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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김주영 장편 소설『천둥소리』

by 언덕에서 2012. 5. 15.

 

 

 

 

김주영 장편소설 『천둥소리』

 

 

 

김주영(金周榮.1939∼ )의 장편소설로 1986년 [민음사]에서 발간된 동명 소설집의 제명이다. 이 작품은 8ㆍ15 해방에서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약 5년 동안에 민족이 겪었던 수난사를 역사의 뒷전에 있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부각시키고 있다.  

 이름 없는 백성들이야말로 역사의 진정한 주체라는 작가의 입장이 드러난 작품이다.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까지 우리 민족이 보여준 희생과 인내가 산협에서 청상으로 살아가는 촌부의 삶을 통해서 나타난다.

 1978년 이후에는 <붉은 노을>, <천궁의 칼>, <아들의 겨울> 등 유년의 공간을 그린 작품들과 <객주>, <활빈도>, <화척> 등의 대하역사소설을 발표하였다. 이 외에 <외촌장기행>, <천둥소리>, <거울 위의 여행>, 연작장편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등의 작품과 <여자를 찾습니다>, <위대한 악령>, <겨울새>, <천둥소리>, <어린날의 초상> 등의 작품집이 있다. 김주영 소설은, 농촌을 배경으로 할 때는 토속적인 공간을 무대로 하여 향토색 짙은 언어와 현장감 있는 비어·속어·해학을 구사하고, 도시를 배경으로 할 때는 소외된 인간에 대한 니힐한 묘사와 동물적인 환경 속에서의 생존에 대한 진한 회의, 이를 통한 비극적인 정황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소설가 김주영 (金周榮.1939- )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신길녀는 본래 월전리 최씨 가문의 청상과부였는데, 어느 날 밤, 머슴 차병조에 의해 겁탈을 당하고 불륜의 씨앗을 잉태하게 된다. 그 일이 있은 직후 자취를 감추고 떠난 차병조는 해방 이듬해 초겨울에 다시 나타나, 두 번째로 길녀를 겁탈하고 그녀를 여관집에 팔아넘긴다.

 길녀는 장춘옥이라는 여관 겸업(兼業)의 술집에서 부엌일을 도와주면서 지내다가 탈출을 하지만, 그녀의 탈출을 도와주던 지상모라는 트럭 운전수는, 그날 밤 교묘한 방법으로 그녀를 강간한 후 산골의 어느 작은 여인숙에 그녀를 머물게 한다. 그 지상모에게 마음을 의탁하면서 여인숙의 주모처럼 지내고 살아가던 그녀를, 전에 머슴살이하던 황점개가 찾아온다. 그녀는 점개를 통해 그가 좌익운동을 하다가 피신해 다니는 처지임을 알게 된다.

 이듬해 봄, 지상모의 아이를 낳은 길녀는 점개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 대한 남모를 연민의 감정이 솟아올라 그를 구출할 결심을 하고, 점개의 탈출을 성사시킨 후, 그녀는 그 탈출로 인해 우연히 곤욕을 치르게 되었던 지상모에 대한 감정으로 그의 집을 찾아가, 그의 아내인 창래 어멈과 함께 생선 장사를 하며 지내다가 6ㆍ25를 맞는다.

 어쩔 수 없이 친정으로 돌아오게 된 그녀는 피난을 하지 못한 차병조가 그녀의 친정집에 숨어있는 것을 알게 된다. 차병조의 은닉 때문에 길녀의 부친 신현직씨는 인민위원회에 끌려가 고초를 겪다가 황점개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그 기간 중에 길녀는 친정집을 떠나 지상모를 만나게 되나, 박대를 당하고 돌아온다. 점개는 이 이야기를 듣고, 지상모의 비인간적인 태도에 분개하여 그를 찾아가 살해해 버린다.

 후퇴하는 괴뢰군에 합류하지 못한 점개는 빨치산이 되었고, 길녀는 그와 밀회하고, 그의 순정과 이상에 감동하여 그에게 몸을 허락한다. 그 해 겨울, 빨치산 토벌작전이 시작되었을 때, 점개는 빨치산 동료인 박석호의 총에 맞아죽고, 어둠 속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개를 ‘여보’라고 부른다.

 이 소리는 그녀가 서산댁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탯줄을 끊은 이후에 처음으로 사내를 향해 해 보는 말이었다.

 

 

영화 -남부군-, 1990

 

 

 한 토론회에서 중국의 여성 소설가 판샤오칭(范小靑)은 김주영이 여성을 통해 현대사의 아픔을 그린 소설 '천둥소리'를 높이 평가했다. "거대한 역사 이야기가 주인공 과부의 파란만장한 일상에 녹아들어 있다"며 "개인과 상황이 잘 융합됐다"고 풀이했다. 그는 "중국 고전에선 '말이 없는 곳에 천둥소리가 있다'고 한다"며 "김주영 소설은 자연의 천둥소리가 아닌 주인공의 내면에서 울리는 천둥소리를 질박하면서도 알찬 언어로 그려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민족사의 비극을 정면으로 다루기보다 그 비극의 현장과 거리를 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삶에 얽힌 우여곡절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그들의 평범한 삶이 역사의 비극과 얼마나 깊이 관련되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소설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이런 일들은 많았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과 그들의 성격, 그들의 삶의 태도가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상보다 더욱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역사적 사건이나 혼란스러운 사회적 변동에 대한 사실주의적 서술은 이 소설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작가적 관심의 초점은 인물에 있으며, 그 인물들을 통해 민족사의 비극을 간접적으로 조명하려는 것이 작가의 의도이다. 그 인물들은 영웅이나 호걸이 아니라, 신길녀와 같은 이름 없는 촌부(村婦)이거나, 그녀가 만나는 주위의 평범한 민초들이다. 위정자 또는 정체세력이란 존재들 때문에 민초들은 얼마나 많은 고통을 안고 살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