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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제인 오스틴 장편소설『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

by 언덕에서 2014. 1. 28.

 

 

제인 오스틴 장편소설『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1775∼1817)의 장편소설로 1811년 출간되었다. 오스틴은 1795년경 여주인공들의 이름을 딴 <엘리너와 매리앤(Elinor and Marianne)>이라는 제목의 서간체 소설로 쓰기 시작했다. 이처럼 원래 서간체로 집필되었다가 서술체로 개작되었고 처음으로 시도한 장편소설이니만큼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다른 소설들에 미치지 못하는 면이 있지만, 오스틴의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경쾌한 세태 풍자와 아이러니, 젊은 남녀들의 로맨스 구도, 여성의 삶의 조건에 대한 관심, 인식과 착오의 문제 등 중요한 요소들을 여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제인 오스틴은 당대 현실을 충실하게 재현해 낸 리얼리스트이자, 인간 삶의 도덕적 의미를 깊이 고찰한 탐구자였다. 연애와 결혼이라는 한정된 주제를 다루면서 근대 사회의 여명기에 벌어지는 인간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그처럼 철저하고 정확하게 그려내었다.

 제인 오스틴은 『이성과 감성』의 두 자매 여주인공 엘리너와 메리앤에서 언니에게는 이성을, 동생은 감성을 대변하는 인물로 설정하고, 이 두 인물을 통해서 인간성 두 속성이 어떻게 인간관계에서 발현하고 있는가를 면밀히 관찰했다. 바야흐로 감성의 해방이 이루어지던 19세기 초, 이 시기에 제인 오스틴은 ‘이성’과 ‘감성’이 한쪽 방향으로 치우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찬찬히 고찰하는 소설을 썼다. 그리고 여기에 진지한 도덕적 성찰을 가함으로써, 현실 의식과 결합된 상상력의 진경을 보여주었다. 제인 오스틴이, 그리고 이 작품 『이성과 감성』이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는 호소력과 매력은 바로 이 작가의 리얼리스트로서의 성취에서 비롯한다.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 Sense and Sensibility> , 1995 제작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세기 초 잉글랜드. 엘리너와 메리앤 대시우드 자매는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유산이 의붓오빠인 존에게 넘어가자 하루아침에 무일푼이 되고 만다. 자매는 어린 동생, 어머니와 함께 여태껏 살아왔던 서식스의 저택을 쫓겨나다시피 떠나게 된다. 그들이 새 거주지로 떠나기 전 엘리너는 올케 패니의 남동생 에드워드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전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패니가 자기 남동생을 런던으로 돌려보낸다. 그곳에서 에드워드는 자신에게 맞는 훌륭한 배필을 만나 결혼해야 한다.

 대시우드 가족들은 새로 이사한 시골집에 적응해 나가고, 엘리너는 에드워드로 인한 괴로움을 감추고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며 살아간다. 그곳에서 메리앤에게 두 명의 구혼자가 나타난다. 무뚝뚝하지만 신사다운 브랜던 대령이 진지한 애정 공세를 펼치지만 그녀는 나이 많고 재미도 없다며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쾌활하며 멋쟁이이며 다소 경박한 면이 있는 윌러비에게 단숨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윌러비는 갑작스레 그녀를 떠나 런던으로 돌아간다.

 이후 대시우드 가의 자매들 역시 친척의 초청을 받아 런던으로 간다. 그곳에서 메리앤은 윌러비가 곧 돈 많은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엘리너도 결혼 계획을 앞둔 에드워드를 만난다. 메리앤은 마음에 상처를 입고 깊은 병에 들지만, 엘리너와 브랜던 대령의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서서히 회복하게 된다. 그리고 자매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 Sense and Sensibility>, 1995 제작

 

 엘리너와 메리앤은 세 남자와의 만남과 사랑의 고통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함께한다. 언니는 동생의 처신이 남의 이목에 어떻게 비칠지를 걱정하고, 동생은 동생대로 언니의 감정이 너무 미적지근하다고 탓한다. 그러나 이후 사랑에 빠졌다가 그 사랑을 잃는 끔찍한 경험을 겪으면서 이들 자매는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룰 때야만 신분과 돈이 사랑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개인적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옮긴이의 말대로, 작가는 ‘이성’과 ‘감성’이라는 두 가지 인간성을 연애와 결혼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통해 도덕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결혼은 사회의 가장 보수적인 잣대에 좌우되는 주제인 만큼, 이 같은 관점이 비단 제인 오스틴의 시대에만 목격되는 세태는 아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기대 결혼의 가치를 평가하는 풍조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제인 오스틴의 ‘도덕적 교훈을 전하는’ 작품들이 오늘에도 유효한 것이고, 공감을 얻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 『이성과 감성』에서도 어김없이 오스틴의 풍자 정신은 빛을 발하고 있다.

 

 

 영국 햄프셔 마을에서 스티븐슨 목사의 8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난 오스틴은 위로 다섯 명의 오빠가 있었는데, 세상과의 접촉이 많지 않았던 오스틴에게 그들은 작품의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 오스틴은 11세 때 학교 교육을 그만두고 아버지 밑에서 독학하면서 18세기 영국문학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터득했다. 일찍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5세 때 벌써 <사랑과 우정>이란 글을 써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 고향을 떠나본 적은 없지만, 언니 카산드라와 함께 이웃마을 베스킹스트로크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참가하면서 사교계에 친숙하게 되었다. 이때의 경험은 훗날 중요한 작품 소재가 되었다. 결혼 문제에 관한 글을 많이 썼지만, 유일했던 애인이 약혼 전에 죽은 후로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죽기 전 몇 년 동안은 햄프셔 지방의 초턴 마을에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 보내거나 소설을 쓰면서 보냈다. 1816년 갑자기 몸이 아파 치료를 위해 윈체스터 부근으로 이사를 갔으나 이듬해 숨지고 말았다. 자신이 쓴 편지들을 모두 불살라 버렸기 때문에 ‘새침하고 말수가 적었으며, 무표정했지만 예절 바르고 도덕적이었다’는 것 외에 작가에 대한 세세한 면모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그녀의 소설은 대화의 생생한 재현, 배경 묘사의 생략, 짜임새 있는 구조,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적 사건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진실을 유도해 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작가의 주관을 완전하게 배제한 상태에서 인물들을 생생하게 묘사해 내는 능력도 그녀의 특기이다.

 오스틴의 작품은 시골 목사나 지주의 좁은 사교생활을 주제로 한 것으로, 정열과 사상성은 결핍되어 있으나, 밝은 해학과 뚜렷한 성격 묘사가 풍부하여 영국 소설 사상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