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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이청준 원작, 김명곤 각색, 임권택 감독 <서편제(西便制)>

by 언덕에서 2011. 4. 27.

 

 

 

이청준 원작, 김명곤 각색, 임권택 감독 <서편제(西便制)>

 

 

판소리 창법상의 유파로 조선 정조 ·순조 무렵 8명창 중의 한 사람 박유전(朴裕全)의 법제(法制)를 이어받아 광주 ·나주 ·보성 ·강진 ·해남 등지에서 성행하였으며 이 지역들이 섬진강의 서쪽에 자리한다고 하여 서편제라 부르게 되었다. 이 소리제의 특징은 유연애절(柔軟哀切), 즉 부드러우면서도 구성지고 애절하며, 소리의 끝이 길게 이어진 이른바 꼬리를 달고 있는 점이다. 또한 계면조(界面調)형의 가락이 많다. 이는 활달하고도 우렁찬 동편제(東便制)와 좋은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서편제에 어울리는 노래로는 《심청가》를 꼽고 있다. 서편제의 명창으로는 박유전을 비롯하여 이날치(李捺治) ·김채만(金采萬) ·정창업(丁昌業) ·김창환(金昌煥) ·정정렬(丁貞烈) 등이 알려졌으며, 이는 다시 중요무형문화제 제5호 판소리의 예능보유자인 김소희(金素姬) ·김여란(金如蘭) 등으로 이어졌다.

 

 

 

 

 

 

 영화 <서편제>는 이청준(李淸俊) 원작, 김명곤 각색, 임권택(林權澤) 감독의 작품이다. 당대 제일의 영상미학가인 정일성(鄭一成)이 촬영하였다. [태흥영화사]에서 제작하였고 1993년 4월에 단성사에서 개봉되었다. 전남 보성 소릿재 주막을 무대로 2대에 걸친 소리꾼들의 애환을 그린 이 영화는 관객 113만 명 이상을 동원하면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았다. 한국 기네스북에는 최다관객동원 영화로 기록되었다. 오정해ㆍ김명곤ㆍ김규철 등 출연했다.

 이 영화는 1993년 상해영화제 최우수감독상(임권택), 최우수 여우주연상(오정해), 제31회 대종상 최우수작품상ㆍ감독상ㆍ촬영상ㆍ남우주연상, 제14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ㆍ남우주연상(김명곤), 제4회 춘사영화예술상 대상ㆍ작품상ㆍ감독상ㆍ여우주연상(오정해), 청룡영화제 최다관객상ㆍ대상ㆍ작품상ㆍ촬영상ㆍ신인여우상ㆍ남우주연상ㆍ남우조연상을 수상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60년대 초 전라도 보성 소릿재, 30대의 동호(김규철 역)는 소릿재 주막주인의 판소리 한 대목을 들으며 회상에 잠긴다. 소리품을 팔기 위해 어느 마을 대가집 잔칫집에 불려온 소리꾼 유봉(김명곤 역)은 그곳에서 동호의 어미 금산댁을 만나 자신이 데리고 다니는 양딸 송화(오정해 역)와 함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동호와 송화는 오누이처럼 친해지지만 아기를 낳던 금산댁은 아이와 함께 죽고 만다. 유봉은 소리품을 파는 틈틈이 송화에게는 소리를, 동호에게는 북을 가르쳐 둘은 소리꾼과 고수로 한 쌍을 이루며 자란다.

 

 

 그러나 소리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줄고 냉대와 멸시 속에서 살아가던 동호는 어미 금산댁이 유봉 때문에 죽었다는 생각과 궁핍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집을 뛰쳐나간다. 유봉은 송화 또한 떠나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소리의 완성에 집착해 약을 먹여 송화의 눈을 멀게 한다. 유봉은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송화를 정성을 다해 돌보지만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송화의 눈을 멀게 한 일을 사죄하고 숨을 거둔다. 유봉이 죽자 송화는 떠돌면서 소리를 하며 살아간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송화와 유봉을 찾아 나선 동호는 어느 이름 없는 주막에서 송화와 만난다. 북채를 잡은 동호는 송화에게 소리를 청하고, 송화는 아비와 똑같은 북장단 솜씨인 그가 동호임을 안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시 헤어짐의 길을 떠난다.

 

 


 연출자인 임권택 감독의 변은, “이청준의 원작소설은 우리 판소리의 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다. 원작을 바탕으로 남도의 아름다운 자연, 한을 맺고 푸는 사람들의 삶, 우리 소리의 느낌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영상을 그리고자 했다. 우리 판소리가 얼마나 뛰어난 예술 양식인지를 알리고 싶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왠지 찜찜한 느낌을 주는 작품인 것도 사실이다. 여성비하, 비인간적임... 딸을 자신의 곁에 붙잡아 놓기 위해, 진정한 소리꾼으로 만들기 위해 딸의 눈을 멀게 하는 아버지의 행동은 페미니스트 논객들 사이에 적잖은 논란을 낳았다. 자신이 못다 이룬 예술에의 집착 때문에 딸의 몸(눈)을 유린한 아버지의 잔인성은 여성의 육체를 볼모로 삼아서 민족주의적 감정을 고조시키는 감독의 가부장적 태도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는데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또 유봉이 눈 먼 송화의 머리를 빗겨 주고 비녀를 꽂아 주는 장면을 상기시키면서 근친상간 관계라는 의심의 눈길을 받기도 했다. 제자에게 시련을 주는 것이 그 계통의 관행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미학적으로 포장되는 건 분명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가장 낮은 소리로 우리의 꿈은 이제 어떻게 되어 버렸는지, 우리의 정서는 이제 어떤 모양으로 변해버렸는지를 소리꾼 집안의 연대기적 서술로 그려내고, 영화 속의 힘은 고난과 만남에 의해 발동하고 혼을 일으키는 소리와 장”이라고 예술적인 측면에서만 긍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소설 <서편제>와 영화 <서편제>의 차이는, 첫째, 인물과 장면 제시 방법에 있어서 소설 '서편제'는 서술자의 진술로 직접 제시하고 있지만, 시나리오에서는 장면과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 주고 있고, 둘째, 언어 표현 방법에 있어서 소설 '서편제'는 서술자에 의한 산문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시나리오에서는 대사와 지문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