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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밀란 쿤데라 장편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Nesnesitelná lehkost bytí)』

by 언덕에서 2012. 10. 16.

 

밀란 쿤데라 장편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Nesnesitelná lehkost bytí)』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1929∼ )의 장편소설로 1984년 발표되었다. 사랑에 관한 철학적 담론을 담은 작품으로, 미국의 뉴스 주간지 [타임]에 의해 1980년대의 '소설 베스트10'에 선정되었다.

 이 소설은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로, 다양한 지적영역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우연히 서로 만났다가 사고로 함께 죽는 테레사와 토마스. 그들의 운명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정들과 우연한 사건들과 어쩌다가 받아들이게 된 구속들의 축적이 낳은 산물에 불과하지만 죽음을 향한 그 꼬불꼬불한 길,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의 완만한 상호간의 파괴는 영원한 애매함을 드러내 보이려는 듯 어떤 내면의 평화를 다시 찾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삶의 무게와 획일성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체코의 외과의사 토마시와 진지한 삶의 자세로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여종업원 출신 테레자,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속박으로부터 철저히 자유롭기를 원하는 화가 사비나, 그리고 사비나의 애인인 대학교수 프란츠 등 4명의 남녀를 통해 펼쳐지는 서로 다른 색깔의 사랑이야기가 주된 흐름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때는 매우 위태로운 해였던 1968년의 프라하. 토마시는 가벼움을 끌어안는 외과의사이다. 그는 일부러 모든 무거움을 떨쳐버리고 어떤 사상의 딱지도 멀리한다. 젊고 유능한 의사인 토마시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인생을 가볍게 살아가지만 진지한 자세로 살아가는 젊은 애인 테레자는 그 '가벼움'을 견딜 수 없어한다.  테레자는 무거움이다. 시골생활에서 도망친 그녀는 토마시의 낭만적 이상을 믿는다. 또한 토마시와는 달리 그녀는 열렬한 정치적 신념의 소유자다. 사비나는 토마시처럼 구속받지 않는 개인주의를 신봉하는 화가로, 가벼움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무거움과 가벼움의 차이가 동전의 앞뒷면처럼 공존하는 토마시는 테레자와 사비나를 동시에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한다. 토마시와의 사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테레자는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토마시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한다. 토마시는 자유분방한 화가 사비나와도 오랜 연인 사이인데, 사비나는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속박으로부터 철저히 자유롭기를 원하며 대학교수 프란츠는 그런 사비나를 사랑한다. 한편, 자유분방하며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사비나는 그 대가로서 조국 체코의 예술과 아버지, 그리고 진지한 애인 프란츠를 배신해야 하는 외로운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고수한다.

 1968년 1월 소련의 위성국인 체코 서기장으로 임명된 둡체코가 두려움 없는 자유로운 사회주의를 약속하면서 잠시 동안 펼쳐졌던 ‘프라하의 봄’이 7개월 만에 끝나고 소련이 쳐들어오자 토마시와 테레자는 중립국인 스위스 제네바로 도망간다. 그러나 테레자는 토마시가 그곳에서도 계속 바람기를 보이자 프라하로 다시 돌아온다. 테레자를 따라온 토마시는 신문에 공산주의의 부당함을 알리는 기고를 했다가 소련의 숙청작업으로 유리창청소부로 전락한다. 그는 그 와중에서도 여러 여자와의 성관계에 집착한다. 결국 토마시와 테레자는 도시의 삶을 버리고 농촌으로 떠난다.  

 토마시의 연인 사비나는 끈질기게 자신을 따라다니는 조국과 역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 밥을 먹어도, 그림을 그려도, 거리를 걸어도 자신에겐 ‘조국을 잃은 여자’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그녀는 견딜 수 없다. 사비나는 체코에서 멀리, 할 수 있는 한 가장 멀리 떠난다. 학자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안정된 일상을 누리던 프란츠는 그런 사비나의 ‘가벼움’에 매료되고, 그는 보이지 않는 사비나의 흔적을 좇듯 역사의 흐름에 몸을 던지고 죽음을 맞이한다.

 사랑과 성(性), 역사와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끝없이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는 이들은 오랜 방황의 세월이 지난 뒤에야 인간의 존재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국으로 간 사빈나만 남고 모든 인물이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1929- )

 

 이 소설은 체코슬로바키아의 탄압과 체코인들의 사랑과 망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또한 이 소설은 그 무엇도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가벼움과 니체의 철학에 등장하는 영원회귀(永遠回歸)의 무거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토마시, 무거움의 상징인 테레자, 가벼움의 표상인 사비나  이 세 사람의 인생이 부딪히면서 가벼움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던져진다. 우리 자신에 대한, 그리고 타인에 대한 우리의 책임감이란 무엇인가?

 소련군의 탱크가 프라하의 봄을 쳐부수러 밀려들어오자, 토마시와 테레자는 스위스로 탈출한다. 그러나 테레자가 프라하로 돌아가기로 결심하자, 토마시는 결정을 해야만 한다. 남을 것인가, 돌아갈 것인가. 그는 공산주의자들이나 반란군의 볼모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결국 무거움을 받아들이고 테레자를 따라 억압의 세계로 돌아간다.

 학자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안정된 일상을 누리던 프란츠는 화가 사비나의 ‘가벼움’에 매료되고, 그는 보이지 않는 사비나의 흔적을 좇듯 역사의 흐름에 몸을 던진다.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을 오직 한 번만 할 수 있고, 그 선택은 단 하나의 결과를 불러오며, 다른 하나를 택했을 때의 결과를 영원히 알 수 없다는 것은 견디기 어렵다. 이 사실은 정치적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가장 우선됨을 주장하고 있다.

 토마시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테레자는 고향을 떠나 그의 집에 머문다. 진지한 사랑을 부담스러워하던 토마시는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질투와 미움이 뒤섞인 두 사람의 삶은 점차 그 무게를 더해 간다. 한편 토마시의 연인 사비나는 끈질기게 자신을 따라다니는 조국과 역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며, 안정된 일상을 누리던 프란츠는 그런 사비나의 '가벼움'에 매료된다. 1968년 프라하의 봄, 역사의 상처를 짊어지고 가는 네 남녀의 사랑은, 오늘날 '참을 수 없는' 생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오가는 우리들의 자화상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이분법적 측면에서 조명한 소설이다. 밀란 쿤데라는 대조적이며 전형화된 4명의 주인공을 통해 사랑의 진지함과 가벼움, 사랑의 책임과 자유, 영원한 사랑과 순간적인 사랑 등 모순되고 이중적인 사랑의 본질을 드러냄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의 한계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특히 시간의 흐름을 파괴하는 독특한 서술형식은 이 소설의 주제의식인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영원회귀와 교묘하게 대칭을 이룰 뿐만 아니라 소설의 형식적 측면에서 포스트모더니즘 기법을 실험한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1988년 필립 카우프만(Phillip Kaufman)이 영화로 제작하였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1929.4.1∼ ) : 체코 시인ㆍ소설가. 브르노 출생. 밀란 쿤데라는 체코에서 태어나 46세까지 체코에서 살았으나, 고국에서 출간된 그의 작품은 두 편뿐이다. 1968년 소련의 체코 침공 이후 그 자신은 프라하 영화학교 교수 자리에서 쫓겨났고, 그의 분신 같은 소설들은 도서관에서 추방되었다. 고국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쿤데라는 세 번째 작품 <생은 다른 곳에>를 해외에서 출간했고, 이 작품으로 1973년에 메디치 상 외국작품 부문을 수상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쿤데라가 체코를 떠난 것이 1975년. 프랑스 렌느 대학에서 그에게 교환 교수 자리를 제의하자, 그와 아내는 트렁크 몇 개, 책 몇 상자만 달랑 챙겨 자동차에 싣고 체코와 작별했다. 프랑스의 시골 생활을 만끽하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 후 1978년 파리에 정착. 1981년 정권 교체로 대통령이 된 사회당 미테랑 정권이 그에게 프랑스 국적을 허가했다. 이미 1979년 <웃음과 망각의 책>으로 체코 국적을 상실한 후의 일이었다.

 밀란 쿤데라 소설의 화두는 애매함, 패러독스, 우연 같은 것들이다. 그는, 소설이란 실제로 존재하는 그대로의 세계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파악하는 실제의 세계는 수수께끼와 패러독스가 넘쳐나는 세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단언과 확신의 과잉 속에서 살아간다. 이것이 인간 비극의 원천이다.

 이 수많은 단언들을 질문으로, 의문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 쿤데라의 문학이다. 인간이 스스로 그 존재의 가벼움을 깨우치고 겸허히 세상을 대할 때 우리는 보다 행복한 세상에서 살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의 소설들은 인간의 속물성과 운명의 짓궂음을 극단까지 파고들지만, 그럼으로써 오히려 인간의 연약함과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너그럽게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한국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와 무라카미 하루키 다음으로 많은 저서들이 번역된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