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와 철학서

자유와 평등, 다시 시대의 광장에 서다 『나는 루소를 읽는다』

by 언덕에서 2014. 2. 11.

 

 

자유와 평등, 다시 시대의 광장에 서다 『나는 루소를 읽는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가 제기되었다. 그로부터 5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부의 불평등 심화, 청년 실업을 비롯한 고실업 문제, 위기의 노령화 사회, 공교육의 붕괴 등 갖가지 문제들은 더욱 깊숙이 사회에 파고들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저자 김의기는 약 25년간 WTO 등 국제기구에서 활약하며 오랜 시간 시장주의자로 살아왔다. 그는 자본주의가 야기하는 갖가지 문제들을 눈으로 확인하였고,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만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추구한 루소의 사상과 철학에서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찾았다고 했다.

 루소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시대를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한 사상가였다. 루소가 살던 당시의 프랑스는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국부가 날로 증가하였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극심한 빈부 격차, 기회의 불균등, 계급의 고착화, 노동자의 비인간화 등 수많은 문제에 시달렸다. 대부분의 지식인이 침묵하거나 시대를 옹호할 때, 루소는 “누구도 자기 몸을 팔 만큼 가난해서는 안 된다!”며 홀로 반기를 들었다. 그의 《사회계약론》은 ‘자유·평등·박애’를 위해 일어선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약 25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루소가 부딪쳤던 것과 동일한 문제에 직면했다. 희망이라는 말조차 입에 담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나 힐링이 아니다. 현실에 대한 치열한 비판과‘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다.

 이 책은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꿈꾼 루소와, 그의 사상과 철학을 철저히 읽고 현 시대의 감각으로 풀어낸 저자 김의기의 노력의 산물이다.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도처에 사슬로 묶여 있는 우리에게 루소의 사상은 인간다운 삶으로 가는 바른길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적극적으로 살며, 땀 흘리고, 쉬지 않는다. 그들은 끝없이 더욱 많이 일하는 직업을 찾는다. 그러나 일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그들은 살기 위하여 무덤으로 달려가는 것일까? 아니면 영원히 죽지 않기 위하여 생명을 버리는 것일까? _69p

 

 오늘날 신문 사설에서 봤음직한 이 말은 놀랍게도 18세기 프랑스를 풍자한 루소의 말이다. 약 25년을 WTO 등 국제기구에서 활약하면서 시장주의자로 살아온 저자는 이 말에서 우리 시대의 민낯을 발견한다. 인간이 노동하는 기계로 전락하고, 보이지 않는 손이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현실은 당대의 프랑스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인류 역사상 가장 자유롭고 풍요롭다는 현대사회이지만, 인간의 삶의 질은 오히려 낮아졌다. 부의 불평등, 기회의 불균등, 인간소외 등의 문제가 오늘날처럼 극심했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저자는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와 그 문명의 위기 속에서 시장만으로는 이를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에 대한 답을 루소의 사상과 철학에서 찾아냈다.

“권력은 폭력으로 변하기 전에 멈추어야 하며, 합법적이고 정당한 경우가 아니면 절대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상황의 힘이 언제나 평등을 깨뜨리려 한다면, 법의 힘은 언제나 그것을 지키려 해야 한다.”

 이러한 루소의 외침은 당대는 물론,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

 

◆ 나라는 부유해지는데, 왜 국민은 피폐한가?  →  자유와 평등이 대안이다

 아담 스미스는 무역과 산업을 진작하여 국부를 증가시키는 방법에 관해 논했지만, 루소는 국부의 크기는 개인의 복지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경제성장률이 높다고 해서 모두가 잘사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도 미처 몰랐던 이 진실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즉 자본주의의 위기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루소는 일부만 잘살게 하는 사회가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고,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꿈꾸었다. 이는 우리가 지금 꿈꾸고 있는, 보편적 인권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와 동의어였다. 그러나 오늘날 평등은 대체적으로 자유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여겨진다. 어느 한쪽의 포기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루소는 자유와 평등은 반드시 동시에 추구되어야 하며, 평등 없이는 자유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유와 평등이 없으면 정의도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 변화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루소를 읽는 일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단순히 책을 읽는 독자로 끝나지 않고, 변화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루소는 당대의 문제를 정치, 경제, 교육, 철학, 문학 등 다방면으로 접근하여 해결하려 했다. 그리고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평등한 관계에 서서 사회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느 한 분야나 개인의 변화만으로는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정치, 교육, 철학, 문학 등 각 방면으로 나눠져 있는 루소의 사상을 집대성하여 종합적으로 보고자 했다. 특히 역사상 최초로 루소의 경제이론에 대한 소개를 시도했다. 루소의 일반의지론이 그동안 생경하게 여겨진 이유를 루소의 경제이론에 대한 연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루소의 경제이론이 일반의지론의 중심에 있다는 점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 정치·법: 인권과 민주주의가 최우선이어야 한다

 로크의 사회계약도 루소의 사회계약처럼 혁명적인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았다. 오직 루소만이 국민이 주권자라고 명백하게 선언했다. 특권적 지위와 재산의 양극화 없이 모든 사람들이 능력에 따라 평등하게 일하고, 이에 따른 부의 차이를 인정하며 사유재산권을 지켜주는 사회가 바로 루소가 생각한 시민사회였다. 이 사회에서는 모두 자신이 양도한 것을 도로 돌려받을 뿐 아니라, 그 재산권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모든 국민이 법 앞에서 형식적인 평등뿐 아니라 실질적 평등을 실현한, 진정한 민주국가가 건설되는 것이다.

 

◆ 교육: 제대로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루소는 일률적이고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 각자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주장했다. 개개인의 능력은 각기 다르다. 따라서 아이들을 잘 관찰하여 그들의 특성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도록 기다려야 한다. 현명한 의사는 환자를 보자마자 처방하지 않고, 먼저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살핀다. 성급하게 아이들을 어느 한쪽으로 가르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드러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경제: 극단의 부자도 극단의 가난뱅이도 없는 세상이어야 한다

 명품 시장은 그들만의 리그이다. 그런데 누가 그들만의 리그를 허용하는 것일까? 99%의 분노를 막기 위하여 그들은 아메리칸드림이란 속임수를 사용했다. 그 속임수는 미국의 영화 산업을 통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누구든지 운이 좋으면 저 리그에 낄 수 있다고 은빛 스크린을 통하여 은밀하게 속삭였다.‘운이 좋으면 나처럼 배우가 될 수 있다’고,‘순식간에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던 것이다. 그 달콤한 유혹, 아메리칸드림은 30년을 넘기지 못하고 속임수라는 것이 들통 났다. '월가를 점령하라’운동은 꿈에서 깨어난 99%의 분노의 목소리였다.

 

 

 

 

 

 왜 300년 전에 태어난 루소를 읽어야 할까?

 우리는 지금 사회계약이 파기된 시대에 살고 있다. 투기 자본주의, 고실업 사회는 진정한 자본주의가 아닌 것 같다. 사회를 건강하게 되살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우리가 루소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사회계약이 무엇인지를 다시 배우기 위함이며, 그의 문장 속에서 평등한 세상을 건설하고자 하는 우리의 열망을 되찾기 위함이다.

 양식 있는 많은 시장주의자들은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와 그 문명의 폐해 속에서 시장만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면 시장과 평등을 함께 묶을 수는 없을까? ‘시장의 활력을 살리면서 시장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은 껴안는, 사람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멋진 사회를 만들 수는 없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놀랍게도 그 답은 300년 전부터 루소가 제시하고 있다.  여러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저자 김의기 : 국제기구 진출 1세대이자 세계가 인정하는 국제통상 전문가. WCO, WTO 등 국제기구에서 약 25년간 활동하며 각국 최고의 통상 전문가들을 상대했다.  한국어판 〈월스트리트 저널〉과 국내 일간신문에 매주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한 멘토로서 다양한 강연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지식과 꿈을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WTO에서 답하다』, 『어느 독서광의 유쾌한 책 읽기』, 『한미 FTA 원산지 규정 해설』, 『한EU FTA 원산지 규정 해설』(근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