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와 철학서

들뢰즈 철학서 『니체와 철학』

by 언덕에서 2016. 12. 14.







들뢰즈 철학서 니체와 철학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1(1925∼1995)의 저서로 1962년에 발간되었다. 『니체와 철학』은 들뢰즈의 초기 저작에 속하는데, 이 책은 허무주의자, 파시스트 등으로 평가받았던 니체 철학과 현대 철학의 접점을 보여준다.

 이 책은 니체 철학에 대한 입문서라기보다는 니체의 핵심 명제인 ‘신은 죽었다’라는 허무주의적 외침을 들뢰즈 입장에서 해석한 것이다. 들뢰즈는 니체의 허무주의에 주목하는데, 니체에게 허무주의란 어떤 것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니체에 따르면 유대교나 기독교도 허무주의적이다. 현세에 아무런 가치를 두지 않고 내세에만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니체는 이를 부정적 허무주의라고 부른다.

 유물론자들처럼 신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회의주의자들처럼 진리의 존재를 의심하는 허무주의도 있다. 니체는 이를 반응적 허무주의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모든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가치 평가조차 하지 않으려는 수동적 허무주의가 있다. 니체는 그 예로 불교를 들고 있다.

 들뢰즈는 ‘인간의 역사를 허무주의의 역사’라고 말한다. 이렇게 허무주의의 극단까지 갔을 때는 오로지 생성만이 문제로 남는다. 들뢰즈는 니체의 권력 의지를 생성의 문제로 해석하며, 모든 권위가 허물어진 허무의 시대를 헤쳐 갈 삶의 태도로 생성의 철학을 니체에게서 읽어낸다.





 


 들뢰즈는 그의 니체 이해의 기간을 형성하는 두 가지 개념을 제시한다. 즉, 힘과 권력의지는 다음의 두 성질을 가진다는 것이다.

 첫째, 적극적(actif)-반응적(reactif),

 둘째, 긍정적(positif)-부정적(negatif).

 전자의 개념은 힘의 원초적 성질이며, 후자는 권력의지의 원초적 성질이다. 힘과 권력의지는 이러한 서로 간의 성질들을 교환하고 지탱하면서 힘의 유형학(주인 - 노예)과 계보학(권력의지 - 영원회귀)을 이룬다. 긍정은 작용이 아니지만, 적극적 생성의 잠재력, 적극적 생성의 화신이며, 부정은 단순한 반작용이 아니지만, 반응적 생성이기 때문이다.

 긍정은 우리에게 디오니소스의 영예로운 세계, 생성의 존재 속으로 들어가도록 하고, 부정은 우리를 반응적 힘들이 그에게서 나오는 염려스러운 토대 속으로 떨어뜨린다.




 들뢰즈의 관점에서 니체가 기획하는 철학은 궁극적으로 긍정적 권력의지를 극대화함으로써 부정적 권력의지, 즉 허무주의를 파괴하는 데 있다. 이러한 파괴의 기획은 영원회귀를 통해 가능하다. 권력의지가 긍정성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그 자신의 영원회귀를 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반응적 힘을 적극적 힘의 명령 아래 두고 그것의 영원회귀를 결단하는 것, 그러한 의지는 주체가 기존의 것으로 누리던 가치에 대한 전면적 공격과 전환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니체가 가지는 또 다른 독특한 성격이 놓여 있다고 들뢰즈는 판단한다. 다시 말해, 영원회귀는 '같은 것의 회귀'가 아니다. 기존의 가치들은 '차이의 향유'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차이 나는 것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힘은 새로운 것의 창조를 의지해야 한다. 그것은 기존의 것에 반응적이 되거나, 부정을 통해 동일자로 회귀하지 않으며, 항상 생성하고 긍정한다. 우리가 영원회귀란 표현을 동일자의 회귀로 이해할 때는 항상 오해를 낳는다. 되돌아오는 것은 존재가 아니지만, 되돌아옴 그 자체는 그것이 자신을 생성으로, 지나가는 것으로 긍정하는 한에서 존재를 구성한다. 되돌아오는 것은 하나가 아니지만, 되돌아옴 그 자체는 자신을 차별자로, 다수로 긍정하는 하나이다.

 달리 말하자면, 영원회귀 속의 동일성은 되돌아오는 것의 속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차이 나는 것을 위해 되돌아오는 상태이다. 그래서 영원회귀는 하나의 종합으로 즉 시간과 그것의 차원의 종합, 다른 것과 그것의 재생산과의 종합, 생성과 자신을 생성으로 긍정하는 존재의 종합, 이중적 긍정의 종합으로 간주하여야만 한다.

 '동일자의 회귀'는 '동일한 것의 회귀'가 아니다. 여기서 동일자는 알다시피 '힘'이지만, 그것은 '차이 나는 힘들'이다. 권력의지란 이러한 영원회귀의 원리가 된다. 그래서 들뢰즈는 이러한 영원회귀의 성격을 '차이와 반복'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것이다.




  1. 프랑스의 철학자. 서구의 2대 지적 전통인 경험론 ·관념론이라는 사고의 기초형태를 비판적으로 해명했다. 저서로 《차이와 반복》, 《앙티 오이디푸스》, 《천 개의 고원》 등이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