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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포크너 장편소설『음향과 분노(The Sound and the Fury)』

by 언덕에서 2012. 8. 29.

 

 

 

포크너 장편소설『음향과 분노(The Sound and the Fury)』

 

 

 

 

 

 

미국 소설가 W. 포크너(William Faulkner.1897∼1962)의 장편소설로 1929년 발표되었다. 국내에는 <소리와 분노>, <고함과 분노> 등으로도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음향과 분노(The Sound and the Fury)』는 포크너의 평생 작업이었던 남부사회 연대기의 일부로서 가공의 땅 제퍼슨의 대표적인 지주계급의 퇴폐와 붕괴를 과거 남부 전체의 와해와 타락의 양상도 시사하면서 죄의식, 시간과 실존 등 문학의 영원한 과제를 대담한 실험적 수법을 써서 입체적으로 묘사한 걸작이다.

 포크너는 몰락지주 컴프슨 집안의 타락한 딸 캐디와 그 딸의 모녀 2대에 걸친 방종한 성생활을 축으로 하고 거기다 캐디와 그 세 오빠의 이상 심리를 중첩시켰다. 전 4장 중 제3장까지는 각각의 주인공 ─ 선천적 백치인 막냇동생 벤지, 누이동생과 근친상간을 범했다는 환상 때문에 끝내 자살하고 마는 큰오빠 퀀틴, 일구월심 누이와 그녀의 딸을 증오하는 아집과 탐욕의 사나이인 작은오빠 제이슨 4세의 비정상적인 눈을 통해서 의식의 흐름을 추적하는데, 작가는 시간의 해체, 내면의 독백, 시점의 이동, 영화 몽타주의 수법 등 가능한 모든 전위적 수법을 복합적으로 구사하여 이 파멸의 슬픈 노래를 엮어 나간다.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마지막 제5막에 나오는 “인생이란 바보가 엮어내는 이야기, 무의미한 소리로 가득 찬 이야기”라는 대사에서 인용한 것으로, 포크너는 세상과의 괴리에서 오는 백치 벤지의 분노를 묘사하고 있다. 포크너는 이 작품으로 194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영화 'The Sound and the Fury(소리와 분노)' 2014.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총 4부로 되어 남부의 명문 컴프슨 가의 몰락을 그리고 있는데 3부까지는 컴프슨 가의 형제들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 가며, 제4부는 컴프슨 가의 유모가 쓰는 객관적인 묘사이다.

 제1부에서는 백치인 막내 동생 벤지가 시간에 혼란을 느끼며 과거 30년간의 그 집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그는 감각적ㆍ평면적인 의식의 소유자였다.

 제2부에서는 하버드대학생이며 허무주의자인 퀀틴이 누이동생 캐디의 방정하지 못한 행실과 그녀의 결혼으로 인해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인다. 사실 그는 캐디에게 근친상간의 감정을 품고 있었는데, 관념에 지나지 않았던 그 환상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다.

 제3부에서 탐욕스럽고 차가운 둘째 아들 제이슨은 캐디와 그녀의 딸을 증오하고 있다. 캐디가 친정집에 맡긴 딸에게 보내는 돈을 가로채고, 조카딸이 서커스단의 남자와 사랑의 도피 행각을 하자 제이슨은 그들을 미친 듯이 찾아 헤매지만, 허무하기만 하다. 이 장에서는 제이슨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이고 있다.

 제4부는 컴프슨 가의 흑인 유모 딜시가 기록하는 객관 묘사이다. 그녀는 작가가 찬양하는 미덕을 갖춘 사람으로 언제나 인내력과 인정 있는 성품을 보여주면서 열심히 살아간다. 따라서 자기중심적인 컴프슨 가의 사람들과 대조를 보이는데, 작가는 이런 그녀의 모습과 컴프슨 가 사람들을 비교해 덕을 찬미하고 있다.

 이렇듯 이 작품의 줄거리는 포크너가 가장 애정을 가진 인물 캐디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그녀의 뜻하지 않은 임신, 출산, 이혼 그리고 방랑이라는 사건의 연속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1~3장의 화자이기도 한 세 형제들은 계속 변화하는 그녀에 대한 저마다의 애증에 마구 휘둘리는데, 그 양상이 이 작품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영화 'The Sound and the Fury(소리와 분노)' 2014.

 

 

 이 작품의 기발한 구성과 방식은 사회에 거부당하는 여성, 즉 현실에서 외톨이가 된 인간존재 그 자체를 부각한다. 또한 캐디의 불행한 변화가, 한때는 남부 상류계급의 손꼽히는 명문가였던 콤프슨 집안의 몰락과 어딘가에서 겹쳐지거나, 또는 어딘가에서 서로의 몰락을 부추긴다는 식의 사회적인 파장도 작품에는 존재한다. 가족이라는 것과 형제라는 것의 숙명을 묘사한 비극, 또 그 숙명이 동시에 미국 남부지방의 숙명과도 호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포크너의 다른 작품에서 그려진 요크나파토파 지방의 이야기, 더 나아가 남부지방의 이야기가 역사, 비극을 향하여 이중구조처럼 이어져 나간다.

 『음향과 분노』는 포크너의 대표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포크너는 자신의 고향인 ‘요크나파토파군(Yoknapatawpha郡)’으로 불리는 독특한 소설공간을 창조했다. 포크너는 자신이 '우표만 한 조그만 고향땅'으로 묘사한 이 공간을 소설무대로 활용하면서 자신의 특수한 삶의 경험을 보편적 언어로 극화시키는 길을 발견했다. 파격적이고 현란한 언어와 다양한 형식의 실험을 통해 몰락해 가는 미국 남부사회의 독특한 정서 구조가 그것이다. 그는 그곳을 무대로 해서 19세기 초부터 20세기의 1940년대에 걸친 시대적 변천과 남부사회를 형성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대표적인 인물들을 등장시켜 한결같이 배덕적이며 부도덕한 남부 상류사회의 사회상을 고발하였다. 이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신뢰와 휴머니즘의 역설적 표현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규명하려는 그의 의지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포크너는 대담한 실험적 기법과 깊은 인간통찰을 통해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하였고 현대인이 안고 있는 고뇌와 그 극복의 과정을 진실하게 추구하여 세계 여러 나라 문학에 영향을 끼쳤다. 그의 작품에는 20세기 전반에 걸쳐 서구를 휩쓴 비극적 시대정신이 짙게 배어 있어 그의 세계관은 본질적으로 비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크너는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과 더불어 미국문학의 마지막 거인으로 일컬어지는 작가이다. <음향과 분노> <압살롬, 압살롬>은 전 세계 작가들이 선정한 [인류의 명저 100권]에 선정되었으며 <8월의 빛> <내가 누워 죽을 때>는 <음향과 분노>와 더불어 [모던 라이브러리]에서 선정한 20세기 [영미문학 100선]에 선정되었다. 1949년의 [노벨문학상]수상과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등으로 포크너의 문학적 명성은 부동의 것이 되었다. 전 세계 작가, 평론가들이 뽑은 20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지만 포크너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에는 거의 무명작가에 가까웠다 

 이 작품은 남부 지방의 가공의 땅 제퍼슨에 있는 대표적인 지주계급의 퇴폐와 붕괴를 통해 구 남부 전체의 와해와 타락의 양상을 적나라하게 시사하면서 또한 인간의 죄의식, 시간과 실존 등 문학의 영원한 주제를 대담한 실험적 수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포크너는 이 이야기를 캐디를 위해 썼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녀가 애정으로 충만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그녀를 표현하고 있지만, 이것은 작가가 그녀를 더욱 강하게 부각하고자 위한 것으로 보인다.

 캐디는 행실이 좋지 못하고 방종한 성생활까지 즐겨 퀀틴은 그녀에게 근친상간을 품고 제이슨은 그녀를 증오한다. 하지만, 그녀의 본성은 사랑을 아는 선의의 인물이다. 그녀는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벤지를 극진히 보살펴 주며 사랑을 실천한다.

 이 작품은 시간의 해체, 내면의 독백, 시점의 이동, 영화의 몽타주 수법 등 가능한 모든 전위적인 기법을 복합적으로 구사한 미국 현대문학의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