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와 철학서

복음서의 원본 『큐복음서』

by 언덕에서 2014. 8. 14.

 

 

복음서의 원본 『큐복음서』 

 

철학자 김용옥(金容沃.1948 ∼)의 저서로 2008년 통나무에서 간행되었다. 신약성서 중에서 예수의 행적과 가르침을 담은 것이 바로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 등의 복음서다. 그중 '마태복음'과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은 공통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관점이 같다는 의미로 '공관복음서'라고 부르고 있다. 성서신학자들의 오랜 연구에 의하면 최초의 복음서는 '마태복음'이 아닌 '마가복음'이며,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마가복음'을 참고하여 쓰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것을 두고서 성서신학자들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이전에 '마가복음'과 별도로 'Q복음서'가 있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이 책은 최초의 복음서로 인정된 'Q복음서'를 저자 특유의 문체로 주석하고 있다.

 기독교 성서학자들 사이에서 오랜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가 ‘큐(Q)복음서’ 문제였다. 신약성서 중 공관복음서의 기초 자료가 된 원텍스트가 있었다는 것이 이 논란의 핵심인데, 그 원텍스트를 부르는 이름이 ‘큐복음서’다. 큐복음서는 가설로만 존재하다가 점점 실체성을 얻어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큐복음서>는 텍스트를 도올 김용옥 교수의 관점에 따라 편집해 번역하고 상세한 주석을 단 책이다.

 도마복음서가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 20세기에야 알려졌듯이, 큐복음서도 오랫동안 성서학적 가설로 나돌았을 뿐 실체성을 입증할 증거는 없었다. 큐복음서 가설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세기 초였다. 독일 신학자 크리스티안 헤르만 바이세(1801~1866)가 공관복음서를 연구하던 중 1838년 ‘큐자료’ 가설을 제시했던 게 발단이었다. '공관복음서'란 신약성서 가운데 공통의 자료와 공통의 관점으로 서술된 마가복음, 마태복음, 누가복음을 가리킨다. 이 세 복음서 가운데 마가복음이 가장 먼저 성립됐으며 나머지 두 복음서가 마가복음을 공통 자료로 삼아 기술된 것임이 바이세 당대에 밝혀졌다. 바이세는 여기에 더해 마태·누가 두 복음서가 마가복음 말고 또다른 ‘자료’에 근거해 기술됐다는 ‘제2자료설’을 내놓았다.

▲ 1945년 이집트 니그함마디에서 발견된 도마복음

 

 그러니까 기독교 복음서는 예수의 행적과 가르침을 담고 있는데, 마태, 누가복음 이전에 마가복음과 별도로 가상의 자료 "Q"가 있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Q“의 내용을 재구성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다양한 고고학적 발굴과 역사연구에 힘입은 최신 서구 성서신학의 추세는 "Q"를 이론상으로 구성한 가상의 자료가 아닌 예수의 핵심적이고 오리지날한 가르침을 담은 최초의 복음서로 간주한다. 이러한 최신 신학의 추세이 제2자료가 바로 ‘큐자료’ 또는 ‘큐복음서’다. 제2자료를 큐자료라고 부르게 된 건 ‘자료’를 뜻하는 독일어 크벨레(Quelle)의 머리글자를 그냥 빌려다 쓴 데에 맞추어 도올 김용옥에 의해 편집 · 번역 큐복음서의 본문과 주석을 싣고 있다.

 이 큐자료는 1세기 뒤 다른 독일 신학자 아돌프 폰 하르나크(1851~1930)가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총괄해 희랍어(고전 그리스어)로 된 ‘큐복음서’를 ‘복원’함으로써 나름의 실체성을 얻었다. 그러나 그 복음서는 순전히 문헌학적 연구와 논리적 추론에 의지해 도출해낸 결과였으며, 물증은 따로 없었다. 그런 이유로 큐복음서는 성서학자들 사이에서만 관심거리였을 뿐,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기존의 기독교 신앙에 일대 타격을 줄 수도 있는 ‘복음서’를 널리 알릴 용기가 성서학자들에게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터진 것이 ‘도마복음서 출현 사건’이었다. 1945년 12월 이집트 나일강 상류 나그함마디 지역의 바위틈에서 대량의 성서 고문서가 발견됐는데, 거기에 ‘도마복음서’가 끼어 있었던 것이다. 공관복음서보다 더 이른 시기에 성립된 것이 분명한 도마복음서는 놀랍게도 내용의 35%가 ‘큐복음서’와 일치했다. 더 놀라운 것은 공관복음서가 모두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돼 있음에 반해, 도마복음서는 예수의 말씀으로만 이루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라는 말씀 형식으로 이루어진 도마복음서는 그 형식이 큐복음서와 똑같았다. 이로써 큐복음서가 가설적 차원을 넘어 실체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도올 김용옥이 번역하고 해설한 「큐복음서」는 모두 8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는 ‘신의 아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부활했다’라는, 기독교 신앙의 근간이 되는 이야기는 전혀 없고, 대신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르치는 지혜의 말씀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도올 김용옥은 큐복음서야말로 도그마화하기 이전 초기 ‘예수교’의 실상을 보여주는 자료이자 “살아 있는 예수의 직접적 말씀”이라고 말한다.

 이에 성서신학자들의 마태 · 누가복음 연구가 진행되어 "Q“의 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Q“ 자료라는 것 자체가 가설적인 것이므로, 그 내용이 신학자들 사이에서만 언급될 뿐 일반인에게 공유될 길은 없었다. 20세기 중반 이후 다양한 고고학적 발굴과 역사연구에 힘입은 최신 서구 성서신학의 추세는 "Q"를 이론상으로 구성한 가상의 자료가 아닌 예수의 핵심적이고 오리지날한 가르침을 담은 최초의 복음서로 간주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이러한 최신 신학의 추세에 맞추어, 도올 김용옥에 의하여 편집 · 번역된 『큐복음서』의 본문과 주석이다.

 

 조선왕조의 부패한 지배계급의 탄압으로부터 시작하여 일제강점기의 폭압으로 이어진 기나긴 수난의 역사 속에서 조선민중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피세(避世)와 구원의 열망이기도 했다. 그리고 해방 후에도 그 열망은 우리민족이 걸어야 했던 전쟁과 독재의 마수 속에서 마냥 확대되어만 갔다. 그러나 이러한 고난의 역정이 반사적으로 선사한 기독교 공동체의 확산은 그 고난의 진원의 진실이 옅어지면서 공동체 자체의 조직과 권력과 부를 유지하기 위한 세속적 운동으로 변절되어갈 수밖에 없다. 한국 기독교는 영혼 없는 육체, 생명력이 없는 형해, 신앙 없는 허세, 공동체 유지의 필연성이 결여된 콘크리트 건물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비판받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예수는 가혹한 비판자였다. 예수의 가르침은 예수 당대의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가 비판을 수용할 줄 모른다면 그것은 독단의 벽을 쌓아 올리며, 자멸을 자초할 뿐이다. 현세적 조직의 부와 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종교를 건강하게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없다(7 ~ 9쪽).계속 콘크리트 건물만 짓고 체조 경기장에서 부흥회만 되풀이할 것인가? 나 도올은 말한다. 한국 기독교는 재건되어야 한다(10쪽).

 기독교의 재건은 기독교의 본질을 항상 새롭게 구현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기독교를 믿는다고 하는 것은 예수를 믿는 것이다. Q복음서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동시에 인용된 가장 오랜 된 문헌으로 1945년에 이집트에서 발굴되었다. Q복음서는 현존하는 복음서 밖의 이상한 자료가 아니라, 정경복음서 내에 있는 또 하나의 권위 있는 정경자료라는 사실에 있다(18쪽). Q복음서는 ‘살아있는 예수’의 직접적 말씀이다. 예수의 말씀인 4복음서와 Q복음서, 도마복음서를 읽는 다면 예수의 실체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세속화 된 기독교가 처절한 자기반성의 기회로 예수의 본질로 회개해야 하지 않을까?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29쪽)

 요약하자면, 큐복음서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요상한 책이 아니다. 신약과 구약의 정경만 인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불경스러운 자료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좀더 예수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성을 최대한 동원해서 뼛속 깊이 예수를 인정하고,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단계라 생각한다. 듣는 것보다는 보는 것의 파괴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큐복음서의 모든 내용을 읽어도 기존 4복음서의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예수 자신의 카리스마가 아닌 하느(나)님의 카리스마가 예수를 통하여 베풀어지는 것일 뿐이다. 천국은 예수가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를 통하여 일어날 뿐이다(to occur through him)(179쪽).어찌 보면 큐복음서는 특별한 내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단, 도올 김용옥의 새로운 시각은 역사적 예수를 만나게 하고 이성적 눈으로 예수를 바라보게 한다.

◇좌로부터 이정배&middot;유태엽&middot;도올 김용옥&middot;김명수&middot;채수일 교수

 

 저자는 “예수는 ‘신앙의 대상’인가 아니면 ‘따름의 대상’인가”를 묻는다. 예수를 하나님으로 선포한 ‘케리그마’의 그리스도에 비중을 둘 경우 예수는 전지전능한 신적 존재로서 인간의 모든 생사화복을 주관하고 복을 비는 기복과 예배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적 예수에 비중을 둘 경우 예수는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의 모델’로 이해되며, 그의 생애와 가르침은 우리가 본받고 따라야 할 ‘제자직’의 원형이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초기 그리스도교 예수운동 집단들의 화두는 “우리가 믿는 예수가 어떤 분이냐”는 물음으로 집약된다고 했다. 이것이 초기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예수의 상(像)은 결코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고, 다양했다는 증거라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이 조직화·체계화하면서 예수에 관한 ‘통일된 상’이 요구되고, 예수의 생애, 활동, 수난, 부활이 종합된 예수 드라마가 형성되어 갔을 것으로 보았다.

 기독교에 관한 건강한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종교를 떠나서 누구라도 읽어보시길 권한다. 특히, 예수의 생생한 육성과 교리 속에 갇히지 않은 역사의 예수를 만나고 싶다면 더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