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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백파 홍성유가 꼽은 부산의 별미집 10

by 언덕에서 2012. 4. 26.

 

 

 

 

백파 홍성유가 꼽은 부산의 별미집 10

 

 

 

 

 

 

TV를 자주 보지 않는 편이지만 요즘은 휴일 <미각스캔들>과 <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이라는 프로는 꼭 본다. 그때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음식에 대한 상식이 업자들의 상술 앞에서는 얼마나 순진한 것인가를 깨닫는다. <미각스캔들>은 '대패 삼겹살'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삼겹살과 질이 다르다는 것을 밝혔는데, 이 고기의 정체는 '모돈'에서 나온 삼겹살이라는 것이다. 즉, 모돈은 평생을 새끼만 전문적으로 낳는 돼지를 뜻하는 말로 육가공업자들 사이에서는 '딱통'이라 불리는 돼지고기로 서울 마장동의 한 축산물 시장 전문가는 "공짜로 줘도 안 먹는 고기"라고 한다. 그리고 술자리 인기 안주로 등극한 대창(소의 큰창자)의 실체가 먹어서는 안되는 기름덩어리로 판매업자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맛집 소개 프로를 보다가 불현듯 고인이 된 백파 홍성유 선생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은 음식 칼럼니스트가 군웅할거 식으로 많고, 신문사마다 음식담당 기자가 있고, 게다가 맛집 블로거라는 문화 권력자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아마 대한민국 맛칼럼니스트 1호는 홍성유 선생(1928 ~ 2002)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그는 소설가이지만 별미기행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사람이기도 하다.

 

 

 

 선생은 호방하면서도 활달한 남성적 문체와 시대 의식이 짙게 묻어나는 역사소설을 많이 쓴 작가로,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학생을 때려 감옥에 들어갔다가 그 곳에서 도박 기술을 익혀 한때는 '도박의 달인'으로 통하기도 하였다. 대표작으로는 김두한(金斗漢)을 중심으로 한 한국 현대사의 이면을 그린 소설집 <인생극장>이 있는데, 뒤에 <장군의 아들>(전8권)로 제목이 바뀌어 발간되었고, 임권택이 같은 제목의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백파 선생은 식도락가로도 유명해 1987년 전국 각지의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한 《한국 맛있는 집 999점》에 이어 1999년 《한국 맛있는 집 1234점》을 발간하였다. 나는 1994년판 책을 가지고 있는데 며칠 전 책장을 정리하면서 다시 읽게 되었다. 내가 사는 부산의 식당을 유심히 보았는데 책에 소개된 35개 음식점 중 17개 식당은 이미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남은 18개 식당 중 내가 직접 가본 식당들을 10점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내가 경험하기에도 백파 선생이 소개한 식당들은 맛이 있을 뿐만 아니라 대단한 정성으로 음식을 만드는 집들이다. 식당에 관한 멘트는 선생이 쓴 1994년판 <한국 맛있는 집 999점>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겼음을 밝힌다 (40년 전통의 식당이라는 멘트는 2012년을 기준으로 하면 60년 전통이라는 의미다).

 

 

 

 

 

1. 부산명물횟집

 

 

 

 

 자갈치 시장 정문 앞에 있는 문자 그대로의 부산 명물횟밥집이다.

 70 고령에 이르는 김복덕 할머니가 8.15해방 직후 부터 40여 년 동안 한결같이 광어와 도미만으로 횟밥을 고집하여 더욱 이름을 얻고 있다.

 이곳의 횟밥이란 흔히 밥에 생선회를 썰어 놓고 초고추장과 함께 비비는 회덮밥과는 다르다. 횟밥은 광어 한 접시에 밥, 그리고 이들 생선의 머리로 끓인 맑은 국과 여러 가지 밑반찬이 따라나오는 이른바 한정식이라 할 수 있다.

 한껏 멋을 낸 일식집에 비하면 볼품없지만 양이 푸짐하여 '광어는 꼬리를 먹어야 광어 맛을 안다'고 하는 광어지느러미 한 쪽이 곁들여져 미식가의 구미를 당긴다.

 이 밖에 도미머리탕과 전복죽 등도 들 수 있다.

 

 

 

 

 

 

 

2. 18번 완당집

 

 

 

 부산의 몇 안 되는 맛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완당이다. 남포동 동아극장 맞은 편 <18번 완당집>은 40년쯤 전 처음 시작하여 지금까지 유일하게 '완당'이라는 음식을 남기는 곳이다.

 완당은 중국 음식 훈당을 우리 식성에 맞게 개량한 일종의 만두국으로 국물이 시원하고 개운하여 해장으로도 격이 맞는 음식이다.

 종잇장처럼 얇게 민 완당 피에 쇠고기 안심을 갈아 양념한 소를 손톱만큼만 넣어 감싼다. 이것을 끓는 물에 잠깐 담갔다가 건져 내어 완당 국물을 붓고 쇠고기를 끓여 부어 특별히 만든 간장으로 간을 맞춘 것이다.

 여기에 이 집에서 '멩'이라 부르는 특별히 반죽한 꼬들꼬들한 국수를 한데 섞어 주는 것이 완당멩이다. 자극성이 없고 맛이 담백해서 남녀 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3. 오막집

 

 

 

 

 부산에 있는 양곱창 전문집 중에서 가장 오랜 집으로 맛이 좋아 정평이 나 있다.

 지방질이 없는 고기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소 양과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곱창으로 요리를 하는 양곱창 숯불구이를 전문으로 30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고기의 질도 좋은 것만 선택하지만 양념 맛이 특이하고, 오랜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 각별한 맛을 내는 까닭일 것이다.

 1백 명쯤 수용하는 집이 항상 손님으로 붐빈다.

 구덕 운동장 가는 쪽으로, 대신주유소 앞에 있다. 주위에 울창한 숲을 갖고 있는 대신공원도 있다.

 

 

 

 

 

 

 

4.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

 

 

 

 순전히 암소고기만 사용하여 고기의 질이 매우 좋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해운대 30년 전통의 대표적인 갈비구이와 불고기 전문업체이다.

 아담한 현대식 2층 건물로 깨끗한 집이다.

 

 

 

 

 

 

 

5. 원산면옥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오랜 평양냉면 전문점으로 특히 육수가 시원해서 소문이 나있다. 이 밖에 수육, 쟁반국수 등이 있는데 안주감으로 나무랄 데가 없다.

 

 

 

 

 

 

 

 

 

6. 할매집 회국수

 

 

 

 부산의 명동인 남포동에 자리잡은 이 집은 언제나 복잡하고 비좁다. 그러나 생각만 해도 입안 가득 침이 고이는 잊지 못할 음식이 있다.

 찌그러진 양은 양푼에 국수 한 사리 담아 양념고추장에 비벼 주거나 조금 더 맛을 내자면 홍어회 몇 점 넣어 주는 게 전부다. 처음 먹는 사람은 매워서 쩔쩔 매며 다시 안 먹을 것처럼 돌아서지만 역시 그 매운맛이 다시 생각나게 한다.

 할매집의 명물은 역시 비빔국수지만 멸치국물에 조갯살을 넣어 말아 주는 물국수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7. 부산갈매기횟집

 

 

 

 영도 해양대학 입구에는 많은 횟집들이 밀집해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이 집이 내세울 만한 특색의 하나는 어선의 선주와 전도금을 주고 계약하여 생선의 거의 전량을 자연산만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싱싱한 활어만을 내놓는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민물에 소금을 넣고 산소 공급기로 물거품을 일게하는 수조만의 '물먹인 물고기'는 내놓지 않는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도 있지만 사시사철 계절에 맞는 다양한 어종을 만날 수 있다.  여름철에는 참돔. 돌돔. 광어 등, 겨울철에는 '시라스' 따위 고급 어종도 부산의 다른 횟집보다도 훨씬 값싸게 즐길 수 있다.

 바로 눈앞에 4 ~ 5톤의 소형 어선이 즐비하게 묶여 있는 것이 실증하는 것처럼 바로 각종 어종의 집산지이기  때문이다.

 

 

 

 

 

 

 

8. 구포집

 

 

 

 시내에서 부산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대중 음식점 가운데 하나로 추어탕, 복국, 생선회, 회비빔밥 등 다양한 메뉴의 맛을 내는 집이다.

 추어탕은 맵지 않게 추어를 갈아서 만드는 순경상도식이며, 복국 역시 맵지 않은 맑은 국물이 시원한 맛이다.

 생선회는 계절에 따라 종류가 다르기 마련이지만, 가격도 계절과 조황에 따라 일정치는 않다. 초장 맛이 좋다.

 특히 이 집의 회비빔밥은 추어탕이 국으로 따라나와 생선회도 즐기며 부산식의 추어탕도 맛볼 수 있는,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집이라 할 것이다.

 

 

 

 

 

 

 

9. 새아침식당

 

 

 

 부산, 특히 해운대 지역에 많은 생선매운탕집 가운데서 그 맛이 각별하여 이름을 얻고 있는 집이다.

 일반 횟집에서 먹을 수 없는 잡어매운탕으로 경상도의 고추장과 된장이 가미된 독특한 맛에다 꽃게를 넣어 미각을 높여 주고 있다.

 이 밖에 고소한 맛의 전복죽도 인기를 끌고 있다.

 

 

 

 

 

 

10. 옥미아구찜

 

 

 

 

 망미동 일대는 온통 아구찜 마을이 되었는데 이를 개발한 장본인이 <옥미아구찜>이라 할 만큼 이름 있는 아구 전문점이다.

 흔히 마산 지방에서는 아구를 구덕구덕하게 말려서 사용하지만 이 집에서는 생아구에 새우와 각종 어패류.들깨를 비롯한 갖은 양념 20여 가지를 첨가하여 이 집만의 독특한 맛을 내고 있다.

 아구찜의 주원료가 되는 콩나물의 사근사근 씹히는 맛이며, 감자 전분으로 만든 국수사리를 양념에 비벼 먹는 맛도 일품이다. 

 찹쌀 동동주와 직접 갈아서 만든 녹두전을 곁들이면 더욱 분위기가 있다.

 아구찜 외에 아구탕이며 아구수육의 인기도 자못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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