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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철학서

칼 맑스 고전 경제이론서 『자본론』

by 언덕에서 2010. 1. 27.

 

 

 

 

칼 맑스 고전 경제이론서 자본론

 


이 책을 소지하고 있는 이는 예외없이 구속되던 시대가 있었다. 지난 정부때 법무장관을 지낸 모 여성 변호사의 전남편이 1988년 이 책을 번역했다고 해서 구속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구인들에게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책은 무엇일까? 경제학적인 측면에서만 판단한다면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케인스의 <일반이론> 중 하나를 답하는 전문가가 많을 것이다. 케인스의 <일반이론>은 자본주의를 개선하려는 시도이므로 자본주의의 근본적 멸망을 예견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비한다면 변화의 방향 면에서 충격의 정도는 더 적다. 또한 질문을 바꾸어 현실 세계에 가장 나쁜 영향을 준 경제학 책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자본론>을 선택할 것이다.


 비단 경제학 뿐만 아니라 정치학, 사회학, 철학, 심리학 등 제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가장 논란을 제공한 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자본론>을 읽어보면 그 내용은 자본주의 구조에 관한 체계적 설명을 담고 있어서 지극히 무미건조한 책일 뿐이다. 경제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집필한 ‘공산당선언’이 극단적으로 선동적인 주장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마르크스는 현실 사회주의 운동에서 한 걸음 물러나 런던에서 십수 년간 경제학 공부에 몰두하여 <자본론>의 원고를 완성하였고 1867년에 독일어판으로 1권을 발간하였으며, 나머지 2, 3권은 그의 동료인 엥겔스가 편집하여 그의 사후에 발간되었다.


 <자본론>은 칼 마르크스의 고전적 경제학서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상품의 분석으로부터 시작해 공황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 멸망의 필연성’을 설파했으며, 이후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이론적 경전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적 경제관계의 기초적 요인이며 전제이기도 한 상품과 화폐에 관하여 설명한 뒤, 자본주의적 생산에 있어서 임금노동자에 의한 잉여가치생산과 자본가에 의한 잉여가치 획득이라는 ‘잉여가치론’을 중심으로 노동자가 받는 임금, 자본의 축적, 자본주의적 관계 창출로서의 본원적 축적, 자본주의적 발전의 역사적 경향 등을 밝혔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의 서두에서 자본주의의 이해를 위해 가장 단순한 단위인 상품의 속성을 분석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한다. 그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할 때 차익이 발생한다는 통속적 견해를 비판하고 경제 전체적으로는 생산과정에서 잉여가 발생하므로 자본주의적 생산의 특징을 알기 위해서는 생산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즉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그 가치대로 교환되어 투입되지만, 실제로 생산과정에서 지불된 것 이상으로 기여하게 되므로 잉여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상 마르크스의 모든 경제학적 논의는 잉여가 노동착취에서 원인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출발하고 있다. 나아가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체제에서 잉여를 증대시키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끊임없이 기계화를 도모하는데, 이렇게 되면 결국 잉여의 원천인 노동사용이 상대적으로 줄게 되므로 이윤이 저하되는 내부적 모순이 나타나게 된다고 생각했다. 즉 자본주의는 노동착취를 통해서 어느 정도 성장하지만 결국 이윤이 저하되어 공황이 빈번히 발생하는 모순에 빠지게 되어 결국은 사회주의 체제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이렇듯 노동착취설이라는 기본전제하에서 일관된 설명논리를 갖고 있어서 일단 기본전제를 받아들이면 다른 설명들은 비교적 쉽게 이해되는 단순한 체계를 갖고 있다. 그의 제자격인 카우츠키나 로자 룩셈부르크, 레닌, 트로츠키 등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당시의 유럽 정세 속에서 이 이론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단순성이 마르크스 경제학의 최대의 매력이자 최대의 약점이다. 즉 실제로 생산과정에서 잉여가 발생하는 과정은 조직 내의 다원적인 인간관계의 산물이므로 복잡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두 노동착취 하나로 환원하여 매우 단순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마르크스 경제학자들은 실제 경제와의 괴리가 발생해도 좀처럼 자신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직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경직성에 빠질 위험만 피한다면 경제학의 문외한도 큰 어려움 없이 <자본론>을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마르크스에 대한 선입관 때문에 그의 이론을 재단하기 보다는 역사를 움직인 저서에 대한 학문적 접근으로서 읽어두면 유익할 것이다. 번역본으로는 1991년 서울대 김수행 교수가 번역한 것이 가장 무난하다.