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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철학서

성경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도올 김용옥의 『요한복음강해』

by 언덕에서 2014. 7. 15.

 

 

 

성경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도올 김용옥의 『요한복음강해

 

 

 

 

 

 

도올 김용옥(金容沃.1948∼)이 희랍어원문과 RSV(Revised Standard Version : 개정 표준역 성서) 성경 판본을 기초로 새롭게 해설한 '요한 복음 강해서'로 2007년 발간되었다.  '강해(講解)'란 ‘문장이나 학설 따위를 강의하듯이 논하고 풀이함. 또는 그런 풀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책은 신약성서의 한 부분인 요한복음을 강의하며 논하고 풀이하여 책으로 엮어놓은 것이다.

 김용옥 교수는 "기독교인은 예수를 믿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예수를 믿는다"고 전제, "철학과 종교는 분리될 수 없고 나는 예수가 말하는 진리를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며 이 책을 간행한 이유를 밝혔다. 도올은 공동번역 이후 성경번역들이 우리말 고어의 아름다움을 버렸다는 점, 그리고 한국기독교 역사야말로 세계 어느 곳보다 주체적인 수용이었음을 이야기하면서, 철학·문학·언어학 등 자신만의 방대한 지식을 집적하여 요한복음을 재해석해냈다.

 

 

 

 

 

 지난 2세기 동안 활발했던 성서주석학의 성과를 총망라하여 도올 나름의 특유한 관점 속에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자의적 성경 해석이라는 측면에서 개선교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던 문제의 서적이기도 하다.  신약성서 4복음서 중 요한복음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성경 27개서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마가, 마태, 누가, 요한 4개 복음서"라며 "마가(마르코)복음은 완벽하게 갈릴리 지역에서의 예수 행적을 썼기에 토착적이고, 마태(마태오)복음은 유대교의 시련을 담은 구약적 맥락, 누가복음은 아주 세계적인 관점인데 모두 예수의 생을 같은 입장에서 봤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요한복음은 "예수를 인간이 아니라 하나(느)님 말씀의 구현체로 본다"면서 "요한복음을 잘 해석하면 세계 종교를 포섭할 큰 틀이 있고 이를 통해 기독교가 편협한 사상이 아닌, 천당과 초월적 이적을 논하는 유치한 종교가 아니라 인류의 정신을 대변할 만큼 위대한 생명으로 지금에 이르렀음을 알게 해준다"고 요한복음을 하나의 '아름답기 짝이 없는 문학 작품'으로도 평가했다.

 

 

 

 

 

 

 이 책은 2007년 EBS - TV에서 진행한 <영어로 읽는 도올의 요한복음>이라는 사이버 강의 내용을 책자화 한 것으로 도올의 일부 주장 내용에 대해 개신교 한국교회언론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다. 개신교 교회언론회는 도올의 강의 내용에서“김 교수가 요한복음이 말하는 로고스(logos)와 그리스 철학의 로고스를 단순 연결하는 데다, 빅뱅(big bang)과 창조를 동일시하고 있는데 이는 정통 신학과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강의 후 책으로 발간된 <요한복음강해>를 통해 기원전 500년 전후 활동한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 사상과 요한복음의 첫 구절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에 나오는 ‘말씀’을 연속선 상에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헤라클레이토스의 사상이 500년 정도 이어져 요한복음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은 계속 이어졌다. 개신교 측은 이에 대해 “그리스 철학의 로고스 사상은 신에 의해 천지가 창조된 것이 아니라 태초부터 있었다는 주장이기 때문에 무신론적 사고로 귀결되며 기독교적 유신론과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도올 김용옥은 “신약(성경)만이 성경인 듯 표현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교회언론회의 비판에 대해 “구약(성경)은 야훼와 유대인들만의 계약이며, 예수의 출현으로 새로운 계약인 신약이 성립된 만큼 구약은 효력이 없다”고 말해 ‘구약 폐기’를 주장했다.

 또한 기독교 신학에서 ‘원죄’의 개념과 연결되는 ‘회개’에 대한 해석에서도 도올과 개신교 측은 차이를 드러냈다. 도올은 “한글 성경에 ‘회개하라’로 번역된 ‘메타노이아(metanoia)’는 ‘마음의 상태를 바꾸라’는 의미로 뉘우친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을 돌린다는 ‘회심’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개신교 교회언론회 측은 “죄로 인해 마음이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에게 단지 ‘마음을 돌이키라’고 하는 것은 포괄적 의미를 놓치는 것이므로 회개로 해석하는 게 적절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도올은 <요한복음강해>에서 고구려 건국자 주몽과 구약의 모세를 닮은 꼴로 비교하기도 했다. 도올은 책에서 “주몽이 동부여에서 큰 이야기나 모세가 애굽에서 큰 이야기가 같은 위인설화양식이요, 모세가 탈출해 홍해를 가르는 이야기나 주몽이 송화강 엄리대수에 이르러 연별부구(連鼈浮龜·자라, 거북 수천 마리가 다리를 만든 뒤 흩어짐)의 장관 위로 말 타고 달리는 모습이나 동일한 설화양식”이라고 설명했다.

 

 

 

 

 도올은 이 책의 서문 중 개신교계를 자극할 만한 대목을 인용했다. 도올은 이 책의 서문 ‘한국 성서 수용의 주체적 역사’에서 한국의 초기 기독교인들이 성서를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수용했다고 설명하면서 “예수가 그 말씀을 선포했던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지평이나, (한국 기독교 초기 역사에서) 우리 민족이 체험하고 있었던 조선 말기로부터 일제 강점기의 압제에 이르는 역사적 지평이 거의 동일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도올은 이를 세계 선교사에서 거의 있을 수 없는 유일한 사례라고 꼽으면서 “한국 기독교는 세계 기독교의 생명력”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개신교 교단은 “성경의 내용을 쉽게 풀어주기보다 신학적인 지식을 과시하는 현학적인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어보인다”며 애써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도올 김용옥의 <요한복음강해>는 학계에서 논의된 역사비평적 복음서 이해와 구약에 대한 사도 및 복음서 저자들의 인용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많은 듯하다. 도올은 "RSV(Revised Standard Version)를 한글로 번역하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장들에 대한 취사선택적 강해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약과 신약의 과격한 단절은 한쪽으로 치우친 면이 있으나 기독교 복음이 새로운 문화 창조의 힘이며 역사 변혁의 에너지를 제공해준 하나(느)님의 큰 선물인지를 강조하려 했다는 점은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개신교계가 서양적 방법론과 해설 일변도로 연구돼온 요한복음을 동양적 배경에서 새로운 해석학적 지평을 열어준 것은 큰 성과라고 생각해 본다. 예를 들어 "기(氣)가 곧 성령“이라는 주장은 동양 철학자만이 할 수 있는 참신한 연결로 판단되며 기독교 신학의 한국적 재해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도올은 지난 20여 년간 50여 권의 저술과 각종 대중강연을 통해 '철학의 다양성'과 '차이에 관련된 내용'을 역설해왔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했지만 그는 구약폐기론을 말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단지 신약을 믿는 크리스챤에게 구약은 직접적 신앙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했을 뿐임은 확실해 보인다. 도올 김용옥은 자신도 40여 년을 신의 광야에서 방황을 끝내고 요단강을 건너려는 중이지만 방식은 다른 사람의 방법과 다르다고 설명했는데, '기독교를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바르게 인식시킬 것인가?'하는 질문에게 "간단하다. '성서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천주교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인 성서학자 차동엽 신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지적을 했다.

 '기독교(그리스도교)는 역사적으로 많은 오류를 범했다. 그러나 기독교 전체가 오류를 범한 것은 아니다. 기독교 안의 일부 지도자들이 죄와 실수를 범했다는 말이다. 이에 교회는 수없이 회개하며 쇄신해왔다. 성경의 '한 글자도 비판하지 말라'는 식의 문자주의적 입장은 한국적 기독교 현실의 한계이자 아쉬움이다……. '

 이 부분은 이 책과 도올의 강연을 비판하는 이들이 참고해야할 내용이기도 하다.

 대안기독교 운동단체인 세계와기독교변혁연구소의 정강길 연구실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발 한국교회여, 도올만큼만 성경공부하길 바란다. 한국교회는 성경은 안 가르치고 교리만을 가르친다. 그것도 도올강의와 비교 자체를 논의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유치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도올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이전에 스스로 자숙하고 반성해야 할 산적한 문제들과 참담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교회를 위한 변혁은 그만큼이나 절실하고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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