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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읽다

아침 시장 / 이상국

by 언덕에서 2011. 10. 10.

 

 

 

 

 

 

 

 

 

 

 

아침 시장

 

                                                                    이상국 (1946 ~  )

 

화장을 곱게 한 닭집 여자가 닭들을 좌판 위에 진열하고 있다. 발가벗은 것들을 벌렁 잦혀놓아도 그들은 별로 부끄러워하는 것 같지 않다. 그 옆 반찬가게집 주인은 두 무릎을 공손히 꿇고 앉아 김을 접는다. 꼭 예배당에 온 사람 같다. 어느 촌에서 조반이나 자시고 나왔는지 장바닥 목 좋은 곳 깔고 앉으려고 일찍도 나온 할머니가 나생이와 쪽파 뿌리를 손주 머리 빗겨주듯 빗어 단을 묶는다. 각을 뜬지 얼마 안돼 아직 근육이 퍼들쩍거리는 돼지고기를 가득 싣고 가는 리어커를 피하며 출근길의 아가씨가 기겁을 하자 무슨 씹이 어떻다고 씨부렁거리는 리어커꾼의 털모자에서 무럭무럭 김이 솟는다. 아직 봄이 이른데 딸기 빛깔이 꼭 칠한 것처럼 곱다. 순댓국밥집 앞의 시멘트바닥에 잘생긴 소머리 하나가 새벽잠을 자다가 끌려나왔는지 꿈꾸는 표정으로 면도를 하고 있다. 갑자기 골목 안이 화안해지며 차 배달 갔다 오는 미로다방 아가씨가 어묵가게 아저씨를 향하여 엉덩이를 힘차게 흔들며 지나간다.

 


  

 

위의 시는 부지런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화처럼 실감나게 그리고 있군요.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역사가인 뒤란트(Durant)는 행복을 찾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먼저 지식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열심히 학문에 열중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따분함만 느꼈을 뿐, 행복을 발견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그는 행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으나, 역시 지루함밖에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또 부(富)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열심히 돈을 모았지만 불화와 근심만이 쌓였습니다. 그는 또 다시 책을 쓰는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했으나, 피로감만 얻었을 뿐 행복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기차여행을 하고 있었지요. 그가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잠자고 있는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여인이 자동차 안에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얼마 후 한 남자가 기차에서 내려 그 여인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그 여인에게 부드럽게 입을 맞추고 난 다음, 자고 있는 갓난아기에게도 깨지 않도록 살짝 입을 맞추었지요. 그러고 나서 그 가족은 차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져갔습니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뒤란트는 문득 행복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네요. ‘일상생활 속의 모든 일들이 행복을 포함하고 있다’고.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행복을 멀고 특수한 곳에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군요. 그러나 행복은 늘 우리 주위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행복은 특별한 상황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고, 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행복이 일상생활 속에 숨어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 같습니다. 한 주가 시작되는군요. 항상 좋은 일들만 가득들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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