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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강신재 장편소설『임진강의 민들레』

by 언덕에서 2011. 11. 18.

 

 

강신재 장편소설『임진강의 민들레

 

 

 

 

 

강신재(姜信哉. 1924 ~ 2001)의 장편소설로 1962년 신문학사상 처음으로 을유문화사에서 기획한 전작소설 중의 하나로 쓰인 작품으로 작가 최초의 전작 장편 소설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강신재의 <오늘과 내일><청춘의 불문율> 등과 함께 그녀의 대표적 중편 소설이다.

 6ㆍ25를 배경으로 하면서 전쟁 상황 속에서의, 인간의 삶의 변모를 독특하게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1950년 여름부터, 주인공 이화(梨花)가 전쟁을 겪고, 그 후 임진강에서 기관총을 맞고 죽기까지의 줄거리가 핵심이다. 한편으로는 그녀의 가족이 절박한 위기의 상황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바꾸며 변신하는 삶의 굴절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두 가지 삶의 모습에서 작가는 후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이화가 전쟁 통에 임진강에서 기관총을 맞고 죽기까지의 줄거리가 핵심을 이루고 있지만, 그녀의 가족이 겪는 전쟁 상황은 비극적 삶의 종말을 보이는 이화와는 달리, 그러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변신하면서, 삶의 적응을 보이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임진강의 민들레」에서는 작가의 시선이 전쟁이라는 상황이 가져다주는 인간성 파괴의 비극적 상황에 중점적으로 놓여 있다기보다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삶의 적응과 변화의 모습을 개성적으로 드러낸다.

 

 

소설가 강신재( 姜信哉.  1924-2001)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서울의 이화네 집은 네 귀가 번쩍 들린 고래등 같은 기와채의 푸른 기운이 감도는 저택이다. 이화의 아버지 우태갑은 부유한 가정을 이끌면서 행복한 생활을 꾸려 간다. 그러던 1950년 그의 집도 전쟁이라는 폭풍우 같은 시련을 겪게 된다.

 그에게는 2남 2녀가 있다. 장남 동근은 산만한 성격을 지니고 있고, 차남 동훈은 형과는 대조적으로 무슨 일에 한번 빠지면 다른 일은 잊어버리는 집착증을 보인다.

 주인공인 장녀 이화는 개성적이며, 이지적인 여대생이다. 그녀는 지적인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지니고 살아간다. 그리고 둘째 딸 옥엽은 현실적인 생활을 중시하며, 알뜰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아내 심씨는 항상 어린애 같은 마음을 지니고 행주치마를 두르고 다니는 철없는 여인이다. 이화는 의과대학생으로 우익의 학생연맹활동을 하는 지운을 사귄다. 지운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전방으로 지원해가나 부상당해 후송된다. 이화의 집 사랑채는 공산군들에게 접수되어 그들의 숙소로 변하고 식구들은 그들에게 부역하여 연명해 간다.

 특히 둘째 딸 옥엽은 서울이 공산군에 의해 점령되었을 때, 공산군 대위의 구애(求愛)를 받고 있어서 그녀의 가족을 안전하게 한다. 그녀는 공산군에게 협조하면서 가족들을 보호한다. 그러다가 공산군 대위가 패잔병 소년을 가혹하게 살해하는 현장을 보고 그를 떠나 버린다.

 큰아들 동근은 의용군에 지원해가나 전쟁터에서 다시 국군에 입대하여 싸우던 중 죽는다. 아버지 우태갑은 반동으로 붙들러 갔다가 돌아와서 숨어 지내던 중 목숨을 잃는다. 한편 부상을 입은 지운은 아주머니 댁, 상규의 병원을 전전하다가 서울을 탈출, 마린코 부대에 합류하여 서울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화는 지운의 실종에 대한 절망과 공산군의 채근을 피해 집을 나와 병원에서 간호부로 일한다.

 그녀는 인민군대에 이끌려 패주하다가 탈출하지만, 그녀는 임진강변에 이르러 공중 기총사격을 수없이 맞고 죽는다. 죽는 순간, 그녀는 어렴풋이 ‘아, 민들레가 되었다.’고 의식하며 어느 군인의 노란 훈장을 민들레로 착각하며, 만져 보려고 하다가 죽어간다.

 

 

 

 

 6ㆍ25전쟁이 평화롭던 한 가정에 미친 영향을 그린 이 작품은, 상황보다는 그 상황에 대처하는 인물의 개성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작품에서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대체로 작가는 상황에 의하여 변화되는 인물보다는 개성의 프리즘에 의하여 굴절되는 상황의 양상을 즐겨 그린다. 따라서 인물이 배경보다 무게를 지니는 걸로 느껴진다.

 필동의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사는 우태갑에겐 두 아들과 두 딸이 있다. 장남 동근은 한곳에 집착하지 못하는 산만한 성격, 차남 동훈은 반대로 하나에 집착하면 나머지는 모두 잊어버리는 타입이며, 장녀 이화는 개성 있고 이지적인 멋쟁이 의과 대학생, 차녀 옥엽은 알뜰한 살림꾼, 아내 심씨는 노상 스란치마를 허리에 걸고 다니는 어린애 같이 철없는 여인이다. 6ㆍ25는 이 집을 무너뜨리고, 가족들을 살상한다.

 

 

 식구들은 각자 자신의 방법대로 전쟁을 겪었고, 겪고 나서도 변하지 않았다. 기총사격이 심한 싸움터에서 강물에 떠 있는 민들레를 꺾으려다 죽는 이화, 적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 주는 옥엽, 여전히 별 이념도 없이 인민군이 되었다가 국군이 되었다가 하는 동근, 아들이 행방불명인데도 심심해서 풀각시나 만들며 노는 그들의 모친, 누구 하나 전쟁으로 인하여 성격이 변하지 않은 채 이 전쟁은 끝난다. 이화가 기총 사격을 받고 잠시 정신을 차린 사이 노란 금속 훈장을 ‘민들레’로 알고 만져보려다 죽는다는 비극적인 결말은 순수정신을 추구하는 작가의 섬세한 시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