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진실의 어설픈 연기와 배경음악이 좋았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평범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내는 이야기를 그린 한국영화로 1990년 [삼호필름]이 제작한 멜로 영화이다. 제작에 박효성, 이명세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고 박중훈ㆍ최진실 등이 출연하였다. 각본은 감독인 이명세가 직접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인호의 연작 소설 <가족>에서 모티브를 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범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내는 단순한 이야기를 소제목을 붙여 옴니버스로 코믹하고 재미있게 그렸다.
7개의 시퀀스와 프롤로그, 에필로그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이제 사랑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라는 프롤로그로 시작해서 '사랑이란…?' 하고 되묻는 시퀀스로 끝난다.
감독은 젊은 부부의 사랑의 심리를 정면에서 다루면서 타이틀에서부터 만화적 수법을 도입하고 독백을 말풍선에 담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동원하는 독창적 시도를 하였다. 그리고 여러 장면들의 세트에서 창문의 모양까지 아기자기하다. 당시 신인이었던 故최진실의 어설픈 연기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그리운 영화다.
'1991년 좋은 영화로 뽑혔고 제29회 대종상에서 신인감독상과 신인여우상(최진실)을 수상하였다. 제12회 청룡상에서 신인감독상, 제11회 영화평론가상에서 신인연기상과 각본상을 수상하였다.
제36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박중훈)ㆍ신인감독상ㆍ편집상(김현)을 수상하였다. 30만 이상의 관객이 관람하여 흥행에 성공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를 꿈꾸며 출판회사에서 일하는 샐러리맨 영민(박중훈 분)은 대학 동창생인 미영(최진실 분)과 사랑하는 연인 사이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사랑한다고 믿고 결혼을 한다.
미영은 신혼 첫 날 밤의 불안함과 공연한 슬픔 때문에 영민을 호텔 방문 앞에 세워놓고 문을 잠가 버리기도 하고, 영민의 도시락밥 위에 콩자반으로 "I LOVE YOU"를 새겨 넣는 등 해프닝의 연속인 달콤하고 행복한 신혼을 즐긴다. 어설프고도 행복한 신혼 생활을 시작한 이들 젊은 부부는 사랑의 모습을 확인하며 행복함을 맞는다.
그러나 영화를 보러 만나기로 했던 미영이 옛 직장 상사와 우연히 만난 것을 본 영민은 옛 애인이라고 오해한다. 이 때문에 질투를 느껴, 미영이 친정에 가 집을 비운 사이에 선배인 최 작가를 유혹하기도 한다. 모든 잘잘못과 유치함을 사랑이란 단어로 대체되는 신혼 시절이 서서히 지나가면서 이들은 하찮은 일로 다투고 오해와 질투는 싸여 간다.
미영은 얼굴에서 문득 발견된 기미 한 점. 외국에서 부쳐진 옛 남자 친구의 편지를 받고 낯선 도시로 외출을 감행하기도 한다. 결혼과 함께 완전히 정리했다고 생각한 지난날의 추억들이 새삼 향수처럼 그리움으로 되살아나고 남자와 여자는 각자의 굴레에 빠져들어 둘 사이엔 야릇한 감정의 벽이 생긴다.
극을 향해 치닫는 두 사람은 치열하게 싸우면서 결혼이란 생활 방식을 이어간다. 한 이부자리 속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면서도 서로가 사랑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영민은 영민대로 결혼 생활이 주는 속박감에서 자유를 꿈꾸고 미영은 작가로서의 영민의 지위가 상승하면 할수록 심한 열등감과 소외감을 느낀다.
어느 날 미영이 급성 맹장염에 걸려 병원으로 실려 가는데, 영민은 이때 이것을 모르고 죽을병에 걸린 것 양 미영에게 그 동안 잘못 대했던 것을 후회한다. 하지만 맹장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영민은 또다시 그 일 이전의 생각으로 돌아간다. 집에 돌아와 혼자 방 안에서 글을 쓰던 영민은 문득 혼자의 쓸쓸함과 함께 미영의 존재를 깨닫고 미영의 입원실로 달려간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영민은 그들의 젊은 날들을 회고한다.
'그 해 겨울 이후에도 아내와 난 줄곧 싸웠고 사랑한다는 말을 수 없이 반복했다. 그러나 어린 날 허공으로 쏜 화살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친구의 가슴에서 찾아지듯이 아직 사랑을 알 지 못했다. 과연 오랜 시간이 흐른다면 그 때 이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잔잔한 사랑이야기이다. 어쩌면 소꿉장난과도 같은 연애와 신혼, 결혼생활이 참으로 따뜻하고 흐뭇해서 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자장면을 먹는 귀여운 애인이 지겨운 아내로 변하는 것도, 다른 남자와 말만 나눠도 불타오르는 질투에 흥분하는 것도, 소심한 복수를 꿈꾸다가도 아내의 이름을 부르게 되는 것도 아름답다. 상대방이 비어있는 자리가 표시나지 않을듯해도 너무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그런 게 소박한 연애와 결혼이라는 걸 이 영화는 따뜻하게 보여주고 있다.
개봉 당시 연인, 신혼부부들이라면 누구나 보았을 듯한 영화이며 그리고 그런 행복한 결혼을 상상하게 했을 법한 영화다. 나도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할 때 비디오 가게에서 이 영화를 빌려보았다. 겨울밤 유리창 서리에 그리는 하트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만큼 짠하게 그려도 더 따뜻한 입김이 불어지는 젊은 날의 아름다운 결혼 이야기이다. 물론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지만...
이 글을 적으면서 지금은 세상을 떠난 故최진실과 Village Stomper의 Washington square라는 아름다운 배경음악을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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