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의 유고집, 명상록 『팡세(Pensees)』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명제로 인간의 고독한 실존을 갈파한 철학자가 있었다.
샤토브리앙, 생트뵈브에게서 찬사를 받고, 보들레르, 니체, 졸라에게 영감을 주고, 실존주의자들의 선구가 된 사상가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다. 그를 박살내기 위해 전 우주가 무장할 필요가 없다. 한번 뿜은 증기, 한 방울의 물이면 그를 죽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우주가 그를 박살낸다 해도 인간은 그를 죽이는 것보다 더 고귀할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죽는다는 것을, 그리고 우주가 자기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주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므로 인간의 모든 존엄성은 사유(思惟)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이 스스로를 높여야 하는 것은 여기서부터이지, 인간이 채울 수 없는 공간과 시간에서가 아니다. 그러므로 올바르게 사유하도록 힘써야 한다. 이것이 곧 도덕의 원리일 것이다.
<팡세>는 프랑스의 철학자 B.파스칼(1623∼1662)의 유고집으로 <명상록(瞑想錄)>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1670년 간행되었다. 파스칼은 그의 만년에 <그리스도교의 변증론>을 쓰려고 하였으나 병고로 실현하지 못하고, 사후에 1,000편에 가까운 단편적인 초고가 정리되지 않은 채 발견되었다.
파스칼은 만년에 과학자ㆍ모럴리스트․신학자로서의 세 가지 경험을 활용한 기독교적 변증론을 저작하려고 하여, 병과 싸우면서 그 준비에 종사, 그때그때의 생각을 적어두곤 하였는데, 완성을 보지 못한 채 죽었다. 그 유고를 친구들이 편집하여 출판한 것이 <팡세>이다. 그 후 여러 사람의 손으로 증보, 개정되었으며, 오늘날 널리 행해지는 것은 부룬쉬빅 판 등이며, 그 분류에 따라 단장의 표시가 되고 있다.
현존하는 자료로 추론하건대, 파스칼이 계획했던 기독교 변증론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심리적 변증과 역사적 변증과의 두 요소로써 성립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심리적 변증으로서는 ‘신 없는 인간’, 즉 타고난 인간의 묘사를 행하고, 인간의 비참과 위대성과의 양면을 지적하여 ‘생각하는 갈대’의 본질적 모순을 밝혔으며, 또 사후의 문제에 대한 무관심을 비판했다.
그리고 그러한 요인인 죄로부터 해방되어 지복(至福)에 이르는 것은 그리스도교 이외에는 없다고 결론짓는다. 역사적 변증이란, <구약성서>에 기록된 구세주의 예언이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성취되었음을 중축으로 하여, ‘숨겨진 신’은 은총에 의해서 마음이 깨끗한 자만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스칼에게는 이렇게 죄의 문제가 역사적 변증과 심리적 변증에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파스칼은 그의 만년에 〈그리스도교의 변증론〉을 쓰려고 하였으나 병고로 실현하지 못하고, 사후에 1,000편에 가까운 단편적인 초고가 정리되지 않은 채 발견되었다.
그의 근친과 포르루아얄운동을 함께 한 친구들이 이 초고들을 정리하여 《파스칼씨의 사후 그의 유고 중에서 발견된 종교 및 그밖의 여러 문제에 관한 사상집》이라는 긴 표제로 간행하였는데, 이것이 《팡세》의 초판본이다. 19세기 후반 이래, 초고 원본과 두 종류의 사본을 근거로 한 충실한 텍스트를 재현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으나, 아직까지 결정적인 판본을 내지는 못하였다.
파스칼이 생각하고 있던 변증론의 골자는 〈제1부, 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간의 비참함, 제2부, 신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행복, 또는 제1부 본성이 타락한 것을 본성 그것으로써, 제2부 구제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성서로써〉라는 단장에서 엿볼 수 있다. 파스칼은 먼저 인간성 그 자체의 탐구로부터 시작하여 인간존재가 얼마나 불안전하고 모순에 차 있는가를 나타내려고 하였다. 이어 그는 성서의 입장에서 인간성의 모순을 해명하고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변증하는 논술로 옮겼다.
파스칼이 묘사한 인간의 모습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신 없는 인간의 비참>으로 요약될 것이다. 이 비참은 그에 있어 매우 독창적이고도 명확한 형태로 나타난다. 즉 인간의 무력, 다시 말하면 희구와 현실 사이의 모순에서 유래하는 무력이 바로 그것이다. 희구하는 진리에 대하여 오류, 행복에 대하여 비참, 정의에 대하여 변덕, 무한에 대하여 유한에 부딪칠 뿐인 인간은 영원히 분열된 극적 존재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극의 묘사는 그 자체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비극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오늘날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읽히는 것은 제1부를 이룰 예정이던 여러 단장들이다. 예를 들면 〈무(無)와 전체와의 중간자로서의 인간〉 〈상상이라고 하는 기만적 능력에 좌우되는 인간〉 〈자애심이나 허영에 의한 미망〉 〈인간적 행위의 숨은 동기로서의 기분전환〉 〈도박에 의한 신의 논증〉 〈심정에 느껴지는 신〉 〈정의와 힘의 상극〉 〈생각하는 갈대〉 〈인간의 위대함과 비참함〉 등에 관한 여러 단장들이 바로 그것이다. 제2부에서는 〈유대 민족의 영광과 맹목〉 〈율법이 가지는 이중의 뜻〉 〈그리스도의 위대함과 비천함〉 〈예언과 그 성취〉가 주요 논제가 되었다.
그리스도교 역사에서의 모든 상반과 모순이 예수 그리스도라고 하는 한 점을 향해 종합적으로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보이려는 데 파스칼의 변증론의 특색이 있다. 신체의 질서, 정신의 질서, 사랑의 질서 사이에서의 비연속의 연속은 사랑을 궁극의 목적으로 하는 파스칼의 적분적 사고에서 생긴 사상이다.
파스칼은 “나무는 자신의 비참함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비참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비참한 일이지만, 인간이 비참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위대하다”라고 말한다. 인간이 자기의 비참을 모른 채 자신의 힘으로 신을 완전히 알고, 관계를 맺으려 하면 오만에 빠진다는 것이다. 반면, 그리스도와의 내면적 교섭을 갖지 않고 자기애의 공허함 속에서 인간의 비참에 직면하면 회의와 절망의 수렁에 빠지고 말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이 모순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비로소 해결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 중개자가 없다면 신과의 모든 교섭은 단절된다. 따라서 살아 있는 신을 알려고 하는 자는 자신만의 고립된 정신의 차원을 떠나서, 그리스도와의 깊은 내면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이것이 파스칼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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