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마 장편소설 『몽테크리스토백작(Le Comte de Monte Cristo)』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大뒤마: Alexandre Dumas.1802∼1870)의 장편소설로 1845년 발표되었다. 뒤마는 파리 근교에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 따온 ‘몽테크리스토 별장’을 지었는데, 역시 낭비가로 명성이 높았던 발자크의 질투심을 자극시켰다고 한다. 뒤마는 그곳에서 파티를 자주 열고 호화로운 생활을 했으나 결국은 파산하여 그 별장까지 차압당했다. 사람들은 ‘뒤마의 전 작품을 다 읽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전 세계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읽는다.’라고 말한다. 그것은 뒤마가 일반 대중들의 꿈이라든가 기호를 잘 파악하고 있고 또 그것을 정교하게 구성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삼총사>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작가 특유의 웅대한 구상, 파란만장한 장면을 전개하는 모험담이 전권에 흐르며, 정의와 인정미가 넘치는 모범적 대중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협이 최초 번안한 <해왕성>, 이후 소설가 김내성에 의해 <진주탑>으로 번안, 소개되었고, 그 이후에는 <암굴왕>이라는 제목으로도 소개되어 유명해졌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등 항해사인 에드몽 당테스는 선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19세의 어린 나이에 후계자로 내정되었다. 이를 시기한 당그라르와 당테스의 약혼녀 메르세데스를 연모하던 페르낭은 당테스를 나폴레옹파의 스파이라고 모함하여 밀고해 버렸다.
당테스는 약혼 피로연에서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판결 과정에서도 검사 대리인 비르포르가 출세할 욕심으로 그 음모에 가담함으로써 결국 외딴 섬의 ‘이프’라는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억울한 누명을 쓴 당테스는 우연히 알게 된 늙은 죄수 파리아에게서 그 음모의 전말을 전해 들었다. 그는 복수할 일념 하나로 14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감옥생활을 견디며, 파리아로부터 여러 가지 지식과 교양을 전수받았고, 마지막에는 이탈리아 앞 바다에 위치한 몽테크리스토 섬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유언을 들었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던 어느 날 밤, 당테스는 파리아의 시체와 바꿔치기 해 탈옥에 성공했다. 그는 우선 그가 일러준 대로 몽테크리스토 섬으로 가 보물을 찾고 섬의 이름을 따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변장해 그를 파멸시켰던 사람들에게 차례로 복수할 계획을 세웠다.
고향에 돌아가 보니 그의 후원자이자 선주였던 모렐은 파산 직전이었고, 회계사였던 당그라르는 대은행가가 되어 있었다. 한편, 메르세데스를 빼앗은 페르낭은 육군 장교로 변해 있었으며, 비르포르는 검찰총장으로 출세해 파리로 옮겨가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당테스는 사교계 명사가 되어 서서히 복수극을 진행시켰다. 세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서 과거의 죄과들이 드러나고 차례차례 몰락해 갔다. 마침내 자신을 파멸시킨 세 사람에게 통쾌하게 복수하고 당테스는 홀로 바다 저편으로 떠난다.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웅대한 구상, 파란만장한 장면 전개, 전권에 넘쳐흐르는 정의감과 인정미가 돋보이는 문자 그대로 모범적 대중소설이다. 정직하고 순진한 에드몽 당테스는 창백하고 밑바닥까지 꿰뚫어 볼 것 같은 빛나는 눈을 가지고, 어떤 경우에도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변신한다. 부친과 자신의 청춘을 앗아간 사람들에게 재력을 무기로 냉혹한 복수의 화신이 되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에게 정의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가 절대로 피를 보지 않고 가족을 끌어들이는 일을 괴로워하며, 단지 악(惡) 그 자체만 미워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아버지와 자신의 청춘을 약탈당한 한을 막대한 재력을 무기로 냉혹하게 풀어 나가는 복수의 화신이 된다. 복수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이만큼 완벽한 조건과 매력을 겸비한 인물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복수의 화신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러나 복수의 화신이라고 해도 그에게는 불쾌한 어두움이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손으로는 결코 피를 보지 않았다는 점과, 가족을 끌어들이는 것에 대해 고민하며 악인의 자식이라 하더라도 결백한 인간에게는 구제의 손길을 내밀고 악을 행한 본인들만 철저하게 짓밟는다는 통쾌한 정의감이 이야기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스토리 자체만으로만도 대단히 흥미진진하다. 초반부에는 빠른 스토리 전개와 감옥이라는 신비한 소재에 이끌린다. 그러다 후반부에는 에드몽의 복수와 그의 심리를 생각하며 초반의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 책의 내용이 지금의 감옥을 다룬 영화들에 자주 인용되고 있다. 감옥에서 공부하여 대단한 학식을 갖게 되는 것, 대담한 탈출 방법, 옆 동료(파리아 신분)와의 관계. 그리고 흥미진진한 보물찾기, 그리고 거기서 얻은 부를 수단으로 옛사람들에게 은혜를 갚고 혹은 복수를 하는 것 등의 요소 때문이다. 하지만 후에 자신의 복수에 대해 본인 스스로도 번민에 빠진다. 그런 과정에서 드러나는 추악한 당시 프랑스 상류층의 모습을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다.
♣
이 파란만장한 복수극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이 작품은 ‘아무리 부패하고 혼탁한 사회에서도 정의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뒤마의 아버지는 산토도밍고 섬의 흑인 노예인 어머니의 피를 받은 혼혈로 나폴레옹 휘하의 유명한 장군이었다. 용맹하고 과감한 호걸이었지만 나폴레옹과의 알력으로 생활이 불우해져서 44세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
살아 생전 뒤마는 어린 시절부터 생활고를 겪어야 했다. 프랑스 혁명 이후의 프랑스 사회는 혼돈 자체였다. 허구한 날 민중들은 전쟁에 동원되기 일쑤였고 군주 대신 신흥 세력으로 부상한 부르주아로 인해 민중들의 민생은 파탄 났다. 가난을 운명으로 삼고 살아가는 민중에게 뭔가 희망이 필요한 시기였다.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뒤마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입을 빌려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독자에게 가르쳐 준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가 고달픈 인생살이에 필요한 유일한 잠언이라는 것이다. 다소 상투적인 교훈으로 들리긴 하지만 그런데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요즘과 같은 경제 불황기나 빈부격차가 극심할 때는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람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그렇지만 다른 방법 또한 없어서, 우리는 그래도 '희망'을 끌어안고 살아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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