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高朋滿座

칼 힐티 수상록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Für schlaflose Nächte)』

by 언덕에서 2016. 11. 29.

 

칼 힐티 수상록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Für schlaflose Nächte)』

 

 

 

 

스위스 철학자ㆍ사상가 칼 힐티(1833∼1909)의 저서로 2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1901년에 출간되었고, 제2부는 그가 사망한 지 10년 뒤에 유고로서 간행되었다.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는 1년 365일 동안 매일 조금씩 읽으며 묵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특히 성경문구를 밝혀, 묵상에 도움을 주고 보다 깊이 있는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바탕으로 이상사회를 꿈꾸었던 스위스의 저명한 사상가이자 법률가인 칼 힐티는 신앙과 삶이 일치된 인생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저작을 많이 남겼다. 이 책은 그중 하나로 물질만이 최고의 가치로 추앙받는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내면의 행복을 찾고, 세속적인 행복과 진리 추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제시한다.

 칼 힐티는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에서 인간 본성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이 책은 그리스도교적 신앙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봉사, 자선, 자비, 사랑 등 어떤 인간에게도 기본적인 덕성이 될 수 있는 삶의 모습을 권유하며, 불교나 기타 종교 등 어떤 신앙을 가진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진리를 논하고 있다. 

 “금전적으로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려면, 수입에서 비록 소액이라도 일정한 액수를 자선에 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이것 때문에 더 가난해진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실제로는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런데 그마저도 스스로 하기 싫어할 만큼 게으른 부자가 많다”

 라고 하는 칼 힐티의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내가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오히려 충만해지는 방법, 물질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이 균형을 이루어 조화로운 인생을 사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제1부의 서문에서는 불면의 원인과 불면에 대한 대책 등을 설명했으며, 본문은 1년을 365일로 나누어, 그날그날의 불면, 특히 조용히 정신을 모아서 깊이 생각할 사항들이 서술되었다.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은, 우리가 자신의 생활 방법에 반성을 시도해 보는 귀중한 시간이며, 이런 뜻에서는 오히려 하느님의 선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성서의 글에서의 장과 절을 지시한 데도 많으며 성서를 문자 그대로 머리맡에 두는 책으로 삼음으로써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희망에 찬 생활의 충실화를 꾀할 수 있다고 했다.

“잠 못 이룸은 언제나 재앙이므로 가능한 한 없애야 한다. 다만 예외가 있는데, 그 불면이 매우 기쁜 일로 생겼을 때 (이 경우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기쁨이다), 또는 평소 소홀히 하기 쉬운 자기반성을 위한,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불면이 찾아오는 경우이다. 이 경우, 불면은 내적 삶의 진보를 이룩하고 인생에서 가장 큰 보물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다.

 

 잠 못 이루는 밤에 생애의 결정적인 통찰과 결단을 이끌어낸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 그러므로 잠 못 이루는 밤을 ‘신의 선물’로 보는 것은 자신에게도 유익하다. 우리는 그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하며, 무작정 거슬러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불면에는 뭔가 목적이 있고, 마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로 그 때, 평소보다 명확하게 들리는 조용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른 생각은 모두 물리치는 것이 좋다. ‘왜 잠 못 이루는 밤이 나에게 찾아온 것일까?’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 큰 축복이 될 수도 있다.“

 -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머리말에서 -

 

 

 힐티는 잠 못 이루는 밤을 두려워하거나 사념으로 어지럽히지 말라고 충고한다. 불면의 밤은 내적 생활의 크나큰 진보를 이루어 인생 최대의 선물을 얻을 수 있도록 신이 주신 선물이기 때문이다.

 "깊은 밤 자신을 성찰하라! 잠을 잊은 어둡고 조용한 밤은 이 험난한 삶에서 우리를 구원해 줄 소중한 시간이다."

 자기반성 속에서 삶의 진정성을 이끌어내는 그의 철학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힐티의 성찰은 부질없는 자기침잠(自己沈潛)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대화이며, 이 책에 실려 있는 글들은 저자 자신의 사색과 인생경험에서 나온 생생한 육성이다. 이 점에서 그는 잠 못 이루는 자의 성찰과 대화의 상대가 되려고 하고 있다. 힐티는 사랑이라는 말이 세상에서 남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 말을 피하고, ‘선을 행한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랬던 힐티가 이 책에서는 이전까지의 조심성을 버리고 사랑의 문제에 대해 되풀이하여 말한다. 참사랑은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이며, 그릇된 행동도 사랑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주장에 그의 깊은 통찰이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