾼의 수기>는 귀족 사냥꾼의 입을 빌려 러시아의 대자연과 그 속에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형상을 서정적으로,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묘사해 내는 독특한 서술 방법으로 당대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러시아 중부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농노제도 아래에서 농민들이 겪고 있는 생활상과 그들의 인간성을 서정미 넘치게 묘사한 이 25편의 작품은 일관된 줄거리는 없지만, 농노들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바라보고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었다.
특히 그는 농노제도의 폐단을 일부러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부각함으로써 강한 감동을 주었는데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도 이 작품을 읽고 농노 해방에의 의욕을 갖게 되었다고 전한다.
♣
이 작품 『산 송장』은 한때 아름답고 행복했으나 사소한 사고로 살아있는 미라처럼 되어 외롭게 죽어가는 젊은 여인의 이야기다. 그녀의 삶은 불행 그 자체이지만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며 살아가는 모습은 시간과 고난이 파괴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루케리아는 불의의 사고로 인해 걸을 수도, 몸을 쓸 수도 없는 처지였지만 좌절하지 않고 7년이란 시간을 굳세게 견뎌 나갔다. 사고가 나기 전 아름답기 짝이 없었던 그녀에게 얼굴과 몸매를 빼앗아 간 불의의 사고는 치유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큰 충격과 슬픔에 휩싸였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극복하고 아름답고도 깨끗한 영혼으로 자신의 삶을 버텨나갔다.
(전략) 하지만 그렇다해도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시간의 파괴력에 굴복하지 않고 고난에 지지 않는 루케리아의 아름답고 깨끗한 영혼이다. 아름답던 육체는 ‘살아있는 송장’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처참하게 변하고, 꾀꼬리 같던 목소리는 ‘가늘게 피어오르는 연기같이’ 약하고 힘없어졌지만 거기 깃든 영혼은 세월과 고난을 통해 오히려 더욱 맑고 빛난다. 그런데 비해 그녀의 죽음을 앞뒤로 작가가 암시한 러시아 정교적인 구원사상이야말로 도식적인 사족 같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8권 238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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