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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읽다

반성 902 / 김영승

by 언덕에서 2011. 5. 30.

 

 

반성 902

 

                        김영승 (1959 ~  )

 

하나님 아버지

저는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날이 갈수록 머리가 띨띨해져 갑니다

고맙습니다

 

 

 


 

이 시를 읽으니 책에서 읽은 다음의 구절들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이충걸의 '슬픔의 냄새'에서 읽은 겁니다. 인상 깊었던 내용들은 이렇습니다.

 

 '(전략) 만일 자신이 꿈꾸는 어떤 가능성이 저런 식으로 배반당할 것이라면 그런 가능성은 차라리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부터 아예 지워 없애버리는 편이 나았다. 번연히 배반당할 줄 알면서도 어떤 가능성을 꿈꾸며 살아야 한다면 그런 삶이야말로 지옥에 다름 아닐 것이다.

 내 소원은 누군가 지켜보는 사람이 있을 때까지 끝까지 술을 한 번 마셔 보는 것.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고, 무엇보다도 길바닥에 자보는 것. 그러나 술은 누군가 사회적으로 진화해 온 방식을 가능하게 하는 지표이기도 하지만, 또 신체적 특성하고도 무시무시하게 관련돼 있어 요즘은 맥주 두 병만 마셔도 다 타버린 양초처럼 찌그러지곤 했다.

 나는 그들에게 내 상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으로 태어난 게 싫었다. 공허와 교활, 헌신, 비굴, 숭배, 과거, 자책, 비난. 모든 게 싫었다. 수증기가 되고 싶었다. (후략)'

 

 술 마시는 이유는 인류의 삶이 계속되는 한 다양합니다. 저도 요즘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위의 시인처럼 띨띨해져가고 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랑 단둘이서 술을 마시는데 갑자기 상대방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더라구요. 아, 그것 참...  이 시를 쓴 시인은 대단한 분입니다. 하나님께 그러한 상황을 감사해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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