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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크누트 함순 장편소설 『굶주림(Sult)』

by 언덕에서 2014. 12. 2.

 

크누트 함순 장편소설『굶주림(Sult)』

 

노르웨이 소설가 크누트 함순(KnutHamsun, 1859~1952)의 장편소설로 1890년 발표되었다. 함순은 1859년 노르웨이 그도브란스달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채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중, 17세에 소설 <베르겔>을 자비출판하면서 작가로서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환멸만 안고 귀국, 그 경험을 바탕한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1890년 함순은 자전적 소설 『굶주림』을 발표하면서 당시 유럽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소설에서의 관점과 문체는 당대 유럽 문단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으며, 이에 힘입어 그는 <신비>, <판>, <빅토리아> 등의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리고 마침내 1917년에는 소설 <대지의 축복>을 발표하면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장편소설 『굶주림』으로 크누트 함순은 20세기의 주요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프란츠 카프카, 베르톨트 브레히트, 헨리 밀러 등 전 세계의 유명 작가들이 국경을 초월하여 북유럽의 작은 나라 노르웨이의 작가 크누트 함순을 숭배했고, 192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마스 만 또한 크누트 함순 이야말로 그때까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자격이 있는 작가였다고 칭찬했다. 또 미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이작 싱어도 영어로 번역된 『굶주림』의 미국 판 서문에서 크누트 함순을 “현대 문학의 아버지”라고 평했다.

 이처럼 뛰어난 작가로서의 크누트 함순의 명성은 대부분 1890년에 출판된 그의 첫 소설 《굶주림》의 혁명적 요소에서 비롯된다. 고통스럽게 불안해하는, 소외된 현대의 인간이 여기서 최초로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 작품에서 크누트 함순은 이중적이고 복잡한, 그래서 때때로 관련성이 없는 반응양식을 보이는 인간의 심리를 통찰하여 문학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G. 융 같은 심리학자들마저 선도하게 되었다. 

노르웨이 소설가 크누트 함순(KnutHamsun, 1859~1952)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노르웨이의 오래된 도시 크리스티아나(오슬로의 옛지명)이 배경이다. 바닷가의 도시인 이곳에서 주인공은 다락방에 방세도 밀린 채 세 들어 사는데 글을 써서 지역신문에 기고해서 먹고 산다.그러나 먹는 날보다 굶주리는 날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입고 다니는 조끼마저 전당포에 잡히는 신세가 된다. 방에서도 쫓겨나고 갈 곳이 없어진 그는 마구간 위의 빈 공장에 기거하며 추운 겨울을 지낸다.  굶주림 때문에 온갖 감각적 이상과 신체증상을 고스란히 겪어나간다.

 그는 다 해진 양복저고리의 단추까지 뜯어내 전당포에 가져갔다 퇴짜당하고,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자신의 손가락마저 씹어 먹으려 시도한다. 그런 와중에도 간간이 돈이 들어오면 자신보다 더 가난해 보이는 사람에게 자선을 베풀고 돈이나 먹을 것을 구걸하는 것에 대해 심한 수치심을 느끼며 숨기려 한다.

 그는 마지막에 굶주림에 지친 채 부두에 앉아 있다가 눈앞에 보인 러시아 화물선에 올라가 선장에게 고용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배를 타고 크리스티아나에게 작별을 고하며 이 작품은 끝이 난다.

 

 

 

 요즘 나는 이문열의 12권짜리 대하소설 <변경>을 읽고 있다. 4 ~ 5권에서 작가 자신이 인정했듯이 작중의 인철은 작가의 분신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월북하고 어머니가 부양 능력을 상실할 즈음 경험한 자신의 ‘굶주림’이야말로 크누트 함순이 경험한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함순의 이 작품에서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내면 심리와 의식의 흐름이 자연스레 묘사되고 있다. 외형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보다 개인의 내면을 극적으로 조명하고 근대화 산업화 사회에 있어서 한 개인의 불안을 그려낸 효시적인 작품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굶주림은 동서고금의 문제이기에 오래된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이 작품은 노르웨이의 작가 크누트 함순이 32살에 발표한 자전적 소설로, 이 책의 내용은 1886년 겨울, 작가가 직접 체험한 극심한 가난과 굶주림의 상황, 그리고 심리현상을 통해 고통스럽고 소외된 현대 인간의 심리를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배고픔 외에는 다른 어떤 비극도 다른 어떤 행위도 없다. 폐부를 찌르면서도 결국은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 배고픔이란 주제에서, 이 책이 독특하고 뛰어나고 흥미로운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거리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인상, 밤 풍경 등의 다채로움이 있고 야릇하고 놀라운 인물들이 기이하게 줄지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무런 맛도 없었다. 주운 뼈다귀에서는 썩은 피의 숨이 막힐 듯한 냄새가 나서 곧 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또 뜯어 먹어보았다. 게우지만 않으면 무슨 효험이 있겠지. 요는 배를 달래두는 것이었다.


 ♣

 

 주인공이 초를 사러 갔다가 가게 노파가 잘못 거슬러 준 돈을 빵집 노파에게 주어 버리는 행위도 도둑질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양심에 대한 행위이기보다는 그러한 현실에 놓인 자신을 견뎌내기 위해서로 보인다. 며칠을 굶어 사물이 흐리게 보이면서도 그 돈으로 빵을 사먹지 않고 궁색해 보이는 노파에게 주어 버리는 행위, 굶주림으로 몸의 감각을 잃어가면서도 어쩌다 돈이 생겼을 때 주위의 비참한 사람이 돈을 구걸하면 주어 버리는 행위는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허위로도 보이는 이러한 삶을 사는 '나'는 먹는 일보다 사람답게 사는 일을 우위에 놓으면서 점점 더 비참해진다. 그런 그에게 간혹 얻어 걸리는 원고료로 삶을 지탱하기에는 도시에서의 삶이 너무 벅차다. 결국 도시의 생활, 먹이를 구해야 하는 일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보조선원이 되기 위해 배에 오른다.

 함순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말해지는 이 소설은 우리의 근대 문학, 40년대까지 우리의 문학 작품에서 곧잘 읽어내어지던 삶의 비참함과 자존감 사이의 갈등을 보여 준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물음을 필연적으로 던질 수밖에 없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나의 삶, 우리의 삶을 세밀히 읽어 낼 수밖에 없다. 위선과 허위의 탈을 쓰고 살지만 그 속에 감추어진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삶을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낸 이 소설은 함순을 세계적인 문학가의 대열에 올려놓았다.

 1940년 나치 독일군에 의해 조국 노르웨이가 점령되자, 함순은 그의 명성을 이용하려던 나치스의 포섭에 넘어가 그들에게 협조하였다. 그로인해 전쟁 후에 그는 노령에 따른 정신적 혼란으로 이적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되어 몇 달 간의 정신감정을 받은 뒤, 추징금을 무는 정도로 감형 받았다. 이후, 그는 자신의 이적행위와 관련한 재판의 기록인 <너무 큰 오솔길에서>를 발표한 뒤, 1952년 2월 19일 9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