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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헤르만 헤세 장편소설 『사랑의 삼중주(Gertrude)』

by 언덕에서 2015. 11. 4.

 

 

 

 

헤르만 헤세 장편소설 『사랑의 삼중주(Gertrude)』

 

 

 

 

 

 

독일 소설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1877∼1962)의 장편소설로 1910년에 발표되었다. 된『게르트루트』는 헤세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소설적인 구성을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음악 소설이다. ‘고독한 예술가의 고백’이라 할 수 있는 『게르트루트』는 행복에 대한 의미 탐구, 삶에 대한 치열한 묘사와 고뇌라는 점에서 역시 헤세 자신을 묘사한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처럼 펼쳐지는 청아한 언어의 향연 속에 연인에 대한 사랑과 삼각관계로 인한 절망이 그려지는 이 소설은 젊은 시절의 고독과 방황, 인생의 참된 의미와 행복의 의미를 되씹어볼 수 있게 만든다.

 『게르트루트』는 첫 작품 <페터 카멘친트>가 대성공을 거두고 난 후, 두 번째 작품인 <수레바퀴 밑에서>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헤세의 소설 가운데서 소설 가운데 구성이 가장 복잡하고 드라마틱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작품처럼 주인공의 내면적 성장을 뒤쫓는 ‘교양소설(또는 성장소설)’형식으로 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가장 재미있고 통속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수채화 작품을 통해 헤세의 화가로서의 면모는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삶에서 음악이 차지했던 역할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헤세의 삶과 창작에서 음악은 항상 특별한 역할을 차지했다. 음악가의 전통이 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헤세는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 연주를 배웠고 수많은 음악가, 작곡가들과 교분을 쌓았다. 음악 비평과 논평도 썼고, 그의 수많은 시들은 노래로 작곡되었다. 헤르만 헤세는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음악학교 학생인 쿤은 학창 시절 여자 친구와 장난치며 썰매를 타다가 불구가 된다. 연주자의 길과 작곡가의 길을 놓고 고민하던 그는 알프스 산악 마을을 찾아가 그곳에서 작곡의 영감을 얻고 작곡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작곡한 실내악이 음악계에서 좋은 평판을 얻으면서 쿤은 궁정 오페라 가수인 무오트와 알게 된다. 변덕스럽고 거들먹거리며 바람둥이에 제멋대로 구는 무오트의 첫인상은 쿤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무오트가 쿤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고 그의 위악적인 겉모습 속에 예술에 대한 열정과 깊이 있는 사고가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되어 기질적으로 정반대인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무명의 초보 작곡가인 쿤은 무오트의 소개로 오페라하우스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입단하게 되고 거기에서 만난 동료 타이저에게 자신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소개해 격찬을 받는다. 타이저의 소개로 임토르의 집에서 개최되는 실내악의 밤에 초대된 쿤은 자신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 뒤 임토르의 딸인 이름다운 여인 게르트루트를 보고 첫눈에 사랑을 느낀 후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주인공 쿤과 성악가 무오트, 게르트루트는 이로써 애증의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쿤의 연적이라 할 수 있는 무오트는 격정적이고 마성적인 인물로 고독에 굶주려 있다. 쿤이 사랑하는 여인 게르트루트는 고아하고 귀족적이며 자기 통제가 강한 고독한 영혼의 소유자로, 정반대 성격인 무오트에게 이끌려 그와 결혼한다.

 쿤은 게르트루트를 사랑하다 친구인 무오트에게 빼앗기고 난 다음에도 계속 그녀를 사랑한다. 게르트루트는 무오트가 일찍 자살해버렸는데도 쿤에게 가지 않고 과부로 수절한다. 주인공 쿤은 불구로 인해 한층 고독해졌으나 본디 일상생활에 순응해갈 수 없는 ‘불행한 예술가 타입’이다. 이처럼 쿤은 사랑의 실패 후 수동적이고 자기 성찰적인 체념과 고독 속에서 인생을 살아나간다. 그러나 쿤은 이 같은 큰 고독과 절망 속에서도 음악의 세계에 전념하며 음악가로서 생의 의미를 찾는다.

 

 

독일 소설가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1877&sim;1962 )의 장편소설

 

 

『게르트루트』는 음악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헤세의 초기작이다. 국내에는 1970년대에 '사랑의 삼중주'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는데 그당시 제목대로 『게르트루트』는 사랑의 삼각관계를 다룬 작품으로 읽을 수도 있고 헤세의 보편적 주제인 양극성의 조화에 대한 음악적 변주로 볼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랑하다 결혼하고 결혼하면 늙어지기 마련이어서, 죽도록 ‘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랑’을 유지하기란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 소설은 한 여자가 빨리 죽어버리지 않고 서서히 죽어 가는데도 불구하고 한 남자가 평생 그 여자만을 사랑하는 줄거리로 된 유일한 작품일 것이다. 영원한 낭만주의자 헤세다운 작품이다.

 게르트루트는 소설 속에서 굉장히 우아하고 고상한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녀가 남주인공 쿤을 차버리고 결혼하게 되는 무오트라는 남자가 사디스트로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오트는 걸핏하면 여자들에게 손찌검을 하는 난폭한 성격의 남자인데, 그런데도 그의 주위에는 많은 여성들이 들끓는다. 쿤은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 야릇한 질투심에 괴로워한다. 그러면서도 게르트루트를 못 잊어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운다. 헤세답지 않게, 여자에 대한 약간의 심술과 조소를 퍼부은 소설이라 하겠다.」

 

 

 

 헤세가 자신의 자아를 두 인물로 분리하여 그린 수많은 작품들처럼 『게르트루트』에서도 일인칭 화자인 작곡가 쿤과 삼인칭으로 묘사되는 오페라 가수 무오트는 한 예술가의 아폴론적인 속성과 디오니소스적인 속성을 형상화한 것이다. 헤세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이원적인 존재이다. 그들은 인간이면서 늑대이고, 범죄자이면서 신사이고, 소시민이면서 예술가이고, 건강하면서 병들어 있다. ‘내 가슴에는 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괴테의 <파우스트>의 다양한 변주라고 할 수 있다.

 『게르트루트』는 작품 전체에서 서정성과 낭만성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두드러진다. 특히 사고로 불구가 된 쿤이 알프스 산악 마을을 갔다가 자연 속에서 작곡의 영감을 얻는 대목은 ‘은은한 리듬감과 색채감, 표현의 소박함’이 묻어난다. ‘언어의 우아함을 이처럼 매력적으로 드러낸 책은 없다’는 현지 평론가의 말대로 이 소설 속에는 ‘음악이 오롯이 담겨 있다’.  - <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 133쪽

 실제 삶뿐 아니라 헤세의 많은 소설에서도 음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처녀 장편소설인 <페터 카멘친트>에는 리하르트 바그너에 매료되었던 경험이 반영되어 있고 <데미안>에서 싱클레어는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에게 기분이 울적할 때면 북스테후데의 파사칼리아를 연주해 달라고 부탁한다. <황야의 늑대>에서 주인공 하리 할러는 재즈 연주자인 파블로에게 베토벤, 브람스, 바그너의 음악은 화성이 넘쳐 나서 감정을 높이지만 바흐나 모차르트 음악에 나타나는 정신성은 억누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유리알 유희>의 세계에서는 퍼셀의 바로크 음악이 감동적으로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