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란? 시드니 폴락 작. <아웃 오브 아프리카>
시드니 폴락 감독이 1985년 만든 이 영화는 전성기 때의 메릴 스트립의 아름다운 미모와 로버트 레드포드의 핸섬함을 만날 수 있는 영화이다. 그러나 단지 두 명의 명배우 때문에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안다.
덴마크 출생의 여류 작가 아이작 디네센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한 작품으로, 아프리카의 케냐를 무대로 펼쳐지는 목가적인 사랑 영화다. 원작자는 1885년 출생했으며, 본명은 '카렌 블릭센' 남작 부인이다. 사반나 대초원의 대푸르름과 함께 언덕 위에 평화로이 앉아있는 암사자의 모습 등 아프리카의 서정적인 아름다운 모습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며, 그 속에 존 배리의 음악이 빛을 발휘하고있다.
현재 우리는 아프리카라고 하면 기아, 질병, 내전, 사막, 해적 등의 단어이다. 그것은 아프리카의 정확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금 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들이 그런 상황에서 살고 있다. 왜 아프리카는 이토록 지지리도 못사는 나라가 되었을까?
19세기 후반 유럽의 열강들은 아프리카를 두고 쟁탈전을 벌였다. 조선 말기 우리나라를 두고 일본, 러시아, 청나라, 프랑스, 영국, 미국이 쟁탈전을 벌인 것을 기억한다면 유럽과 가까운 아프리카는 어떠했을까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1884년 베를린에서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하자는 유럽국가간의 협약이 체결되고 1900년경에 이르러 아프리카 대륙 거의 전체가 유럽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유럽인들에게는 아프리카 토착인들은 착취의 대상이었고 짐승과 같은 존재였다. 그전에도 그들은 흑인들을 사냥하여 삼각무역을 통해 노예를 팔아왔고 지금도 가난한 아메리카 흑인들은 그 후예들이다.
덴마크 여성인 카렌 브릭슨(메릴 스트립)은 아프리카에 있는 자신의 커피 농장으로 가던 중 벌판에서 기차를 세워 상아를 싣는 데니스 휜치 해튼(로버트 레드포드)과 만난다. 미리 아프리카 커피 농장에 가 있던 약혼자 브로(클라우스 마리아 브랜다우어)와 만나자마자 결혼식을 치르고 농장에 살게 되는 카렌은 사냥을 떠나 며칠씩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일에 지친다.
아프리카에서 만나게 된 데니스와 카렌은 첫눈에 반하지만, 서로 안타깝고도 아쉬운 눈빛만을 주고받은 채 제 갈 길을 간다. 이후 아프리카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남편과는 점점 멀어져만 가던 카렌은 데니스와 다시 만나게 되고, 어느 날 데니스의 방문을 받게 된다. 데니스가 들고 온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아프리카의 들판을 공명시키고, 이들 두 사람의 마음까지 공명시키는데 두 사람은 함께 사파리를 떠나 야영 중에 춤을 춘다.
카렌은 남편이 옮아온 매독에 걸려 덴마크로 요양을 떠났다가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오지만, 남편과는 이혼을 한다. 카렌은 자유롭고 싶어 하는 데니스와의 결혼을 어렵사리 약속하지만, 데니스는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다.
카렌은 덴마크의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아프리카에서의 사랑을 글로 쓴다. 광활한 아프리카 들판의 풍경, 모차르트의 음악이 전달하는 감미로운 정서, 조금씩 더디 다가서는 두 사람의 잔잔한 사랑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생에 대해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그 사랑은 결국 한 쪽의 죽음으로 인해 이루어지지 못했다.
카렌이 데니스가 구해온 경비행기를 타고 사바나 하늘을 나르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들소와 새 떼들, 푸른 초원과 밀림, 하늘과 구름의 아름다움은 에덴동산을 연상시키며 필설로 다할 수 없다.
영화의 말미에 더 이상 아프리카에 머물 수 없는 카렌은 덴마크로 돌아가기 전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농장 귀퉁이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계속 그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카렌은 총독을 찾아가 원주민들이 살 땅을 달라고 사정한다. 원래 주인이었던 그들의 땅을 빼앗았으니 그 정도는 배려를 해야 한다고 항변하고 사정한다. 사바나 초원처럼 아름다운 장면이다.
그리고... 그 이전의 화면, 카렌은 원주민 청소년들에게 글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한 카렌에 대해 원주민 추장은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다.
“글을 배워서 얻을 게 뭐가 있소?”
추장의 이 말은 서구 문명에 대한 경멸과 조소로 가득 차 있다. 현대 문명이 인간의 행복을 보장해주기는 하는 것일까? 작금의 현대적인 삶이 과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보다 더 행복할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주는 영화이다.
이 작품에서도 메릴 스트립은 발군의 연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시드니 폴락이 소감을 말하면서 이 영화는 메릴 스트립이 없었더라면 만들지 못했을 거라며 그녀의 연기에 이 상을 받친다고 하자 메릴 스트립이 감격해서 눈물이 글썽이기도 했다. 그녀는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어었다. 이 영화는 1986년 아카데미 작품-감독-각색-촬영-미술-작곡-녹음상, 골든 글로브 작품-남우조연-작곡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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