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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The Black Cat) 』

by 언덕에서 2022. 8. 23.

 

 

에드거 앨런 포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The Black Cat)

 

미국 시인 · 소설가 에드거 엘런 포Edgar Allan Poe. 1809 1849)의 단편소설로 1843년 발표된 <단편집>(1845)에 수록되어 있다. 병적인 범죄 심리와 공포분위기를 검은 고양이로 상징한, 추리소설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작가의 초기 작품 중 대표적 작품이다.

 ‘하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왕이며, 하늘의 왕인 제우스, 바다의 왕인 포세이돈과 형제간이다. 그는 죽은 자의 나라 지배자인 동시에 지하의 부를 인간에게 준다고 해서 ‘플루톤’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의 영어 명칭이 ‘플루트’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검은 고양이의 이름이 바로 플루트이다.  

 포의 대표적 단편 중 하나인 『검은 고양이』는 광기와 일탈이 불러온 끔찍한 이야기를 그린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렸을 적부터 동물을 좋아하는 따뜻하고 다정한 성격이었지만, 해가 갈수록 술이라는 악마의 노예가 되어 난폭하고 충동적인 성격으로 변한다. 그에게는 아끼며 키우던 검은 고양이가 있었는데,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점차 이 고양이를 미워하다가 결국 한쪽 눈을 칼로 도려내고 만다. 하지만 악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최악의 결말을 향해 다가간다.

 

영화 <검은 고양이 The Black Cat >1934년 미국 유니버셜 영화사 제작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검은 고양이를 좋아했던 나는 ‘플루트’로 불리는 검은 고양이를 기르지만, 술로 몸을 망치기 시작하면서 그 고양이가 귀찮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만취한 나는 그놈의 한쪽 눈을 도려내 버렸고, 얼마 자나지 않아 이번에는 목을 졸라 나무에 매달았다. 그날 밤, 우리 집은 불이 났는데 타다 남은 벽에 고양이의 형상을 새겨놓은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후 나는 술집에서 가슴에 흰 줄이 있는 애꾸눈 검은 고양이를 발견하고 집에 데려와 기르기 시작했는데, 언제부터인가 흰 줄이 형틀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공포와 증오심에서 나는 고양이를 향해 도끼를 추켜올렸는데 아내가 이를 말리자 울컥 화가 치밀어 그 도끼로 아내를 죽여 버렸다.

 범행을 숨기기 위해 시체를 지하실 벽에 세우고 그 주변을 벽돌로 쌓아 시멘트 칠을 했다. 경찰의 두 번에 걸친 가택 수색도 실패로 끝나려던 순간, 갑자기 벽에서 이상한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경찰이 벽을 부수자 아내의 시체 위에는 검은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바이엄 쇼 가 그린 1909년경 삽화

 

 

 이 작품 「검은 고양이」는 교수형을 하루 앞둔 주인공 ‘나’의 회상으로 진행된다. 그는 자신이 본래 온순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나 “음주벽이라는 악마”에 의해 점차 포악한 성격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그는 마침내 아내와 여러 애완동물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지경까지 가게 된다. 그리고 가장 아끼는 동물이었던 검은 고양이가 그를 가볍게 물자 불같이 화를 내며 고양이의 한 눈을 도려내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만취한 상태에서 말이다.

 그는 술에서 깬 뒤 잠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기껏해야 희미하고 애매한 느낌” 수준이고 다시 폭음에 빠져든다. 예전에는 자신을 그토록 따랐던 고양이가 질겁하며 피하는 것에 처음에는 서글픔을 느끼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비틀린 심리를 느끼게 되고 마침내 고양이를 목매달아 죽인다.

 이 모든 것의 도화선은 폭음이었다. 그러나 주인공 ‘나’는 술 때문에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몰랐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잘 기억하고 있으며 고양이를 살해할 때는 “냉정한 상태”였다고 말한다.

 포에게 있어 술은 죄의식을 무디게 하고 “인간의 마음속에 원초적으로 존재하는 비틀린 심리”를 끌어내는 도구다. 주인공은 그걸 알면서도 계속 술을 마시며 악의 구렁텅이를 향해 스스로 내달린다.

 

♣ 

 

 이렇게 범죄자의 죄의식이 유령과 환각을 불러내는 이야기는 무시무시하지만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한다. 어찌 보면 시신을 찾지 못하는 사건과 죄의식 없는 사이코패스가 존재하는 현실 세상이 더 섬뜩하다.

 주인공 ‘나’는 파괴 본능과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패배주의자로 비쳐진다. ‘나’는 현실에서의 좌절감을 주위의 나약한 존재인 검은 고양이를 통해 해소시켜보고자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살해에 지나지 않았으며, 반면에 ‘나’는 점점 더 광폭해진다. 게다가 새로 키우게 된 고양이를 보면서 ‘나’의 무의식의 세계에는 죄책감이 자리 잡게 되고, 결국은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검은 고양이’에서 폭음하는 주인공은 알코올장애가 있던 에드거 앨런 포 자신의 모습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 그가 길거리에서 쓰러져 최후를 맞은 것도 폭음이 한몫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포가 언제나 취해 있고 음울한 모습이었던 건 아니라고 한다. 친한 사람들 사이에는 다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묘한 이중성은 포의 문학적 특성이기도 했다. 그는 불합리하고 기괴한 환상을 담은 단편을 쓰는 동시에 최초의 추리소설로 불리는 모르그가의 살인같이 냉철한 추리력이 돋보이는 단편을 쓰기도 했다. 그는 광기 넘치는 단편도 수학적인 정밀한 구성을 바탕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