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영화 <대제의 밀사(Michel Strogoff)>
오늘은 <대제의 밀사>라는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린 시절 나의 아버지는 철도청 공무원으로 근무하셨는데 24시간 일하고 24시간 쉬는 ‘격일제 근무’를 하셨다. 당연히 일주일 주간의 절반을 집에서 보내셨는데 초등학생인 막내아들에게 당신이 보셨던 영화이야기를 자주 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밑천이 많이 있지는 않으셨던 모양으로 <대제의 밀사>라는 영화이야기를 너덧 번 하신 걸로 기억한다. 아버님은 50대 초반의 나이로 아버님이 별세하셨다.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1980년대 후반 경에 TV <주말의 영화> 시간에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내가 20대 후반일 때였다. 지금 이 포스팅을 쓰면서 내가 아주 어린 시절, 아버님께서 보신 영화는 1956년 카르마인 갈로네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해당 영화를 보면서 짠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던 기억도 난다.
영화 <대제의 밀사>는 1956년 독일/이태리 합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독일의 국민배우 <굴드 율겐스>와 이태리의 미녀 여배우 <실바 코시나>가 공연하였고, 이태리의 <카미네 갈론>감독이 연출하였다. 19세기말 내란이 일어난 러시아의 대설원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과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70년 <에리프란토 비스톤더>감독에 의하여 리메이크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71년 신년벽두 <애련의 밀사>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적이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세기말 한창 내란으로 정세가 어지러운 러시아가 배경이다. 시베리아는 이미 러시아 제국령이 되었지만, 이를 인정 못 하는 몽골인의 후예인 타타르의 칸은 러시아로부터 독립하려고 한다. 타타르족은 전신망을 절단하고 러시아 측의 시베리아 최후 거점인 이르쿠츠크를 포위한다. 이르쿠르츠는 황제의 동생이 다스리고 있었는데, 미하일 육군 대위 미셀 스트로고프는 차르 알렉산드르 2세의 명을 받고 이반 오가레프가 적과 내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모스크바로부터 수천 킬로가 떨어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로 파견된다. 반란군의 반격으로 곤경에 빠진 정부군은 반란지역에서 근무 중인 미하일 대위를 모스크바에 밀사로 파견한 것이다.
이반 오가레프 대령은 러시아 제국 육군 장교였으나 실책을 저지른 후 강등되었고, 차르에게 복수하기 위해 타타르와 내통하고 있었다. 임무 수행을 위해 모스크바로 가던 미셀 대위는 나디아라는 여인을 알게 되고 호감을 품게 된다. 그러나 나디아라는 여인은 사회주의자로 반란군 소속이다. 미셀 대위는 모스크바로 가던 도중 여러 사건에 휘말렸다가 결국 타타르군에 체포된다.
미셀 스트로고프는 중간에 타타르족에 잡혀 포로가 되었으나 아무도 그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는 포로 신분으로 황야를 지나가 추적을 피한 후, 적당한 때에 탈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반 오가레프는 미셀의 정체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그의 어머니를 잡아다가 채찍질한다. 과연 오가레프의 계산대로, 미셀 스트로고프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단상 위로 뛰어올라왔고, 오가레프는 밀서를 빼앗은 후 미셀의 눈을 인두로 지진다. 미셀은 반란군에게 체포되어 밀서도 뺏기고, 인두로 눈을 지지는 형을 받게 되어 실명하게 된 것이다. 서로 애정을 갖고 있던 눈먼 장님 미셀과 나디아는 재결합하게 된다. 미셀은 이르쿠츠크에 유형 온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는 나디아를 데리고 여행한다.
이후, 미셀의 시력이 회복된 후, 황제를 만나고 근위대에 들어간다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성 멘트로 끝난다.
이 영화는 쥘 베른의 소설 '미셀 스트로고프' (혹은 '대제의 밀사')를 극화한 것이다. 일제시대 때는 꽤 유명한 소설이었다고 하나 지금은 잘 알려져 있진 않다.
쥴 베른은 <해저 2만 리>라는 공상소설로 유명한데 그의 많은 작품들 중 거의 유일하게 공상과학이 안 나오는 작품이다. 공상과학이 없는 대신 모험장면이 많이 나왔고, 영화가 없던 시절엔 유럽인들이 잘 몰랐던 러시아의 풍광을 공연으로 재현했기 때문에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소설은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3세가, 시베리아 한복판의 이르쿠츠크에 주둔하고 있던 자신의 동생인 대공에게 보내는 밀서를 주인공인 미셀 스트로고프 (러시아식 이름은 아니나, 프랑스식 원작을 따름)에게 주어 보내고, 미셀은 이르쿠츠크를 탈취해 러시아 영토를 반분하려던 타타르족의 장군 이반 오가레프의 반란을 분쇄하기 위해 밀사역할을 수행하려 한다. 미셀 스트로고프는 중간에 타타르족에 잡혀 포로가 되었으나 아무도 그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는 포로 신분으로 황야를 지나가 추적을 피한 후, 적당한 때에 탈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반 오가레프는 미셀의 정체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그의 어머니를 잡아다가 채찍질한다. 과연 오가레프의 계산대로, 미셀 스트로고프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단상 위로 뛰어올라왔고, 오가레프는 밀서를 빼앗은 후 미셀의 눈을 인두로 지진다. 장님이 된 미셀은 이르쿠츠크에 유형 온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는 나디아를 데리고 여행한다. 결말에는 미셀이 황제를 만나고 근위대에 들어간다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성 멘트로 끝이 난다.
"해저2만 리"나 "80일간의 세계일주"로 유명한 줄 베른의 소설 "대제의 밀사"는 지금까지 모두 7번에 의해 영화화 또는 TV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이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1956년에 만들어진 카르마인 갈로네,Carmine Gallone 감독의 <대제의 밀사>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봉 당시에는 70mm필름으로 개봉되었는데 닥터 지바고 같은 추억의 명화를 사랑하던 사람들이 아침부터 대한 극장 앞에서 줄을 서기도 했다. 제정 러시아 말기에 타타르족의 반란으로 중앙아시아에 고립된 황제의 친척에게 미셀 스트로고프 대위를 밀사로 파견하게 되고 그가 제정러시아의 수도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이르쿠츠크(티베트고원 위의 중소국경지대)까지 가는 험난한 과정을 그린 영화다. 가다가 한 여자를 만나 연정을 느끼기도 하고 도중에 적군인 타타르족과 내통한 동료 러시아 장교에 의해 타타르족에게 잡혀 눈을 시뻘게 달군 칼로 지지는 바람에 눈이 멀게 되지만 어렵사리 타타르군 진영에서 탈출하여 이르쿠츠크까지 가게 되고 결국 황제의 친척을 위기에서 구하는 걸로 끝난다.
쥘 베른의 원작 소설에는 당시 시베리아의 사정이나 지리적 묘사가 정확히 묘사되는데, 그는 한 번도 이곳을 여행한 적이 없었다. 어떤 설에 의하면 쥘 베른은 당시 프랑스에 많이 와 있던 러시아 망명객과 교유하면서 시베리아나 타타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당시 러시아 지식인들은 불어에 매우 유창했으며, 러시아 귀족들은 파리를 제집처럼 드나들었을 것이다. 특히 당시 파리에 살고 있던 투르게네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해진다. 정확한 지리나 풍속의 표시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구체적 사건들은 19세기에는 일어날 수 없었다.
러시아와 타타르의 갈등은 이미 16세기에 화기를 앞세운 러시아 측의 우세로 끝났고, 19세기에는 그 어떤 러시아령 내의 타타르족도 이미 근대문명을 앞세운 러시아 측에 반항할 수 없었다. 다만, 히바 칸국이 명목상 독립국으로 남아 있기는 했다. 소설은 낭만주의적 관점에서 쓰였으므로 해피엔딩이지만, 실제 비슷한 일이 있었다면 밀사는 총살형을 당했을 것이다. 비록 어머니를 구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나 밀사는 자신의 신분을 드러냈고 이 때문에 모든 것이 수포가 될 뻔했기 때문이다.
그와는 별개로 영화 속에서는 눈 덮인 시베리아의 대평원과 쫓고 쫓기는 첩보전속에 서로 입장이 다른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과 갈등이 화면 가득히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 영화는 영화음악(나디아의 테마 : Vladimir Cosma(1940 ~ )Bucharest, Romania nadias theme)이 굉장히 유명한데 한영애의 영화음악에서 시그날로 사용 되면서 영화음악으로 국내팬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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