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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김주영 대하소설『객주』

by 언덕에서 2012. 5. 23.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김주영(金周榮, 1936~)이 지은 장편 대하소설로 1979년 6월부터 1982년 2월까지 4년 9개월 동안 1,465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된 3부작 대하소설이다. 이 작품은 19세기 후반기 한말의 상인 사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변동을 입체적으로 투시한 작품으로서, 보부상ㆍ노비, 타락한 관료, 부상, 농민 등 사회간의 갈등과 유착을 다루면서 개항 이후의 역사적 진전을 서사화하고 있다.

 김주영의 작품은 문단 데뷔부터 1977년까지 발표된 소설들은 크게 두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악령>, <도둑견습>, <모범사육> 등 악동의 세계를 천착해 들어간 작품들이고, 다른 하나는 <마군우화>, <차력사>, <묘적> 등 건강한 하층민들의 삶과 도시적 속물들의 삶을 대비시키거나 시골 출신 인물이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해 교활하게 변모해 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들이다. 1978년 이후에는 <붉은 노을>, <천궁의 칼>, <아들의 겨울> 등 유년의 공간을 그린 작품들과객주」, <활빈도>, <화척> 등의 대하역사소설을 발표하였다. 이 외에 <외촌장기행>, <천둥소리>, <거울 위의 여행>, 연작장편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등의 작품과 <여자를 찾습니다>, <위대한 악령>, <겨울새>, <천둥소리>, <어린날의 초상> 등의 작품집이 있다. 김주영 소설은, 농촌을 배경으로 할 때는 토속적인 공간을 무대로 하여 향토색 짙은 언어와 현장감 있는 비어·속어·해학을 구사하고, 도시를 배경으로 할 때는 소외된 인간에 대한 니힐한 묘사와 동물적인 환경 속에서의 생존에 대한 진한 회의, 이를 통한 비극적인 정황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객주」는 김주영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19세기 말 보부상의 삶과 활약상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민중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정과 피지배자인 백성들 쪽에서 바라본 새로운 역사인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높은 수준의 소설적 재미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조선 후기의 세태 풍속과 상업자본 형성 과정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객주」는 1984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총 9권으로 완간되었는데 1984년 제1회 [유주현문학상]을 수상했다.

 

 

드라마 <객주> 2015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보부상 천봉삼은 동무 선돌을 구하기 위해 청상과부 조소사를 납치하게 되나, 조소사와 봉삼 사이에 사랑이 싹트게 된다. 그러나 조소사는 거상 신석주의 첩실이 되고 만다.

 후사가 없는 신석주는 조소사와 봉삼을 동침시켜 후사를 얻으려 하였고, 봉삼은 그녀에게 아이를 잉태시켰으나 신석주로부터 쫓겨나게 된다. 뒤에 봉삼과 조소사는 만나게 되나, 사악하고 계략이 많은 매월에게 조소사는 죽음을 당한다. 사특한 길소개는 반가의 여인 운천댁과 사통하고 도망쳐, 선혜당 당상인 김보현에게 아부하고, 유필호와 사귀어 소과에 급제한다.

 관직에 끼어든 길소개는 세곡선의 세곡을 횡령하고 신석주와 밀착하여 천봉삼과 유필호를 내쫓는 배은망덕한 인물의 행태를 보인다. 특히, 선혜청 낭청에 승천되어 창곡을 농간부려 양곡을 착복하고 그 부족한 양곡 대신 모래를 섞어 분배함으로써 분노한 군인들에 의해 임오군란이 일어나게 된다.

 한편, 길소개의 행태를 지켜보던 매월은 자신이 조소사를 죽인 사실을 길소개가 발설할까 두려워하다가 길소개를 유인하여 그의 혀를 잘라버린다. 길소개는 뒤에 회개하고 봉삼의 수하에 든다. 이야기의 후반에 이르러 신석주는 월이를 속량시켜주고, 봉삼과 월이는 부부가 된다.

 

 

  이 작품은 유년시절 보았던 저자거리 사람들의 삶을 그려야 한다는 작가의 책임의식과 이전의 역사소설에 대한 불만, 사라진 우리말을 탐색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씌어졌다.  또한 19세기말의 풍속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고, 평민층의 말을 질감있게 발굴하여 소설의 사실성도 매우 높다.  19세기 후반의 풍속, 토속어 그리고 서민언어가 고스란히 재현되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조선후기 상업자본이 형성되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역사소설로서의 가치도 크다. 하지만 작품의 무대가 되는 시기에 발생되는 농민운동과 의병운동 등 큼직한 역사적 사건과의 관련은 희박한 편이다. 보부상과 노비․부패한 관료․농민 등 사회 각 계층간의 갈등과 유착을 다루며, 이를 통하여 조선후기 상인사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변동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신분적 권위를 누려온 상층 양반세력이 평민층의 경제력 신장으로 인하여 사회적으로 부상하는 현상이 사실적 필치로써 제시되었으며, 평민층의 생활어를 질감 있게 발굴하여 진실성을 높인 소설이다.

 

 

 이 작품의 주요 인물인 천봉삼은 보부상으로서 정의감이 있고, 의협심이 있는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역경을 이겨내는 남성적 특징을 지닌 선량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 보부상 집단의 출현과 그 상업 활동을 토착 상업자본의 형성 과정과 연결시켜놓고, 그 세력이 어떻게 정치세력과 연결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상권을 둘러싼 갈등, 사랑과 질투와 복수, 정치적인 모략 등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흥미 위주의 삽화구성과 성격의 고정된 묘사가 설득력을 잃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 역시 받은 작품이다.

 이렇게 본다면 작품의 개성은 평민층의 삶이 지닌 긍정적 측면 못지않게 부정적 측면도 문제시한 작가적 의식에 의하여 나타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야기의 흥미가 살벌함이나 잔학성, 음모에서 주로 긴밀성을 얻도록 한 것은 문제로 남는다 할 것이다. 그리고 한말의 농민운동ㆍ의병운동 등 큼직한 역사적 사건과의 관련성이 희박한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