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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by 언덕에서 2018. 7. 27.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학생은 물론이고 문서가 존재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표현하는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 SNS에서 좀 더 짧으면서도 알맹이가 담긴 글쓰기를 하려고, 제안서, 기획서, 보고서, 홍보문 등 업무에 필요한 서식을 잘 쓰려고, 책을 출간하고 싶어서 등등 사람마다 글쓰기의 목적은 천차만별이다.

 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터넷 블로그 등에는 일반인의 개성 있고 재미나는 글이 넘쳐난다. 글쓰기 능력이 스펙으로 여겨지면서 관련 서적이나 학원을 찾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사람들은 이렇게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서 글을 쓴다. 글을 쓴 다음에는 어떨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놓기는 했는데, 다들 내가 쓴 글이 제대로 쓴 글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내가 보기엔 괜찮은 글인데, 도대체 무엇이 잘 된 글이고, 내 글에는 또 문제는 없을까?

 

 

 

 이 책은 어색한 문장을 살짝만 다듬어도 글이 훨씬 보기 좋고 우리말다운 문장으로 바꾸는 비결을 알려준다. 20년 넘도록 단행본 교정 교열 작업을 해 온 저자 김정선은 자신이 오래도록 작업해 온 숱한 원고들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어색한 문장의 전형을 추려서 뽑았고, 문장을 이상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간추린 후 어떻게 문장을 다듬어야 유려한 문장이 되는지 요령 있게 정리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문장을 다듬는 일에 무슨 법칙이나 원칙 같은 게 있는 것처럼 말할 수는 없다. 이제껏 수많은 저자들의 문장을 다듬어 왔지만, 내가 문장을 다듬을 때 염두에 두는 원칙이라고는, ‘문장은 누가 쓰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순서에 따라 쓴다’뿐이다. 나머지는 알지 못한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건 아니다. 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기준 삼아 남의 문장을 손보는 것도 물론 아니다. 문장 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표현들은, 오답 노트까지는 아니어도 주의해야 할 표현 목록쯤으로 만들 수 있다. 바로 그 주의해야 할 표현 목록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어색한 문장을 다듬는 비법을 다루는 우리말 지식 부분과 외주 교정자와 저자가 등장하는 이야기 부분을 교차시켜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전개한다.

 저자는 좋은 문장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필요 없는 요소를 가능한 대로 덜어내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적’, ‘-의’, ‘것’, ‘들’과 같은 말만 빼도 문장이 훨씬 좋아진다고 지적한다. 또한 ‘있다’가 들어가서 어색해지는 문장 유형도 함께 정리한다.

 

ex) 적 : ● 사회 현상 --> 사회 현상,

         ● 경제 문제 --> 경제 문제

    의 : ● 문제 해결 --> 문제 해결,

         ● 음악 취향 형성 시기 --> 음악 취향이 형성되는 시기

    것 : ● 내가 살아 있다는 에 대한 증거 -->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

         ● 우리에게 그것은 미래적인 을 의미했다 --> 우리에게 그것은 미래를 의미했다

    들 : ● 사과나무에 사과이 주렁주렁 열렸다 --> 사과나무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 수많은 무리이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 수많은 무리가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있다 : ● 가까운 관계에 있다 --> 가까웠다

         ● 그에게 있어 가족은 --. 그에게 가족은

 

 

 

 일각에서는 외국어에서 온 표현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어 이용자가 수억 명 정도 된다면 모를까 기껏해야 1억 명도 안 되는 현실에서 언어 순혈주의를 고집하다가는 자칫 고립을 자초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외국어에서 온 표현이라도 더 다채로운 한국어 표현을 위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려 장려해야 하지 않을까. 다만 한국어 표현을 어색하게 만든다면 굳이 쓸 필요 있겠는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한 글자라도 더 썼다면 그만 한 효과가 문장에 드러나야 한다. 게다가 다른 언어에서 빌려 온 표현을 쓰기까지 했다면 더 말할 필요 없겠다.“

 

 

 

 이 밖에도 문장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사동형과 피동형 문장, 지시 대명사의 사용 등 우리가 편안한 우리말 문장을 지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내용까지 안내한다.  내가 쓰고도 잘 썼는지, 우리말 표현이 어색하지는 않은지 하는 글쓴이들이 읽으면 두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으로 판단해 본다. 상당히 좋은 책이다. 좋은 문장을 원하는 분들께 일독하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