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소설『장끼전』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고대소설로 국문본이며 꿩을 의인화한 우화소설이다. 이본에 따라 또 다른 장끼를 만나 개가를 이루는 경우도 있으나 <자치가(雌雉歌)>로 호칭되는 대부분의 가사체 작품에는 그 대목에서 작품이 종결된다.
화려한 외양이면서도 실질적인 힘을 소유하지 못하는 장끼를 등장시켜 현실의 변화에 몽매한 몰락사족의 허위의식과 비극적 종말을 표출하고 있다. 본래는 12마당에 포함된 판소리 <장끼타령>이었으나 가사로 정착하여 <자치가>가 되었으며, 그것이 소설화된 것이 「장끼전」으로 보인다.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에 있다.
이 작품은 새들의 생활을 그려서 인간사회를 풍자한 것이다. 내용은 장끼가 흉몽을 꾸고 간하는 까투리의 말들 듣지 않고 탁첨지가 놓은 콩을 먹고 죽으니, 까투리는 수절을 하다가 결국은 홀아비 장끼를 만나 인연을 맺고 자손이 번성하였다는 이야기이다. 문체는 3ㆍ4조의 가사체로 되어 있다.
1955년 최상수가 [현대문학] 제1권 제8ㆍ9호에 교주(校註)를 붙여 소개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장끼가 엄동설한에 까투리와 같이 아홉 아들 열두 딸을 거느리고 굶주린 몸이 되어 밥을 찾아 큰 들을 지나게 되었다.
들에서 땅에 떨어져 있는 붉은 콩 한 개를 발견한 장끼는, 간밤에 불길한 꿈을 이야기하며 먹지 말라고 간절히 만류하는 까투리의 말을 무시하고, 그 콩을 먹으려다 그만 덫에 치고 만다. 장끼는 이제야 죽게 된 것을 알고 죽으면서 까투리를 보고 유언하기를 부디 개가(改嫁)하지 말고 수절하여 정렬부인이 되라고 한다.
덫의 임자가 나타나 장끼를 빼어 들고 가 버린 뒤 까투리는 장끼의 깃털 하나를 주어다가 장례를 치른다. 장례를 치르다가 장남이 그만 솔개에게 물려가고 만다.
까투리가 상부(喪夫)하였다는 말을 듣고 조상을 온 갈가마귀, 부엉이, 물오리 등이 청혼하나, 까투리는 거절한다. 그러다가 까투리는 문상을 온 홀아비 장끼를 본 후로 수절할 마음이 사라져서 그 홀아비 장끼와 재혼한다. 재혼한 이들 부부는 아들딸을 모두 혼인시키고 명산대천을 구경하다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된다.
「장끼전」은 원래 판소리로 전승되다가 어느 때인가 창(唱)을 잃어버리고 소설로 정착된 판소리계 소설이며, 인격화된 동물에 의해 사건이 진행되는 의인소설이고, 작품 외적 세계에 대한 강한 우의적기능을 갖는다는 점에서 우화 소설이다. 또한, 소설화되는 과정에서 관련된 구전 설화ㆍ민요ㆍ가사 등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판소리계 소설은 표면적 주제와 이면적 주제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장끼전의 경우는 그런 것 같지 않다. 이는 판소리 창으로 불려지자마자 곧바로 독서물인 소설로 넘어온 탓도 있고, 우화라는 형식적 제약 때문에 서술 단락의 체계가 독자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탓도 있다.
♣
이 소설에 중요한 사건은 두 가지다.
첫째는 장끼가 여자의 말이라고 까투리의 말을 무시하다가 콩을 먹다 죽는 것이고,
둘째는 장끼가 죽은 뒤 까투리가 곧바로 개가한다는 점이다.
이는 당시의 남존여비와 개가 금지라는 당시의 유교 도덕을 비판 풍자로 볼 수 있다. 양반 사회의 위선 폭로, 여권 신장, 인간의 본능적 욕구 중시라는 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모든 판소리계 소설이 그러하듯 조선 후기의 서민 의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작품의 이러한 주제는 이본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장끼가 죽게 된 것은 자기 고집을 내세워 상황을 잘못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장끼 부부가 힘이 약하고 가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약하므로 항상 강자인 매와 사냥꾼에게 쫓길 수밖에 없었고, 가진 것이 없었으므로 추운 겨울에 아홉 아들과 열두 딸을 데리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 눈 덮인 벌판을 헤맬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유랑민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는 조선 후기 국문 의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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