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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생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비토리오 데시카 작. <자전거 도둑>

by 언덕에서 2010. 11. 29.

 

 

 

 

생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비토리오 데시카 작. <자전거 도둑>

 

 

 

 

 

 

'생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 가치는 있다’라는 명제를 잔잔하게 전하는 데 시카 감독의 대표작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피폐한 로마 거리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을 통해, 당시 이탈리아 사회에 만연한 실업 문제를 다루었다.

 자신의 자전거를 가지고 일한다는 조건으로 취직한 한 실업자가 자전거를 도둑맞고 어린 아들과 함께 로마 거리를 돌아다니며 자전거를 찾는다. 궁지에 몰리자 다른 사람의 자전거를 훔친 아버지를 아들은 단지 쳐다볼 뿐이다.

 감독 데시카는 무명배우를 기용하여 세트주의를 배제하고 제2차세계대전 후의 황폐한 로마 거리 여기저기를 헤매는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정교하면서도 풍부하게 묘사하였고, 현실의 가혹함에 떠밀리는 듯한 인간의 모습을 부드럽게 표현하였다.

  이탈리아 영화로 1948년 흑백 작품이다. 원작ㆍ각본 C. 자바티니, 감독 비토리오 데시카. 주연에 람베르토 마조라니, 엔초 스타졸라, 리아넬라 카렐, 제작사는 이탈리아 메이어사이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는 <해바라기>라는 아름다운 멜로영화도 만들었다. 이 영화는 제2차세계대전 후의 피폐한 이탈리아 사회와 빈곤층의 현실을 다룬, 실업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영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네오리얼리즘 영화로 평가받는다. 네오리얼리즘(neo-realism) 영화라는 말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의미는 궁핍한 환경에 처한 계급을 다룬 영화로, 부가 평등하게 분배된 사회가 더 훌륭한 사회라는 메세지를 내포한 영화를 지칭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오랫동안 직업을 구하지 못하던 안토니오 리치(마조라니)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포스터 붙이는 일자리를 구한다. 하지만 이 일을 하려면 자전거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안토니오는 가지고 있던 자전거를 생활고 때문에 전당포에 저당 잡힌 상태였다. 결국 안토니오의 아내 마리아가 혼수로 가져온 침대보를 전당포에 맡기고 자전거를 찾아온다. 기쁨 속에 일을 하러 간 안토니오는 금세 자전거를 잃어버린다. 안토니오가 벽보를 붙이는 사이 누군가 자전거를 훔쳐간 것이다.

 자전거를 찾아 나선 안토니오와 아들 부르노(스타졸라)는 우여곡절 끝에 자전거 도둑으로 보이는 젊은이의 집을 찾아내지만 절망한다. 젊은이는 자기네만큼이나 가난한데다, 간질 환자에, 이미 자전거를 팔아버려 확실한 물증마저 없었다. 더구나 주민들마저 가짜 알리바이까지 제공하며 젊은이를 두둔하는 바람에 자전거를 되찾을 길이 없다.

 생계를 위해 일자리가 간절히 필요했던 안토니오는 스스로 자전거를 훔치다 주인에게 붙잡힌다. 안토니오는 아들 브루노가 보는 앞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온갖 멸시와 모욕을 받게 된다. 다행히 자전거 주인의 선처로 경찰서행을 면한 안토니오는 브루노와 함께 해지는 로마 거리를 허탈한 모습으로 걸어간다.

 

 

 

 

 

 

 

 

 이 영화는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10대 걸작의 하나로 평가된다. 스튜디오가 아닌 실제 거리에서 모든 것을 촬영하여 사실적인 배경을 화면에 포착하였다. 배우 또한 무명의 공장 노동자와 거리를 쏘다니던 부랑아를 발탁하여 리얼리티를 더했다. 리치를 연기한 배우는 전문배우가 아니고 막노동자 중에서 선택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절망과 궁핍을 표현하는 연기력은 압권이다. 마지막에 안토니오의 손을 잡는 브루노의 클로즈업되는 손은, 사랑과 이해의 상징으로서 부자간의 정을 나타내는 전형이다.

 

 

 

 영화는 선량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려는 주인공 안토니오가 극심한 가난 앞에서 자전거 도둑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전후 이탈리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선과 악 또는 옳고 그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자전거를 도둑맞은 안토니오가 결국에는 자신이 비난하던 젊은이와 똑 같은 자전거 도둑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절대적인 선악이나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안토니오의 불행은 해결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자전거가 없으며, 따라서 벽보 붙이는 일자리도 쉽게 되찾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무력감을 안고 걸어가는 부자가 손을 꼭 잡는 장면을 클로즈업함으로써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희망, 즉 사랑과 유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