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현대소설

신경숙 단편소설 『전설』

by 언덕에서 2015. 6. 22.

 

 

신경숙 단편소설 『전설』

 

 

 

 

 

신경숙((申京淑. 1963~)이 쓴 단편소설로 1994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게재되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인간존재 의미와 사랑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1996년 단편집 <오래전 집을 떠날 때 (창작과 비평사)>에 일곱 번째 작품으로 실렸으며, 2005년 단편집 <감자를 먹는 사람들(창비>에도 일곱 번째 작품으로 등장한다.

 부모의 부재로 고아가 돼 결혼한 남녀가 등장하고 그리고 그 남편은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전쟁터로 가서 연락이 끊긴다. 여자는 남편을 기다리지만 남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 부부가 살던 언덕 위의 집도 그도 돌아오지 않는다. 이 작품은 2015년 표절 시비에 휘말려 있고 급기야 해당 출판사인 <창비> 사가 공식 사과를 함으로써 진정 국면으로 가는 듯하다.

 소설가 신경숙 씨(52)가 일본 탐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1925∼1970)의 소설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설가 이응준 씨(45)는 16일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란 글을 올리고, 신 씨가 1996년 발표한 단편 ‘전설’이 미시마의 ‘우국(憂國)’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소설 ‘금각사’를 쓴 미시마는 1970년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주장하며 할복자살했다.

 1990년 시인으로, 1994년 소설가로 등단한 이 씨는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 ‘내 연애의 모든 것’ 등을 발표한 중견 작가여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 씨는 이 글에서 표절이 의심되는 부분을 인용해 나란히 올려 두었다. 각각 4개와 7개 문장으로 이뤄진 해당 부분은 같은 글이나 다름없이 비슷하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김후란1 시인이 번역한 ‘우국’(1983년)은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워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고 돼 있다. <동아일보 2015. 6 / 17자> 

  표절 부분은 아래의 내용이다. 이응준의 지적대로 각각 4개와 7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해당 부분은 같은 글이나 다름없다. 신경숙의 반응에서처럼 두 소설의 스토리가 매우 상이한 것 또한 사실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여자와 남자이다. 여자는 태어나서 세 살이 되었을 때 조모와 모친을 잃고, 부친이 만주로 떠난 후 여자는 유모 댁에 맡겨 길러진다. 남자는 난산 끝에 생모가 숨을 거두었기에 유모 손에 길러지게 된다. 한 지붕 아래, 한 유모 품속에서 길러지던 이 둘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고 남자는 피아노를, 여자는 성악을 부르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어느 4월의 아침, 여자는 가슴속에 불안이 콩콩 뛰는 것을 느낀다. 그들은 혼례를 치르게 되고 그날 밤, 사과나무 아래서 사랑을 속삭인다.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두 달 후, 여자는 갑자기 방바닥에 소국이 담긴 항아리를 내던진다. 그건 남자가 국군이 되어 전쟁터로 나가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내부에서 통통거리고 있던 흰 배구공이 이미 튕겨져 나갔음을 깨닫는다. 결국 남자는 여자를 두고 전쟁터로 나간다. 여자는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남자가 장만해 준 목걸이를 빼 여자의 사진을 넣어 남자의 목에 걸어준다. 폭격이 시작된 어느 날 여자는 남자의 첫 서신을 받는다.

 「……. 당신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부친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 당신이 누구를 기다렸든 간에 나는 다짐했었지. 나는 당신을 기다리게 하지 않겠다고 말이요……. 당신을 사랑하오.」

 그러나 남편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후 여자가 숨어 사는 서울의 적산가옥 근처에 폭격이 시작되고 한 공손한 여인이 여자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안고는 이미 무너진 담장을 타고 적산가옥으로 들어온다. 아기의 유모인 공손한 여자는 쌀을 구하러 가다 인민군에게 사살되고 만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소녀가 된 여자아이를 데리고 또 다른 유모의 장례식에 온 여자는 사과나무를 적산가옥으로 옮기려 땅을 파다 어릴 적 잃어버린 목걸이를 발견한다. 그 목걸이 안에는 부친의 사진이 있었는데 부친은 사라지고 없고 그 자리에 전쟁터로 떠난 남자가 안타깝게 웃고 있다.

 

1970년 군중 앞에서 군국주의를 선동하는 유키오

 

 

 이 작품은 한 마디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인간존재 의미와 안타까운 사랑에 대해 다룬 매우 미학적인 성격이 짙은 내용의 짧은 이야기다. 

 금번 표절 문제로 인해 작가의 과거 다른 작품의 표절 의혹들도 다시금 살아나고 있다. 안승준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의 서문과 작가의 ‘딸기밭’의 일부분이 유사하다는 의견과, 작가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와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작가의 단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단편 ‘작별인사’가 각각 프랑스 소설가 파트릭 모디아노와 일본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론은 이 작가에게 차갑기 짝이 없고 급기야는 그녀의 남편에게까지 '표절작가 저격수'라는 식으로 비난이 이어져 인민재판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신경숙 작가는 방송작가 생활을 일정 기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용 멘트를 만들다 보니 국내외 여러 작가의 미사여구들을 수없이 접하였을 것이고 그것이 글을 쓸 때 무의식 중으로 사용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는 젊은 시절 글쓰기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유명작가 작품의 필사를 많이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시민의 지적처럼 "이게 내 문장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논문 작성하는 이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처럼 너무 많은 책을 읽다 보면 그게 내 생각인지 착각해서 무의식 중에 나오는 어떤 표현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의도성과 고의성이 있느냐고 따질 때는 법원에서도 가리기는 어려운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결국 법적인 책임 부분보다는 작가의 어떤 예술적인 양심 부분에 대한 논란으로 가시화되는 문제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 작가의 의식적 표절이 아니더라도 해당 대목이 상당히 유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존경하는 작가로부터 영향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문장까지 비슷해지는 건 조심해야 하고 책임져야 하는 일임은 분명하다.

 내일은 표절 시비의 출처인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소설 ‘우국(憂國)’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김후란(金后蘭, 1934년~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서울 출생이며, 본명은 형덕(炯德)이다. 서울대를 수학하였으며, 《한국일보》 기자 및 《부산일보》 논설위원과 한국여성개발원장을 역임하였다. 1959년 《현대문학》에서 신석초의 추천을 받아 〈오늘을 위한 노래〉,〈문〉,〈달팽이〉등의 작품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장도와 장미》,《음계》,《눈의 나라 시민이 되어》,《사람 사는 세상에》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과 월탄문학상을 수상했다. [본문으로]
  2. 유시민 “신경숙, 자기 문장인지 아닌지 분간 못할수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9일 대구 수성대학교에서 '글쓰기 특강'을 열었다. 작가 유시민으로서 대중 앞에 선 그는 1시간 30분 동안 자신의 논리적 글쓰기 비법을 전수했다. 유 전 장관은 강연에서 "소설가 신경숙이 젊은 시절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사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며 "이게 내 문장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해명을 하고 비평이 나오는 상태를 보면 (표절이) 아닌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문화일보 2015. 6 / 20 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