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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운조루의 아름다움

by 언덕에서 2013. 10. 8.

 

 

 

운조루(雲鳥樓)의 아름다움

 

 

지난 주, 말로만 듣던 구례 운조루를 직접 가볼 기회가 있었다. 어느 잡지에선가 조선 3대 명당자리에 위치한 최고의 기와집이란 기사도 본 기억이 났다. 황금 빛깔 넘치는 들판에 차를 대고 조금 걸으니 운조루가 나타났다. 대문을 거쳐 뜨락에서 가을의 고가를 느끼며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 들어간 부엌에서 만난 냄새가 특이했다.  내 어린 시절 맡았던 군불과 음식향이 뒤섞인 그리운 냄새이어서 갑자기 몇 십 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밤과 고추를 말리는 마당의 풍경도 편안했다. 풍수전문가가 아니어도 뒤편의 편안한 산과 앞쪽의 넓은 들판은 이곳이 명당길지임을 느끼게 만든다.

 한 때 번성했던 대갓집도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지 대가의 종부인 운조루 주인 할머니가 입장료(인당 천원)를 받고 있었다. 몇 년 전에는 메이저 방송이나 유명 잡지에서 인터뷰를 하시더니 이제는 더 늙으셨다. 할머니는 갓 수확한 밤도 직접 판매를 하고 있어서 큼직한 주머니에 든 알밤을 한 주머니를 샀다. 밤을 까서 입에 넣다가 벌레 먹은 자욱을 발견하고 몇 알 교환을 요구하니 직접 깨물어 확인을 한 후 교환해주셨다. ^^;; 이후 운조루를 벗어나 들른 구례 5일 장터에서도 햇밤을 팔고 있었는데 운조루 보다 좀 많이 주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 유명한 운조루 주인이 손수 수확한 밤을 먹어보는 게 어디냐는 생각에 마냥 즐거웠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가을날',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라는 시구를 느낄 정도로 날씨는 따사롭고 바람은 시원한 가을 들녘이었다. 이럴 때 나도 모르게 되뇌어 보는 소리 "아아, 행복한 가을날이다……."

 

 

 

 

 

 

 

 

 

 

 

 

 

 

 

 

 

 

 

 

 

 

 

 

 

 

 

 

 

 

 

 

 

 

 

 

 

 

 

 

 

 

 

 

 

 

 

 

 

 

 

 

 

 

 

 

 

 

 

 

 

 

 

 

 

 

 

 

 

 

 

 

 

 

 

 

 

 

 

 

 

 

  

 

☞운조루 : 중요민족자료 제8호. 조선 영조 때 류이주(柳爾胄)가 낙안군수로 있을 때 건축했다고 하는데, 큰사랑 대청 위 상량문의 기록은 1776년(영조 52)에 세운 것으로 되어 있다. 규모나 구조가 당시 귀족 주택의 모습을 잘 나타낸다. 현존하는 주요 부분은 사랑채와 안채이며, 그 밖에 행랑채 ·사당 ·연당 등이 있다. 사랑채는 3채가 있는데, 큰사랑은 대문을 들어서면 정면에 높이 약 1.2m의 축대 위에 있으며, 중문쪽이 온돌방, 가운데가 마루방, 서쪽 끝이 누마루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안채는 높이 약 60cm의 활석을 쌓아 올린 기단 위에 있으며, 초석은 큰 괴석을 사용하였다. 기둥은 전면 마루 끝에 선 것이 지름 약 2.3m의 둥근 기둥이며, 다른 것은 모두 모난 기둥이다. 안채 남동쪽에 사당이 있으며, 맞배지붕 홑처마집이다. 대문과 행랑채 남쪽 마당 건너에 연당이 있는데, 원래는 약 200평 되던 것이 지금은 일부만 남아 있다. 연당은 맞은편에 보이는 오봉산(五峰山) 삼태봉(三台峰)이 화산이어서 화기를 막기 위한 것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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