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지견(眞正之見)
‘진정지견’이란 말은 ‘참되고 바르게 본다’라는 뜻이다. 진실로 옳고 그르다고 하는 것은 그 사이에 있다는 의미다. 이 사자성어는 연암 박지원이 쓴 <연암집(燕巖集)> 제7권 별집 종북소선(鍾北小選) 낭환집서(蜋丸集序)에 나온다.
그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옛날에 황희(黃喜) 정승이 공무를 마치고 돌아오자 그 딸이 맞이하며 묻기를,
“아버님께서 이(蝨)를 아십니까? 이는 어디서 생기는 것입니까? 옷에서 생기지요?”
하니,
“그렇단다.”
하므로 딸이 웃으며,
“내가 확실히 이겼다.”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며느리가 묻기를,
“이는 살에서 생기는 게 아닙니까?”
하니,
“그렇고 말고.”
하므로 며느리가 웃으며,
“아버님이 나를 옳다 하시네요.”
하였다. 이를 보던 부인이 화가 나서 말하기를,
“누가 대감더러 슬기롭다고 하겠소. 송사(訟事)하는 마당에 두 쪽을 다 옳다 하시니.”
하니, 정승이 빙그레 웃으며,
“딸아이와 며느리 둘 다 이리 오너라. 무릇 이라는 벌레는 살이 아니면 생기지 않고, 옷이 아니면 붙어 있지 못한다. 그래서 두 말이 다 옳은 것이니라. 그러나 장롱 속에 있는 옷에도 이가 있고, 너희들이 옷을 벗고 있다 해도 오히려 가려울 때가 있을 것이다. 땀 기운이 무럭무럭 나고 옷에 먹인 풀 기운이 푹푹 찌는 가운데 떨어져 있지도 않고 붙어 있지도 않은, 옷과 살의 중간에서 이가 생기느니라.”
하였다.
백호(白湖) 임제(林悌)가 말을 타려고 하자 종놈이 나서며 말하기를,
“나으리께서 취하셨군요. 한쪽에는 가죽신을 신고, 다른 한쪽에는 짚신을 신으셨으니.”
하니, 백호가 꾸짖으며
“길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가죽신을 신었다 할 것이고, 길 왼쪽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짚신을 신었다 할 것이니, 내가 뭘 걱정하겠느냐.”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논할 것 같으면, 천하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 발만 한 것이 없는데도 보는 방향이 다르면 그 사람이 가죽신을 신었는지 짚신을 신었는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참되고 올바른 식견은 진실로 옳다고 여기는 것과 그르다고 여기는 것의 중간에 있다.(故眞正之見 固在於是非之中) 예를 들어 땀에서 이가 생기는 것은 지극히 은미하여 살피기 어렵기는 하지만, 옷과 살 사이에 본디 그 공간이 있는 것이다. 떨어져 있지도 않고 붙어 있지도 않으며, 오른쪽도 아니고 왼쪽도 아니라 할 것이니, 누가 그 ‘중간(中)’을 알 수가 있겠는가.
한국고전번역원 ┃ 신호열 김명호 (공역)
昔黃政丞自公而歸。其女迎謂曰。大人知蝨乎。蝨奚生。生於衣歟。曰然。女笑曰。我固勝矣。婦請曰。蝨生於肌歟。曰。是也。婦笑曰。舅氏是我。夫人怒曰。孰謂大監智。訟而兩是。政丞莞爾而笑曰。女與婦來。夫蝨非肌不化。非衣不傅。故兩言皆是也。雖然。衣在籠中。亦有蝨焉。使汝裸裎。猶將癢焉。汗氣蒸蒸。糊氣蟲蟲。不離不襯衣膚之間。林白湖將乘馬。僕夫進曰。夫子醉矣。隻履鞾鞋。白湖叱曰。由道而右者。謂我履鞾。由道而左者。謂我履鞋。我何病哉。由是論之。天下之易見者莫如足。而所見者不同。則鞾鞋難辨矣。故眞正之見。固在於是非之中。如汗之化蝨。至微而難審。衣膚之間。自有其空。不離不襯。不右不左。孰得其中。
연암집(燕巖集) 제7권 별집 종북소선(鍾北小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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