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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드라이저 장편소설 『시스터 캐리(Sister Carrie)』

by 언덕에서 2016. 6. 30.

 

 

 

드라이저 장편소설 『시스터 캐리(Sister Carrie)』

 

미국 소설가 시어도어 드라이저(Theodore Dreiser.1871∼1945)의 처녀작 장편소설로, 1900년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초판 간행시 456부밖에 팔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내용이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판매가 금지되었다가 12년 후 정식으로 재간되었다.

『시스터 캐리(Sister Carrie)』는 발표 당시, 젊은 소설가 프랭크 노리스와 영국의 아널드 베넷, H. G. 웰스 등이 이 작품을 높이 평가했으나, 인기가 곧 시들자 드라이저는 좌절감에 빠진 나머지 제정신을 잃었다. 이후 드라이저는 브루클린의 빈민가에서 굶어죽을 뻔하기도 했으나 다행히 인정 많은 형 폴이 그를 찾아낸 덕분에 살아났다.

 세계문학사에서 자연주의는 다윈주의의 생물학적·환경론적 결정론에 영향을 받아 인간을 자유의지를 가진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유전과 환경의 산물로 보며,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삶을 그린다. 19세기 말 프랑스를 중심으로 생겨난 이 문학사조는 에밀 졸라의 작품에서 꽃을 피웠고, 미국으로 전해져 프랭크 노리스를 이어 시어도어 드라이저에게서 절정을 이뤘다. 특히나 미국에서는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 중인 도시 환경 속 이민자와 빈곤층의 삶을 주목했는데, 이러한 특징은 드라이저 개인의 성장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영화 [시스터 캐리]. 1952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예쁜 시골 처녀 캐리는 도시를 동경한 나머지 대도시인 시카고로 간다. 1889년 열여덟 살의 캐리는 변변찮은 무기도 없이 ‘도시를 굴복시켜 제 것으로 만들고 자신의 발밑에 공손히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게 하겠다는, 그런 모호하고 아득한 최고의 권력을 꿈꾸며’ 언니네 부부가 사는 시카고로 향하는 것이다. 시카고행 기차에서 맵시 좋은 새 정장을 입고 돈뭉치가 가득한 지갑을 손에 쥔 영업사원 찰스 드루에를 만나면서 캐리는 부와 성공을 향한 열망에 이끌린다. 
 여공(女工)이 되어 악조건의 노동현장에서 힘든 일로 나날을 보내면서도 늘 더 나은 생활에의 집념을 버리지 않는다. 19세기 말 시카고는 미국 내 축산업의 중추로 피비린내가 진동하던 도시이자 ‘사회의 쓰레기들이 기어다니는 암흑가’가 번성한 어둠의 도시였고, 미국 최초의 백화점들이 문을 열 정도로 온갖 멋진 것들이 가득한 빛나는 도시였다. 그러던 중 한 행상인을 만나 그의 정부가 되지만 부유한 요리집 지배인을 만나면서 행상인을 버리고 지배인의 정부(情婦)가 된다. 캐리는 가까스로 얻은 주급 4달러 50센트짜리 일자리마저 잃고 다시 시골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처했을 때, 우연히 드루에와 재회하고 그와 동거를 시작한다. 이로써 안락한 생활을 얻지만, 캐리는 드루에를 통해 유명 인사들이 모이는 고급 술집의 지배인 허스트우드를 만나 보다 높은 부와 성공의 세계를 동경하게 된다.
 허스트우드가 술기운에 돈을 훔치고 충동적인 계략으로 캐리를 데리고 도망쳐 뉴욕에 정착하게 되면서 캐리와 허스트우드의 삶은 점차로 상반된 방향으로 나아간다. 젊고 아름다운 캐리는 늘 보다 나은 것, 높은 것을 열망하며 부와 성공을 좇아 화려한 무대를 통해 도약하는 반면, 그러한 캐리의 가치에 매료된 허스트우드는 가정과 부, 사회적 지위를 잃는 것을 시작으로 마흔이 넘어 겪게 된 시련에 굴복해버리고 그저 무기력하게 삶의 가파른 비탈길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그러나 제2의 정부도 버리고 뉴욕으로 가서 화려한 무대를 꿈꿔 오던 소망이 이루어져 배우로서 성공한다. 제2의 정부이던 지배인은 타락하여 싸구려 하숙방에서 자살하고, 여러 남자와 정을 통한 그녀는 출세하여 영화를 누린다. 캐리는 코러스 걸로 시작해 주급 12, 20, 35달러로 점차 오르다 주연배우로 150달러짜리 전속계약을 맺게 되지만, 캐리가 떠난 후 허스트우드는 홀로 하루 50센트짜리 방에서부터 35, 10센트, 이내 길거리를 전전하며 무료 급식소에서 얻어먹는 처지로 전락한다.

국내에 상영된 영화 [황혼], 원제 '시스터 캐리'를 '황혼'으로 바꾸었다.

 

 1871년 인디애나 주 테러호트의 독일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드라이저는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 탓에 여러 지역을 떠돌며 고단한 성장기를 보낸다. 가까스로 대학에 입학하지만 고독과 절망감에 중퇴하고 시카고의 작은 신문사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하며 빠르게 변모하는 미국 사회의 여러 단면들을 직접 보고 듣게 된다. 이 시절 접한 찰스 다윈, 허버트 스펜서의 이론과 발자크, 졸라의 소설에 영향을 받아 오늘날 미국 문학사를 수놓는 『시스터 캐리』를 집필하게 된다.   

 190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19세기 말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카고와 뉴욕을 배경으로, 대도시로 상경한 시골 처녀가 배우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답게 도덕률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인간의 욕망을 생생하고도 냉철하게 묘파해 빅토리아 시대의 가치가 고수되던 당대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시대를 앞선 이 작품으로 인해 빚어진 출판사와의 대립과 출간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은 문학사에서 유명한 일화로 손꼽힌다.

 

 

 이른바 미국인들의 ‘성공을 향한 욕망’에 대하여 그 본질을 파헤친 작품으로, 그 생생한 묘사가 오늘날의 시각으로는 결코 부도덕하게 비치지는 않지만 그 당시에는 큰 물의를 일으켰다. 그 반면,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서 평가를 받아 비평가들의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도 번역되었고, <황혼>이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상영되기도 하였다.  드라이저는 인간이 저마다 놓인 환경과 유전적 요인 그리고 열망에 따라 삶의 궤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석적으로 제시한다.

 이 작품이 가진 문제는 여주인공의 비도덕성보다는 그녀가 평범한 가정 출신이며 타락에 대해 처벌받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자신의 누이가 겪은 일을 포함해 가족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시스터 캐리』는 그 당시까지 문학의 소재로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했던 서민들의 역경과 사생활을 그려냈는데, 투박한 문체에 배어 있는 사실적인 세부 묘사와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이 혁신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