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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철학서

니체 철학서 『도덕의 계보』

by 언덕에서 2017. 2. 28.

 

 

 

 

 

니체 철학서 『도덕의 계보』

 

 

 

 

 

 

독일 철학자 니체(Nietzsche Friedrich Wilhelm.1844∼1900)의 저서로 1887년에 발표되었다. 현대철학자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 니체의 저서 가운데 『도덕의 계보』는 가장 중요한 저서로 분류되고 있다. 이 저서는 앞서 집필한 『선악의 저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에서 소개한 사상을 담고 있다. 또한 기존의 글들이 운문, 단편, 아포리즘1으로 구성된 것과는 다르게 논문형식을 갖춰 사유들을 집대성한 야심 찬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소개하는 『도덕의 계보』는 제목처럼 계보학2이라는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선과 악’과 같은 가치판단의 근원과 유래를 밝히는 작업이다. 특히 이 책에서 다루어진 많은 주제는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M. Foucault)로 계승된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이를 상세히 응용하고 자신을 ‘과격한 니체주의자’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독일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니체 르네상스’라는 열풍이 불 정도로 니체철학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인간의 도덕적 판단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함과 동시에 비판을 곁들이고 있으며, 세 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 첫 번째 논문은 <선과 악, 좋음과 나쁨>은 이른바 ‘주인 도덕’과 ‘노예 도덕’을 대비시키고 있다. 주인 도덕은 강하고 건강하고 자유로운 사람들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곧 선이라고 여기고 덕이라고 칭하는 한편, 나약하고 불건전하며 노예 상태인 사람들을 ‘나쁜’ 쪽으로 간주했다. 반면, 부유하고 행복한 주인에게 억압당하고 있다고 느꼈던 노예들은 주인들을 ‘악’이라고 불렀으며, 자신들을 ‘선’이라고 칭했다.

● 두 번째 논문인 <죄, 양심의 가책 및 기타>는 죄, 불량한 도의심, 그리고 기타 사항을 다룬다. 죄, 처벌 같은 개념들은 애초에 도덕적 일탈의 의미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죄는 일종의 채무 상태를 의미했고, 처벌은 일종의 채무 확보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들이 현재의 의미를 얻게 된 것은 노예 도덕의 발생 이후에 가능해졌다. 그리고 ‘양심의 가책’이란 ‘인간들이 자신을 죄인으로 바라보는 성향’이며,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공격성과 잔인성 같은 동물적 본능을 억제하여 자기 내부로 향하도록 유도해야 할 필요성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 세 번째 논문인 <금욕주의적 이상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당대의 사회생활을 지배하던 강력하면서도 역설적인 도덕관념, 즉 금욕주의를 다룬다. 금욕주의는 약하고 병든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한 의지를 지닌 주체들은 자신과의 투쟁을 이겨나갈 수 없으므로 자신의 동물적 본능을 비열하고 죄스러우며 끔찍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속적인 성향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킬 수 없는 의지는 의지 자체를 온순하게 길들이려고 가능한 한 많은 시도를 한다. “인간이란 아무것도 의욕하지 않기보다는 차라리 무라도 의욕한다”는 것이 니체의 결론이다.

 

 

 

 

 1887년 출간한 『도덕의 계보학』의 주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도덕적 가치다. 그러나 핵심 주제는 바로 고통이다. 도덕의 계보학에서 볼 때 모든 위선적이고 허무주의적 가치관을 전도할 수 있는 유일한 가치 개념은 다름 아닌 ‘고통’이다. 이 책에서 니체는 고통에 당당히 맞서서 힘에의 의지를 절규함으로써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힘에의 의지로 충만한 새로운 창조적 도덕의 원리를 제시하고자 한다. 니체는 당시 인간을 지배하고 있던 도덕의 기원과 전개 과정을 매우 상세히 고찰한다. 동시에 인류 문명을 통해서 왜 허무주의가 지배적이 되었는지 묻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다각도로 모색한다.

 그에 따르면 선과 악이라는 도덕적 가치와 허무주의는 형이상학적인 기독교 도덕에서 발생한 것이다. 형이상학적 기독교 도덕이란, 간단히 말하면 소크라테스의 합리주의적(허무주의적)인, 그리고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삼은 도덕이다. 도덕의 기원이 기독교 사제(司祭)들의 역할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형이상학적 기독교 도덕은 극복되지 않으면 안 된다.

 니체의 도덕 비판의 입장을 살펴볼 때, 결국 전통적인 모든 가치들을 전도하고 해체하고 극복해야만 비로소 초인, 디오니소스, 힘에의 의지 등 새로운 창조적 가치 원리들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니체는 이 책에서 군주도덕과 가축도덕을 대비한다.

 가축도덕은 항상 증오와 복수심에 불타면서 고통을 부정하고 회피하지만 결국 퇴폐와 허무주의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 그는 가축도덕을 기독교 도덕, 천민의 도덕 등과 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것은 창조적인 군주도덕에 의해서 전도되고 해체되며 극복되어야 한다. 가축도덕은 ‘고통’을 회피하고 부정하지만 군주도덕은 ‘고통’에 과감히 맞선다. 과감히 고통에 맞서는 삶의 모습을 가리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영원회귀’라고 불렀다.

 『도덕의 계보학』은 『선과 악의 저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과 함께 니체의 말기 사상을 반영하는 대표 저작이다. 『선과 악의 저편』에서는 때에 따라 자신의 글쓰기의 특징인 잠언3과 경구를 적절히 사용하지만 『도덕의 계보학』에서는 잠언과 경구들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치밀한 논리적 표현을 전개한다.

 

  1. 아포리즘이란 경구(警句)나 격언(格言), 금언이나 잠언(箴言) 등을 일컫는 말이다. 인생의 깊은 체험과 깨달음을 통해 얻은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기록한 명상물로서 가장 짧은 말로 가장 긴 문장의 설교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일반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생각이나 기지를 짧은 글로 나타냄으로써 어떠한 원리나 인생의 교훈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본문으로]
  2. 계보학이란 계보(系譜)·계도(系圖)에 관한 진위를 밝히기 위한 학문을 말한다. 계보학은 유산의 상속이나 왕위의 계승과 같은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보를 연구하게 되면서 생겨난 것이었으나, 역사의 연구에 있어서도 인물간의 관계를 밝히는 작업에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본문으로]
  3. 사람이 살아가는 데 훈계가 되는 짧은 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